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지난 봄이지요. 4.15일 오전 11시45분께 중국 국제항공공사 소속 CCA-129편 보잉 767 항공기가 김해공항 인근인 경남 김해시 지내동 동원아파트 뒤편 신어산(해발 380m) 기슭 에 추락했습니다.
사망자 125명... 생존자 3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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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둘)
내가 일하는 곳의 노변에는 사탕파는 노부부가 계십니다.
67세의 할아버지, 64세의 할머니가 그들인데 어지간한 날씨엔 어김없이 나타나시지요. 리어카위에 커다란 좌판을 펴고 그위에 수북히 쌓아놓은 형형색색의 사탕들을 무게로 달아 파는데, 맛도 괜찮고 값이 저렴하니까 그런데로 팔리는 모양입니다.
많이 친해지니까 매출과 수익도 말씀해주시는데.. 보통 하루 2-3만원정도의 벌이라고 하시는군요.
일하는 시간은 주로 오전11시에서 밤11시반까지 입니다.
슬하에 2남1녀 자제가 다 장성해서 가정을 꾸리고 살지만, 자식들에게 얹혀살기가 뭐하다고 이 일이 즐겁다고 하십니다. 애로사항은 관공서에서 나와 단속할때마다 여기저기 쫒겨다니는거랍니다.
그나마 월드컵 당시에는 아예 한달동안 장사를 못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의 유일한 낙은 하루에 한병씩 막걸리를 드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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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셋)
점포의 디스플레이된 TV에서 지난 4월하순경 중국민항기 사고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를 본 사탕할아버지께서 한말씀 하시더군요(나와 친함을 전제로)
"저기 죽은 사람들의 가족들은 그래도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야!"......
"그렇지 않으면, 어디 비행기 타고 다니기나 하겠어!".....
당혹스럽더군요.
인명의 희생을 얘기하는 뉴스를 보면서, 유가족들의 富 를 얘기하시니 말씀입니다.
사탕할아버지는 있는 자에 대한 적대감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몰고 갔을까..
잘은 몰라도, 그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국가로 부터 혜택을 받기보다는, 삶의 언저리에서 늘 쫒겨다니는 생활을 하지 않았나...그리고 그 속에서 빈곤이란 친구와 자연스레 적의를 키워온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요즘 선거철이기도 해서 그 할아버지와 인사를 나누며, 정치얘기도 가끔 꺼내보면.. " 다 도둑놈들이야!".. 그냥 단언하시고 맙니다.
비행기탔다고 다 부자도 아닐 수 있지만, 정치가들이 다 도적도 아니겠지만.. 어쨋든 그에게는 그렇게 비추어 지고 있었습니다.
그 할아버지의 생활수단인 사탕 리어카와 대로변 빌딩건물들 사이에는 극복할 수 없는 커다란 공간이 존재하는 것 같았습니다.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오늘따라 할아버지께서 느끼실 그 거북스런 계층 공간들이 겨울을 맞아 더욱 을씨년스럽게 보이는군요.
내가 할수 있는 거라고는.. 어쩌다 사탕을 약간 사거나, 드링크류를 갖다 드린다든지, 가족.세상얘기로 간단한 대화를 나누거나, 아님 그냥 인사라도 꾸벅^^드리는게 전부입니다.
2002-11-25
첫댓글 할아버지께서 비행기보고 저하고 똑같은 생각했네요 ... 저는 하마터면 그 비행기 탈뻔 했지만 비행기 타다 죽은 사람을 아직은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여유 있는 사람들 아닌가여? 그냥 길거리에서 굶어 죽거나 살기 위하여 성산업에 갔다가 감옥소까지 가야 하는 사람들이 주위엔 충분히 있는데..
여유있는 사람들과 극빈자들의 생명에 대한 얘기네요. 어렵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