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주말....전국이 축제 축제 축제로 가득한 계절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뒤늦게 장마같은 비가 주룩주룩 내려 전국에 행사 참여자들을 안타깝게 했지요.
특히 종이책은 물과 상극인데....앞으로 한국에서 책 축제는 모두 실내 행사로 전환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후재난시대에 도무지 날씨가 예측이 되지 않아서 말이죠.
10월17-18일 주말도 예외는 아니어서 날이 잔뜩 흐렸습니다. 다행히도 오후 늦게부터 밤 사이 비가 내리고, 오전에는 날이 개어서 행사를 취소할 정도는 아니었지만요. 음성군 대표 축제인 설성문화축제에 음성교육도서관과 금왕교육도서관이 함께 참여하게 되었는데 꼭 팝업북 전시와 목공체험을 함께하고 싶다고 요청이 와서 고민 끝에 행사장에 나가게 되었어요.
좀처럼 행사장은 나가지 않으려 하는데 설득에 또 마음이 흔들려서 책방 문도 닫고 나갔습니다.
내인생의 책꽂이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부스 하나는 간단히 팝업북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신기한 책들의 향연에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모님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그분들께 충북도청 본관에 새로 조성되는 '그림책정원1937' 홍보도 열심히 했습니다.
도서관 행사도 그렇지만 이번 축제에서 제가 좋았던 점은 음성군 각 마을 대향 민속놀이 경연이었어요. 백중놀이, 상여가, 거북놀이 등 각 마을이 고유하게 지키고 있는 전통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준비하고 보여주었는데요. 지금은 사라져가는 이런 전통 문화들이 축제 행사를 통해서나마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보았던 꽃상여를 메고 상여가를 부르는 전통 장례 행렬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행사를 준비하고 행렬에 서있는 마을 주민들은 대개가 어르신들이었고 청년이나 중년층의 참여는 적었어요. 행사 동안 노란 조끼를 입고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들도 거의 70대 이상이셨고 마을 식당에서 음식을 해주는 분들, 화장실에서 청소 봉사를 해주시는 분들, 경연 참가자들도 거의 노령이어서 한편으로는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저분들이 아직 우리 시골마을을 지키고 계시는구나, 맘이 찡하기도 했습니다.
저 분들의 뒤를 이어 지금 50-60대가 마을을 계속 지켜나가야 할텐데 우리 세대는 이런 마을 단위 행사나 인력 동원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서 점점 힘들어질 거 같습니다.
지역에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지역 축제에 도서관이 독서축제로 합류하고, 덕분에 초중고생 학생들과 노인들까지 전세대가 함께하는 행사를 만들려고 했던 점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지역 학생들의 댄스 경연, 노래 자랑, 동아리 발표를 지역 어르신들께 보여드릴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고요. 그러나 이틀 내내 음식 냄새와 온통 요란한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는 장터 마당 한복판에서 독서 체험 부스를 차리고 있다는 건 정말 어울리지 않는 일이기도 했어요.
숲속작은책방을 알거나 찾아왔던 독자들을 여럿 만난 기쁨도 있었고, 팝업북을 매개로 새로운 독자들을 만난 기쁨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행사에 대해, 지역 축제에 대해, 독서축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