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다. 수고했다. 고맙다.” 지난 31일 잠실 두산전. LG 이광은 감독은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수비를 끝내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던 차명석(31)에게 연방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차명석은 2-2로 팽팽한 8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동안 삼진 2개를 곁들이며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뒤였다. LG는 차명석의 눈부신 피칭을 발판 삼아 결국 9회말 한점차(3-2) 끝내기 역전승까지 거뒀고 차명석도 20경기 만에 시즌 첫승(1패)의 감격을 누렸다.
마무리 최향남의 복귀가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투수진 운용에 애를 먹고 있는 이감독에게 차명석의 눈부신 피칭은 남은 페넌트레이스를 위해서도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차명석은 지난 28일 연장 15회 무승부 승부를 펼쳤던 잠실 한화전에 구원등판,4이닝을 2피안타 5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사실 시즌 초반 LG가 힘겨운 행보를 하게 된 데는 차명석의 부진이 컸다. LG는 차명석이 경기 중반 이후 마무리투수로 넘어가기 전까지 이기는 경기의 2∼3이닝 셋업맨 구실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두뇌회전이 빠르고 컨트롤이 좋아 지난해에도 7승2세이브(2패),방어율 3.46을 올리며 LG마운드의 튼튼한 허리구실을 해준 까닭에 코칭스태프의 기대치는 높았다. 연투능력도 뛰어나 LG는 선발보다 빼어난 차명석을 중간으로 투입하는 마운드 전략에 큰 비중을 뒀다.
그러나 차명석은 지난 4월7일 부산 롯데전에 첫 단추를 잘 못 꿰면서 영 자신없는 피칭으로 일관했다. 급기야 개막 후 한달도 못돼 2군 추락의 쓴맛을 봐야 했다. 5월 초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1군 무대에 선 차명석은 후배들을 다독거리는 한편 자신도 좋은 경기를 펼치면서 자신감을 찾아나갔다.
“투수는 자신감이 첫번째인데 올해는 출발이 영 시원찮았다. 한 차례 2군 추락을 맛보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차분히 한두경기를 풀어가다보니 이젠 어떤 강타자를 만나도 상대하는 요령이 생긴다. 이젠 나 때문에 이겼다는 말을 많이 듣도록 하고 싶다.” 차명석이 이런 모습이라면 LG의 남은 시즌도 신바람이 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