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5병원, 스마트 병원 등 미래 시스템에 올인]
수술 건수·덩치 경쟁서 탈피… IT에 각종 의료기술을 결합, 이젠 안방에서 진료·검사 시대
국내 '빅(big) 5' 대형 병원들이 최근 최첨단 디지털 의료기술로 무장한 '스마트 병원' 설립을 비롯해 의료산업화 경쟁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스마트 병원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정보통신(IT) 기술을 병원의 의료기술과 결합해, 안방에서 각종 진료와 검사가 가능하도록 하기 때문에 '미래의 병원' '신(新)개념 병원'으로 불린다.
스마트 병원의 단적인 사례는 IT기술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칩(chip)'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혈압·혈당 같은 건강 정보와 유전 정보를 체크할 수 있는 칩을 환자의 몸에 심으면 이 칩이 환자의 각종 건강 정보를 읽어내 디지털 신호로 병원에 전달한다. 의사는 마이크로 칩이 보내온 정보를 분석해 환자의 약 복용과 건강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환자에게 휴대전화로 통보하는 식이다. 환자가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병원이라는 공간을 초월한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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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송시영 산학협력단장은 "스마트 병원은 궁극적으로 진료와 치료, 예방 같은 거의 모든 의료행위가 디지털·모바일 기술을 통해 이뤄지는 시스템"이라며 "병원이 환자 개개인을 원격에서 '맞춤형'으로 관리하는 미래의 의료 시스템이 머지않은 장래에 국내에서도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빅(big) 5' 병원들은 이달 들어 숨 가쁜 경쟁에 돌입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0일 "SK텔레콤과 합작해 올해 안에 IT 기반의 헬스케어 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이정렬 기획조정실장은 "앞으로는 만성병 환자의 경우 굳이 병원에 오지 않고도 휴대전화 등을 통해 안방에서 기본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환자가 병원을 찾아가는 대신 의료 서비스가 환자를 찾아가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병원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뒤인 지난 12일엔 서울아산병원이 2년간 1500여억원을 투자한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설립을 완료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하루 평균 외래환자 1만1000여명, 입원환자 2600명으로 단일 병원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아산병원 바로 옆에 2만9230㎡(약 8800평) 규모의 최첨단 의과학 연구시설을 차린 것이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미 하버드의대 암연구소와 포스텍, 카이스트 등 국내외 최고 연구진은 물론 첨단 바이오기술을 보유한 벤처 산업분야의 연구진과도 긴밀한 연구 협력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병원들의 각축전은 이달 하순 더욱 뜨거워졌다. 지난 26일엔 삼성그룹이 '세계 최고 수준의 헬스케어 병원'을 목표로 전문경영인인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사장에 전격 임명하자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이튿날인 지난 27일 "KT와 공동으로 스마트 병원을 개발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 역시 향후 5년 이내 완공을 목표로 은평 뉴타운에 '스마트 병원' 건립용 부지를 매입한 상태다.
의료계 컨설턴트 A씨는 "지금까지는 주로 병원 덩치를 키워 진료·수술 건수 중심의 진료 경쟁을 벌여왔지만 앞으로는 디지털화한 첨단 의료 시스템 구축과 신의료 기술, 신약 개발 등 의료산업에서 진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라며 "삼성서울병원이 전문경영인 출신의 사장이 부임하면서 이런 경쟁은 더욱 가속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스마트 병원
환자의 혈압·혈당 같은 의학 정보를 정보통신기술(IT)을 통해 병원에서 실시간으로 받아 보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의 건강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 병원 내에서 환자는 등록·진료·검사·투약 등 모든 절차에 대해 휴대전화를 통해 안내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