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파동과 경기침체로 쇠고기 소비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본지는 3일 경기 양주축협(조합장 윤기섭)과 공동으로 소값 하락 원인을 분석하고 소값 안정방안을 찾기 위해 경기 양주시 은현면 용암리 김순재 양주골한우회장 농장에서 긴급 현장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현재 한우 사육마릿수가 많지 않은 데도 값이 급락한 것은 광우병 여파와 경기 침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그러면서도 “소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급육은 수익이 있어 거세를 통한 품질 좋은 소를 생산하고 소비확대운동을 다각도로 펴면 한우산업은 전망이 있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사회=산지 소값이 최근 급락하고 있다. 그 원인을 어떻게 보는가.
◆이상수=현재 한우는 150만마리로 추정된다. 결코 많지 않다. 그럼에도 값이 떨어진 것은 소비 감소 외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터진 광우병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언론을 통해 광우병에 걸려 비틀거리는 소를 보고 불안하게 생각한 나머지 쇠고기를 외면했다.
◆유관태=소값 급락현상은 대개 10년 주기로 나타나는데, 이번은 빨랐다. 낙농가들이 우유가 남아 돌자 상대적으로 기르기 쉬운 한우로 전환한 것이 소값 하락에 영향을 줬다. 최근 5개월간 소값이 100만원 넘게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자 농가에서 불안한 나머지 홍수 출하를 한 것도 소값 하락을 부추겼다.
◆김순재=산지 소값은 계속 내렸으나 소비자 가격은 꿈쩍도 하지 않아 소비를 둔화시켰다. 정육점도 어려움이 있겠지만 산지 소값이 내리면 같이 내려야 했었다. 산지 소값과 연동해서 소비자 가격이 형성되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사회=소값은 언제 진정될 것으로 보는가.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원유석=소값 급락 현상은 일시적이다.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으면 한다. 광우병 여파로 국내 육류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도축마릿수가 5만1,000마리 줄었다. 이 중 수소가 2만5,000마리 감소했다. 출하를 늦춘 것이다. 앞으로 3~4개월은 대기물량으로 인한 약보합세가 전망된다.
◆이상수=산지에 출하 대기물량이 있다. 이 물량은 추석 때 빠진다. 그러나 소가 많지 않아 급락현상은 잠시 주춤할 것이다. 추석 이후 안정될 것이다. 소비촉진을 위해서는 소값이 내려야 하는데, 급락할 경우 비싼 송아지를 구입한 농가의 손실이 크기에 농가 충격이 없는 가운데 서서히 내려가야 한다.
◆장기선=5월 말을 기점으로 소값 급락현상은 일단 멈췄다. 소비가 살아나고 있어 추가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본다. 적체된 물량이 해소되는 10월 이후 상승세가 예상된다. 우선 750㎏ 이상 적체된 소에 대해 일시적으로 가격 보상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소값 하락을 막는 소비 대책이 절실하다. 어떤 소비대책이 필요한가.
◆유관태=양주축협은 할인판매와 직거래 판매장을 통해 소비촉진운동을 벌이고 있다. 산지 소값과 연동해 소비자 가격을 내린 것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싸다는 인식을 줘야 소비가 되살아난다. 수입육이 들어가는 학교급식과 군납에 한우 공급을 늘려야 한다.
◆김순재=농민들은 소값이 안정적으로 형성되기를 원한다. 그래야 소비자도 한우를 믿고 계속 찾는다. 소값이 급락할 때도 브랜드 한우는 낫다. 현재 〈양주골한우〉도 인기를 얻고 있다.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데 농가가 힘써야 할 것이다.
◆원유석=웰빙 바람은 한우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제대로 된 한우를 만들면 경쟁력은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고급육을 생산해야 한다. 이표와 바코드를 붙인 소를 길러 소비자가 족보를 알고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른바 생산이력제가 정착되면 소비자는 한우에 대한 좋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장기선=소비자가 한우고기·육우·수입육을 제대로 알도록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식행사도 자주 열어야 한다. 정부는 유통 투명화와 함께 브랜드·생산이력제 정착에 힘을 쏟아야 한다. 한우자조금을 정착시켜 소비 확대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사회=소 사육농가의 대응 방안과 정부 대책은 무엇인가.
◆김순재=정부가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육과 번식을 겸하는 일괄사육을 권장하나 고민스럽다. 일괄사육을 하면 등급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일괄사육을 하면서도 등급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해 주기를 바란다. 사료값 부담도 너무 크다. 정부가 사료가격 안정화에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유관태=한우산업의 장기 마스터 플랜이 있었으면 한다. 그래야 농민이 안심하며 생산에 전념할 수 있다. 소값이 내린다고 거세를 하지 않으면 더 위험하다. 고급육은 그래도 경쟁력이 있다. 고급육 생산 정책이 필요하다.
◆장기선=현재 소가 많지 않다면 정부는 번식기반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소비 확대가 시급한 만큼 농가 스스로도 한우고기를 많이 먹고 소비확대 운동에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특히 홍수출하를 자제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둔갑판매 행위를 계속 단속해야 한다.
◆원유석=지난해 거세우 출하비율은 고작 27.9%였다. 최근 농협서울축산물공판장에 출하된 700㎏ 소를 기준으로 하면 거세우는 마리당 634만원을 받았으나 비거세우는 465만원으로 169만원의 차이가 났다. 이런데도 거세를 하지 않아 안타깝다. 농가의 희망대로 순수 한우 사육마릿수를 200만마리로 유지하면서 한우고기 시장점유율을 30%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급육 생산에 다같이 나서야 한다.
◆이상수=어렵다고 하지만 1등급 받으면 아직도 돈이 된다. 2002년 입식한 소가 현재 나오는데, 당시 거세우와 비거세우의 가격 차가 없어 거세를 하면 손해본다고 많은 농가가 거세를 꺼렸다. 이런 농가들이 현재 많은 손실을 입고 있다. 고급육 생산이 절대 필요하다. 현재 55% 수준에 그치고 있는 1등급 출현율을 80%로 끌어올려야 한우산업 전망이 밝다.
[농민신문 2004/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