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라이프600호 특집]
어느 신문쟁이의 선택
해운대신시가지 입주가 한창 진행 중이던 1997년 3월, <신도시라이프>라는 지역신문이 아파트단지에 배포되기 시작했다. 아파트 건설공사장 소음이 아직도 간간이 들리는 가운데 부산 최초의 계획도시에 입주한 주민들에게 동네 신문은 낯설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구독료를 받지 않는 무가지 신문을 발행한 예성탁 발행인에게도 한편으로는 흥분되고 한편으로는 두려운 일생일대의 큰 선택이었다.
신시가지 아파트가 늘어날 때마다 신문 발행부수도 늘어났지만 부산 동쪽 끝에 새로 조성된 아파트단지에 입주한 주민들의 불편도 점점 높게 쌓였다. 지하철 2호선 공사장이 도심 한복판을 가로막아 늘 어수선했고, 송정터널 입구에 자리잡은 쓰레기소각장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의심받았다. 들어선다던 종합병원은 하세월이었고 인구 10만 도시에 제대로 된 쇼핑몰도 없었다. <신도시라이프>가 이런 문제점들을 계속 보도하고 주민단체들과 힘을 모아 구청과 부산시에 끊임없이 해결책을 요구했다. 예 발행인은 해운대신시가지를 살리겠다는 지역사회운동을 선택했고 신문사에는 지역활동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흘러 해운대신시가지는 부산의 대표적인 중상류층 주거단지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신시가지와 주변 해운대 지역의 자연과 역사는 대도시화의 물결에 휩쓸려 점점 홀대받았다. 해운대신시가지 최대의 자연유산인 장산과 대천은 구청의 일관성 없는 개발과 보수로 인해 자연환경이 끊임없이 위협받았으며, 장산과 청사포, 미포, 반송동, 반여동 등에 있던 오래된 문화유적들은 방치되고 왜곡되어 제자리를 잃어갔다. 해운대신시가지 초기부터 해운대 곳곳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던 예 발행인은 해운대의 역사와 자연환경이 훼손되어 가는 것을 안타까워해 해운대 향토사학자이자 자연환경보호운동가의 자리를 선택하게 된다.
신문쟁이 예성탁 발행인의 선택은 해운대라이프신문의 선택이었다. 전통적인 미디어(레거시 미디어)조차 디지털 미디어에 밀려 과거의 영향력을 급속히 상실해 가는 지금, 지역신문 발행은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그러나 좌동 지역난방 문제를 감시하고, 해운대백병원을 유치하는 데 앞장서기도 하고,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개발에 찬성하는 지역 여론을 조성해 블루라인파크가 해운대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는 데 적잖게 기여한 것은 <해운대라이프>라는 신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운대가 보다 쾌적하고 살기좋은 도시가 되고,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수달이 도심하천에 얼굴을 내미는 자연친화적인 도시가 되며, 수천 년 전 장산국의 역사가 함께 숨 쉬는 역사의 도시가 되도록 독자 여러분들이 <해운대라이프>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격려해 주고 질책해 주셨으면 한다. 신문쟁이 예성탁의 선택이 늘 옳은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 박동봉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