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사 마지막에는 주례의 말 한 마디 보태야 한다.
혹시 주례를 맡게 되는 친구들 명심해야 하는 것 두가지.
첫째는 부모님 은혜 잊지 말라는 말을 빼먹으면 안된다.
둘째, 주례의 인생관이 담긴 말한마디,
그것이 그날 결혼식에 모인 사람이 받아가는 영혼의 양식이다.
어제 결혼식에서 주례사에 쓸 말을 찾다가 명심보감을 선택했다.
그것도 앞에서 두번째 나오는 말이어서
보통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대충 들어는 봤지만
김산식, 송동섭, 신중국, 서영춘, 순현, 희원, 구순, 온당, 거창댁, 수연처럼 거창 시내에서 어린 시절을 산 사람은 잘 모른다.
우리 처럼 나이가 든 사람들은 기억하지만,
김산식, 송동섭, 유정영, 조창발, 오상덕, 류성수, 강재희, 상아, 수애, 밍이, 정선, 경선 처럼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잘 모른다.
(쟈들, 우리 보다 한살 어린 거 알지? 그래서 약올려도 약발도 않받어. 기분 나쁘면 여기 나타나라. 왜 안나타기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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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열이 장종에 칙후주왈, 물이선 소이불위하고, 물이악소이위지라.
漢昭烈이 將終에 敕後主曰, 勿以善小而不爲하고, 勿以惡小以爲之라.
"한나라 소열 황제가 임종시에 후주에게 칙서를 내려 가로되,
착한 일이거든 작다고 하여 안하지 말고, 악한 일이거든 작아도 하지 마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정신 집중해서 음미할 만한 말이다.
나는 친구들에게 이 말의 뜻을 해설하며 내 감흥을 나누고자 한다.
소열황제는 삼국지를 통하여 우리가 잘 아는 인물이다.
바로 유비 현덕.
후한말기 탁현 누상촌에서 돗짜리 짜서 먹고 살던 촌 사람이었다.
자랄 때에 아버지가 있었다거나, 삼촌, 외삼촌, 형제, 자매가 있었다는 기록이 어느 한 곳에서도 나타나지 않는
의지가지 없는 외톨이 촌 사람이었다. 돈이 많지도, 공부를 많이 하지도 않았다.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모를 정보 하나, 유씨이며 한나라의 왕족이란 사실하나 달랑 가지고 있었다.
왕족은 마음대로 씨를 뿌리는 시대였으니, 유씨나 왕족은 당시 많고도 많은 인간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런 사람이 중국 대륙의 한 모퉁이를 차지하여 황제가 되었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본인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다가,
임종시 자기 아들인 후주 (유선, 조자룡이 조조 백만대군중에 단기로 돌진하여 구출해 낸 유비의 아들)에게 알려 준다.
그냥 듣고 흘려 버릴 까봐 칙서로 적어서 일러 준다.
단순히 '착한 일 하라."가 아니다.
언어적 내용은 같지만, 그 안에 숨겨진 철학은 너무나 다르다.
사람들은 '착한일 하면 복받는다.'는 사실은 잘 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이 돗자리 짜서 먹고 살던 촌사람을 황제로 만들 정도란 것은 알지 못한다.
죽음에 임박해서 자식에게 일러 주는 말이니, 그는 평생 그 한마디를 기억하고 살았음이 분명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머리가 좋은 사람 중에 포함되는 제갈량과 방통,
그리고 기라성 같은 장수들, 관우, 장비, 조운, 마초, 황충...
그들이 한 한명도, 단 한번도 배신하지 않고 한 마음으로 일생을 함께하게한 비결,
그것은 바로 유비가 가진 저 철학 때문이었다.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말을 기억하고 있으면 좋은 점이 하나 있다.
사노라면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망설여 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 때 저말 한마디 기억해 내면, 결정이 쉬워진다.
그리고 그 결정이 잘못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한번더 그리고,
간혹 잘못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시원하다.
바로 결정하고 실천 했다는 자신감이 있으니, 잘못 되더라도 즐겁게 그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자세가 인간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역사를 바꾼다.
이집트에서도 이런 철학을 굳게 가진 국민이 있어 30년 독재를 무너뜨리고 사회에 자유의 깃발을 꽂았다.
어제, 무바라크 항복했다는 소식이 나오더라.
대한민국에서, 박정희의 독재를, 전두환 노태우의 장기 집권 야욕을 깨부순 힘의 원천은 저런 결단력에서 나왔다. 유독 한국인이 이런 정의감이 강하여 한국은 빠른 발전을 거듭해 왔다. 국가의 발전은 공무원의 청렴성에 크게 의존하는데, 한국이 그 청렴성이 세계 어느나라보다 강한 것이다. 그래서 빠른 속도로 사회가 맑아지고 있다.
그 강함의 근원은 명심보감 계선편 두번째 절구에 나오는 저 소리, 유비현덕이 임종시에 내어 놓은 저 소리.
저것이 오랫동안 국민 정서 속에 흡수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번더 해설해 보자,
"착한 일인데 하려고 보니 너무 작구나, 그러니 대충 소홀히 하고 넘겨 버리자... "
요렇게 하지 말라는 말이다. 착한 일이다 싶으면 반드시 하라... 그것이 촌 사람을 황제로 만든 비결이니라.
"악한 일이지만, 너무 조그마하니, 대충 타협해서 이번만 하고 넘어가자.... "
요리 하지 말란 말이다.
하면 안되는 일이다 싶으면 절대로 하지말라.
그것이 탁현 누상촌 촌사람을 황제로 만들어준 비결이니라.
이 명심 보감이 우리 큰 형님 세대까지는 모두 외워야 하는 책이었다. 이런 좋은 글귀가 이제는 사라져 가니 안타깝다.
첫댓글 '勿以善小而不爲하고, 勿以惡小以爲之' 명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