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디어】 김현준 기자 = 베이지색 레이 두 대를 땡볕 아래 나란히 세웠다. 어떤 차 실내 온도가 더 빠르게 올라가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두 차의 차이는 흔히 ‘썬팅’이라고 하는 ‘틴팅 필름’이다. 왼쪽 차에 붙은 필름은 '레이노'의 최고급 제품 '팬텀 S9'으로, 앞-뒤-옆을 다 붙이는 데 50만 원이 들었다. 오른쪽 차는 '브이쿨'의 최고급 제품 '솔리테어 에너지'로 모든 유리에 두르는 데 230만 원을 썼다. 두 제품은 콘셉트부터 조금 다르지만, 일단 열차단 효과만 두고 보면 일단 230만 원짜리 '브이쿨'의 승리다. 비싼 만큼 제 값을 톡톡히 한다는 얘기다.
두 차를 낮 12시의 강렬한 태양 아래 세웠다. 온도 측정 시작 당시 외부 온도는 섭씨 30도, 땅 온도는 40도를 넘긴 상태였다. 지하주차장에서 두 차의 실내 온도를 25도로 맞춘 뒤, 땡볕 아래에 세워 총 3시간 동안 온도를 쟀다. 측정 결과 브이쿨 필름의 열차단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3시간 동안 브이쿨 필름을 붙인 차는 30도, 레이노 필름이 붙은 차는 32도 정도 올라갔다. 짚고 넘어가야할 사실은 브이쿨 필름이 훨씬 밝다는 거다. 이번에 사용한 브이쿨 필름의 가시광선 투과율은 앞유리 70퍼센트, 옆유리 43퍼센트고, 레이노는 앞유리 35퍼센트, 옆유리 15퍼센트다.
일반적으로 틴팅 필름은 어두울수록 열차단 성능이 올라가는 편이다. 각종 틴팅 업체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같은 필름일 때 가시광선 투과율(바깥쪽 빛이 필름으로 얼마나 통과하는 지를 수치화 한 것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어둡게 보임)이 낮아질수록 열차단 성능이 놓아진다. 육안으로 두 필름을 비교해봐도 브이쿨이 훨씬 밝았다. 때문에 가시광선 투과율만 보면 레이노 필름의 열차단 성능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밝은 브이쿨 필름의 열차단 효과가 좋았다.
▲ 측정에 들어가기 전 두 차의 실내 온도를 25도에 맞췄다. 이후 3시간 반 동안 레이노 필름이 붙은 차의 실내는 섭씨 56.9도까지, 브이쿨은 55.6도까지 올라갔다
땡볕 아래 3시간 정도 세워두는 동안, 브이쿨 필름이 붙은 차의 실내 온도는 30.6도 올라갔다. 25도에서 측정을 시작한 실내 온도는 최고 55.6도를 찍었다. 레이노에 비해서는 1.3도 정도 낮다. 하지만 체감은 1.3도 이상이었다. 온도가 최고치까지 오른 두 차에 번갈아 타보면 브이쿨 필름이 붙은 차의 실내가 티나게 쾌적했다. 브이쿨이 조금 덥다고 느낄 정도였다면 레이노는 뜨거운 공기에 ‘헙’ 소리가 나올 정도로 차이났다.
▲ 브이쿨 필름은 훨씬 밝음에도 열차단 효과가 뛰어났다. 실내 온도가 훨씬 천천히, 그리고 적게 올라갔다. 하지만 간간히 전파수신을 방해하는 때가 있어 불가피하게 창문을 열어야 할 때도 있다. 오른쪽 위 는 측정시작 30분 후의 실내 온도(섭씨 45.2도)로 레이노보다 훨씬 더디게 올라갔다
브이쿨 필름이 붙은 차는 레이노보다 실내온도가 서서히 올라갔다. 두 차 모두 온도 측정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섭씨 45도를 넘겼는데, 레이노 필름이 48.6도까지 오르는 동안 브이쿨은 45.2도로 3.4도 정도 적게 올라갔다. 브이쿨은 비싼 가격만 제외하면, 바깥이 잘 보이는데 열차단 효과까지 훌륭한 ‘착한 틴팅’인 셈이다.
▲레이노는 브이쿨보다 조금 어두운 필름임에도 열차단 성능이 살짝 떨어졌다. 금속성분이 전혀 안 들어있음에도 실내가 반사되는 경향도 있었다(왼쪽 아래). 하지만 전파 방해가 없어 실내에 GPS나 DMB 안테나를 달 수 있다. 오른쪽 위는 측정 시작 30분 후의 실내 온도(섭씨 48.5도)로, 브이쿨보다 온도 상승이 조금 빨랐다
반면 레이노 필름이 둘러진 차의 실내 최고온도는 56.9도였다. 브이쿨에 비해 1.3도 정도로 살짝 높지만, 실내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솟진 않았다. 자동차 출고시 영업사원지 붙여주는 저가형 틴팅을 두르고 다닐 때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실내가 쾌적했다. 비교 테스트가 있던 당일, 두 필름 모두 50도 중반을 찍은 후 더 이상 온도가 솟진 않았다. 참고로 자동차 실내는 뜨거운 여름 땡볕 아래서 90도에 육박할 정도로 뜨겁게 달궈지기도 한다.
브이쿨 필름이 더 밝으면서 실내 온도가 적고, 천천히 올라간 이유는 필름 구성 성분에 있다. 필름과 필름 사이에 아주 미세한 금속 입자를 겹겹히 씌워 열차단 성능을 높였다. 대신 전파까지 차단한다는 사소한 불편함이 생기긴 했다. 내비게이션이나 휴대폰 GPS, 유리 안쪽에 주차장 인식표 등이 전파를 제대로 읽지 못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불편은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인식표나 내비게이션 GPS를 붙여둔 부분의 필름을 티 안나게 도려내면 쌩쌩하게 작동한다.
▲ 두 차의 틴팅 필름을 같은 노출로 찍은 사진. 브이쿨이 확실히 밝다
레이노 필름은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한국 시장에 나섰다. 성능 좋은 필름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겠다는 게 폭표다. 여름 내내 사용하는 동안, 레이노 역시 준수한 열차단 성능을 보여줬다. 약한 에어컨 바람으로도 실내 온도를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었으며, 전파가 통과하지 못하는 등의 불편함도 없었다. 이번 비교에선 브이쿨에게 열차단 성능이 조금 밀렸지만, 사실 직접 비교하기엔 브이쿨 필름의 성능이 너무 뛰어났다.
두 필름은 가격이나 성능으로 볼 때 직접적인 경쟁 상대는 아니다. 업계에서는 흔히 '레이노'를 틴팅계의 '캐딜락' 정도로 생각하는 반면, '브이쿨'은 틴팅계의 '롤스로이스'라고 얘기한다. 때문에 가격과 취향에 따라 필요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성능까지 끝내주는 필름을 원한다면 브이쿨, 합리적인 가격으로 오래동안 변색되지 않는 내구성과 준수한 열차단 성능을 원한다면 레이노가 좋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