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단 회의
첫 만남 이후 바로 첫 회의 일정을 잡았습니다.
혜은이가 기획단에 한 명을 더 모집해주었고, 오늘 두리하나 국제학교에서 제공해주신 공간에서 함께 회의했습니다.
대략적인 주차별 일정을 알려주며, 저희가 생각해놓은 회의 안건들을 보여주며 이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며 기획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습니다.
“......”
아직은 어색하고,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는 것 같아 중간 중간 마을세배의 취지와 내용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제가 서기 할게요.”
혜은이가 서기로 나서주었습니다.
안건을 보여주었다고 해도, 아직은 감을 못 잡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먼저 팀을 나눠서 진행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3명이요.”
미나, 윤미가 한 팀, 혜은이가 한 팀을 맡기로 한 후, 세배 활동 인원을 몇 명 정도 모집해서 통솔할 수 있을까를 물었더니, 혜은이가 먼저 대답해주었습니다.
“저희 학교 전체 톡방이 있어서,,,거기에 말해서 모집해볼게요.”
모집 방법을 의논하면서도, 혜은이가 가장 먼저 의견을 냈습니다.
“아뇨. 한복은 없어서,,,”
“아니면 색을 한복처럼 맞춰서,,,ㅎㅎ”
“상의 색만 맞출까요? 설날인데 까만 색은 너무 어두우니까, 흰 색으로!”
마을 세배 사업이 이웃과의 관계를 살리는 일인 만큼, 복장에 관해서도 한복이 없으니 한복을 빌리러 다니며 이웃 분들과 교류해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보았습니다.
하지만, 한복을 입고 싶지 않고 무엇보다 그렇게 인사드리며 다니는 것이 낯설고 어색한 눈치였습니다.
“일단 이삿짐! 거기에 적어도 세 네 분은 계셔서,,,”
세배드릴 만한 어르신들을 생각해보며, 윤미와 혜은이가 동시에 외쳤습니다.
평소 왕래가 잦은 것 같았습니다.
“제가 지나가는 어르신한테 부탁해볼까요? ㅎㅎ”
“주변 분들한테 인사드리면서 세배 일정 말씀드리고 세배 드리러 가도 되는지 여쭤볼게요.”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혜은이가 선뜻 제안했습니다.
어르신들을 어떻게 섭외할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 같았습니다.
--첫 회의임에도 예상보다 이야기를 수월하게 나눈 덕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은 많이 친해지지는 않아서 모두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주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이야기를 꺼내주었기에, 더 노력하다 보면 회의도 더 즐거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네 인사
--안명숙 어르신께 인사드렸습니다.
이북이 고향이셔서 두리하나 국제학교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크신 분이라는 문은선 선생님의 말씀에, 더욱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뵈었습니다.
마침 두리하나 국제학교에서 기획단 회의를 마친 후였기 때문입니다.
“저희 그럼 어떤 이야기 할까요?”
문은선 선생님이 소개해주신 분이지만, 선생님이 없이 저희끼리, 처음 뵙는 어르신을 만나러 가는 일은 언제나 떨렸습니다.
그래서 가는 길에는 다영 선생님과, 어르신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도 상의했습니다.
“얼른 들어와요. 추운데,,,여기 앉아요 여기가 따뜻해.”
코로나가 더욱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집안에 들이는 것이 불편하실 수 있음에도, 웃으며 반겨주셨습니다.
따뜻하라고 전기 장판까지 틀어주셨습니다.
“돌아다니며 (활동)하는 것도 물론 좋은데, 무엇보다 그 선한 마음이 너무 기특해.”
“선하게 살아야해. 너무 욕심내기보다는,,, 선하게 살다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생겨.”
사업을 잠깐 설명해 드렸는데, 저희의 마음을 칭찬해주셨습니다.
지난 번, 구자현 아버님을 뵈었을 때도 ‘마음'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사회사업 하는 분들은 다 마음이 천사야. 천사.”
“마음이 중요해.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야.”
-실습 3일차 기록 中 구자현 아버님의 말씀
어르신들의 지혜에, 다시 한 번 사회사업에 임하는 자세를 가다듬어 볼 수 있었습니다.
“두리하나 국제학교면,,,일두아파트 앞에 있는 건물?”
“맞어, 지난번에 (간식 만들어주는 활동)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해서,,,”
두리하나 국제학교 아이들이 세배를 한다는 말에, 두리하나 국제학교에 대한 관심도 표현해주셨습니다.
지난 번 간식을 만들어주려 했지만 코로나가 심해져 무산되었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여기셨습니다.
“대접할 게 아무것도 없는데,,,”
“손주들도 잘 못 보거든,,,그런데 이렇게 만나러 오고,,,”
무엇이라도 주고 싶어 하셨습니다.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니, 손주들 이야기도 꺼내셨습니다.
“목캔디 좋아해?,,,줬다고 (복지관에) 절대 말하지 말고,,,비밀로 해. 이거 줬다고 혹시나 또 인사하러 오고 하면 부담스러워서,,,”
문을 나서기 전, 목캔디를 쥐어주시며,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어쩐지 목캔디 통에서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저희와 눈을 맞추며 말씀해주셨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조심하느라 손을 잡아드리지는 못 했지만, 첫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따뜻했습니다.
“진짜 눈물 날 것 같아요,,,”
집을 나선 후 다영 선생님과 한 이야기입니다.
왠지 모를 먹먹함이 남았습니다.
--안명숙 어르신께 인사드린 후 복지관으로 돌아가던 길, 신일 부동산 대표님을 마주쳤습니다.
외출하시는 모양이었습니다.
“누군가 했네~!! 오늘은 아침 일찍 나오셨구나!!”
길을 가다 마주쳐도 알아보고, 자연스럽게 인사할 수 있는 사이가 된 것입니다.
문은선 선생님과 함께가 아님에도, 인사드릴 수 있는 분이 있다는 사실에, 즐거웠습니다.
#다짐
--기획단 회의 시작 후, 다시 ‘봉사’ 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초반에 말해두는 것이 사업에 참여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특별한 봉사가 아니라 그저 이웃 분들을 만나러 간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약간은 생소한 듯 보였습니다.
어떻게 전해야 더 잘 와닿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결국에는 전달이 원활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만나면서 꾸준히 이야기하겠지만, 어떻게 해야 더 잘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회의에 가기 전, 문은선 선생님께 회의에서 저와 다영 선생님의 역할이 어느정도인 것인지 여쭤보았습니다.
아직 기획단이 사업에 대해 온전히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면 진행을 저희가 해도 되는 건지도 잘 모르겠는 겁니다.
당사자가 주인 될 수 있게 해야 하면서도, 그렇다고 또 온전히 당사자가 알아서 하도록 맡겨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균형을 맞추는 일이 더욱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선생님께서 충분히 설명을 해주셨지만, 막상 회의에 참여하여 아이들의 반응에 마주하니, 어느 정도까지가 저희의 역할인지, 쉽지 않았습니다.
현재 기획단이 사업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도 저희가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주지 않은 탓인 것 같아서,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제공해 줄지, 생각이 더 많아졌습니다.
회의에서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런 건 어떨지 물어보면, 그저 수긍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표면상 묻고 의논한 것이기는 해도 저희의 의견만 반영될 뿐 기획단이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여러 선택지를 설명해주며 어떤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적극적인 대답이 돌아오진 않아, 결국 저희가 생각해온 아이디어를 하나 제안하면 또 그에 묵묵히 수긍했습니다.
형식상 ‘묻고 의논’했지만, 결국 이렇게 되면 당사자가 주인 될 수 없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기획단 회의 후 복지관에서 기록하며, 구씨네마 선생님들을 포함한 성현동 동료 실습 선생님들과 앞선 고민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았습니다.
내성적인 아이들이 있는데, 기획단 회의에서 어떻게 하면 당사자가 주인 되도록 할 수 있을지, 저희가 어느정도 개입할 수 있는 것인지, 어렵다는 고민을 이야기하자,
현재 기획단이 있는 사업의 선생님들께서 공감하며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저희도 처음에는 자기 의견을 말을 안 해서, 여러 선택지를 주니까 자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아이들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때 어떻게 했는지, 내성적인 아이들과는 어떤 방법을 통해 이야기해볼지 등 많은 경험을 공유해주셨습니다.
“요즘 중학생들은 보드게임이나 핸드폰으로 하는 게임들 많이 한대요.”
뿐만 아니라, 나이도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아직 많이 친해지지 않아 그런 것이 아닐까 하며 모든 선생님들께서 여러 의견(보드게임, 루미큐브, 질문카드...)을 내주셨습니다.
비록 맡은 사업은 달라도, 동료 실습 선생님들과 고민을 나누며 이야기하니 더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조급해지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아이들의 바쁜 일정으로 생각보다 회의 일정이 늦춰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초조해지는 것 같습니다.
실습 기간은 빠르게 지나가는데, 이루어진 게 많이 없다고 느껴지니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영 선생님과 제가 단 둘이, 처음 뵙는 어르신을 찾아 뵙고 인사드렸습니다.
신일 부동산 대표님과는 자연스럽게 인사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통장님은 너무 바쁘셔서 뵙지는 못했지만, 전화를 드리면 편하게 받아주십니다.
기획단 회의에서도, 물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것과 기획단이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이런 저런 의견을 이야기하며 많은 것을 상의했습니다.
느리더라도, 천천히 하나씩 해 나가다보면 그 과정에서 마을세배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에 자연스럽게 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는, 더불어 사는 성현동. 즐거운 방학과 풍성하고 따뜻한 설날.
굳이 엄청난 결과를 내놓지 않아도, 과정에서 이 목적만 이룰 수 있다면,
수백 명이 이웃이 되도록 하지 않아도, 두리하나 국제학교 아이들이 그리고 동네 어르신이 관계하는 이웃이 단 한 명이라도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급하다고 당사자를 다그치지 않고, 배운 것을 그르치지 않겠습니다.
「자기 실천에는 개념과 행위가 맞아 떨어지는 일관성이 중요합니다.」
-복지관 사례관리 공부노트 中 14페이지
맞습니다. 배운 대로 실천하겠습니다.
일관성 있는 사회사업가가 되겠습니다.
첫댓글 "급하다고 당사자를 다그치지 않고, 배운 것을 그르치지 않겠습니다."
활동을 통해 배움을 얻고, 그 배움을 다시 적용하려는
지윤 선생님의 다짐이 귀하게 다가옵니다.
좋은 자극 많이 받았습니다.
동기부여되면서도 생생한 사회사업 기록 감사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어쩐지 목캔디 통에서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지윤 선생님 기록에서 뜨거운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작은 것에도 배움을 얻고 열정적으로 임하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받은 마음을 더 크게 돌려드리고 싶어하는 다정함이 보입니다.
차분한 목소리와 강단있는 행동을 본받고 싶어서, 늘 기록 살피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록을 살피면 살필수록 지윤 선생님께 더욱 더 본받을 점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추운날씨에 고생많으셨습니다! 내일도 함께 열심히 활동해요ㅎㅎ:)
"느리더라도, 천천히 하나씩 해 나가다보면 그 과정에서 마을세배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에 자연스럽게 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당사자가 주인 되게 도울 수 있을지, 그렇게 하기 위한 균형은 어디에 있는지,
계속해서 고민하시는 지윤 선생님의 마음이 잘 느껴졌습니다.
배운 내용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직접 실천하려 노력하는 선생님의 모습 본받고 싶습니다.
좋은 기록 감사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