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이 화폭에 담은 풍경을 보는 산길
개화산(開花山 128.4m),궁산(78m) / 서울 강서구,양천구 (2011.2.12. 맑음. -7~0℃)
개화산역(5호선)-개화초등학교-개화산-약사사-방화근린공원-치현산-꿩고개전망대-
한강공원-강서습지-방화대교 아래-한강산책로-한강공원 가양나들목 굴다리-소악루-
궁산-양천향교-양천향교역(9호선) (4시간10분)
겸재 정선은 한양 일원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양천 현령으로 부임한 후 한강을 배경으로 한 그림이
많다. 오늘 이곳 산과 강을 걷는 길을 잡은 이유는 겸재 정선이 그림으로 담은 풍경을 보기 위해서다.
그림을 그렸던 시기에서 250년 이상 흘렀으니 그 아름다운 천하절경과 지형이 온전히 남아있을리는
없겠지만 겸재가 사랑하던 산천경개의 흔적을 느낄 수는 있다.
양천읍지에 보면 주룡산에 신라도인인 주룡선생이 살다가 죽어서 꽃 한 송이가 옛터에 피어나
그 뒤로 개화산이라 하였고, 개화사가 선생의 옛터라 하였다. 겸재가 그린 그림에 '개화사'도 있다.
개화사는 겸재 이후 약사사로 바뀌었다. 개화산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행주산성과 마주하고 있는데,
맑은 날에는 한강과 임진강과 서울 인근 산들이 다 눈에 들어온다.
치현산 꿩고개전망대에서 내려 보는 한강은 그 옛날 배로 건넜을 곳곳에 도로와 다리가 들어섰다.
강가에선 겨울철새 청둥오리가 갈대숲에서 볕을 쬐고 있다. 볕을 쬐는 새들에게 방해가 될 듯하여
발길을 멀리 옮겼다. 소악루에 올라서니 조망이 넓어졌다. 중국 악양루(岳陽樓)를 본떠 한 때 이곳
현감이었던 이유가 벼슬을 버리고 이곳으로 와 지은 누각이 소악루(小岳樓)다. 이유는 소악루를
짓고 사천 이병연과 겸재 정선을 초대하였다. 그후 이곳 풍광을 못 잊어 겸재는 '소악루'와 '소악
후월(小岳候月)' 그림을 그리고 사천은 시를 썼다. '소악후월'은 소악루에서 달 뜨기를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궁산 전망대로 올라갔다. 겸재가 그린 안현석봉(鞍峴夕烽)과 목면조돈(木覓朝暾) 그림이 거기 있다.
안현(鞍峴)은 길마재 또는 안산(鞍山)으로 부르는데,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그 산자락에 있다. 산
모양이 말안장 같이 생겨 안현 또는 안산이라 부르는데, 길마는 안장이란 뜻의 순 우리말이다.
한양에 있던 사천 이병연이 안현에 피어오르는 봉화를 보고 겸재도 이 봉화를 보고 있으려니 하고
시를 보내니, 겸재가 답하여 그린 그림이 안현석봉이다. 사천이 있어 겸재가 있었다는 말이 딱 들어
맞는다.
목멱조돈은 요즘 말로 치면 남산일출이다. 목면산은 서울 남산을 이르는 이름인데, 남쪽산을 뜻하는
순 우리말 '마뫼'를 한자음으로 표기하였다. 겸재가 양천현에 있는 파산(巴山.후에 성산,지금의
궁산)에서 보는 해가 하도 신기하여 사천에게 해 뜨는 얘기를 하였더니, 사천이 시를 지어 보내고
겸재가 그 시를 받고 그림을 그렸다. 해 돋는 남산을 검은 빛으로 둘러치고 바깥 산 흐릿한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지금은 난지도 공원에 가려 남산 봉우리가 겨우 보이지만 북한산은 멀리서도 여전히
늠름하다. 해 질 무렵 구름이라도 드리우거나 해 뜰녁 빛이 부드러워야 겸재가 화폭에 담던 그 풍경
이 살아날 것 같다. 한낮이라 원경을 사진으로 담기도 어렵다.
※ 길 안내와 지도는 블로그 선비마을 blog.daum.net/jungsunbee 참조
강서습지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철새
강서습지 갈대 숲. 갈대 사이로 행주산성이 보인다
방화대교 너머 행주산성
소악루(小岳樓) / 소악양루(小岳陽樓)의 준말이니 작은 악양루란 뜻이다
바로 앞은 대덕산, 오른쪽 아파트 뒤가 안산. 멀리 희미하게 북한산이 보인다
겸재 정선이 그린 '안현석봉(鞍峴夕烽)'
굴뚝이 서 있는 난지도 오른쪽 옆에 희미하게 남산이 보인다
겸재 정선이 그린 '목멱조돈(木覓朝暾)'
궁산에서 한강하류를 보는 조망. 방화대교 너머는 행주산성
양천향교(1411년 창건. 서울시 유일한 향교) 명륜당
첫댓글 멋있다! 또 다른 겸재 정선께서 환생한듯 하이...."볕을 쬐는 새들에게 방해가 될 듯하여 발길을 옮겼다" 겸재 정선께서도 아마 그리 하셨을 것이네... 정선비는 은퇴 후에 문화유산해설사, 나무해설사, 등산가이드 등 등 하실일이 많을듯 하이, 잘..보았네....
등산가이드는 힘 빠져 안될 것 같고. 문화유산해설사와 숲해설사는 공부 더 해야 할 것 같고.
그러면 시간은 잘 가겠지.
행주산성 주위에 이런 명소가 있었나.
찾아보니 몇 군데 있더군. 주변 왕릉과 산길을 이어 가면 또 있을 것 같네.
습지에 모여 있는 철새들이 장관이다. 나는 저런 철새들의 색깔부터가 무척 정겹다.
물에 들락날락 하는 모습이 재미있고 정겨웠다네.
들킬까봐 멀리서 숨어서 보았지. 선녀들이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 보듯이.
글도 사진도 차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