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핀란드 교육경쟁력의 근원은 무엇인가
2011. 05.08(일) 2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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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전남도교육청 정책기획담당관 | |
OECD 국가를 대상으로 3년마다 실시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평가(PISA)에서 2000년부터 4회째 계속 1위를 차지한 핀란드의 교육은 너무도 유명하다.
핀란드 교육을 배우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물론 핀란드와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직접 방문하고 있으며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핀란드의 교육정책을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곤란한 점도 많다. 또한 입장에 따라 특정 교육정책의 방향에 대해서 과도한 관심을 두기도 하고, 반대로 교육본질 면에서 중요한 현상이지만 침묵하는 경우도 있다.
핀란드는 인구 530만, 1인당 국민소득 3만6000달러, 담세율 50%인 북유럽형 복지국가이다. 우리나라는 핀란드에 비해 인구 10배, 국민소득 2분의1, 담세율 5분의2 등으로 교육분야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핀란드 학생들은 학습 부담이 적고 정기고사도 없어 놀면서 여유 있게 공부하며 방과후 교육이나 과외수업도 하지 않는다는 반면 내신석차로 고등학교 선택이 결정되고, 대입자격을 부여하는 고졸시험 합격이 어려워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핀란드 사람들은 교육의 성공 요인을 교사들의 높은 질적 수준과 헌신을 들고 있다. 교사들은 자신들에 대한 높은 신뢰와 자율적인 근무여건에 대해 직업 만족도가 매우 높다. 교사가 되기 위해 최우수 학생들이 사범대학에서 3년의 대학과정과 2년의 대학원 과정을 마친 석사학위 소지자들이 10대1 이상의 경쟁률을 뚫고 교사로 임용된다.
교사 봉급 수준이 높은 편이 아니지만 전체 교사들은 자신의 헌신이 국가를 부강하게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있다. 어느 한 학생이라도 부진하면 국가가 약해질 수 있다며 학생들이 이해할 때까지 지도하고 보살핀다.
한 학자는 핀란드 젊은이들이 초․중학교 교사가 되는 것을 가장 선호하며, 대통령이나 교수보다도 더 존경하는 이유가 어렸을 때 선생님들로부터 받은 보살핌과 지도의 가치를 인식한 결과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들은 학습광(learning animal)이라 불릴 정도로 잘 가르치기 위해 연구하고 연수에 참여한다. 핀란드 학교들은 어느 곳이나 교육의 질이 확보되어 학부모들이 좋은 학교를 찾아 이사를 가거나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경쟁교육을 시킬 필요가 없다. 사교육의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새로운 교육개혁 방안들을 도입해 단기간에 성과를 확인하고자 하는 여타의 국가들과는 달리 핀란드는 교육의 본질에 입각하여 천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개혁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으로 독서교육 활성화(Reading Finland Project)를 들 수 있다. 1995년 고졸시험 분석에서 국어교육 성적이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학생 20%가 낙제수준이라는 결과에 따라 국가교육위원회는 국어교육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읽기․쓰기 수준이 낮으면 수학이나 과학 등 다른 과목 성적도 낮을 수밖에 없고 사회적응력도 약화된다는 인식에서다. 지역사회와 학교에 도서관을 많이 만들고, 교과관련 독서시간을 늘려 신문․잡지 등을 학습에 적극 활용했다.
특히, 모든 교과지도에서 읽기․쓰기 교육이 강조됐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책을 읽게만 하지는 않고, 독해능력 향상에 주력했다. 학생들이 학습용어의 개념을 파악하고 추론을 통해 학습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하였으며, 교사와 학생 간 토론수업의 주요 내용도 이와 관련이 깊다.
그 결과 2000년 PISA에서 읽기소양 1위, 수학․과학 2-3위의 성적을 냈고, 4회째 계속 종합적인 학업성취도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 12월 발표된 PISA 결과 핀란드 학력이 중국 상하이에 뒤떨어진 것으로 나타나자 교육부장관 헨나 빌쿠넌(Henna Virkjunen)은 다시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본적인 독해능력 향상, 자유시간 독서활동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핀란드 교육이 한국교육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리고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핀란드 교육을 배우고자 연수를 가며 일부 정책들을 적용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앞에서 논의한 교사와 학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자율성 부여, 이를 이끌어 낸 교사들의 책임감과 자부심은 가능한 빨리 우리사회에 적용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전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독서․토론교육 활성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핀란드의 독해능력 향상 방안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단순히 책만 많이 있는 것, 국어교사 중심의 독서․토론 교육보다는 모든 교과교사들이 교과서를 비롯한 다양한 교재를 통해 학생들의 기본적인 읽기․쓰기 능력을 진단해 하여 지원하고, 교과관련 독해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에 역점을 두는 것이다.
전남도교육청 정책기획담당관 김승호
데일리모닝 m0525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