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편지 56 강남 부자들 이야기 그리고 신문기사
전체 편지 56 ; 강남 부자들 이야기
친애하는 회원 여러분! 추석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저도 추석에 친척 친지를 방문하고 모처럼 그들과 만나 이야기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나는 그래서 서초동에 있는 할머니 댁을 찾아갔습니다. 그 분은 친할머니가 아니라 돌아가신 나의 할아버지의 동생의 부인되는 할머니입니다. 그 할아버지는 예전에 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하신 훌륭한 분이었습니다, 그 분은 또한 변호사로서 돈을 많이 모았습니다. 한마디로
그분은 우리 집안을 일으킨 영웅이었습니다. 이제는 돌아가신지 오래
되지만 그 자녀들도 다들 잘되어 명절에는 모두 할머니 집에 모입니다.
어제 만남은 참 좋았습니다. 특히 나는 거기서 나의 "교육공화국" 책을
소개하고 사교육 폐지를 위한 정책을 설명했습니다.
모두 우리 부부에게 많은 관심을 표시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느낀 사실은 그 집안 사람들이 대대로 부와 학벌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점이었습니다. 할머니의 아들 셋은 각각 사장, 교수
등이고 사위들은 역시 사장, 변호사 등이었습니다. 그리고 삼 세들 역시 한결같이 서울대 박사과정, 이화여대 3학년 등등. 다들 학벌이 좋았습니다. 어떻게 그들은 다들 자녀 교육을 그렇게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존경심마저 들었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분들과 참 잘 지내고 있습니다.
부(富)와 학벌(學閥)의 대물림!
거기서 내가 생각한 것은 바로 학벌과 부(富)의 순환이라는 사회적 테마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악착같은 사교육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물론 나도 우리 안씨 가문의 일원으로서 우리 집안의 사람들이 잘되면 좋지만 이런 현상이 나의 주위에서 목격되었다는 것은 새삼 사회적 고통을 인식시켜주었습니다.
그들이 모두 좋은 부모를 만나 비싼 사교육 받고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업을 가지고 안락한 생활을 대대로 하는 동안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인생이 멍들고 깨어져 바닥을 기어가고 있습니다.
그 한 예로 내가 잘 아는 한 청년의 경우, 그는 대학 시험에 실패한 것이 원인이 되어 오래 정신병으로 고생했고 이제는 거의 다 낳았지만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삼십대 초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부모의 전적인 도움을 받아 겨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아직도
영어 책(맨 투 맨)과 고등학교 국어 참고서를 매일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대학입시나 취업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시간 사용입니다.
그는 평생 결혼도 못하고 일도 못하고 대학 입시 참고서만 공부할지
모릅니다. 물론 나는 그렇게 되리라고 믿지는 않지만.
그를 보면 대학입시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입시폐지 , 교육의 자유, 사교육 폐지 - 모두가 가정 형편에 관계없이
자기 적성에 맞게 진학하는 사회, 그리고 또 공부하는 것이 결코 괴롭지 않으며 도리어 재미있는 교육의 천국을 꿈꾸어 봅니다.
그런 나라가 이 땅위에 도래하기를 희망합니다.
------------------------------------------------------------------
조선일보 신문기사
[한국 어디로 가나] 공립학교 살려 '빈곤탈출' 기회줘야
'부잣집→사교육→명문대 독점' 심화
사립학교는 수익자부담으로 자율권 주고
공립학교에 정부예산 집중 투입해야
|

|
|
▲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매장에서 일하는 주부 사원들. 이들 상당수가 남편 봉급만으론 충분치 않아 자녀들 사교육비를 벌기 위해
하루 6~7시간씩 서서 일하는 파트타임 주부사원들이다. 시간당
임금은 3300~3600원. 무역센터점 주부사원 중 60% 이상이 강남·서초·송파구 주민들이다./김창종기자
|
|
|
|
|
수도권 지역 대학교수 김모(40)씨는 2년 전 ‘강남 학원 열풍’에 휘말렸다가 집을 잃었다. 2년 전 부천 49평 아파트를 팔아 서울 강남구
대치동 34평 전셋집을 얻은 것은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강남 학원에
넣고 싶어서였다.
그는 “월급의 3분의 1 수준인 학원비(매달 100만원)도 버겁지만 더
힘든 것이 집 문제”라고 말했다.
전세값이 뛰면서 최근 그는 인근 일원동 31평 전셋집으로 옮겼다. 그동안 원래 살던 부천 집 값은 1억원이 넘게 올랐다. 그는 “앞으로 벌이를 생각하면 돈벼락을 맞지 않는 이상 옛 집도 되찾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교육 비용 때문에 가산(家産)을 날린 경우는 김씨처럼 강남에 뛰어드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강남에 살지 않는 학부모들 역시 “강남
학생에 뒤질 수 없다”며 생계비를 자녀 사교육비로 쏟아넣고 있다.
교육개발원 자료를 보면, 90년 3조779억원이었던 국민들의 사교육비는 2001년 9조923억원으로 급증했다. 국민들은 왜 출혈(出血)을 감수하면서 사교육 열풍에 뛰어드는 것일까?
◆ 돈이 실력을 결정하는 시대?
‘강남 열풍’이 불기 이전인 1984년. 부자들의 자녀가 많이 입학한
서울 경기초등학교(사립)와 서민층 거주지에 위치한 서울 난곡 난향초등학교(공립)의 졸업생 진로는 냉정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동창회 사이트인 ‘아이러브스쿨’에 가입한 경기초등학교 졸업생
188명 중 서울대, 연·고대 입학생과 유학생은 43명. 하지만 난향초등학교 졸업생 256명 중 같은 진로를 걸어간 학생은 단 1명에 불과하다.
이런 격차는 ‘강남 열풍’이 불면서 지역 격차로 확산됐다. 돈 있는
사람들이 강남에 모여들고, 이들을 찾아 학원들이 밀려들면서 ‘부자들의 교육 독점’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작년(2002년) 서울대 입학생 중 강남구 출신은 학생 100명당 3.34명,
서초구가 2.44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중랑구와 구로구의 경우
학생 100명당 서울대 입학생이 각각 0.29명과 0.38명에 불과했다.
세칭(世稱) 명문대 입학이 사회적 성공의 지름길이란 현실을 인정한다면, 산술적으로 강남구 학생의 성공 확률이 중랑구 학생의 12배에
달하는 셈이다. 김영화(金榮和) 홍익대 교수는 “자녀의 성공을 위해
값비싼 서울 강남 거주 비용을 지급하는 천문학적 비용의 사교육 시대”라고 비판했다.

◆ 해법은
무엇인가?
명문 국립대를 부자들이
독점하는 현상은 빈부격차가 심한 국가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시만 다비 실바 브라질 상파울루대학
경제연구소장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상파울루대학 학생의 대다수가 상류층 자녀들”이라고 말했다. 원인은 공교육이 낙후됐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받을
능력이 있는
상류층이 교육 기회를 독점, 다시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교육은 지난 수년간 ‘브라질형(型)’으로 다가갔다. 물론 ‘돈=실력’이란 등식을 깨는 방법은 평등하게 제공되는 공교육 수준을 사교육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우리나라 올해 교육 예산은 전체 국가 예산의 24.4%에 달하는 24조9000억원 규모다. 이칭찬(李稱粲) 강원대 교수는 “정부가 이 돈을 장기적 비전에 따라 사용한다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사립고의 교육비는 수익자에게 부담시키고, 국가 재정은 공립학교에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립학교에
투입하는 재정을 공립학교에 쏟아부어 공교육의 질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다.
하지만 정부는 ‘획일적 평준화’ 정책에 발이 묶여 원론조차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변형윤(邊衡尹) 서울대 명예교수는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이 아들 고등학교 보낼 때 만든 정책을 왜 지금까지 유지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경준(兪京濬) KDI 박사는 “빈민지역의 경우 공교육 시설을 더 늘려야 하며, 오직 신용(무담보)만으로 장기저리 학자금 융자제도를 실시함으로써 돈이 없어 배우지 못하는 경우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학교 정보를 공개, 낙후된 학교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주호(李周浩)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평준화를 한다는 이유로 학교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교육 당국의 태도가 부자 동네에 명문학교를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조명현(曺明鉉) 고려대 교수는 파격적으로 “단기적인 방법으로는 강남 주민들이 독점한 8학군을 공동 학군으로 지정해 가난한 지역의 학생들에게도 강남 학교의 교육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