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시선기행-포구에서
방송일 2018년 2월 19일(월) ~ 2월 23일(금), 434번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에 사람들은 길을 놓았다.
만선의 꿈을 싣고 먼 바다를 향했던 어부가
비로소 뭍에 발을 들여 놓는 곳.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먼 세상 그리움 안고 서성이게 되는 곳.
바다로 가는 길목, 포구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그곳에서 누구를 만나게 될까?
제1부. 섬과 섬 사이, 내가 간다!
*영상보기->https://www.dailymotion.com/embed/video/kjtZN8H2sB35MEqfWQn
경남 통영시 산양읍의 달아항.
이곳에 가면 5개의 섬마을을 이어주는
‘섬나들이호’를 만날 수 있다.
“섬 마을 사람들의 발이라 발, 자가용!”
일명 ‘마을버스’라 불리는 이 배는
육지가 먼 세상 같았던 섬사람들에게 귀하디귀한 존재가 됐다.
학림도, 송도, 저도, 연대도, 만지도를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
첫 출항 때부터 ‘섬나들이호’를 운항한 조연제 선장에게
이 배는 자신의 분신이자 애마와도 같다고 한다.
섬 사이를 오간 세월만큼이나, 섬마을 사람들 사정 속속들이
모르는 것 없이 다 아신단다.
“꽃 피는 봄이 오거든 한 번 더 오이소~”
섬나들이호 안에는 어떤 이들이 머물다 갈까?
미지의 섬마을 비경을 찾아온 여행객들부터
뽀글뽀글 파마하기 위해 길을 나선 섬마을 할머니들.
뭍에서 다시 섬으로 가는 길엔 또 언제나 짐 꾸러미가 한 가득이다.
섬이 그리워 섬을 찾은 이들.
그리고 평생을 섬에 살아온 사람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섬나들이호의 시선 따라 섬마을 포구기행을 나선다
제2부. 김이 익어가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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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의 서중마을 사람들에게는 햇볕만큼이나 중한 것이 없다.
해가 반짝 나는 날이면 바다에서 채취한 물김을 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일일이 한 장씩 떠서 언덕에 말려야 하는 수제김 작업.
“옛날 전라도 말로는 뜬다고 그라제”
마을에서도 일명 ‘김 뜨기’ 달인으로 통한다는 정일성 할아버지.
정확한 속도와 양으로 일사분란하게 김을 만들어 내신다.
처음 김에 손을 댄 열다섯 살부터 김과 함께 한 인생.
그런데 이 전통방식의 작업은 사라진 지 30년 만에 부활했단다.
한 차례 작업이 끝나고 나면 차려지는 따끈따끈한 밥상.
김전, 김국, 김떡국, 김무침 등 김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도 참 다양하다.
“오메오메오메~ 김 날아간다!!!
까마귀 떼처럼 날아가 버려. 그랑께 잡으러 왔지”
그런데 하필이면 김 말릴 때 찾아온 불청객, 거센 바람!
사방으로 날아가 버리는 김 따라서 발 동동 구르는 어머니들.
그 애타는 마음도 몰라주고 바람은 더욱 세게 불어온다.
한 바탕 폭풍이 지나고 나면 그제야 언덕에 퍼지는 소리.
‘따닥따닥’ 깨 볶는 소리는 김이 마르는 신호란다.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면서도 절로 웃음이 난다는 사람들.
햇살을 닮은 서중마을 사람들을 만난다.
제3부. 소와 산책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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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의 넉넉한 갯벌을 품고 있는 섬, 전남 보성의 장도.
그 섬에 가면 바다를 산책하는 소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장도의 유일한 소, 누렁이.
윤점수 할아버지는 매년 밭농사의 시작을 녀석과 함께 해왔다.
척박한 섬 살이를 하면서도 농사지어 자식들을 길러내고
지금까지 잘 살 수 있었던 건 다 누렁이 덕분이란다.
“소도 늙고 할아버지도 늙고 그려”
그런 누렁이와 어느덧 27번 째 봄을 맞게 됐다.
“이랴~ 저랴~ 워워~” 목청 좋은 할아버지의 소리에
찰떡 같이 알아듣고 반응하는 누렁이.
하지만 마음과 달리 몸은 느릿느릿, 세월을 속일 수가 없다.
누렁이와 할아버지가 밭갈이를 하는 동안
앞바다로 굴 캐러 나서는 할머니.
차디찬 바닷바람 맞으며 굴 캐는 아내를 위해
할아버지는 손수레 끌고 갯마중을 나선다.
“살아봉께 괜차네”
누렁이의 눈에 비친 섬마을 노부부의 하루.
황혼이 물드는 그 아름다운 포구로 가자.
제4부. 다섯 살, 소년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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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살랑 불어오는 경남 통영의 연대도.
섬마을 앞바다를 수놓는 양식장에는
볼락, 우럭, 참돔, 돌돔 등 다양한 어종이 자란다.
그런데 양식장 한 가운데에 웬 꼬마가 눈에 띈다.
올해 다섯 살, 섬마을에서 유일한 아이라는 지훈이.
대체 아이가 양식장에는 무슨 일로 왔을까?
“세 살 넘어서부터 따라다녔어.
오지 말라고 해도 계속 따라와”
이래봬도 할아버지를 따라 바다에 나선지 올해로 3년 째.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물고기들 밥도 주고
할아버지 일손까지 돕는 똑 소리 나는 꼬마다.
그 누구보다 바다 체질로 보이지만
할아버지는 지훈이가 섬에 살기를 바라진 않는다.
학교 갈 나이가 되면 뭍으로 나갔으면 한단다.
지훈이가 바라본 섬마을 풍경은 어떤 이야기들을 담아낼까.
다섯 살, 소년의 바다로 떠나보자.
제5부. 바다로 가는 트랙터
*영상보기->https://www.dailymotion.com/embed/video/k4oeNefmuggsQLqhjga
‘달빛 아래 놓인 성’이란 뜻의 아름다운 포구.
충남 서천의 월하성 마을에 가면
농기구가 바다를 달리는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조수간만의 차이 때문에 썰물에는 배가 나가기 어려운 곳.
때문에 오래전부터 이곳에서는 경운기나 트랙터를 이용해서
배를 바다에 띄우는 방식으로 어업을 해왔다.
마을 토박이 김의준 씨는 40년 동안 바다를 누벼왔다.
“꽃처럼 딱 싸여있쥬”
그런 의준 씨의 손 끝에서 ‘주꾸미 꽃’이 활짝 폈다.
소라 껍데기 속에 쏙 들어간 모양이 마치 꽃과 같은 모습.
봄 바다의 선물은 이 뿐만이 아니다.
사리 때가 되면, 앞섬에 건너가 해삼 잡이에 나선다.
물때가 맞을 때에만 갈 수 있기에
일 년에 두어 번 만 허락되는 곳이다.
오직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은 바로 배를 끌어주는 트랙터.
바다를 질주하는 트랙터의 시선으로 본
월하성 포구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