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비밀> 권상기
작년 가을에 같은 날 시집과 수필집을 받았다. 수필집은 김용순 작가의 <몽돌의 노래>이고 시집은 권상기 시인의 <시간의 비밀>이었다. 김용순 작가와는 잘 알고 친분이 있는데 권상기 시인은 초면인 것 같다. 아니 충남문협 모임에서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문협활동을 그리 열심히 하지 않는 나는 권상시 시인님의 <시간을 비밀>을 천천히 읽었다.
권상기 시인은 <조약돌>을 비롯하여 20여권의 시집을 내었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퇴임을 하셨고 지금은 창작활동에 전념하시는 것 같다. 이렇게 20여권의 시집을 낼 때까지는 내공이 자리잡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거의 모든 시인이 그러하듯이 권상기 시인도 시의 소제를 일상에서 찾아내었다. 시를 읽노라면 그 안에 빨려들어가게 하는 매력이 있다. 천안 사람으로 ‘흑성산’을 통해서 애향심이 시에서 묻어져 나온다;
흑성산 5 / 권상기
등짐 같은
능선 따라 가다 보면
내 몫으로 짊어져야 할
무게가 나를 깨워
청정심으로
흑성산을 바라보면
산이 되고
운무가 되는 가닭을
모르겠는가
천안사람이요
천안사람만 낼 수 있는
소리를 내어 보자
소리를 질러 보자
잊거 살았던
메아리도 들어 보자
흑성산에 오르면서 만나는 운문와 멀리 다가오는 산을 보면서 천안이라는 공통분모속으로 함께 나누자는 시이다. 이 시는 천안소식지가 있으면 그곳에 실리면 더 좋으리라생각한다. 천안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서 소리를 내고 소리를 질러보면 좋을 것 이다.
단풍나무길
멈추면 되돌아보게 되는
독립기념관단풍나무 길을
걷다 보면
아름다움도 권력이 된다
시간의 촘촘한 망은
새 생명을 맞이하기 위해
시공 박에서
더 아름다운 무늬로
떠날 시간을 마련하고
새로운 곳에서 쉴 곳을 찾아ㅛ
이방이들은 찾아와도
독립기념관 단풍나무는
묵언수행으로
흑성산을 오른다
나도 독립기념관 단풍나무길을 걸어본 적이 있다. 단풍이 들면 정말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라면서 영혼 속에 무지개를 그려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을 걸으면서도 단풍나무를 보고 또 단풍나무에게 당부를 하는 것 같다.
기다림
기다림으로
시작되는 여행은
서로 다른 거리에서
낯익은 풍경에서
낯설은 풍경을 맞이한다
그 풍경들은
서로 다른 거리를 좁히지만
좁혀진 거리만큼
기다림은
먼 여행에서
때로는 구도자가 되어
당신을 맞이라여 보지만
실체도 없는
당신을 붙잡고
수행자가 되어
먼 여행길을 떠나 본다
기다림이 주는 유산은
무엇으로 남을까
이 시를 읽으면서 세상을 많이 살아본 사람의 여행을 생각해본다. 여행은 실제로 다른 곳으로 떠나서 그곳의 여행지를 돌아보는 육체적인 여행을 생각하겠지만, 우리 인생의 삶속에서의 끝나지 않는 여행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여진다. 사람들은 누구나 먼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여야 하는 것은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