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도 날지 않고 슬퍼도 저 혼자 울지 않고 견디는 저 맑은 단소소리를 배우지 않으시렵니까?
박재희는 1980년 제가 풍류방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국악에 입문하고 나서 첫 선생님입니다. (이하 존칭 생략) 가야금 주자이지만 특별히 무대 활동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인터넷상이나 국악계에 연주자로서 널리 소개된 적이 없습니다. 한악계의 별들이라는 책에서도 한명희 교수는 박재희 선생님을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박재희는 연주자보다는 교육자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단소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소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단소주자로서 일반인에게 단소를 가리킨 것으로는 조상뻘 쯤 될 것입니다. 물론 국립 국악원에서 단소를 강습하고 있었지만 일반인에게 개인적으로 다수의 대중에게 보급을 하기 시작한 것은 박재희가 처음일 것입니다.
단소라는 악기를 배우기 위해 악보집을 펼쳤을 때 박재희 선생님의 악보집 머리말을 읽고 범상치 않은 필재가 있는 것을 눈치채고 말았습니다. 그 중 누구나 머리에 쏙 들어오는 글귀가 바로 저 구절
가벼워도 날지 않고 슬퍼도 저 혼자 울지 않고 견디는 저 맑은 단소 소리
일 것입니다. 이 문장은 아무래도 중국 고전에 낙이불음 애이불상(樂而不淫 哀而不傷) 즐거워도 문란하지 않고 슬퍼도 상하게 하지 않는다는 구절 또는 낙이불류 애이불비(樂而不流 哀而不悲) 즐거워도 지나치지 않고 슬퍼도 비탄에 잠기지 않는다는 구절에서 힌트를 얻은 것 같긴 합니다.
결국 박재희의 문재는 훗날 '춤추는 가얏고'라는 초유의 국악인을 주인공으로 소설화한 장편소설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세상에 드러났으며 훗날 이 소설을 바탕으로 MBC 에서 장편드라마로도 제작이 됩니다. 이 때 주연이 오연수입니다. 이 소설은 본인의 스승 함동정월을 모델로 쓴 것이라고 하며 스승의 음악과 일생에 본인의 창작을 가미하여 완성한 작품이 되겠습니다.
젊었을 때 모습이지만 지금은 71세의 할머니입니다. 아직도 아파서 병원에 가셨다는 말을 40년동안 듣지 못했을 정도로 강골입니다.
<후기>
제천 덕산에 있는 박재희 선생님의 우거로 가는 길에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비도 간간히 내립니다. 곧 이 동영상에 단소가락 한자락 얹어 볼까 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 박완서라는 작가가 살고 있었는데 같은 여류 문인으로 친분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생전에 박완서 작가가 박재희선생님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고 합니다.
"너는 가야금도 타고 소설도 쓰는데 도대체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이냐?"
박샘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
"그 질문은 애기들한테 너는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하는 것과 같네요."
소설에 별관심이 없고 글쓰는 재주도 없는 나는 박샘이 계속 연주인 그리고 교육자로 더 힘을 쏟길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충북 제천 덕산 에 국악학원 문을열고 척박한 시골에서 국악을 보급하고 계신 박샘을 돕기 위해 해금 배달 그리고 아쟁 대금 연주 봉사를 다녀왔습니다. 동영상은 행사끝나고 박샘 계시는 '달실'로 가는 길입니다.
달실(박샘이 붙인 자택 이름) 앞마당에 있는 조그만 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