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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청목당(靑木堂)의 향주(香主) 진근남은 말했다. "본회는 모두 합쳐 십당(十堂)이 있는데 전오방오당(前五房五 堂),후오방오당(後五房五堂)이 있소. 전오방으로 말하면 연화당, 홍순당,가후당,참태당(參太堂),굉화당(宏化堂)이외다. 그리고 후 오방으로 말하면 청목당,적호당(赤火堂),서금당(西金堂),현수당 (玄水堂),황토당(黃土堂)으로 나누어지게 되오. 그당의 향주는 모두 이곳에 모여 있으나 청목당의 향주 윤형제만은 재작년 오배 라는 악적에게 해침을 받게 된 이후 아직까지 향주를 세우지 못 했소. 그런데 청목당의 형제들은 재작년에 만운룡 형님의 영패 앞에서 맹세를 하여 그 어느 누가 오배를 죽여 윤향주의 원수를 갚게 된다면 모두들 그를 청목당의 향주로 삼겠다고 했다는데 사 실 그와 같은 일이 있었소?" 뭇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확실히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진근남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왼쪽에서 부터 오른쪽으로 각자의 얼굴을 훑어보더니 느릿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청목당의 형제들은 향주를 다시 세우는 일을 두고 서로 다투 었다고 하더구려. 모두 다 대국을 생각하고 인의를 중시하여 화 기를 깨뜨리지 않았다고 하나 이 일에 만약 적절한 결정을 내리 지 않는다면 청목당은 앞으로 언제나 커다란 근심거리가 될 소지 를 지니게 되는 것이오. 청목당으로 말하면 우리 천지회에서도 지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강남과 강북의 각부(各部) 와 주현(州縣)을 통과하고 있으며 근년에 이르러서는 점차 산동, 하북성 일대까지 그 이름을 확대해 나가고 있소. 그런데 이번에 는 더욱더 북경성 안까지 세력을 확장하게 되었소. 청목당의 향 주를 어떤 사람으로 뽑느냐 하는 것은 본회의 흥망 및 청나라를 무찌르자는 대업의 승패와 지극히 큰 관계가 있소. 만약에 청목 당의 뭇형제들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와 같은 대사(大事)는 이룰 수 없게 될 것이 오." 그리고 그는 잠시 그쳤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오배 그 간악한 적을 바로 위소보가 죽였다고 했으며 이는 청 목다의 뭇형제들이 모두 친히 목격한 것이라고들 하는데 그것이 사실이오?" 이역세와 관안기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바로 그렇습니다." 이역세는 곧이어 말했다. "모두 만운룡 형님 영위 앞에서 맹세한 말을저버릴 수는 없습 니다. 만약 그와 같은 맹세를 개방귀처럼 흘려버린다면 만운룡 형님의 영위 앞에서 무슨 맹세를 하겠으며 무슨 기원을 올릴수 있겠습니까? 위소보 형제는 나이가 어리나 이 이역세는 그를 본 당의 향주로모시는 것을 원합니다." 관안기는 그에게 선수를 빼앗기자마자 속으로 생각했다. (저 소년은 총타주의 제자이니 신분은 그야말로 범상하지 않다 고 할 수 있겠다. 총타주의 그와 같은 말을 듣건데 자기의 제자 로 하여금 본당의 향주로 삼겠다는 뜻이 들어 있는 것이 분명하 다. 이 늙은이는 나와 향주 자리르 다투었는데 이제 누구도 할 수 없게 되자 아예 포기를 하고 나서는 구나. 그가 이미 먼저 총 타주에게로 돌아섰으니 나 또한 가만 있을 수 없다. 가만 있게 된다면 오히려 내가 욕심을 부리게 되는 꼴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입을 열었다. "이 형의 말이 매우 옳소이다. 위형제는 기민하고 총명한바가 있으니 총타주의 가르침 아래 훗날 반드시 강호에 위세를 떨치는 공년 영협(英俠)이 될것입니다. 관안기는 위소보 형제를 청목당 향주로 옹위하는 바입니다." 위소보는 깜짝놀라 두 손을 마구 흔들며 소리쳤다. "안됩니다. 안돼요 이건....이건 향주고 취주(臭主)고 나는 할 수가 없소이다." 진근남은 두 눈을 부릅뜨고 호통을 내질렀다. "너는 무슨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는 것이냐?" 위소보는 더 말을 하지 못했다. 진근남은 말했다. "저애가 친히 오배를 죽인 것은 고칠 수 없는 사실이외다. 우 리들은 만운룡 형님 영위 앞에서 맹세한 바를 지켜 부득이 그로 하여금 청목당의 향주가 되게 할수 밖에 없소. 나는 그를 향주로 세우기 위해서 그를 제자로 받아들인 이후에 내세우고자 하는 것 은 아니오. 이 애의 기질이 좋지 못하여 이후 몇 백번이나 나의 머리를 아프게 할지 모를 것이오." 방대홍은 말했다. "총타주의 고심은 형제들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총타주는 위형 제와 아무런 친고(親故)관계가 없으며 오늘에야 처음 만난 사이 입니다. 총타주께서 파격적으로 그를 어여쁘게 본것은 물론 본회 에서 할 대사를 위한 것이죠. 하지만...하지만 총타주께서는 너 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본회의 형제들은 강호에게서 굴러 먹느라 고 글공부를 한 사람이 적습니다. 따라서 그 어느 누가 거친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위형제는 나이가 어리나 이형제와 관부자가 전력으로 보좌하기를 원하니 어떠한 사고도 내지 않을 것입니다." 진근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위소보를 청목당의 향주로 삼은 것은 만운룡 형님의 영위 앞에서 맹세한 바를 결코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오. 그러나 그가 하루라도 향주 노릇을 하게된다면 향주 노릇을 한 셈이라고 할 수 있소. 따라서 내일 만약 그가 못된 짓을 하고 청목당의 일 을 어지럽게 하여 본회의 반청복명의 대업에 방해가 된다면 우리 는 즉시 향당을 열어 그를 물러나게 하면 될 것이오. 결코 조금 도 관용을 배풀 필요는 없소이다. 이형과 관둘째형 나는 그대들 두 분에게 그를 잘 도와주라는 부탁을 하고 싶소이다. 그러나 만약 이 애가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적당하지 못한 것이 있을때 반드시 일일이 나한테 보고를 하되 속이지 않기를 바라오." 이역세와 관안기는 허리를 굽히고 응낙을 했다. 진근남은 몸을 돌리더니 영패 앞에 꿇어 엎드렸다. 그리고는 향로에서 세대의 향을 들어 두 손으로 받들고는 낭랑히 말했다. "속하 진근남은 만운룡 형님 영위 앞에서 맹세를 하나이다.. 속하의 제자 위소보가 만약에 회의 규칙을 어기거나 재주와 덕망 이 없어서 형제들을 다스릴 수 없을 때는 속하는 즉시 그를 청목 당 향주의 직책에서 해임시키겠으며 결코 사사로운 정으로 감싸 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를 향주로 봉하게 된 것은 맹세를 지키자는 것이고 훗날 그를 해임하는 것도 맹세를 지키자는 것입 니다. 속하 진근남이 만약 이 맹세를 지키지 않을 때는 하늘에 계신 형님의 영은 저에게 벼락을 내려 치시고 오마분시(五馬分 屍)나 오랑캐 앞잡이들 앞에 죽음을 당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나서 그는 향을 들고 몇번 절을 하더니 향을 다시 향로 에 꽂고는 큰 절을 올렸다. 뭇사람들은 일제히 칭찬을하여 말했다. "총타주께서 이토록 공평무사하게 처리하시니 그 어느 누구도 승복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잘한다. 나는 당신네들이 정말 나를 향준가 취준가를 시키려는가 보다고 생각했더니 한 채의 나무다리를 만들어 강물을 건넌 이후에 그 다리를 다시 없애겠다는 수작이 안닌가. 오늘 나를 향주로 삼는 것은 당신네들이 맹세를 저버리는 것이 아니고 내일 꼬투리를 찾아 내서는 나를 해임한다고 해도 맹세를 저버리는 것이 아니겠지. 그때는 이형이 나 관부자를 다시 향주로 세운다 하더라도 모든 것은 순리대로 일을 처리한다고 하겠지) 따라서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사부님 저는 향주가 되지 않겠습니다." 진근남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왜 그러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 할 줄도 모르고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할 줄 모른다면 천천히 배우면 될 것이 아니냐? 내가 너에게 가르 치고 이형과 관 둘째형이 너를 돌보겠다고 응낙을 하지 않았느냐! 향주의 지위는 천지회에서 무척 높은 자리인데 너는 어째서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냐?" 위소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오늘 향주가 되었다가 내일 해임된다면 오히려 창피만 당하는 것이 아닙니까? 향주가 되지 않으면 무슨 일이든지 적당히 넘길수 있지만 향주가 된다면 모든 사람들이 계란에서 뼈를 찾아 낼듯 할 것이고 반 나절도 채 가지 않아 끝장나고 말 것입니다." 진근남은 말했다. "계란에는 뼈가 없으니 남들이 찾을래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계란이 병아리로 변하게 된다면 뼈를 찾아 내지요. 설사 뼈가 없다 하더라도 남들이 찾으려고 할때는 먼저 계란을 깨뜨려 놓고 볼 것이 아닙니까? 그렇게 된다면 노란자고 흰자고 마구 엉켜서 엉망이 되겠지 요?" 뭇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우리 천지회에서 하는 일이 어린애 장난인 줄 아느냐? 네가 나쁜 짓만 하지 않는 다면 모든 사람이 너를 청목당의 향주로 우러러보게 될 것이고 그 어느 누가 있어 너의 비위를 거슬릴 것이냐? 설사 네 자 신을 우러러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네가 나의 제자인 점을 우러러 볼것 이다." "좋습니다. 그럼 우리 미리 말해 두는 것으로 하죠.장래 저를 향주 를 시키지 않으려고 할때는 향주 노릇을 하지 않을 터이니 함부로 죄 명을 씌워서는 때리고 욕을 하며 귀를 자르거나 머리를 잘라 몸을 여 덟 토막 내는 일은 없도록하십시오." 진근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너는 그저 에누리 하기를 좋아하는구나. 네가 나쁜짓을 하지 않는 다면 그 누가 너를 때리고 죽이겠느냐? 오랑캐가 만약 너를 때리고 죽 이려 한다면 모두들 너를 위해 원수를 갚으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간곡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소보 사내 대장부라면 자기가 하는 일에 책임을 져야하고 인의에 있어서는 조금도 양보함이 없어야한다. 우리 천지회에 들어온 이상 용 기를 가지고 나아가며 백성들을 위해서 살아야한다. 언제나 자기 자신 만을 생각한다면 어찌 영웅호걸의 행위라고할 수 있겠느냐?" 위소보는 영웅호걸이라는 말을 듣게되자 이야기꾼들이 말하던 그 대 영웅호걸들이 생각나게 되엇고 갑자기 가슴 속으로 부터 호기가 치밀 어 올라 말했다. "맞습니다. 사부님의 가르침이 옳습니다. 기껏해야 머리가 잘리게 되고 대접만한 흉터를 남기겠지만 십 팔년후에는 다시 한 명의 호한으 로 태어나지 않겠습니까?" 이것은 강호의 사내들이 형장에 끌려갔을때 종종하는 말이었다. 위 소보가 이때 그와 같은 말을 한다는 것은 크게 어울리는 노릇은 아니 었지만 대청의 뭇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진근남은 미소했다. "향주가 된다는 사실은 크게 기쁜일이지 묶여서 형장으로 끌려가 참 수를 당하는 것은 아니다. 이곳 아홉분 향주가 계신데 모두다 즐겁게 임하고 있다.너는 마땅히 그들의 본을 받아야 할 것이다." 관안기는 위소보 앞으로 나아가더니 포권을 하고 허리를 굽히며 말 했다. "속하 관안기가 본당의 향주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위소보는 고개를 돌리고 진근남에게 물었다. "이때는 어떻게 해야죠?" 진근남은 말했다. "너는 마땅히 반례(返禮)를 해야지." 위소보는 포권을 하고 반례를 하면서 말했다. "관부자도 안녕하시었소?" 진근남은 미소했다. "관부자라는 세마디는 형제들이 평소에 부르는 별호이다.일상 생활 에 있어서 일을 처리하지 않을 때는 관부자라고 불러도 좋으나 정식으 로 인사를 하게 되엇을때는 마땅히 관 둘ㅉ형이라고 불러야 하느니 라." 위소보는 재빨리 칭호를 고쳤다. "관둘째형 안녕하시었소." 이번에는 이역세가 관안기에게 선수를 ㅃ았겼으나 즉시 앞으로 나와 인사를했다. 나머지 구당의 향주도 차례로 위소보와 다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 고 뭇사람들은 대청으로 돌아가고 총타주와 십당의 향주들만 남아서 일을 논하게 되었다. 청목당은 후오당의 장(長)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천지회의 십당 가운데는 서열이 여섯번째 해당되는 셈이었다. 따라서 위소보의 자리도 오른쪽에서 첫번째에 해당되는 셈이었다. 적화당 등 다른 당의 향주들은 기다랗고 하얀 수염을 드리우고 있었으나 오히려 그의 아래 쪽에 앉게 되었다. 이역세와 관안기 등은 모두다 대청 밖으로 물러나 게 되었고 대청에는 진근남 등 열 한 사람만 남아 있었는데 이 사람들 이야말로 천지회에서는 제일 수뇌급들이라 할수 있었다. 진근남은 한복판에 비어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은 주삼태자(朱三太子)의 자리이다." 그리고 그 옆의 빈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은 대만 정왕야(鄭王爺)의 자리이다. 정왕야는 바로 국성야의 공자이신데 지금은 작위를 이어받아 연평군왕(延平郡王)이되셨다. 우 리 천지회에서 모여 회의를 하게 되엇을때는 주삼태자와 정왕야가 참 석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언제나 빈 자리만이라도 마련해 두는 것이 다." 이 몇마디는 물론 위소보에게 설명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여러 형제들 먼저 각성(各城)의 상황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시오." 전오방의 장(長)인 연화당은 부건성을 관장하고 있었고 두번ㅉ에 해 당하는 홍순당은 광동성을 관할하고 있었으며 세번쩨에 해당하는 가후 당은 강서성을 관찰하고 있었고 네ㅉ에 해당하는 굉화당은 호남성과 호북성을 관할하고 있었으며 다섯ㅉ에 해당하는 굉화당은 절강성을 관 할하고 있었다. 후오방의 장(長)인 청목당은 강소성을 관할하고 있었으며 둘ㅉ에 해 당하는 적화당은 귀주성(貴州省)을 관할하였으며 세쩨에 해당하는 서 금당은 사천성을 관할하였고 네쩨에 해당하는 현수당은 운남성을관하 라였으며 다섯째에 해당하는 황통당은 중주(中州)인 하남성을 관할하 고 있었다. 천지회는 정성공의 옛 부하들로써 조직된바 그주력은 복건 성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연화당은 전오방의 장이며 실력이 가장 강한 편이었다. 그 다음이 바로 광동성과 광서성 그리고 호남과 호북 성을 들 수 있었으며 그 다음이 바로 절강성과 강소성이라고 할 수 있 었다. 진근남의 말이 떨어지는 즉시 채덕충이 먼저 복건성의 천지회일을 설명했고 곧이어 방대홍이 광동성의 일을 애기했다. 위소보는 귀를 기 울였으나 첫째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둘째로 전혀 흥미를 일으킬 수 가 없었다. 그리하여 나중에는 듣는 척만하고 있었지 소긍로는 노름을 하며 노는 일을 상상하고 있었다. 청목당의 향주가 설명을 하게 될 차 례에 이르렀을때 진근남이 입을 열었다. "청목당은 본래 강남의 강녕과 소주(蘇州)일대에서 오랑캐들을과 맞 서 싸웠으나 후에 윤형제가 향당을 강북서주(江北徐州)로 옮기게 되었 고 점차 산동성과 직예(直예)성으로 세력을 확장하다가 끝내는 오랑캐 의 서울까지 세력을 뻗치게 되었소. 그러나 애석하게도 윤형제가 오배 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되어 청목당은 크게 원기를 상하게 되었소." 그리고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말했다. "일전에 뭇형제들이 용감하게 강친왕부를 공격하게 되었을때 공교 롭게도 소보가 오배를 칼로 찔러 윤형제의 원수를 갚게 되었소. 청목 당에서 행한 이 일을 그야말로 엄청난 일로서 오랑캐들로 하여금 간담 을 서늘하게 만든 것은 틀림없는 일이외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오랑캐 들은 더욱더 경계를 하게 될 것이외다. 앞으로 우리가 일을 행함에 있 어서 더욱더 조심해야 할 것이오." 뭇사람들은 일제히 옳은 일이라고 했다. 그후 적화당과 서금당 두향주가 나누어서 귀주성과 사천성의 상황을 이야기 했다. 위소보는 그와 같은 이야기에 하품이 나오려고 했으나 급히 손을 급히 손을 들어 입을 막아야했다. 그러다가 현수당의 향주인 임영초(林永超)가 운남성의 사정을 이야 기하게 되었을때 그의 표정이 격양되고 끊임없이 욕을 하게 됨에 따라 위소보는 겨우정신을 가다듬고 귀를 기울이게 되엇다. 임영초는 다음과 같은 말을했다. "오삼계(吳三桂)라는 매국노는 곳곳에서 우리와 맞서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금년에 이르기까지 만 십개월도 되기 전에 형제들은 모두 칠십여명이나 죽음을 당했습니다. 빌어먹을 나는 그야말로 이 개도적 과는 불공대천의 원한을 맺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속하는 수차에 걸쳐 사람을 보내 살해하려 했지만 그 매국노에게 뛰어난 사람이 무척많아 잇따라 세 번이나 실패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기의 왼쪽 어깨죽지 위에 짤막하게 달려있는 왼팔을 가리키며 말했다. "진난 달 한번은 빌어먹게도 나마저 한 팔을 잃고 말았소이다. 그 매 국노는 악한 짓을 많이 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 전 집안 사람이 우 리 천지회의 형제들에 의해 박살이 나게 될 것입니다. " 오삼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들 화를 내며 어찌할 바를 몰랐 다. 위소보는 양주에 있을때 이미 오삼계가 청나라 군사를 산해관 안 으로 끌어들여 한나라를 ㅃ앗도록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따라서 오랑캐의 군사가 양주에서 간음.방화.살인을 멋대로 저지르게 한 최대의 괴수는 바로 오삼계라 할수 있었다. 이 오삼계라는 사람은 청나라를 도와 천하를 얻게 했기 때문에 벼슬이 평서왕(平西王)으로 봉해져서는 영원히 운남성을 지키도록 되어있었다. 위소보는 사람들이 오삼계라는 이름을 들먹일 때마다 하나같이 이를 갈며 뼈에 사무치도 록 증오하는 것을 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임향주가 그토록 큰 욕을 하는데도 위소보는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임영초가 일단 욕을 퍼붓기 시작하자 나머지의 여덟명의 향주들도 따라서 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본래 군인 출신이었다. 근년에 이르러서 강호 에 떠돌아 다니느라고 거친 말이나 쌍스러운 말을 입버릇처럼 하게 되 었다. 다들 총타주 앞이라 모두들 쌍스러운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인데 이때는 욕을 하기 시작하자 그 누구도 사양하지 않았다. 위소보는 크 게 기뻤다. 그와 같은 더러운 말들을 듣게 되니까 그야말로 고기가 물 을 얻게 된듯 참을 수 없어진 그는 덩달아서 욕을 했다. 욕을 하는데 있어서 위소보는 다른 아홉명의 향주들과 비교할때 정밀함과 조악함의 차이가 있었다. 그가 한마디씩 빙빙 둘러대며 하는 욕은 악랄하기 이 를데 없었다. 그에 비하여 아홉명의 향주들이 하는 욕은 마구잡이로 하는 욕으로 써 비교해 볼때 위소보는 욕만 못하다고 할 수 있었다. 진근남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됐소. 됐소. 천하의 수천 수만 명이 모두 오삼계를 욕하고 있소. 그러나 그 녀석은 아직도 그 평서왕 노릇을 잘하고 있소. 욕을 한다고 해서 그가 죽는 것도 아니고 그를 몰래 찔러 죽이려고 하는 것도 방법 은 아니외다." 굉화당의 향주 이식개(李式開)는 왜소한 체구에 비쩍 마른 편이었고 말하는 소리도 가벼웠으며 욕도 많이 하지 않았다. 이때 그가 입을 열 고서 말했다. "속하의 의견으로는 설사 우리가 대거 운남성으로 가 오삼계를 죽인 다 하더라도 대국에는 별로 커다란 이득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오랑 캐들은 달리 총독(總督)이나 순무(巡無)를 보내게 될 것이고 운남의 백성들은 여전히 오랑캐의 압박을 받게 될 것입니다. 오삼개라는 그 매국노는 정말 큰죄를 지은 놈이라 만약에 한 칼로 죽인다는 것은 너무 나 그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근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씀에도 일리가 있소. 그런데 이형제는 어떤 고견이 있소?" 이식개는 말했다. "이 일은 심히 중대하니 모두들 오랜 세월들 두고 계획을 세워야 합 니다. 속하 역시 어떤 방법이 좋을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총타주께서 깨우쳐야 겠습니다." 진근남은 말했다. "이 일이 중대하니 장기간을 두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말이 바로 이형제의 고견이라 할 수있소이다. 흔히들 한 사람으로서는 계책이 모 자라고 두 사람이 의견을 모으게 된다면 그 계책이 뛰어나다고들 했 소. 우리 열 사람 아니 열 한사람이 조용히 잘 생각을 해보게 된다면 더욱더 많은 의견이 나오게 될 것이오. 우리가 오삼계를 죽이는 것은 비단 그에게 죽음을 당한 뭇형제들의 원한을 갚는 것일 뿐만 아니라 수천 수만의 동족의 원한을갚는 일이기도 하오. 이 일은 나도 생각해 본지 오래외다.그러나 오삼계라는 그 녀석은 운남성에서 뿌리를 깊게 박고 있으며 엄청난 세력을 가지고 있어서 천지회의 힘만으로는 그를 쓰러뜨릴 수 없을 것이외다." 임영초는 큰소리로 말했다.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져 죽는 한이 있더라도그를 한번 쓰러뜨려야 할 것입니다." 채덕충은 말했다. "그대는 이미 그를 쓰러뜨리려고 하지 않았소. 하지만 오삼계를 쓰 러뜨리지 못하고 오히려 그대의 한 팔을 잃지 않았소." 임영초는 노해 말했다. "그대는 나를 비웃는 것이오" 채덕충은 자기가 실언을 한 것을 알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농담으로 한 소리요. 임형제는 화를 내지 마시오." 진근남은 임영초가 무척 울분에 차 있는 것을 보고 따뜻한 말로 위 로를 했다. "임형제 오삼계를 주살하는 것은 천하 영웅호한들 모두다 목메도록 바라마지 않는 큰일인데 어찌 임형제와 형수당의 힘만으로 그와 같은 무거운 짐을 질 수 있겠소.설사 천지회의 수만 명이나 되는 형제들이 일제히 한마음으로 힘을 합친다고 하더라도 그를 어떻게 해볼 수 는 없을 것이오." 임영초는 말했다. " 총타주의 말씀이 옳습니다." 드디어 그는 화가 가라앉는 것 같았다. 진근남은 말했다. "내가 볼때 이 큰일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들은 반드시 강호의 각 문 파와 각방(各幇) 각회(各會)에 연락하여 함께 거사를 하도록 공포해야 할 것이외다. 오삼계라는 녀석은 운남성에서 뛰어난 군사 수만 명을 거느리고 있으며 휘하의 장수들도 보통 인물들은 아니외다. 단지 그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없으나 그의 전가족 을 주살하고 그의 아래에서 파악한 일을 돕는 크고 작은 매국노와 악적 들을 모조리 죽이려고 할때는 결코 우리 천지회의 힘만으로는 해낼수 없는 일이외다." 임영초는 큰 소리로 무릎을 치며 부르짖었다. "옳습니다.옳습니다. 우리 천지회의 형제들은 이미 오삼계에게 많이 죽음을 당했는데 단지 그 도적 한놈만을 죽여 어찌 보상을 받을 수 있 겠습니까?" 뭇사람들은 오삼계의 전 가족과 그부하들을 모조리 죽여야 한다는 점에 생각을 같이하자 모두 흥분되었다. 그러나 얼마후 모두들 서로의 얼굴만을 쳐다보며 속으로 하나같이 생각하는 일이 있었다. (이일은 정말 무척 어렵다.) 채덕충은 말했다. "소림과 무당 두방파는 사람도 많고 세력이 클뿐만 아니라 무공 또 한 고강하니 반드시 연락으르 해야 할 것입니다." 황토당의 향주 요필달(姚必達)이 망설이며 말했다. "소림사 방장(方長) 회총대사(悔聰大師)는 무림에서 명성이 지극히 높으신 분이니다만은 그는 언제나 조심스럽고 정중하여 관가의 비위를 거스리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몇년간 속가의 제자들마저 도 가볍게 절을 떠나 산을 내려가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을 정해 놓고 있습니다. 그것은 제자들이 산을 내려가 화근을 일으키게 될까봐 두려 워 하는 것이죠. 그러니 소림파에 연락한다는 것은 이 가운데 아무래 도 어려운 점이 있을것 같습니다." 호북,호남성과 광서성이라는 커다란 땅을 관장하고 있는 참태당 향 주 호덕제(胡德第)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당파에서도 비슷하외다. 관무진(觀武眞)과 그의 사형인 운학도인 (雲鶴道人)은 서로가 사이가 틀어진지 오래 돼었소이다. 그리고 두 사 람은 잔뜩 서로를 거꾸러뜨리려고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상대방 제자 의 꼬투리만 찾아내려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삼계를 죽이려는 모험 같은 것은 아무래도....아무래도...." 그는 다시 말을 이어가지 않았으나 모두들 그 뜻을 알 수가 있었다. 그것은 십중팔구 운안이나 운학 두 사람이 천지회에서 하고자하는 일 에 협조를 하지 않으리라는 것이었다. 임영초는 말했다. "만약 소림과 무당파의 협조를 얻을 수 없다면 우리 스스로 할 수밖 에 없습니다." 진근남은 말했다. "그렇다고해도 서두를 필요는 없소. 무림에는 소림과 무당 두 파만 있는 것이 아니외다." 여러 사람은 다투어 의논을 했다. 어떤 사람은 아미파(峨嵋派)가 어 쩌면 나설지도모른다고 했고 어떤 사람들은 개방의 적지 않은 고수들 이 천지회에 가입하고있으니 반드시 천지회와 손을 합하여 함께 그 매 국노를 주살하고자 할지도 모른다는 말을했다. 진근남은 여러 사람들이 하는 말을 오랫동안 귀기울이고 듣더니 입 을 열었다. "만약에 매우 자신이 있고 위험이 없다는 보장이 서지 않는다면 절 대로 남에게 언급해서는 안될 것이오." 방대홍은 말했다. "그야 물론이지요.다른 사람이 싫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창피를 당하 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천지회의 체면을 손상하게될 것입니다." 진근남은 말했다. "체면을 잃는 것은 대단치 않소이다. 소문이 나게 되어 오삼계 그 녀석이 더욱더 경계를 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일은 더더욱 어려워 지는 것이지요." 이식개는 말했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 만약 어느 방파나 방회에 의논을 학자 할ㄸ 는 반드시 먼저 총타주의 허락을 받도록 하되 다른 사람은 함부로 이 를 저지하지 않도록 합시다." 뭇사라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이오." 여러서람들은 다시 한동안 상의를 했다. "지금으로서는 아직 확정적인 방법을 정할 수가 없구려. 삼개월 이 후 호남성 장사(長沙)에서 다시모이도록 합시다. 그리고 소보 너는 이 전처럼 궁으로 돌아가거라. 청목당의 일은 잠시동안 이역세와 관안기 두 분이 대리하도록 해라. 그리고 장사의 모임에 너는 올 필요가없 다." 위소보는 대답했다. "예"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것이야말로 내를 건너고 다리를 부수겠다는 것이아닌가?)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