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돔의 긴 좌절, 황령산에 개발의 횃불을 밝힐 수 있을까?>
1. 황령산 스키돔 조성 전에 스포츠센터와 승마장을 계획했지만
황령산은 남구, 수영구, 연제구에 걸쳐있는 부산 도심의 대표적인 녹지로서, 1972년에 도시계획상 유원지로 결정되었다. 유원지라면 말 그대로 각종 놀이시설이 들어서 놀고 유흥을 즐기는 공간을 예정해 지정하는데, 급경사지의 산림으로 이루어진 황령산에 유원지를 조성한다는 것은 사실상 현실성이 없는 도시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은 도심 속에 산이 많이 혼재하다 보니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공원 유원지 면적을 충족하기 위해 급경사의 산림에 공원과 유원지를 많이 지정했다. 도심 및 주거생활권에 공원이 있어야 하는데 태종대유원지, 어린이대공원, 중앙공원, 금강공원처럼 넓은 산림을 공원 유원지로 지정함으로써 공원 유원지 면적이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예를 들면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맥락으로 부산도 중앙공원을 결정했는데, 뉴욕 도심 속의 센트럴파크와 달리 중앙공원은 구봉산에서 대신공원으로 이어지는 광활한 산지를 공원으로 지정한 것이다.
어쨌든 유원지에는 유희나 휴양, 위락, 운동시설지구 등을 지정할 수 있는데 현재 스키돔이 개발된 지역은 운동시설지구로 결정되어 있었다. 운동시설지구에는 정구장, 테니스장, 골프연습장, 스키장(실내스키장을 포함한다) 등을 시설할 수 있다(부산시에서 2000년경 스키돔을 구상하면서 실내스키장도 가능하도록 국토부에 건의하여 개정했다).
1989년 무렵 ㈜라이프플랜의 직원이 운동시설지구에 스포츠센터와 승마장을 지을 테니 허가를 해달라고 부산시 녹지과를 찾아왔다. 그때는 환경단체의 활동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급경사지의 멀쩡한 산지를 깎아내고 승마장과 스포츠센터를 지을 경우 산림 훼손이 크게 우려되어 일단 불가하다고 반려했다. 그렇지만 당시는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을 받는 관선시장 시절이기 때문에 한 다리만 건너면 청와대로 통하는 세상에서 사업자가 법적으로 가능한 시설이라며 정치적 연줄을 동원해 압력을 가하는데 자연보호를 명분으로 거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업허가를 요청한 ㈜라이프플랜은 당시 대기업인 한솔건설이 만든 자회사였다. 결국 이 업체는 사업계획서와 설계도면을 완성해 허가를 신청했고 1992년에 황령산운동시설지구 조성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도시계획사업 인가가 났다. 그리고 황령산 운동시설지구에 스포츠센터와 승마장을 만들기 위한 사업에 바로 착수했다.
번영로 시내 방향에서 동래 방향 광안 터널 위에 위치한 운동시설지구의 사업면적은 4만 평이고 ㈜라이프플랜이 소유한 일대의 면적은 23만 평이었다. 하지만 황령산 도로변의 왼쪽에서 정상까지 연결된 급경사의 험준한 산림이다. 한솔건설에서는 당시 인구 400만에 가까운 대도시의 중앙에 있는 유원지에 스포츠센터를 만들면 사업성이 있다고 보고 넓은 땅을 매입했던 것 같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