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의 철학을 조금 읽었다 싶은 지식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에 ‘○○ 기계’, ‘○○ 되기’ 등이 있는데, 천공의 성을 지키는 로봇 병사를 직설적인 예로 들 수가 있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말하는 ‘기계’ 개념은, 그들의 정의에 따르면, ‘연속하는 흐름에 대한 절단들의 체계’이다. 정의랍시고 말한 걸 다시 해독해야 하는 철학의 번거로움이랄까? 저 의미는 범주 내에서 작동되는 반복이란 의미이다. 분업을 생각하면 쉽다. 일정 동작만 그야말로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우리의 신체도 이런 구간 반복 요인들의 총체이다. 이를테면 소화기관과 호흡기관을 ‘소화 기계’, ‘호흡 기계’, 뭐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구강처럼 중첩된 구간도 있다. 입과 무엇을 배치하느냐에 따라 때론 소화 기계, 때론 호흡 기계. 이 개념은 개체와 개체 간의 관계로까지 확대된다. 식당의 총체는 ‘서빙 기계’와 ‘요리 기계’로, ‘요리 기계’는 다시 ‘양파까기 기계’와 ‘설거지 기계’로 나뉘고, 뭐 이런 식이다. 그런데 들뢰즈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식당이 바쁠 땐 '설거지 기계'가 홀에 나와서 서빙을 돕기도 하는 경우이다.
디미니소스(네이버 블로그)
들뢰즈가 창안한 접속 안에서 a와 b가 만나면 c가 된다. 이를테면 입이 식도를 만나면 먹는 기계가 되고, 입이 기도를 만나면 호흡하는 기계가 되고, 입이 악기를 만나면 노래하는 기계가 된다고 제시하듯이/
질 들뢰즈는 이러한 기계들이 접속하여 선을 이루고 나아가 면을 이루면, 그 장을 가리켜 배치라고 한다. 배치는 사건이다. 사건은 구조적으로 선들로 구성되었고, 생성론적으로 속도들로 되어있다. 예를 들면, 강의는 강사·학생들의 선, 칠판·백묵·지우개 등의 여러 선으로 되어있고, 강사의 강의속도, 학생들의 반응속도 등 다양한 속도들로 구성된다고 제시하듯이, /
들뢰즈는 배치를 이루는 모든 기계를 가리켜 <욕망하는 기계>라고 말한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욕망하는 기계이다. 질 들뢰즈는 욕망하는 기계들의 배치는 욕망 때문에 끝없이 변화한다. 배치가 만들어지는 것을 <영토화>라고 하면, 그 배치가 풀리는 것이 <탈영토화>이고, 그 배치에서 벗어나는 것이 <탈주>다./
들뢰즈(1925~1995)의 철학에는 생명을 휘감고 소용돌이치는 역동적 힘에 대한 긍정이 있다. 그 힘의 이름이 욕망이다. 욕망의 끝없는 흐름을 끊고 또 이어가며 살아나가는 주체를 들뢰즈는 기계(machine)라 불렀다.
기계들이 때로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시나요 폐기 처분 직전의 기계들이 불규칙한 리듬을 만든다는 걸, 불안한 리듬으로 걸걸거리면서 마지막 선율을 뱉어내듯 삐걱이곤 했던 것이죠 철학적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스럽기까지 하답니다
그런 기계들이 있습니다 유난히 고장이 잦고 말썽을 피우는 기계들이, 제 생애는 어쩌면 그들이 만든 리듬입니다 특히 제 영혼에 가깝습니다 제가 그들을 대할 때면 저의 손이 움직이기는커녕 제 도구함 속의 도구들이 먼저 나서서 제 손을 움직이고는 했으니까요
바로 그 기계, 그 기계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거대한 관절을 가진 기계는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저는 처음 접했던 감자탕 속의 거대한 뼈, 거대한 원통과 구형으로 이루어진 뼈를 떠올렸답니다 백악기를 정점으로 사라진 공룡 뼈보다도 더 큰 뼈를요, 가령
녹슨 불도저의 영혼은 붉은 구름처럼, 녹슨 타워 크레인의 영혼은 거대한 사마귀처럼 빛났습니다 언제부터 비는 내려, 비릿한 거리 위로 붉은 달이 떠올라오면 슬며시 녹슨 기타 줄이 울리고 붉은 음표들이 하수구로 흘러가는 겁니다 그런 밤 녹슨 기계들을 더더욱 이해하게 됩니다 (아래에 계속)
어머니, 시간의 풀밭에 버려져 있다. 어둠이 와도 작동되지 않는 어머니 엔진이 올라붙은 어머니, 풀에 가려 보일까 말까 한 어머니, 아무도 찾지 않는 어머니, 풀이 서걱거릴 때마다 기억의 뿌리가 흔들려 살아온 날들이 주마등 같이 지나간다는 어머니, 어머니 시간의 풀밭에 버려져 있다. 대량생산의 틈바구니에서 과열되던, 과부하가 걸렸던 어머니, 노을이 밀려들면 한창 때 만들어낸 눈물이며 사랑이며 그리움을 떠올리며, 어머니 저기 버려져 있다. 모타가 타버려 수리되지 않는 어머니, 기름칠 제대로 되지 않는 어머니, 어머니 저기 혼자 버려져 있다.
첫댓글 기계도시속에서/강인한
도시에는비가내립니다
정오입니다
철로가소리없이비에젖습니다
들어오는열차도나가는열차도없습니다
비가내립니다
시내버스도그많던택시도보이지않습니다
아스팔트넓은도로에
사람들이띄엄띄엄부호처럼걸어다닙니다
따르륵따르륵전화다이얼이저혼자살아서
시내에서시내로걸려갑니다
비가내립니다
도시는거대한전염병동
시뻘건웃음소리가검게탄건물의벽에서
거미줄처럼나직이새어나옵니다
비가내립니다
녹슨 기계 수리공 /주영중
기계들이 때로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시나요
폐기 처분 직전의 기계들이
불규칙한 리듬을 만든다는 걸, 불안한 리듬으로 걸걸거리면서
마지막 선율을 뱉어내듯 삐걱이곤 했던 것이죠
철학적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스럽기까지 하답니다
그런 기계들이 있습니다
유난히 고장이 잦고 말썽을 피우는 기계들이,
제 생애는 어쩌면 그들이 만든 리듬입니다
특히 제 영혼에 가깝습니다
제가 그들을 대할 때면
저의 손이 움직이기는커녕
제 도구함 속의 도구들이 먼저 나서서
제 손을 움직이고는 했으니까요
바로 그 기계,
그 기계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거대한 관절을 가진 기계는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저는 처음 접했던 감자탕 속의 거대한 뼈,
거대한 원통과 구형으로 이루어진 뼈를 떠올렸답니다
백악기를 정점으로 사라진
공룡 뼈보다도 더 큰 뼈를요, 가령
녹슨 불도저의 영혼은 붉은 구름처럼,
녹슨 타워 크레인의 영혼은 거대한 사마귀처럼 빛났습니다
언제부터 비는 내려, 비릿한 거리 위로 붉은 달이 떠올라오면
슬며시 녹슨 기타 줄이 울리고
붉은 음표들이 하수구로 흘러가는 겁니다
그런 밤 녹슨 기계들을 더더욱 이해하게 됩니다
(아래에 계속)
(위에 연결)
오늘도 녹슨 기계들이 삐걱이며 돌아갑니다
녹슨 음악이 흐르는 밤,
얼굴이라는 기계/장이지
—―기계들 2
파괴된 영혼이 대낮을 활보한다면,
필시 거대한 얼굴 모양을 하고 있으리라.
-----
하얀 초(超)평면이 검은 구멍 속으로 끝없이 빨려들어 간다.
------
가해자들은
얼굴이
검은 구멍으로 변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지면
수챗구멍으로 흘러가듯이
피부 아래의 분노를
구멍으로,
단지 구멍으로
흘려보냈을 뿐이었는데,
그 아이가 자살했다.
구멍이 자살했다.
세계의 모든 시선들이
이번에는
가해자들에게로
일종의 물을 흘려보낼 차례였다.
구멍이 자꾸 옮아가고 있었다.
모든 물이 구멍 속으로 빨려들어 가겠지만,
얼굴이 끝나지 않는다는 걸
얼굴들은 안다.
——
유서에는 어떤 절규하는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절규하는 얼굴은 오직
한 단어의 연쇄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단어의 미로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얼굴 모양의 기계들이 헤매는 거리가 보였다.
“살려줘!”
그것은 기계음처럼
대낮의 거리에 울려 퍼졌다.
야옹! / 문봄
우리 집 기계들은 일요일에도 쉴 줄 몰라
소파에서 감자처럼 눠 있는 삼촌만 보는 티비
지수 게임 등급 올리느라 거북 목이 된 컴퓨터
지우 만화 그리느라 손이 바쁜 태블릿
집사와 함께 막춤에 빠진 블루투스 이어폰
배달 엡 쿠폰으로 치킨 주문하는 스마트폰
기계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사람들 좀 봐!
이젠 인간이 기계의 반려동물 아니냐.
야옹!
쓸쓸한 기계 / 김왕노
어머니, 시간의 풀밭에 버려져 있다. 어둠이 와도 작동되지 않는 어머니 엔진이 올라붙은 어머니, 풀에 가려 보일까 말까 한 어머니, 아무도 찾지 않는 어머니, 풀이 서걱거릴 때마다 기억의 뿌리가 흔들려 살아온 날들이 주마등 같이 지나간다는 어머니, 어머니 시간의 풀밭에 버려져 있다. 대량생산의 틈바구니에서 과열되던, 과부하가 걸렸던 어머니, 노을이 밀려들면 한창 때 만들어낸 눈물이며 사랑이며 그리움을 떠올리며, 어머니 저기 버려져 있다. 모타가 타버려 수리되지 않는 어머니, 기름칠 제대로 되지 않는 어머니, 어머니 저기 혼자 버려져 있다.
감사합니다
철학적 사유로 새로운 세계가 보일듯 말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