敬宗沙彌求頌 (경종사미구송) - 사미승 경종이 게송을 일러 달라하여 읊음
虛應堂 普雨大師(허응당 보우대사 ; 1510? - 1565?)
旣作空門大瘦生 기작공문대수생
이미 공의 문에 들어 크게 야위어도
義而寧死不到生 의이영사불도생
차라리 의로써 죽을지언정 헛되이 살지는 말라
尋常動作師賢聖 심상동작사현성
일상의 동작에서도 성현을 스승으로 삼고
莫向蚩蚩負一生 막향치치부일생
어리석음으로 일생을 저버리지 말라
旣(기) ; 이미
瘦(수) ; 여위다. 파리하다.
蚩蚩(치치) ; 어리석고 어리석다. 매우 어리석다.
娑彌(사미) ; 사미승(娑彌僧). 행자승(行者僧). 불교교단에 처음 입문하여
사미십계를 받고 수행하는 남자 승려. 범어로는 스라마네라(Sramanera)이며, 식자(息慈)라고 의역한다.
空門(공문) ; 공(空)으로 들어가는 문(門). 불교사상의 최고위에 공(空)이 있다.
공(空)은 색(色)과 대비되는 말로 형이상학적 가치 일반을 일컫는다. 따라서 색(色)은 형이하학적 가치다.
그러한 불교 공부를 시작함을 공문에 들었다고 표현한다.
瘦生(수생) ; 야윈 삶, 파리한 삶. 풍요롭지 못한 삶. 고생길.
動作(동작) ; 흔히 움직임을 통틀어 동작이라 하지만 여기서의 동작은 움직임을 만드는 근원적인 것 까지 포함한다.
시쳇말로 바꾸면 언행 내지 사고의 세계를 말한다.
莫向(막향) ; 막(莫)은 여러 가지 뜻을 지닌다. 그중 꾀하다가 엇비슷하게 쓰였다.
함부로 아무 곳으로나 향하지 마라. 일생(一生)이 후미에 나오므로 인생을 함부로 살지말라는 뜻.
경종이라는 사미승이 수행에 도움이 될 가르침을 주십사 간청 하였다. 이미 공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승려 생활이 힘들고 야위게 하더라도 의를 중시하고 헛되이 살지 말며 늘 성현을 스승으로 삼아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한다고 가르친다.
이처럼 다시 돌아온 금강산 시절 대사는 승려나 선비들과 교류를 많이 했다. 시적인 교훈을 적다 보니 교훈적인 내용이 절박하지 않다. 경종이라는 사미승의 수준을 꽤 높이 알아주는 듯한 내용이다.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법한 내용이지만 압운과 평측을 고르게 배치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한 마디로 명시(名詩)라는 감탄이 나온다. 그냥 말로써 하는 잔소리쯤이야 얼마나 쉬울까? 이 글을 받은 사미가 한시를 알고 있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