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특히 가두 단독점 개설과 확장을 목표로 영업력을 집중해 왔던 여성복 업체들이 대형 유통 입점, 즉 인숍 전략으로 영업 방향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에 의하면 주로 중저가에서 중가대 브랜드를 전개하며 백화점을 제외한 다 채널 유통을 가동해 왔던 전문기업들이 올 들어 가두 단독 대리점 영업을 사실상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A 브랜드의 경우 최근 영업부서장이 회사를 옮기고, 후임자 없이 공석 상태로 한 달 여 시간이 흘러가면서 가두상권 대상 영업도 멈췄다.
대형마트를 주력 유통으로 해 왔던 이 브랜드는 지난해 초 단독 대리점을 전체 운영 매장의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 아래 영업부를 확대 개편했고, 여름 시즌 초입까지 10개 안팎의 신규 대리점 개설도 예정했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소비 침체가 심화되면서 점주들이 마음을 바꾸고, 회사의 투자도 위축돼 계획했던 수의 절반도 매장을 내지 못하게 되자 영업 의지가 꺾인 것이다.
저가이지만 디자이너 감성을 살린 트렌디한 컨셉으로 가두상권에 새바람을 불어 넣겠다고 공언했던 B 브랜드도 런칭 2년 만에 당초 목표와 달리 대형마트 쪽으로 주력 유통을 결정했다.
2년차의 신생 브랜드 C는 런칭 전에는 대리점 개설 문의가 많아 유통 채널 별로 수위 조절을 고민할 정도였지만, 상담했던 점주들이 소극적으로 돌아서 계획했던 상권에는 거의 매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주로 유력 아울렛몰과 타운, 쇼핑몰에 매장을 내 오다가 지난 2년 간 대리점 확장에 집중했던 D 브랜드는 올해부터 가두 단독점 개설을 포기하고 기존 유통망에 집중하기로 영업방침을 정했다.
투자 대비해 지난 2년 간의 성과가 미미하고 앞으로의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가두 영업을 중단 또는 포기한 브랜드들이 가진 공통된 고민은 경쟁력이다.
한 여성복 업체 영업부장은 "현 시장 상황에서 중소 규모 내셔널 브랜드가 단독 매장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금의 투자여력으로는 앞으로 내리막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가격이나 규모면에서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매력이 해외 SPA 브랜드,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입지 상권에서나 점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강력한 ‘한방’이 없다는 것.
그렇다보니 매장을 이미 내고 있는 점주들의 브랜드 충성도나 본사에 대한 신뢰가 낮아 동일 타겟 시장에서의 매장 쟁탈전이 심하고, 본사 역시도 개선책을 고민하기 보다는 대형유통의 그늘로 안주하려는 심리가 커진다는 지적이다.
한 중가 브랜드 영업본부장은 "여성복은 단독점으로도 강한 아웃도어,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에 비해 소비자층이 얕다. 20대 혹은 30대 여성, 이런 식으로 소비층이 한정되다 보니 한 시즌만 삐끗해도 점주들이 이탈해버린다. 아울렛몰과 타운이 우후죽순 생겨나 상권 개발을 위한 투자 의미가 희석되는 것도 문제다"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