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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다리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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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신춘문예시등 감상 들뢰즈_욕망기계. *기계도시 속에서/강인한
시냇물 추천 1 조회 102 23.06.21 04:59 댓글 7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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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23.06.21 05:28

    첫댓글 기계도시속에서/강인한

    도시에는비가내립니다
    정오입니다
    철로가소리없이비에젖습니다
    들어오는열차도나가는열차도없습니다
    비가내립니다
    시내버스도그많던택시도보이지않습니다
    아스팔트넓은도로에
    사람들이띄엄띄엄부호처럼걸어다닙니다
    따르륵따르륵전화다이얼이저혼자살아서
    시내에서시내로걸려갑니다
    비가내립니다
    도시는거대한전염병동
    시뻘건웃음소리가검게탄건물의벽에서
    거미줄처럼나직이새어나옵니다
    비가내립니다

  • 작성자 23.06.21 05:31

    녹슨 기계 수리공 /주영중

    기계들이 때로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시나요
    폐기 처분 직전의 기계들이
    불규칙한 리듬을 만든다는 걸, 불안한 리듬으로 걸걸거리면서
    마지막 선율을 뱉어내듯 삐걱이곤 했던 것이죠
    철학적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스럽기까지 하답니다

    그런 기계들이 있습니다
    유난히 고장이 잦고 말썽을 피우는 기계들이,
    제 생애는 어쩌면 그들이 만든 리듬입니다
    특히 제 영혼에 가깝습니다
    제가 그들을 대할 때면
    저의 손이 움직이기는커녕
    제 도구함 속의 도구들이 먼저 나서서
    제 손을 움직이고는 했으니까요

    바로 그 기계,
    그 기계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거대한 관절을 가진 기계는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저는 처음 접했던 감자탕 속의 거대한 뼈,
    거대한 원통과 구형으로 이루어진 뼈를 떠올렸답니다
    백악기를 정점으로 사라진
    공룡 뼈보다도 더 큰 뼈를요, 가령

    녹슨 불도저의 영혼은 붉은 구름처럼,
    녹슨 타워 크레인의 영혼은 거대한 사마귀처럼 빛났습니다
    언제부터 비는 내려, 비릿한 거리 위로 붉은 달이 떠올라오면
    슬며시 녹슨 기타 줄이 울리고
    붉은 음표들이 하수구로 흘러가는 겁니다
    그런 밤 녹슨 기계들을 더더욱 이해하게 됩니다
    (아래에 계속)

  • 작성자 23.06.21 05:32

    (위에 연결)
    오늘도 녹슨 기계들이 삐걱이며 돌아갑니다
    녹슨 음악이 흐르는 밤,

  • 작성자 23.06.21 05:32

    얼굴이라는 기계/장이지
    —―기계들 2

    파괴된 영혼이 대낮을 활보한다면,
    필시 거대한 얼굴 모양을 하고 있으리라.
    -----
    하얀 초(超)평면이 검은 구멍 속으로 끝없이 빨려들어 간다.
    ------
    가해자들은
    얼굴이
    검은 구멍으로 변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지면
    수챗구멍으로 흘러가듯이
    피부 아래의 분노를
    구멍으로,
    단지 구멍으로
    흘려보냈을 뿐이었는데,

    그 아이가 자살했다.
    구멍이 자살했다.
    세계의 모든 시선들이
    이번에는
    가해자들에게로
    일종의 물을 흘려보낼 차례였다.

    구멍이 자꾸 옮아가고 있었다.
    모든 물이 구멍 속으로 빨려들어 가겠지만,
    얼굴이 끝나지 않는다는 걸
    얼굴들은 안다.
    ——

    유서에는 어떤 절규하는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절규하는 얼굴은 오직
    한 단어의 연쇄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단어의 미로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얼굴 모양의 기계들이 헤매는 거리가 보였다.

    “살려줘!”
    그것은 기계음처럼
    대낮의 거리에 울려 퍼졌다.
                   

  • 작성자 23.06.21 05:37

    야옹! / 문봄

    우리 집 기계들은 일요일에도 쉴 줄 몰라
    소파에서 감자처럼 눠 있는 삼촌만 보는 티비
    지수 게임 등급 올리느라 거북 목이 된 컴퓨터
    지우 만화 그리느라 손이 바쁜 태블릿
    집사와 함께 막춤에 빠진 블루투스 이어폰
    배달 엡 쿠폰으로 치킨 주문하는 스마트폰

    기계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사람들 좀 봐!
    이젠 인간이 기계의 반려동물 아니냐.

    야옹!

  • 작성자 23.06.21 05:39

    쓸쓸한 기계 / 김왕노

      어머니, 시간의 풀밭에 버려져 있다. 어둠이 와도 작동되지 않는 어머니 엔진이 올라붙은 어머니, 풀에 가려 보일까 말까 한 어머니, 아무도 찾지 않는 어머니, 풀이 서걱거릴 때마다 기억의 뿌리가 흔들려 살아온 날들이 주마등 같이 지나간다는 어머니, 어머니 시간의 풀밭에 버려져 있다. 대량생산의 틈바구니에서 과열되던, 과부하가 걸렸던 어머니, 노을이 밀려들면 한창 때 만들어낸 눈물이며 사랑이며 그리움을 떠올리며, 어머니 저기 버려져 있다. 모타가 타버려 수리되지 않는 어머니, 기름칠 제대로 되지 않는 어머니, 어머니 저기 혼자 버려져 있다.

  • 23.06.21 11:05

    감사합니다
    철학적 사유로 새로운 세계가 보일듯 말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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