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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기자의 지난 14일 <이걸 보려고 4년 기다렸나>라는 제목의 한국-토고전 관련기사를 읽었다. 4년을 애타게 기다린 한 축구팬의 기대를 저버린 한국 국가대표팀의 토고전 경기내용을 비판하는 기사이다. 김 기자는 후반 역전골 이후의 무기력한 한국팀의 경기운영을 중점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후반 46분 인저리타임에서 얻어낸 프리킥 백패스에 대해선 비난에 가까운 감정을 토해냈다. 그리고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로 즉, 네티즌 편집판에 톱기사로 걸렸다.
그런데 과연 그런 것일까? 나는 4년 전의 향수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강호가 되어 있는, 즉 이기는 방법을 아는 프로의 노련미를 이번 한국팀에게서 느꼈다. 김 기자를 비롯해 한국팀의 경기운영을 질타하는 수많은 누리꾼들이 비판하는 전반의 무기력한 경기운영을 나는 체력비축으로 보았다. 한 번의 속공으로 비록 골을 내주긴 했지만, 예전처럼 한 골을 내주고 쉽사리 무너지는 모습이 아닌, 인내하면서 후반전을 대비하는 침착함이 돋보였다. 처녀출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이호의 홀딩능력은 뛰어났고, 김진규의 안정감은 탁월했다. 수비진들 중 유일하게 월드컵을 경험한 바 있는 최진철은 아데바요르를 꽁꽁 묶었다. 혹자는 이호의 패스미스와 백패스, 혹은 횡패스를 지적하면서 공격할 의사가 있느냐면서 분노의 목소리를 뿜어내지만, 그건 이호의 역할을 전혀 모르는 데서 나온 말이다. 이호는 전형적인 홀딩 미드필더이다. 이른바 몸빵 전문 미드필더로 상대의 플레이메이커를 꽁꽁 묶는 역할이 이호에게 주어졌는데, 패스를 못한다고 나무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어불성설이다. 3-4-3 시스템에서 좌우의 송종국, 이영표가 여차하면 파이브백 형태로 내려가겠다는 것과 이을용과 이호의 더블보란치는 전형적인 수비 형태로 경기를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전반 불의의 습격을 당했지만, 이 형태를 당황하면서 변형시킨 것이 아니라 전반 끝까지 대형을 유지시켰다. 이걸 대표팀의 전략으로 읽지 않고, 무작정 무기력한 축구라서 맘에 안 든다라고 단정지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나는 대표팀이 그렇게 한 이유가 물론 있다고 본다. 독일월드컵 5일째를 맞이하는 어제까지 나는 전 경기를 관전했다. 그리고 한가지 결론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은 후반이 승부처가 되는 체력 월드컵이라는 것이다. 전반전 초반의 화려한 공격, 혹은 대등한 공방들이 후반에서는 에게∼ 이게 월드컵 클래스야?라고 할 정도로 걸어다니는 선수가 속출하는 시합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더울까라는 생각이 들던 차, 독일에 거주하는 누리꾼이 내가 속해 있는 인터넷 카페에 이런 글을 올렸다. "오늘 프랑크프루트. 저녁 6시 넘어서도 기온 32도 였슴돠. 정말 이 더위에... 전 마인강 앞에 앉아 응원하는데 쓰러질뻔 했습니다. 하늘이 노랗고 어지럽고.. 기타 등등.. 가방 안의 생수통의 물이 태양열로 가열되어 뜨거운 물이 될 정도였으니까요... 토고 선수들이야 원래 아프리카 분들이니... 익숙하시겠지만.. 쩝.. 그 더위에... 앉아 있어도 죽을 거 같은 이 더위에... 정말 뛰어 다니신 선수들.. 정말 정말 최고 ^^b라고 말하고 싶군요.. 얼굴 벌겋게 되어도 뛰고 또 뛰며 태클먹어 넘어지는 지성군 및 다른 선수들 보면서.. 마인 강 앞 응원장의 저희는... 정말 이거 경기 진다고 하더라도 존경스럽다고 할 정도 였슴돠.. 독일 언론들... 뭐 한국이 느리네 어쩌네 하던데... 저거 선수들 이 날씨에 뛰어보라 해 보십쇼..어떻게 하는지..." (다음 카페 <축구를 좋은 사람들>, tori님이 올린 글) 이 고온건조 현상은 비단 한국-토고전이 열린 지난 13일 갑자기 발생한 현상이 아니다. 월드컵 시작과 더불어 나온 이상기온 현상으로 이것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던 팀들이 속출했다. 오죽하면 고온건조 기후에 적응되어 있는 토고 선수들조차 후반전에 걸어다녔을까. 그런데, 후반전 시작과 더불어 한국팀은 안정환을 처진 스트라이커 겸 공격형 미드필더 기용해 본래 모습 4-3-3, 혹은 4-2-4 포메이션으로 돌아와 기존의 모습을 선사한다. 오직 이 30분을 위해서 전반전의 그 인내를 감수했던 것이다. 나는 전반의 체력비축이 없었다면 후반 초반부터 30분간 펼쳐진 이른바 코리안 타임은 없었다고 본다. 투혼이 없다고 비판하려면 90분 전체의 시합과 결과를 보고 비판해야 한다. 그렇지만 한국팀은 충분히 투혼을 발휘했고, 역전승을 일구어 내었다. 오히려 투혼이 없었던 곳은 토고팀이었다. 한 점차로 뒤지고 있는데 공격할 생각조차 없이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다니…. 문제의 46분 인저리 타임에서의 프리킥 백패스를 보자. 나는 이 장면에서 전율이 감돌았다. NHK의 해설자로 나온 야마모토 일본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이 백패스를 보자 이렇게 말했다. "아! 대단하네요. 저 승리에의 집념, 엄청난 한국팀입니다. 아, 정말 대단한 선택입니다." 그야말로 나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말이다. 아무리 카테나치오로 유명한 이탈리아라도 저기서 저런 선택을 할 배짱은 감히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러나 그렇게 프리킥을 차고 싶어하는 이천수가 스스로 백패스를 날렸다. 여우같은 선택이다. 만에 하나, 프리킥을 날려서 상대에 골킥을 줘, 그 골킥이 전방의 토고 공격수로 연결되어 골이 날지도 모르는 1분의 시간을 한국팀은 스스로 돌렸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나는 한국팀이 드디어 이기는 방법을 아는 강팀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공격적인 축구를 좋아하는 한국의 축구팬들에게는 불만일지도 모르겠지만,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선제골 이후 오버페이스로 인해 무작정 돌격만 외치다가 장렬히 전사했던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난 프로의 노련미가 돋보인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 선택을 한국의 누리꾼들과 심지어 <오마이뉴스>의 기자조차 관중석의 야유를 보라면서 세계인들에게 부끄럽다며 가슴을 치고 있다.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시추에이션이 다 있는가? 일본에 있는 나의 지인들인 일본축구마니아들은 모두들 "한국, 대단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스페인 국영방송의 해설자는 "이기는 방법을 아는 한국"이라며, 스카이스포츠의 해설자도 "공 잘 돌리네요. 4년 전과는 전혀 다른 팀컬러로 변모했네요"라고, 또 일본 NHK는 "승리에의 집념, 저걸 일본팀이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도대체 어떤 세계인들에게 부끄럽단 말인가? 그렇다면 지난 10일 있었던 잉글랜드의 후반전 무조건적인 킥앤드러쉬나, 지난 이탈리아의 후반 걸어 잠그면서 속공하는 전략 노리기는 열 받아서 어떻게들 보았단 말인가. 옆 나라 일본은 4년간 지코 감독 체제로 준비하고서도 마지막 10분을 지키지 못해 무너졌다. 대한민국은 코엘류와 본프레레 등 감독하차 소동을 경험하고서도 단 1년만에 이기는 방법을 아는 팀으로 변모했다. 그런데 이 팀을 어떻게 자국의 축구팬들이 비난하는지 도무지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흔히 서포터는 12번째의 선수라고 한다. 이 말에는 선수와 같이 피치에서 호흡하고, 같이 뛴다는 상징성을 함축하고 있다. 어떻게 체감온도 35도를 넘어가는 무더위 속에서 심장이 터질 정도로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 그런 비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선수들이 제발 한국의 웹사이트들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기원을 하게 되었는지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강팀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긴 팀이 강팀이며, 이겼다는 것을 즐겨라. 그리고 이번 승리는 운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전술적 승리이니 마음껏 안심하고 즐겨도 된다. 한국국가대표 선수들 너무너무 수고하셨다! -------------------------------------------------------------------------------------
/ps기자님하 기자면 왠만한 축구상식을 가지고 글을 쓰세요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리버풀이나 맨유 첼시 같은 경우도 박빙에 후반전가면 코너킥이나 프리킥 상황에서 시간끌기 합니다 로날드의 코너에서 놀기나 제라드,키웰을 코너에서 드로윙 코너킥만들기 첼시의 윙-미들-수비-미들-윙으로 이어지는 공돌리기 신공등등 위의 유명팀들이 하면 전술+승리을 위해 집념이고 우리나라가 하면 노매너 라는 무뇌아적인 상식 정말 안습입니다 .
오늘의 우리나라의 승리 비단 오늘 만의 승리가 아닌 것입니다 월드컵에서 몇번이고 이길만한 경기와 찬스가 있어습니다 그때 마다 우리나라 경험부족 ,월드컵이라 큰 심리적 압박때문에 잘못된 전술과 경기운영으로 패하는 것을 많이 봐왔습니다
전 우리나라 승리하고 이기는 것을 즐기지 역전패하고 지는 것을 즐기지 않습니다 ..
비록 사우디튀니지전 이후 공돌리기에 대한 말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전에 그 비판들이 우리나라선수들의 귓에 들어가서 다음 경기 어떤 심리적인 영향을 끼칠지 정말 두렵습니다 승리한 선수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지 못할 망정 비판이니 ....정말 아쉽은 상황입니다 ... |
첫댓글 아놔..저 기자..정말...미치겠네염...흐미..
요즘엔 아무나 기자하는듯.;;; 암튼 지생각만한다니깐요.-
오마이뉴스기자들왜저러냐..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