|
감포깍지길: 감포관광단지
대본 앞바다
길은 역사다. 창조되고 성장을 거듭하면서 흔적을 남긴다. 길은 흔적을 따라 꾸준히 이어지는 발걸음을 남겨 역사가 된다. 감포 깍지길 세 번째 이어지는 길에서 두드러진 역사를 읽게 된다. 나정고운모래밭과 몽돌해수욕장은 이웃해 있으면서도 해변의 사정이 다르다. 하얗게 세수한 듯한 모래가 끝없이 널려 있고, 몽돌이 타조 알처럼 옹기종기 붙어 앉아 바다와 깍지를 끼고 있는 모습이 유별나다.
전설을 안고 있는 촛대바위,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감포관광단지, 흘러간 신라 역사를 고증하는 신라동해구, 그리고 생생한 삶의 현장을 느끼게 하는 대본리 항구. 모두 역사로 귀결된다는 것을 역설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게 하는 길이다.
전촌리와 대본리로 접근하는 방법은 네 갈래 길이다. 포항 양포바다길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길과 울산에서 북쪽으로 접근하는 해안길, 불국사에서 한수원으로 이어지는 신작로를 타고오다 양북에서 전촌리와 대본리 방향으로 길이 갈라져 각각의 해변으로 이르게 한다. 이번 호에서는 전촌리와 대본리 바다길을 걸으면서 역사를 들여다보며 힐링하기로 한다.
◆촛대바위와 대본항
대본리는 감포읍의 최남단 경계지역으로 대종천과 맞물려 바다와 깍지를 끼고 있다. 문무왕과 신문왕, 만파식적, 몽고족의 대종 실어나르기 등등 역사적인 이야기들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대본해수욕장은 이웃해 있는 봉길해수욕장과 함께 민물을 끼고 있어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줄을 잇던 곳이다.
대본리 바다로 이어지는 하천은 동해로 이르는 하천이어서 동해천으로 불리었지만 대종이 지나간 하천이라 하여 대종천으로 불리고 있다. 대종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 언덕에는 지금도 ‘신라동해구(新羅東海口)’라 새겨진 돌비석이 서있다. 동해에서 신라로 통하는 입구라는 뜻이다. 내륙이 동해로 들어가는 입구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 곳으로 왜구들이 노략질을 위한 길을 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본리 진입로
동해구에서 바다로 난 좁은 길로 들어서면 갯바위를 때리는 파도소리가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마을은 완만하게 홈이 패인듯한 형상으로 반달모양으로 형성돼 횟집들이 늘어서 있다. 바다는 들쑥날쑥한 바위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생겨 수시로 파도가 크게 일어나 절경을 연출하고 있다. 대본리 어민들이 먹고 살 방편으로 매일 바다로 나가는 어선들이 한낮에는 낮잠이라도 자는 듯 항구에 머리를 박고 있다.
마을을 좀 더 깊숙하게 들어서면 바다로 쑥 나온 곳에 섬인양 바위가 둥그스름하게 솟아 있고 그 위에 앙팡지게 나이 제법 듬직한 소나무 한 그루가 앉아 있다. 마치 촛대 같은 모양이라 하여 ‘촛대바위’로 부른다. 촛대바위에는 전설이 있다.
대본리에 산신과 해신, 그리고 지신이 사이좋게 살고 있었다. 당시에는 다산(多産)이 가장 큰 축복이었다. 그래서 산신과 해신은 산과 바다에서 더 많은 다산을 위해 삼신할매가 한 달에 한 번씩 촛대바위에서 기도하는 날을 기해 서로 모셔가려고 삼신할매가 앉아 기도하는 바위에 각자 금실과 은실을 매어 서로 잡아 당겼다. 삼신할매가 기도에서 깨어나 보니 바위가 바다쪽으로 제법 많이 옮겨져 있고 금실과 은실이 매어져 있는 것을 보고 산신과 해신이 다투었음을 짐작했다. 삼신할매는 산과 바다의 생물들에게는 지혜를 주지 않겠다고 벌칙을 내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소나무로 변해 꼼짝하지 않았다. 여명에 해가 떠오르는 시간 소나무 위에 태양이 걸리면 촛불이 밝혀진 모습이어서 그때부터 촛대바위로 불렀다. 이 시간에 원하는 것을 마음에 담아 간절히 기도하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어 마을사람들의 기도처가 되고 있다.
◆감포관광단지
대본리 집입로
감포관광단지는 경북관광공사가 1997년부터 401만9천200㎡ 부지에 대단위 해양종합관광지로 개발하고 있다. 관광단지 기반공사는 2015년에 이미 끝났다. 역사문화탐방과 해양형 관광휴양지로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일부 부지를 매각해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고, 호텔 등의 몇몇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을 뿐 본격적인 사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관광단지에 대규모 원자력연구단지 유치를 위해 사업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관광단지 조성사업이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원자력연구단지는 경북도와 경주시가 손잡고 중앙부처에 국책사업과 다양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정책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입장이다. 개발사업이 늦어지고 있지만 원자력연구단지가 유치되면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관광단지는 공공편익시설, 숙박시설, 상가시설, 운동 및 오락시설, 휴양 및 문화시설, 기타시설 지구와 녹지지구 등으로 구성할 계획이었다. 공공편익시설지구에는 서비스플라자와 우체국, 파출소, 소방서, 진료소, 주차장 등이 계획됐다. 숙박시설지구에는 호텔과 콘도미니엄, 여관, 상가시설지구에는 여러 종류의 복합상가, 농수축산물 전시판매장, 전통음식점, 5일 장터 등으로 구성했다. 숙박시설로 호텔부지가 매각돼 호텔건축허가에 이어 건축이 시작됐다.
운동 및 오락시설지구에는 물을 주제로 한 놀이시설, 어촌생활체험장, 잔디볼링장, 카레이스장 등 각종 레저스포츠시설과 해양레크리에이션 시설이 기획됐다.
또 휴양 및 문화시설지구에는 노인휴양촌, 공연장, 한민족생활역사장, 공원 등이 들어서고, 기타시설지구에는 관광헬기장이 들어설 계획이었는데 야외공연장은 이미 완공됐지만 아직 공연을 시작하지는 못했다.
감포관공단지는 접근도로가 4차선으로 시원하게 해변도로로 조성돼 역사문화관광도시의 새로운 관광산업 인프라로 성장할 기반을 다져두고 있다. 관광단지 내부 간선도로도 벌써 조성돼 가로등과 가로수는 제법 운치를 뽐내며 해안경관과 수려한 조경으로 관광객들의 포토존이 되고 있다. 또 이미 조성된 야외 공연장의 규모와 바닷바람 시원하게 맴도는 원형극장식 관중석이 바다를 향하고 있어 공연이 시작되면 기대 이상의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공연장 아래로 연결된 도로는 몽돌밭 해수욕장과 해풍림으로 이어져 관광객들의 통로가 되면서 당초 목적 이외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감포종합관광단지는 관광산업과 연계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경주지역의 새로운 종합산업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본리
◆전촌솔밭해변 나정고운모래밭
전촌솔밭 나정고운해변은 접근성이 좋아졌다. 한수원 본사가 양북으로 이주해오면서 불국사에서 토함산 허리에 터널이 길게 뚫려 감포 전촌해변으로 직통되는 도로가 개설됐기 때문이다. 경주보문관광단지에서 감포 해안까지 30분이면 편안하게 도착할 수 있어 감포를 찾는 발길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바다를 끼고 남북으로 연결되는 전촌리 진입로에 이르면 도로 양쪽으로 훌쩍 키가 큰 송림이 우거져 그만 차를 세우고 쉬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아오른다. 여름에는 송림 깊숙이 야영하는 텐트들의 울긋불긋한 천연색 지붕을 보게 된다. 차창을 열라치면 고기 굽는 냄새가 상큼한 바다냄새와 어울려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솔밭 그늘 어느 곳에라도 차를 세우고 바다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발가락을 파고드는 고운 모래밭 너머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풍경에 넋을 잃게 된다. 전촌솔밭과 바다 사이에 넓게 조성된 주차장에서 고운 모래밭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바다가 육지라면’ 이라는 글을 새긴 큼직한 바위가 눈길을 끈다. 경주 출신 정귀문 작가가 이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노랫말을 착상했다는 것을 기념하는 돌비석이다.
‘얼마나 멀고먼지 그리운 서울은/ 파도가 길을 막아 가고파도 못갑니다. 바다가 육지라면 바다가 육지라면/ 배 떠난 부두에서 울고 있지 않을 것을/ 아아 바다가 육지라면 눈물은 없었을 것을// 어제온 연락선은 육지로 가는데... (중략)... 바다가 육지라면 이별은 없었을 것을’ 한이 서린 노랫말이 노래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
나정 고운모래밭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망부석으로 서 있는 ‘바다가 육지라면’ 돌비석에 새겨진 힘찬 글을 보노라면 바다가 육지라면 나는 무엇을 할까?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엉뚱한 발상을 하게 된다. 바다가 육지라면 이라는 억측이 개입된 노래가 불려지기 시작한 지 세월은 반백년이 넘었지만 아직 바다는 그대로 바다로 남아 그날처럼 파도는 육지로 육지로 바람을 실어올 뿐이다. 나정고운모래밭에 발을 깊숙이 담그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바다가 육지라면 노래가 저절로 흥얼흥얼 흘러나온다.
◆몽돌밭
몽돌밭
대본리에서 전촌리로 이어지는 해변이 나정모래밭이다. 나정 고운 모래밭으로 가기 전 바닷길사이에 어른 주먹보다 조금 큰 돌들이 밭을 이루고 있는 해변이 있다. 몽돌로 이루어진 밭이라 하여 몽돌밭, 몽돌해변으로 부른다. 맨발로 몽돌밭을 걸어도 먼지 하나 묻어나지 않을 만큼 몽돌은 깨끗하다. 마음까지 맑게 하는 신비스런 몽돌밭이다. 몽돌해수욕장에도 구수한 전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몽돌은 용궁의 몽 공주가 해산물을 무작위로 채취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 마을 총각을 향해 던진 돌이다. 이 마을에 총각이 바다 성게를 따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용궁에서는 자꾸만 줄어드는 성게를 지키기 위해 회의를 열어 몽 공주가 해결사로 나서게 됐다. 몽 공주가 성게 채취를 위해 바닷가로 나온 총각에게 돌을 집어 던졌다. 총각은 첫눈에 몽 공주에게 반해 버렸다. 총각은 공주가 던지는 돌에 편지를 써서 다시 선녀에게로 던지면서 나날이 사랑의 마음을 키웠다. 그러면서 총각은 공주에게 마음을 빼앗겨 성게를 따는 일은 까마득히 잊고 몽 공주만 기다렸다. 그러나 공주는 이미 성게를 지키게 되어 몽돌을 던지는 일은 파도에게 맡기고 나타나지 않았다. 총각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몽돌에 편지를 적어 보내다 어느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몽돌이 해변에 까맣게 쌓인 것은 총각이 사라진 것도 모르고 파도가 계속 몽돌을 밀어올린 것이다.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몽돌밭에서 걸어볼 일이다. 하얗게 웃으며 달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속마음을 털어놓다 보면 사랑이 이루질 지도 모를 일이다. 아름다운 사람의 얼굴을 닮은 몽돌에 깨알 같이 편지를 적어보는 것도 힐링이 될 듯하다.
첫댓글 몽돌밭 전설 흥미 만땅입니다.
사진 속에서 펼쳐진 몽돌은 진귀하고 색다른 모습으로 보이네요.
'사람이 그리울땐 몽돌밭을 나홀로 걸어 볼 일이다.'
촛대바위에서 소원도 한번 빌어보고..
재미있고 즐거운 하루 일정이 될 것 같아요.
사진보다 현장에 가보신다면
훨 감동이 더할겁니다.
바다와 나무, 바위, 풀...
자연이 만들어 가는 풍경 속으로
소풍.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