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마음 제10차 백일릴레이명상 제 19일 (1012 수)
저는 집에서 반려견 ‘꿈’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꿈이는 코로나 팬데믹 발발 첫해에 강아지 키우기를 염원했던 딸 아이를 핑계로 약 2년 전쯤 저희 집에 오게 됐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쫄쫄쫄 달려와 가장 먼저 반기는 것도, 저녁 식사 후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제 무릎을 차지하고 있는 녀석도 꿈이 입니다. 꿈이를 보고 있으면, 자그만 한 생명이 짧은 시간 동안 제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해 온 것을 실감합니다.
작은 체구지만 먹성이 좋은 꿈이는 먹는 게 전부 털로 가는 건지, 털이 자라는 속도가 무섭습니다. 그래서 희고 부드러운 털이 뭉치지 않고 윤기가 차르르 나도록 매일 빗겨 줘야 하는데, 제가 거기까지 부지런을 떨진 못합니다. 밥과 간식을 챙겨주고, 패드를 갈아주고, 매일 산책을 나가고, 일주일에 한번 목욕을 시켜주는 일 외에, 틈틈이 장난을 받아주고 무릎에 올려주는 일로도 이 작은 동물을 돌보는 일이 때론 벅차다 느끼니까요.
일상에서 꿈이는 제게 좋은 관찰 대상입니다. 벌러덩 누워서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잠을 자고 일어나면 의례 뒷발을 차례로 뒤로 잡아당기며 스트레칭을 하는 꿈이 행동을 제가 따라하기도 하지요. 무릎 위에 올려 달라고 뛰어오를라치면 꿈이와 눈을 맞추고 아이컨텍을 시도합니다. 심심해진 꿈이가 장난감을 물어 가져와 뺏기 놀이를 하자 조르면, 저는 최대한 약을 올리려 갖은 애를 쓰지요. 어떤 자극에 으르렁거리는지, 얼마나 짖어대는지, 얼마나 높이 뛰어오르는지 관찰합니다. 하나의 대상을 오래 바라봐주는 행동은 애정하는 표현에 다름 아니지요. 포유류, 늑대종, 개과에 속한 이 작은 동물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낯설고 신기하게 지긋이 바라봅니다. 그러면서 꿈이와 교감을 하지요. 꿈이가 사용하는 언어는 혀로 핥고, 코로 킁킁거리고, 왈왈 소리를 내는 방식입니다.
어제 저녁, 퇴근 후 현관문을 들어서던 남편이 큰 소리로 “아차차”하고 소리를 질러서 쫓아가보니, 꿈이의 소변을 제대로 밟았습니다. 패드에 잘 가리다가도 엉뚱한 곳에 가서 소변을 보는 일이 가끔 있는데, 마치 퇴근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현관문 앞에 일을 저지른 겁니다. 어제 아침일이 생각나서 저는 크게 웃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꿈이가 패드 위에 똥을 잘 싼 걸 확인하면 큰 소리로 칭찬해 주고 간식을 주던 습관을 들이던 중에, 남편이 칭찬만 하고 간식을 건너뛴 첫날이었던 거지요. 인과관계가 없다고 하기엔, 타이밍이 너무도 절묘해서 우리 가족은 모두 꿈이가 소심한 보복을 한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저의 관찰은 면밀한 과학적 실험까지 미치지 못하니, 꿈이의 보복은 저희 가족에게 작은 역사적 기억으로 남을 겁니다.
호기심과 애정으로 바라보는 눈길 속에 작은 생명과 교감하는 기쁨을 발견한 하루였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생명의 기운과 영혼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오늘을 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