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진행 순서]
법률사무소 김앤장, 무엇이 문제인가?
(김앤장과 삼성, 김앤장과 론스타, 김앤장과 그 고문들)
■ 일 시 : 2008년 2월21일(목) 오전10시
■ 주 최 : 임종인의원실 ·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주최
■ 장 소 : 국회의원 회관 소회의실
■ 사 회 : 임종인 국회의원 (무소속)
■ 토론자
- 이국운(한동대 법학부 교수)
- 이찬근(인천대 무역학과 교수,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 총 평
- 최병모(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최병모 변호사 토론문]
“법률사무소 김앤장, 무엇이 문제인가?”
(김앤장과 삼성, 김앤장과 론스타, 김앤장과 그 고문들)
1. 들어가는 말
오늘의 토론회는 법률회사(로펌)가 아니면서도 법률회사로 행세하면서 거의 치외법권적인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는 김앤장법률사무소, 그리고 김앤장과 삼성그룹, 김앤장과 외환은행을 불법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론스타, 김앤장과 김앤장이 고용하고 있는 고문들의 관계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김앤장의 권력은 실로 대단하다. 국세청에서 지난 1. 29. 김앤장에 세무조사를 나갔으나 결국 김앤장 사무소 안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김앤장의 경리담당자를 제3의 장소로 불러 세무조사의 일시와 대상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실로 한국 정부는 김앤장으로부터 있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주체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고 서로 연관되어 있다.
삼성은 한국 최대의 재벌그룹으로 이 역시 무수한 불법행위를 저질러 온 것으로 지탄받고 있으나 사실상 치외법권적인 특권을 누리면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앤장을 법조계의 삼성이라고도 하는 것은 김앤장과 삼성의 이와 같은 유사성을 꼬집는 말이다.
론스타의 경우 외국계 사모펀드로 김앤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국내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동안 론스타가 한국에서 행한 일들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든 점에서 역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심지어 당시 외환은행의 주가조작까지 행한 것으로 드러나 유죄판결을 받았다.
김앤장이 고용하고 있는 고문들은 어떤가. 그들은 모두 우리 사회에서 고위 공직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막강한 권력을 누렸고, 공직을 통해 막강한 인맥을 쌓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김앤장에 들어가 김앤장을 위해 이 사회의 질서를 위반해 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데에 가담하고 고액의 보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론스타가 국내에서 멋대로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재경부 관리들과 김앤장 고문들의 유착관계 등이 그 한가지 원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추측한다.
그동안 언론의 보도, 검찰수사결과,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등에 의해서 김앤장과 삼성, 론스타의 불법적인 행태, 이 과정에서 김앤장에 고문으로 있는 사람들이 행한 것으로 추측되는 역할 등은 대체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런 점에 대해서는 여기서 길게 이야기할 것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이제까지 알려진 사실들을 토대로, 김앤장의 문제는 무엇이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영향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 변호사의 공적지위
김앤장은 그 역시 법률사무소인 만큼 변호사법이 규정하는 변호사의 공적인 윤리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변호사법은 제1조 제1항에서 “변호사는 기본적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는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의 유지와 법률제도의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2조에서는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왜 변호사법은 이처럼 변호사의 공적인 사명과 책임, 그리고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는가.
변호사는 공무원이 아닌 사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회계사, 의사와 함께 사회적 공공성이 매우 높은 업무를 자기의 전문지식을 사용해 처리하는 대표적인 전문직이다.
그뿐 아니라 법률은 그 자체가 권력이다. 또한 법률은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주체들 사이에서 이해를 합리적으로 배분하고 조정하는 사회적 규칙이다. 이런 점에서 법은 정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해진다.
이러한 법적 규제의 대상이 되는 이해관계는 사적인 것일 수도 있고 사회적, 국가적인 이해관계일수도 있다. 사적인 이해관계인 경우에도 그것을 공정하고 적정하게 조정하는 경우에만 법적 정의에 합치한다는 점에서, 모든 법률사무는 공적인 것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 어느 일방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이 변호사의 일이다. 따라서 변호사는 자기가 대리하는 의뢰인의 입장에 설 수 밖에 없으나, 스스로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사무를 처리해야 한다. 법을 위반하거나, 탈법행위를 하거나, 거짓을 주장하고 진실을 호도하거나, 적극적으로 불법행위나 범죄행위에 가담하는 등의 행위는 어느것도 용납될 수 없다.
3. 김앤장의 행태
그런데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김앤장이 이와 같은 잘못된 행태를 저질러 온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임종인의원과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이 공동집필한 “법률사무소 김앤장”에 보면 그런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분석되어 있다.
또한 김앤장이 사실상으로는 업무처리의 과정에서 하나의 법률회사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법률상으로는 법인이 아닌 다수 변호사의 단순한 집합인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쌍방대리 문제를 탈법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법무법인이라면 한쪽을 대리하면 상대방을 대리할 수 없다. 하지만 각자가 개인사업자라면 김앤장에 소속된 2인의 변호사가 각각 쌍방을 대리하더라도 그 두 변호사는 법률상 서로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렇게 쌍방대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김앤장은 여러 사건에서 쌍방대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형식적으로는 다른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를 내세우고 그 배후에서 실질적으로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쌍방대리를 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받은 사건들이 있다. 이런 점들은 분명히 잘못 된 행태일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다.
4. 김앤장의 고문영입과 영향력
김앤장은 법원, 검찰, 그 밖에 행정각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심판소, 국세청 등 거의 모든 국가기관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과 로비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김앤장 스스로 그러한 점을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1개 법률사무소의 국가영역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과 로비력은 결국 이 사회의 공공이익을 침해하고 공적인 업무를 왜곡하며 그 피해는 결국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입사건이 바로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영향력과 로비력은 김앤장이 전직 고위법관들, 전직 고위 검찰간부들, 행정각부의 장차관 등 전직 고위관료, 그 밖에 거의 모든 영역에 걸친 전직 고위관료들을 고문으로 고용하여 영향력과 로비력 행사에 이용한 결과로 알려져 있다.
5. 외환위기사태와 김앤장의 성장
“선택된 소수들에게는 국가의 몰락이 오히려 비즈니스에서 절호의 기회가 된다”<미국문화의 몰락>(모리스 버만).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해 사회가 붕괴하는 과정에서는 기득권층이 더 큰 이득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97년 IMF 이후 크게 성장한 김앤장이 그런 경우다. 분배가 어느정도 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사회가 자기 정화, 자기규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 그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언론의 감시 같은 것이 그런 시스템 중의 하나인데, 우리나라는 일제시대부터 친일을 해왔거나 재벌과 유착된 보수언론이 그들 기득권층과 유착되어 오히려 그들의 행태를 옹호하고 있으니 그런 점에서 걱정스럽다.
결국 김앤장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특권적인 이익을 누린 재벌기업들과 연맹을 맺어 철저하게 그들의 이익을 대변한 결과 재벌과 함께 급성장했다. 재벌들과 김앤장 등이 번영한 댓가는 무엇으로 지불된 것인가. 900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의 고통과 희생, 수많은 봉급생활자들의 저임금, 수많은 중소기업과 재벌 하청계열사들의 절망이 사회적 비용으로 그들에게 지불된 것이다.
이러한 질서교란행위가 교정되지 않으면 그 모순은 더 심화되어 결국 그 사회는 붕괴되고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6.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그러나 건전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정신이 지켜져야 한다. 사회의 지도층 인사일수록 그 사회에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무총리든 장관이든 대법원판사든 국세청장이든 고위공직자들은 퇴직한 이후에도 사회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처신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건전하게 유지된다.
장관, 검찰총장 등 고위공직자들은 사회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명예를 얻은 사람들이다. 일반 시민들보다 먹고 살 만하다.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그들의 직책은 오로지 그들 개인의 능력으로 얻은 게 아니다. 국가의 권력과 권위의 일부를 분배받았을 뿐이다. 그것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면 안된다. 그런데 돈을 더 벌기 위해 이름을 파는 것(賣名)은 사회가 건전하지 않다는 징표다. 그런 행위가 스스로 제어되지 않는다면 이 사회 시스템이 그걸 막아야 한다.
고위공직자들이 경쟁적으로 그런 길을 가는데, 그들이 누구 편을 들겠는가? 심각한 문제다. 이것은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시장만능주의, 배금주의가 우리 사회를 압도하면서 이 사회가 몰락하고 있다는 징후다.
한가지 서양의 역사적인 예를 든다면, 로마 공화정 시기와 그 이후 로마가 번영했던 시기에는 로마의 황제나 귀족 등 지도자들은 사회에 헌신하고 자기의 사유재산을 출연해 국가의 공공시설과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함으로써 서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고 로마는 번영을 구가했다. 그러나 로마가 몰락하던 말기에는 신흥 귀족들이 토지소유상한을 정한 리키니우스법(Licinius)을 위반하면서 불법적으로 자작농의 토지를 병합해 광대한 농장(latifundium)을 만들고 정복전쟁으로 얻은 전쟁노예들을 이용해 값싸게 농산물을 생산해 손쉽게 부를 축적함으로써 로마사회의 중추를 이루던 자작농계급(시민계급)의 몰락을 재촉했다. 결국 이것은 로마 중산층 사회의 붕괴로, 나아가 로마의 몰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아마도 미국이 현재 그와 같은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현 상황은 어떤가? 어떠한 재벌들도 자발적으로 사회에 공헌하려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고위공직자들은 전관예우의 잘못된 관행에 기대어 이름을 팔아 돈을 벌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또한 현 정부나 새로 들어설 정부가 모두 과거에 고위공직에 있다가 김앤장에 들어가 이름을 팔아 돈을 벌고 있는 인사를 총리로 기용하였고 기용하려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서민의 고통스러운 삶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하다.
7.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삼성과 김앤장은 치외법권적인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삼성도 경영권 승계과정이 문제가 됐지만 아직까지 제재를 받지 않았다. 김앤장도 조직형태, 쌍방대리 등의 문제가 제기됐지만 법적 규제를 받아본 적이 없다.
우리 사회가 이런 삼성과 김앤장을 규제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 국가로서 실패하게 되고, 사회시스템은 자정능력을 잃게 된다. 민주주의는 1인 1표주의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극단적인 자본주의, 현재 우리 사회를 압도하고 있는 미국식 신자유주의는 1원 1표주의다. 한미 FTA 역시 강한자, 돈을 가진자의 논리에 끌려가는 결과다.
IMF 이후 이런 사회상황에서 삼성이나 김앤장이 거대하게 자라 권력화되는 데서 이 사회가 몰락하고 있다는 징후를 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삼성특검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삼성이라는 재벌이 이 사회의 제도 위에 군림하는 형태는 독점자본의 승리다. 김앤장이 저만큼 거대해진 것은 독점자본과 연맹을 맺어 가능한 일이었다.
8. 맺는 말
김앤장 역시 당연히 규제되어야 한다. 변호사는 사기적 수법을 쓸 수 없고 세금을 안내면 안되는 것 등이 규제다. 현행법으로도 김앤장의 규제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하지 못하는 지금 상황이 참 걱정스럽다. 사법부나 행정부, 검찰 등 수사기관들이 모두 김앤장을 규제하려는 의지가 없다.
다만 국회에서 변호사법 등을 개정해 고위공직자를 고문으로 영입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그것을 공개하도록 한다든가, 김앤장과 같은 형태의 조직을 로펌으로 간주해 동일한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그리고 로비에 대해 구체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범위와 로비를 할 경우 이를 공개하고 심사를 받도록 하며, 이에 위반하면 처벌하는 등의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단기적으로는 국회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김앤장문제를 조사하는 특위를 꾸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첫댓글 비리의 메뉴판을 보는 듯 하여 마음이 무겁네요. 이런 불법, 부당한 행위가 법의 심판으로 단죄되지 않는 사회가 더 갑갑하고 분통이 터지네요. 단죄되기 보다는 오히려 존경을 받것나 존중 되고 있다는 생각에 한국사회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이러한 불법, 부당한 행위를 처벌하고 방지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들이 계시다는 것에 대하여 커다란 마음의 위안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