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9장 보이는 함정(陷穽)
자죽림(紫竹林)으로 뒤덮인 아담하고 운치 있는죽옥이 하나 자리하고 있었 다. "…!" 죽옥 안에는 지존마야는 섬세한 손길로 수석(壽石)을 닦고 있었다. 비단천으로 수석을 닦고 있는 그의 손길을 조심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그의 뒤로는 철마 융사가 우뚝 동상처럼 서 있었다. "흐음…! 그 어린 놈이 혈해사신이고 또 팔왕지존이란 말인지?" 지존마야는 수석을 닦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의 미간은 알 수 없는 의혹으로 모아졌다. 그는 음마황으로부터 뇌마린이 혈해사신이며 천년도제임을 보고 받은 상태 였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뇌마린이 자신이 잠마혈정에서 죽였다고 믿은 팔 왕지존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내심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지겨운 놈…! 공룡하에서 살아나더니 또 잠마혈정에서도 죽지 않았단 말이 지. 정말 그 놈은 불사신이란 말인가?) 불사(不死)! 그 말을 떠올리자 지존마야의 뇌리에 십 몇 년 전의 일이 생각났다. 그는 당시 한 명의 어린아이를 죽이기 위해 하나의 문파와 일천 명의 인명 을 살상했었다. 그러나 끝내 그가 노린 아이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지존마야는 미간을 모았다. (설마, 그 놈이 불사마부에서 살아나간 불마사종(不魔死宗)이란 말인가?) 문득 한 줄기 불길한 예감이 그의 뇌리를 강타했다. 이윽고 그는 힐끗 뒤를 돌아보며 철마 융사에게 물었다. "이좌! 독천존과 음마황이 그 어린 아해를 언제 저격할 예정이오." "이틀 정도면 그 아이는 독황지(毒荒池)에 이를 것이고 그때 아마도 저격할 모양이오." 철마는 무뚝뚝한 어조로 대답했고, 지존마야는 여전히 수석을 닦는 손길을 멈추지 않으며 말했다. "급히 제구좌 나찰수왕(羅刹獸王)에게 백마 중 십 인을 대동하고 독황지로 출동하라 이르시오." "…!" 그 말에 철마는 흠칫했으나 뭐라고 묻지는 않았다. "가서… 독천존과 음마황을 도와 그 놈을 생포해 오라고 하시오. 확인할 것 이 있소." "알겠소이다, 총수." 철마는 무뚝뚝한 어조로 대답하고는 죽옥을 나섰다. 이 순간 지존마야 두 눈이 소름끼치도록 섬뜩한 한광을 내뿜었다. (그 놈을 잡아와서 확인해 보면 된다. 그 놈이 진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놈인지는…!) 그는 뒷짐을 진 채 허공을 주시했다. 스으…! 음침한 암운(暗雲)이 점차 하늘을 덮고 있었다.
-독황지(毒荒池)!
그것은 사천(四川) 대리(大理)에서 남황으로 넘어가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 으며, 주변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원시림이 펼쳐져 있었다. 남황을 넘어가려면 그 길 외에는 달리 없다. 수백만 년 동안 낙엽이 쌓여 썩고 거기에서 생긴 만년부엽독장이 독황지 전 체를 뒤덮고 있었다. 게다가 곳곳에는 독(毒)을 함유한 늪지와 소택이 입을 벌리고 있어 지리를 모르는 자가 잘못 독황지를 들어갔다가는 대번에 한 줌의 독수로 화하고 말 것이다. 독황지의 동쪽 끝에는 밑바닥이 보이지 않게 쩍 갈라진 대균열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옥광풍탄(地獄狂風灘)!
이것이 대균열의 이름이었다. 지옥광풍탄 아래로는 지옥독지(地獄毒池)라는 독담이 있어 사시사철 무서운 극독을 함유한 강풍이 치솟고 있었다. 그 지옥강풍탄에 약간만 스치기만 해도 전신이 그대로 녹아 버린다. 실로 무서운 죽음의 귀역(鬼域), 그곳이 바로 독황지였다. 따라서 자연히 이곳은 인간의 발길이 끊어져 모든 생물의 접근을 불허했다.
쿠쿠쿠! 자욱한 먹장구름이 지옥광풍탄을 찍어 누르듯 뒤덮고 있었다. 한데 지옥광풍탄 주위에는 흑의와 홍의를 걸친 백여 명의 인물들이 처참한 시신으로 나뒹굴고 있는 한 폭의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주위는 온통 피바다였다. 지옥광풍탄의 끝, "…!" 한 명의 인물이 전신이 흠뻑 피를 뒤집어쓴 악귀의 형상으로 우뚝 서 있는 인물의 한 손에는 여덟 마리의 용(龍)이 새겨진 깃발을 들고 있었다. 뇌마린-! 바로 그였다. "…!" 그는 무심한 눈으로 전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백여 명의 인물들이 꾸역꾸역 뇌마린을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그들은 선두에는 독천존과 음마황이 서 있었으며, 휘하 이백 정예와 함께 출동하여 뇌마린을 공격케 했으나 반나절 사이 백 명을 잃고도 아직 뇌마린 을 쓰러뜨리지 못하고 있었다. 독천존과 음마황은 내심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인간 같지도 않은 놈…! 우리 마교의 최강정예 일백 명을 죽이고도 아직 살아 있다니…!) (그러나 저 놈도 지쳤다. 저 놈을 죽이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들은 질린 표정을 지었으나 일백 명의 마교정예를 이끌고 다시 뇌마린의 앞으로 다가섰다. "흐훗, 죽을 준비는 되어 있겠지 애송이?" 음마황이 음침한 미소를 흘리며 뇌마린의 오 장 앞으로 나서자 뇌마린은 천 신처럼 우뚝 버티고 선 채 차가운 눈빛으로 음마황을 노려보았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수하들을 죽여 본좌를 지치게 한 뒤 이제야 나서다니 …! " 그는 무뚝뚝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렇다. 독천종과 음마황은 지금껏 뇌마린 이 지치기를 기다리며 광망해 왔던 것이다. 이때, 독천존이 이 안면을 실룩이며 입을 열었다. "수단은 어쨌든 좋다. 너는 이제 그만 지옥으로 가 주어야 할 테니…!" "아마도 그렇겠지! 평소라도 그대들 중 한 사람과 싸우기도 벅차니 이런 상 태로는 더욱더…!" 뇌마린은 자조적인 미소를 짓자 음마황이 득의의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흐흣! 아니 다행이다. 감히 마교에 대항한 죄이니… 노부들을 원망치 마 라." 뇌마린은 검미를 꿈틀했다. "가더라도 혼자 가지는 않는다네! 친구들." 그는 싸늘하게 미소지으며 품 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내 들었다. 비파(琵琶)! 그것은 검붉은 빛이 도는 하나의 작은 비파였다. "혈…혈황슬(血荒瑟)!" "위험하다! 피해랏." 뇌마린의 손에 들린 비파를 본 순간 독천존과 음마황은 아연실색하며 벼락 치듯 뒤로 물러섰다.
혈황슬(血荒瑟)!
그렇다! 뇌마린이 꺼내는 것은 바로 혈황슬로써 고금병기보 서열상위의 파천마병이 었다. "늦었다." 뇌마린은 차가운 냉소를 터뜨리며 혈황슬의 현에 전공력을 투입하여 힘껏 그어냈다. 따앙…!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음파가 독황지의 권역을 강타하자 주위의 모든 것을 사정없이 깨치는 파멸마음(破滅魔音)이 울려퍼졌다. 그 결과는 실로 참담했다. "크아악." "케에에엑!" 독천존과 음마황 휘하의 모든 마웅들은 오공에서 피를 토하며 속속 거꾸러 졌다. 혈황슬의 파멸마음이 그들의 내부를 산산히 바스러뜨린 것이었다. "크윽." 음마황과 독천존도 입가에 피를 토하며 지면으로 나뒹굴렀으나 그들의 상세 는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음." 쿵…! 뇌마린 역시 신형을 비틀하더니 지면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극도의 내공을 소모한 탓인지 그의 안색은 백짓장같이 창백했다. 그 모습에 독천존과 음마황은 치를 떨었다. (무…무서운 놈! 인간도 아니다.) (지금 죽이지 못하면 영원히 죽이지 못한다.) 쩌저정…! 일순 그들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치며 작렬했고 서로의 의지가 통한 순간, 두 명의 거마는 벼락치듯 뇌마린에게 덮쳐갔다. "카앗! 가랏! 음황쇄심인(淫荒碎心印)!" "갈! 살황독조(煞荒毒爪)!" 콰콰쾅…! 십갑자의 공력을 지닌 음마황의 공세가 한 걸음 빨리 뇌마린의 가슴을 작렬 했고, 그 뒤로 독천존의 시커먼 독조(毒爪)가 벼락같이 뇌마린을 덮쳐갔다. 뇌마린은 황망히 팔왕불사번을 내저어 그들에 맞섰다. "크악." 지축을 들썩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뇌마린의 비명이 그 속에 터져올랐다. 휘익…! 뇌마린의 신형은 그대로 튕겨져 지옥광풍탄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 닌가 "…!" 후드득…! 음마황과 독천존은 핼쓱한 안색으로 황급히 지옥광풍탄의 아래를 내려다 보 았다. 고오오…! 지옥독강풍(地獄毒강風)의 거센 회오리가 지하 천 장으로부터 무섭게 솟구 쳐 오르고 있을 뿐 어디에도 뇌마린의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으음! 드디어 해치웠군." 음마황이 다소 허탈한 표정으로 말하자 독천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드디어 최고의 골칫거리를 쓰러뜨렸소." 문득 말을 하는 그의 두 눈에 음산한 광휘가 번쩍였다. (독조(毒祖)! 그 늙은이에 이어 혈해사신까지 이 지옥광풍탄에 묻어버릴 줄 은 생각지 못했군.) 독조라니?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어찌된 것이오? 벌써 끝났단 말이오." 쐐액…! 올빼미 울음 같은 사나운 폭갈이 주위를 울렸고 십일 인의 인물이 독천존과 음마황의 뒤로 내려섰다. 전신에 붉은 털이 숭숭 돋은 반인반수(半人半獸)의 괴인과 십 인의 마인(魔 人)들이 그들이었다.
<나찰수왕(羅刹獸王)!>
반인반수의 인간으로 전일 수미법종의 마가법왕을 천면제왕과 군께 시해한 자가 바로 그였다. 그는 십대천마의 일인으로서 서열 제구위(第九位)의 인 물이었다. 나찰수왕은 원숭이와 인간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괴인으로 흉성이 흉폭무비 할 뿐 아니라 끔찍하게도 인간의 생혈을 마시는 것이 취미라고 알려졌다.
"아홉째! 자네가 웬일인가?" 음마황은 뜻밖의 나찰수왕의 출현에 검미를 모으며 물었다. 그러자 나찰수왕은 흉성이 가득한 두 눈을 번뜩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총수께서 혈해사신이란 자를 생포해 오라고 나를 보내셨소. 한데 혈해사신 은 어디 있소." "이 아래에 있소." 독천존이 지옥광풍탄을 가리키며 음침하게 말했다. "죽었단 말이오?" 나찰수왕은 안색이 일변했다. "끙! 총수께서 그 놈을 산채로 잡아오라고 하셨는데 이 일을 어쩐다지." 그의 안면이 우거지상으로 변했다. 이어 그는 낭패한 표정으로 지옥광풍탄 아래를 내려다 보았으나 가공할 회 오리만이 무섭게 치솟아 오르고 있을 뿐이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쿵쿵쿵…! 돌연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이 사위를 울렸다. 휙…! 독황지 양옆의 석벽 위에서 시뻘건 불덩이가 삼십 인의 마종(魔宗)에게로 날아들었다. "억!" "저…저것은!" 독천존과 음마황의 안색이 홱 돌변했다. 언제부터 였던가? 양 석벽 위에는 십여 개의 철포(鐵砲)와 붉은 경장을 걸 친 전사들이 가득 들어차고 있지 않은가? 붉은 불덩이는 바로 그들이 철포로 쏘아 날린 포탄(砲彈)이었다. 삼십 인의 마종은 대경실색했다. "벽…벽력당(霹靂堂) 놈들이다!" "산개하라! 벽력당의 공포화기인 벽력굉천열화포(霹靂轟天熱火砲)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다급히 사방으로 신형을 날렸다. 콰콰콰쾅…! 가공할 굉음이 재차 짓터져 오름과 함께 삽시에 독황지는 화염지옥으로 변 했다.
-벽력굉천열화포(霹靂轟天熱火砲)!
불덩이를 토해내는 철포(鐵砲)의 이름으로 남황 벽력당의 비전화기였다. 한 대 만으로 십 리 밖에 있는 하나의 산을 허물 수 있다는 무서운 위력의 화포가 하나 둘도 아닌 십여 대나 독황지 주변에 배치된 것이었다. 콰콰쾅…! "크아악." 후드득…! 삽시에 장내는 아비규환의 수라장으로 변했다. 짓터져 오르는 폭음과 굉음 속에 메아리치는 참담한 단말마의 비명, 비명들! 벽력굉천열화포는 무서운 불길을 토해내며 군마들의 시신을 가차없이 불태 웠다. 그 혼란의 와중에서 삼십 인의 마종 중 몇 명이 피하지 못하고 잿더미가 되 어 뒹굴었다. 그들이 아무리 백마 중 대마종들이라 하나 인육으로 이루어진 이상 강력한 폭발을 견디지는 못했다. 콰콰콰쾅…! 지축을 뒤엎는 굉음과 폭발음, 그리고 처절한 비명 속에 악명높은 독황지는 서서히 괴멸되어 가고 있었다.
독황지 끝의 협곡. "크윽! 독황지에 벽력당의 놈들이 매복하고 있었을 줄이야." "바득! 감히 마교의 형제를 태워 죽이다니 용서치 않겠다. 벽력당!" 십여 명의 인물들이 낭패한 몰골로 협곡을 날아 나갔다. 전신이 타고 그을렸을 뿐 아니라 개중에는 팔다리 하나씩이 날아가 버린 참 담한 몰골의 인물들! 그자들은 바로 독천존을 비롯한 마종들이었다. 그들의 숫자는 십삼 인에서 팔 인로 줄어들어 있었다. 벽력굉천열화포의 공 격 아래 오 인의 마종이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살아남은 팔 인의 인물들은 한결같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나마 무사한 것은 독천존과 음마황, 그리고 나찰수왕 정도였다. 나머지 오 인(五人)은 각기 심각한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독천존의 안면은 심각하게 굳어져 있었다. (으음! 음모였을까? 벽력당 놈들이 너무 공교롭게 시간을 맞추어 나타나다 니…!) 그는 낭패함으로 안면을 이지러뜨린 채 전면으로 질주했다. 헌데 그들 팔 인이 독황지를 거의 다 빠져나갔을 때였다. "…!" 스으으…! 전면의 자욱한 독안개 속으로 한 명의 인물이 독황지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 다. 그 협곡은 그다지 넓지 않았으나, 어느 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빠져나갈 수 가 없었다. 허나 독천존 등이 다가서는 것을 보았을 것임에도 예의 인물은 일정한 걸음 걸이로 다가서자 독천존은 흠칫했다. (용행…호보(龍行虎步)! 군림만리행(君臨萬里行)의 기세가 느껴지는 걸음걸 이다. 적(敵)인가?) 그는 침중한 안색으로 미간을 모았다. 그는 한눈에 다가서는 인물의 걸음걸 이가 예사롭지 않음을 간파한 것이었다. 경쾌하고 절도 있는 걸음걸이, 그러면서도 대지를 찍어누를 듯 막중한 무게 가 실린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인물은 전신에 두터운 마직(麻織) 천을 두른 검수(劍手)였다. "갈! 건방진 놈. 길을 비켜랏." 콰득…! 성질이 급한 나찰수왕이 폭갈을 내지르며 독천존을 타넘어 마의검수를 덮쳐 가자 독천존이 다급히 부르짖었다. "아홉째! 위험하네." 독천존은 다급히 부르짖었다. 번쩍…! 마의검수의 오른손에서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검광이 작렬했다. 어떻게 검을 빼어 내쳤는지 보이지도 않는 무서운 쾌검(快劍)인 것이다. "커억." 나찰수왕은 헛바람을 들이키며 다급히 허공으로 일장을 후려치며 그 반진으 로 뒤쪽으로 튕겨졌다. 그러나 마의검수가 그어낸 일검은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히 나찰수왕의 허리 를 베어버렸다. "카악…!" 후드득…! 처참한 비명과 함께 나찰수왕은 허리가 두 동강 난 채 나뒹굴며 역겨운 피 비린내와 함께 지면에는 나찰수왕의 내장과 선혈이 뒤덮였다. 그것은 실로 너무도 찰나지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 독천존과 음마황은 두 눈을 부릅뜬 채 멍청하게 그 자리에 서 버렸다. 나찰수왕이누구인가? 십대천마의 일 인이며 반인반수의 몸을 지니고 태어난 자로 전신이 도검불 침이므로 천하의그 어던 무공도 그의 몸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한다. 그런 나찰수왕이 너무도 어이없이 단 일검에 즉사하고 말았다. 뚜벅…! 나찰수왕을 베어 버린 마의검수는 일정한 보폭으로 칠 인의 앞으로 다가섰 다. 말이 천천히 오는 것이지 그의 신형은 삽시에 유령같이 독천존과 음마 황의 코앞까지 다가섰다. (위험하다.) (살기! 이 자는 우리를 노리고 있다.) 독천존과 음마황은 순간적으로 안색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그들은 마의검수 가 지척으로 다가선 후에야 살을 에이는 듯한 지독한 살기를 느낀 것이었 다. 대체 무슨 이유란 말인가? 마의검수는 독천존과 음마황 등에게 가공할 살심을 일으키고 있었다. 번쩍…! 독천존과 음마황의 신형이 벼락치듯 양 옆으로 날아오름는 것이 신호인 듯 마의검수의 손 끝에서 재차 새파란 검기가 작렬했다. 그 검기는 벼락같이 독천존마 음마황이 서 있던 곳을 갈라버렸다. "크아악." 후두둑…! 처참한 비명과 함께 끊어진 팔다리가 선혈을 뿌리며 허공으로 난비했다. 두 사람에 비해 반응이 약간 늦었던 백마 중 오 인이 그대로 마의검수의 검 력에 도륙당하고 만 것이었다. 간일발의 차이로 살겁을 모면한 독천존과 음마황, 이제 살아남은 사람은 그 들 이인 뿐이었다. "바득! 네놈은 누구 ." "갈." 콰쾅…! 그들은 분노의 폭갈을 내지르며 마의검수의 머리 위로 내리꽂혔다. 하늘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가를 무서운 역도가 마의검수의 위를 잇달아 작렬했다. 스슥…! 하지만 마의검수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신형을 흐트려 장권 밖으로 빠져 나갔고, 퍼펑! 독천존과 음마황의 공세를 애꿎은 지면만 강타했을 뿐이었다. "그…그것은 신강 오랑캐들의 고독천리행(孤獨天里行)의 경공!" "너는… 바로 변황지존(邊荒至尊)!" 독천존과 음마황은 경악성을 토하며 마의검수의 앞으로 내려섰다.
-변황지존(邊荒至尊)!
그렇다. 마의검수는 바로 변황제일검인 고독혼(孤獨渾)이었다.
음마황은 낮게 신음하며 고독혼을 노려보았다. "으음! 네놈이 사신독황전을 치기 위해 중원을 횡단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 실이었군." "변황지존! 그대와 본교 사이에는 피를 볼 일이 없는 줄 아는데 이게 무슨 짓이오? 본 마교에 선전포고하겠다는 얘기요?" 독천존이 침중한 안색으로 고독혼을 바라보자 고독혼은 낮게 가라앉은 우울 한 음성으로 처음 입을 열었다. "그대는… 그래도 저 늙은 색마보다는 좀 낫군. 그대들은 한 가지 범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했다! 피를 본 것은 그 때문이다." 그것은 남녀의 구분이 없는 삭막한 음성이었다. 독천존은 미간을 모으며 침중하게 물었다. "우리 형제들이 귀하의 친인에게 결례라도 해단 말이오?" 독천존은 미간을 모으며 발작하려는 음마황을 저지시키며 침중하게 물었다. 그러자 고독혼은 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 너희들 마교는… 본좌의 가장 가까운 분을 시해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독천존은 뇌리 속으로 한 인물의 이름을 떠올리며 안색 이 홱 변했다. "혈해의 사신, 천년도제와 어떤 관계요?" 고독혼은 힐끗 아직도 연기가 치솟고 있는 독황지를 바라본 후 천천히, 그 러나 잔혹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 분은… 본좌의 남편이시다. 이제 왜 본좌가 너희들을 죽이려는지 알겠 지?" 번쩍…! 그의 검(劍)이 눈부신 일섬의 낙뢰를 그은 것은 그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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