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영화를 접하게 된 것은 제 4회 부산 국제 영화제였다... 나는 이 영화제가 부산에서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참여해 보지 않는 부산시민이다. 그래서 스스로도 참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보고싶었던 영화가 그것도 아주 싼 가격에 재 상영되고 있던 것이었다.
제일 먼저 첫 장면은 종두가 교도소에서 출감하여 나와 돌아다니는 모습이다. 여름에 들어갔다고 한겨울에 반팔 남방을 입고 나오는 모습, 버스 정류장에서 아저씨에게 담배를 빌리고 다른 사람에게 길을 물으려 하자 모두 자신을 피해 버린다. 그리고 찾아간 가게, 자신은 출감했지만 아무도 찾아주지 않았고 그래도 종두는 혼자 자축이라도 하듯 두부를 먹는다. 자축하는 종두에게 힘내라는 듯 가게의 주인은 종두가 먹는 두부의 값을 받지 않았다. 이 부분을 보면 어디에 들어 간다해도 눈에 띄는 종두의 모습과 사람들이 외면하는 종두의 모습에서 범죄자로서 사회에 낙인이 찍혀버린 인물은 그 어느 것도 할 수 없고 어느 곳에도 끼지 못한다는 것을 종두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종두에게 무료로 두부를 준 가게 주인 아저씨를 통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 같은 것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종두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와 같았다. 어딘지 모르게 모자람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종두는 자신을 은근히 싫어하는 가족들도 믿고 따랐다. 첫 이미지는 이것 이였다. 호기심이 생기면 꼭 해결하고야 마는 무 대포 성격에 노래를 좋아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촬영을 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을 느껴 끝까지 따라갔고 짜장면 배달을 하다가도 도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구경을 해야했고 그 도박판에 아저씨가 노래를 부르는데 그 노래가 아는 노래면 꼭 따라 불러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자신 때문은 아니지만 뺑소니사고로 죽은 사람의 집에 사과를 하러 가는 모습에서 종두의 어딘지 모를 순수함도 보이는 것 같았다. 종두와 공주의 만남을 보면 일반사람들에게 있는 장애인에 대한 벽, 거리감 같은 것들이 종두에겐 없었고 있는 그대로의 공주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물론 처음의 종두의 서투른 사랑표현으로 인해 공주는 기절을 하고 종두는 덜컥 겁을 먹고 달아난다. 하지만 처음 종두가 공주의 집에 놔두고 온 전화번호로 인해 둘은 다시 만나고, 처음에 종두의 서투른 사랑표현 때문에 무척 놀라는 공주이지만 점점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공주는 자신이 장애인이 아닌 정상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종두 역시 공주를 보고 놀라고 피하는 사람을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한다. 종두는 비록 강간, 뺑소니라는 전과가 있는 사람이지만 그의 본 모습은 무척 순수한 것 같다.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하는 모습과 어눌한 말투가 더욱 더 그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ꡐ뺑소니ꡑ라는 전과는 종두의 큰 형이 저지른 사고였고 종두는 그것을 알고 어차피 자신은 전과가 있으니 자신이 들어가겠다고 한 것인데 그 형은 그렇게 자신 때문에 감옥에서 살다가 온 종두를 바보취급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뺑소니로 죽인 사람의 딸인 공주와 친한 것을 보고 종두가 복수하려 한다는 생각까지 하는 데다 후에 종두가 공주를 강간한 것으로 오인 받아 경찰서에 잡혀갈 때에도 오히려 공주의 가족인 공주 오빠보다 자신이 더 종두를 감옥에 넣고 싶어한다. 형식상은 더 이상 종두를 말리고 달랠 힘이 없다는 것, 사실은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서인데 말이다. 그리고 공주의 오빠도 종두의 오빠와 같은 것 같다. 장애인을 부양하는 집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과 장애인인 공주 덕에 얻게 된 집도 공주는 그 혜택마저 누릴 수 없게 낡은 아파트에 감금된 채 살도록 한다. 이 모든 내용으로 보면 종두의 형이나 공주의 오빠, 이 두 사람은 나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요즘시대에 이기적인 우리 인간들과 같다고 생각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필요할 때 사용하고 필요 없으면 버리는 그런 우리 인간들을 보여주는 인물로 그린 사람이 이 두 사람이다. 그리고 종두의 남동생은 뭐라고 꼬집어 판정할 수는 없지만 이기적이면서도 남을 조금 생각할 줄 알고, 계속 변해 가는 이 사회를 적응하려고 애쓰는 인간상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면서도 마냥 형인 종두를 미워하지만은 않고 어느 정도는 옳은 것 과 옳지 않는 것을 구분 할 줄은 아는 인물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종두와 공주의 이야기다. 공주는 장애인인데 이름이 왜 공주일까 생각을 해보았는데 아마도 이 사회의 주인 이야기인 것 같다. 이 사회의 주인은 국민이다. 이 사회의 왕도 국민이요, 이 사회의 왕자도 국민이고, 이 사회의 공주 또한 국민 일 것이다. 공주의 이름은 자신은 장애인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와 똑같은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뜻이 담겨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정상인보다 조금 낮은 수준의 사람이 장애인이라고 모든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 그것을 역으로 사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종두가 공주에게 계속 ꡐ공주마마ꡑ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종두도 전과자이다. 보통사람이 누릴 수 있는 것을 전과자는 모두 누리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보면 전과자는 보통사람보다 조금 낮게 보여진다. 그것을 역으로 해서 공주가 종두에게 ꡐ장군님ꡑ이라고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에서 눈에 확 띄는 오류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종두와 공주가 외출했을 때 식당이 나오는 장면이다. 공주와 종두가 식당에 들어가자 식당주인은 공주를 보고는 종두에게 장사가 끝났다며 쫓아내고 그런 불공평함에 종두가 식당의 텔레비전을 가지고 화풀이를 하는 장면이다. 우리나라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식당에 들어오는 장애인을 쫓아버리는 정도로 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사회가 그렇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로 새겨져 있지 않다면 어떻게 해서 장애인 편의시설이 있겠는가? 아니, 아주 극소수의 가게에서는 장애인을 이 영화처럼 대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영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로 수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고 ꡐ저 나라는 아직도 저래?ꡑ 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장애인인 공주를 편견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그랬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장면으로 인해 우리나라 전체가 손해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장애인인 공주의 희망을 보여주듯 조금씩 정상적인 모습의 공주를 보여주긴 했지만 그 정도가 조금 심했던 것 같다. 정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꿈을 꾸면 그 꿈에서 벗어나는 장면이 나와야 ꡐ아, 상상이구나..ꡑ라는 생각을 가지고 보는데 그렇지 않아서 혼란이 생겼다. 아니, 이것은 내 생각뿐일지도 모른다. 꿈에서 깨지 않는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것은 꿈이 아니다라는 공주의 생각이 들어있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는 내 자신이 공주가 장애가 치유되어서 정상인으로 돌아온 것인가? 하는 혼란까지 왔다. 영화의 클라이막스 부분이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부분이었다. 그것은 우리도 평범한 한 인간고 남성이고 여성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 부분인데 이 부분은 공주가 자신도 정상인과 같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았다. 장면으로서는 조금 야한 장면이었지만 공주의 생각을 알고 보니 조금은 슬픈 장면이었다.이 영화에서는공주가 두려워하는 대상인 나뭇가지가 나온다. 종두는 공주가 그 나뭇가지를 무서워하는 것을 알고 매일 밤 나뭇가지가 사라지는 주문을 외워주며 전화통화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공주의 강간으로 오인 받은 종두가 경찰서에 잡혀 있다가 도망쳐 그 가지들을 잘라주던 장면이 있었다. 자신이 감옥에 들어가게 되면 주문을 외울 수 없기 때문에 무섭지 않게 아예 나뭇가지를 잘라버리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에서 분명 종두가 그 나뭇가지들을 자르는 모습을 경찰들은 지켜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종두가 그렇게 한 이유를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종두가 나무에 올라가서 정신 없이 그 나뭇가지를 자르는 동안에는 나무 밑에서 경찰들이 소리치며 묻기는 했었다. 하지만 종두를 끌고 가는 장면에서 충분히 그 이유를 물어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묻지 않았다. 그리고 공주의 강간으로 오인 받아 종두가 끌려갔을 때에도 굳이 그렇게 빨리 하지 않아도 공주의 오빠가 공주는 원래 제대로 말도 못하는데 지금 놀라서 더 말을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다면 종두를 일단 감금해두고 공주가 안정되길 기다리는 게 낫지 않을까? 말을 전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놀라서 못하는 건데 제 3자들이 나서서 일을 마무리 지어버린다. 그리고 경찰들도 종두가 전과자였다는 것을 알고 종두에게는 아무런 심문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끌고 가버리는 게 조금 어이없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경찰들에게 잡혀가는 종두의 모습에서 두 가지를 볼 수 있었는데 첫 번째는 나는 떳떳하게 사랑했고 죄가 없으니 떳떳하게 끌려간다라는 모습 이였고 나머지 하나는 원래 나는 전과자였으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 라는 생각으로 끌려가는 모습이었다. 나는 첫 번째의 모습보다 두 번째가 종두의 진짜 생각인 것 같았다. 한번 범죄자는 영원한 범죄자라는 것이 우리 사회 인식이니 종두도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끌려갔을 것이다. 사회에 적응하며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려는 종두와 공주를 사회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우리 사회의 차가움과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해 상처받는 종두와 공주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이 영화의 중점적인 내용이라는 것을 알긴 하지만 너무 폐쇄되어 있고 너무 왜곡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세계적인 행사들이 많아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도 많아졌고 이렇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종두와 공주 같은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는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 영화는 그런 좋은 점들을 철저히 왜곡시키고 좋지 않은 것들만 크게 부각시켜서 만들어낸 것 같다. 나는 이 점이 내가 전공하고 있는 것이 여기에 관련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약간 불쾌감이 든다. 그리고 그 왜곡시키고 폐쇄시키고 나쁜 것들만 부풀려 놓은 이 영화가 세계시장에 나갔으니 너무 안타깝다. 또, 공주의 첫 등장에서의 비둘기와 나비를 통해 자유롭게 날고 싶은 공주의 마음은 이해되고 좋았지만 중간에 잘 되다가 마지막에 다시 변한 건 아무것도 없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으로 영화가 끝나버렸으니 공주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종두가 다시 출감하여 공주에게 돌아온다 해도 종두의 형과 공주의 오빠가 있는 한 둘의 사랑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끝 장면에 종두가 감옥에서 공주에게 쓴 편지 내용을 봐도 그렇고 영화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앞날이 캄캄했다. 뭔가 조금이라도 비전이 보이는 장면을 넣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전과자와 장애인의 사랑... 나는 안될 건 없다고 본다. 영화상에서는 무척 안타깝게 끝났지만 종두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더라면, 그리고 종두의 형이 조금이라도 동생인 종두를 인정했더라면, 그리고 공주가 조금만 침착했더라면, 또 공주의 오빠가 공주를 한 여성으로서 대했더라면, 마지막으로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밝았더라면 이 ꡐ오아시스ꡑ의 결말보다는 밝게 끝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첫댓글영화, 혹은 이미지란... 부정적인 면을 통하여, 일종의 반조, 관조라는 걸 끌어낼 수도 있는 거거든요. 우리의 부정적인 면을 들추어 냈다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듯 하구요, 그렇기 때문에 속시원하지 않은 결론이 오히려 극적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거죠. 화가 났다니, 아직 예쁜 마음을 가지고 있으시군요.
첫댓글 영화, 혹은 이미지란... 부정적인 면을 통하여, 일종의 반조, 관조라는 걸 끌어낼 수도 있는 거거든요. 우리의 부정적인 면을 들추어 냈다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듯 하구요, 그렇기 때문에 속시원하지 않은 결론이 오히려 극적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거죠. 화가 났다니, 아직 예쁜 마음을 가지고 있으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