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규
1월 16일 오후 01:14 - 수정됨
산막리는 영동읍에서 남쪽 방향에 있는 골짜기로 대부분 과수 농업을 하고 있는 전형적인 작은 농촌 마을이다.
덕유산과 민주지산을 잇는 천마령 야래 동네로 흑성, 천마산인이라는 호를 사용했던 아나키스트 권구현 시인이 태어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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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막리 / 양 선 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날 있었다
해거름 눈 내리고 걸어온 길 보이지 않을 때
어떤 날은 걸어가는 길, 어둡고 아득하여라
돌무더기 가득한 가시 덤불숲 지나
나뭇 가지에 얼어붙은 새들의 입술 몇 개
찬 바람에 얼굴 붉히며 별처럼 떠있다
해마다 겨울은 다시 오고 눈 내리는 날
구불구불 고갯길 지나 허허로운 들녘
지워진 발자국 더듬더듬 찾아가는 산막리*
해가 바뀌고 다시 겨울 오고 눈 내려도
언제나 그 자리에 서있는 호젓한 나무 한 그루
오늘도 하얀 눈 맞고 우두커니 서있다
뒤돌아보면 살아온 세월 모두, 짙은 안개였다
*산막리: 영동군 양강면(아나키스트 권구현 시인이 태어난 곳이다)
🌟 🌟 2024년 <한남문학> 제9집
산막리에서 구불구불 임도를 따라 천마령 고개 넘어 한참을 가다 보면 영동의 용화면과 무주의 설천면이 나오는데, 권구현 시인의 대표 '시' <구천동 숯장사>의 배경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거기 산막리 호젓한 나무 한 그루 눈을 맞고 우두커니 서있다. 소한 지나고 대한으로 가는 길, 깊은 겨울로 가고 있다
2025년 1월 16일(목) . 상부용로에서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