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증세 없이 건강하게 자주 골프를 즐기던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엘지 맥린 할머니. 2007년 102세의 나이로 파3홀(100야드)에서 드라이버로 티샷을 날려 평생 처음 홀인원을 하였다. 이로써 2001년 101세난 할아버지가 세운 정규 골프코스 최고령 홀인원 기록을 깼다.
이 할머니는 유명한 “투나이트쇼(The Tonight Show)”에 출연하여 “누구든지 끊임없이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녹슬지 않은 기억력과 이야기 솜씨를 과시하였다. 어떻게 이런 고령에 홀인원을 할 수 있으며 좋은 기억력을 유지 할 수 있는가?
최근 연구결과 지속적인 운동을 하면 건강한 성인의 뇌에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날 수 있음이 밝혀졌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수록 뇌의 신경세포가 감소한다고 생각하였다. 운동을 계속하면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날 뿐만 아니고 늙은 신경세포 간에 새로운 연결망이 만들어지며, 뇌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켜 뇌 세포에 더 많은 영양과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뇌기능이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뇌 신경망을 만드는 “뇌 유리 신경 성장 인자(BDNF: Brain Derived Neurotropic Factor)"생성도 증가시켜 뇌의 지적 능력을 더욱 향상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 뇌에도 여러 가지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가 존재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기억력 중추인 해마와 뇌척수액이 순환하는 뇌실의 밑 부분(Subventricular Zone)에는 줄기세포가 어느 정도 있음이 알려지고 있다. 뇌가 일부 손상을 입거나 뇌의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혈관이 터져 출혈하는 뇌출혈이 발생하면 산소공급이 차단되어 신경세포가 죽게 된다. 이때 죽은 신경세포는 다시 살릴 수 없으나 뇌에 존재하고 있는 줄기세포가 병변 부위로 이동하여 일부의 죽은 세포를 대신하여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물론, 병변이 큰 경우는 모든 병변 부위를 줄기세포에서 나온 신경세포로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앞으로 뇌 속에 있는 줄기세포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외부에서 줄기세포를 넣어주지 않아도 망가진 신경세포를 보다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어 세포치료의 신기원이 열릴 것이다.
쥐는 뇌실 밑 부분에 있는 줄기세포가 앞쪽으로 이동하여 후각 신경세포를 새로이 만들어 내기 때문에 늙은 쥐도 냄새 맡는 능력이 계속 유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에서는 이런 이동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억제되어 있어 60세 이후가 되면 후각이 상당히 떨어지게 된다. 앞으로 억제된 줄기세포의 이동을 풀 수 있게 된다면 늙어도 냄새를 잘 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운동과 몸의 평형유지에 중요한 소뇌가 호르몬 중추인 시상하부를 통해 감정중추인 변연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최근 보고되고 있다. 즉, 운동을 하면 감정적인 균형이 잘 이루어져 우울증이 잘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버드대의 존해티박사는 “운동은 집중력과 침착성을 높이나 우울증과 충동성은 낮춰 우울증 치료제인 프루옥세틴(프로작)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증후군’(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리타린)를 복용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일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많은 학자들이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들의 유리가 원활히 일어나서 우울증이 없어지고 뇌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하여 뇌기능이 올라 갈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운동을 하다가 그만 두면 별 효과가 없으며 효과를 얻으려면 하루 40분 정도씩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욕심을 내서 매일 수 시간씩 운동을 하는 운동 중독증은 우리 몸과 두뇌를 지치게 만들기 때문에 좋지 않다. 이와 같이 운동은 신이 내린 귀중한 천연적인 ‘항우울제’이며 ‘집중력 향상제’라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운동하면 뇌의 노화를 막을 수 있다.
그 동안 연구결과를 보면 근육처럼 뇌도 어떤 자극이나 좋은 경험에 대해서는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신경세포도 근육처럼 커지게 된다. 사용하면 커지고 기능이 좋아지나 쓰지 않으면 작아지고 기능을 잃어버린다(Use the brain or lose it)는 기본법칙은 근육과 마찬가지다. 버클리 대학의 마크로젠츠위그 박사와 다이아몬드 박사가 보고한 연구 결과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들은 쥐를 3종류로 나누어 실험을 해 보았다. 한 종류의 쥐는 장난감을 넣어주고 12마리가 같이 지내게 하였다. 두 번째 종류의 쥐는 장난감도 넣어주지 않고 아주 제한된 공간에서만 지내게 하였다. 3번째 종류의 쥐는 보통상태에서 키웠다. 장난감을 넣어줘서 마음대로 놀게 한 쥐는 뇌의 무게가 약 10%쯤 증가하였다. 처음에는 뇌가 증가된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믿지 않았다. 그 후 계속된 연구에서 뇌의 무게도 증가 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런 결과는 환경이 뇌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재미있고 신선한 자극은 뇌의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이아몬드 박사팀은 아주 늙은 쥐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를 실험해 보았다. 그들은 아주 늙은 4마리의 쥐를 8마리의 젊은 쥐와 같이 넣어주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관찰 해 보았다. 늙은 쥐는 젊은 쥐와 같이 살고 있는 것을 즐겼으나 젊은 쥐는 별로 그렇지 않았다. 젊은 쥐와 같이 살고 있는 늙은 쥐의 뇌 무게는 10%쯤 증가하였으나 늙은 쥐와 같이 살고 있는 젊은 쥐의 뇌 무게는 증가가 없었다. 늙은 쥐는 젊은 쥐로부터 자극을 받아 뇌의 무게가 증가한 것이다.
최근 우리 연구실에서는 사람들이 사는 다양한 환경을 모방해 환경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 위해 보다 복잡하고 정밀한 실험을 하였다. 쥐는 한 종류의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면 점차 적응하기 때문에 첫 번째 그룹의 쥐는 강박스트레스, 진동스트레스, 수중 부동스트레스, 강제수영스트레스 등의 다양한 스트레스에 무작위로 노출시켰다. 두 번째 그룹의 쥐는 풍족한 환경, 즉 넓은 방에 다양한 장난감과 같이 지내게 하였다. 세 번째 그룹의 쥐는 스트레스 환경과 풍족한 환경이 교차 되게 하면서 사육하였다. 네 번째 그룹의 쥐는 보통 환경에서 키웠다. 다양한 스트레스환경에 노출된 쥐들은 보통 환경에서 자란 쥐들보다 기억력이 감소하였고 기억중추인 해마에서의 신경세포 사멸이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숫자도 가장 적었다. 반면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쥐들은 기억력도 증가하였고 해마에서의 줄기세포 숫자도 증가하였다. 스트레스와 풍족한 환경이 교차되는 환경에서 자란 쥐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났던 기억력 감소, 신경세포의 사멸과 줄기세포의 수적 감소를 점차 회복시켰다. 또한 11개월 된 유전자 조작 치매 마우스에 스트레스를 주면 24개월 된 유전자 조작 치매 마우스와 비슷한 기억력 감퇴와 조직 병변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우리가 보고하였다. 즉 스트레스가 치매 발병을 배 이상 앞당길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는 80세에 생기는 치매를 40세에 생기게 한다는 의미이다
뇌의 성장을 자세히 검토 해 보면 신경세포의 성장은 주로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온 수상돌기가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자극에 의해서 수상돌기가지가 두터워진다. 신경세포의 가지가 증가하고 두께가 두꺼워지기 때문에 뇌가 더 커지게 된다. 이 수상돌기들은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된다. 그러나 뇌를 새롭고 창조적인 방법으로 적절히 사용한다면 돌기의 연결점인 시냅스 회로가 활성화 되면서 정보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회로를 만들어 흥분전도를 보다 원활하게 해준다. 평소에 잘 쓰지 않던 손으로 이를 닦는 등 일상적인 행동에 조금 변화를 주거나 아니면 악기연주나, 외국어를 새로 배우는 것 등을 하면 더 많은 돌기가 생겨날 수 있다.
미국 듀크대학의 캐츠교수는 “수수께끼나 문제를 푸는 것은 새로운 수상돌기를 만들어 내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며 잠자고 있는 정보의 통로들을 강화시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누구든지 마음에 활기를 갖는 것은 치매를 모르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물리적인 나이보다 사물에 호기심이 사라지는 것이 진짜 노인이 되는 것이다. 여하튼 무슨 일이나 「 이 나이에 무슨」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적극적으로 도전해보자. 그렇게 함으로써 여태까지는 「 노인의 분수를 모르는 짓」으로 여겼던 것이, 그것이야 말로 뇌를 신선하게 자극하여 젊음을 되찾는 「 생명수」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위의 실험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재미있는 놀이와 함께 일이나 공부를 하거나, 나이가 들어도 젊은이와 같이 젊은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하면 우리의 뇌 신경세포는 가지가 왕성하게 자라서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옷차림이나 분위기를 밝고 활발하게 젊은이들과 어울려 일하는 것이 장수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