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이었습니다. 해운대역으로 밥을 싣고 떠나려던 참에 휴대폰이 울
렸습니다. 받으니 동부경찰서 강력계 모형사였습니다. 부산역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용의자의 인
상착의를 설명하면서 혹시 어디 있는지 아는가 싶어서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잘 모른다고 했더니 해운
대역 밥퍼현장으로 한번 찾아오겠다고 하여서 그러라고 했지요. 해운대역광장에서 홀로어르신들에게
열심히 밥을 나누고 있는데 전화를 한 형사가 다가와서 잠깐 보자고 하여서 따로 한쪽으로 가니 사진을
한장 보여주면서 이 사람을 아느냐고 물어서 부산역에서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고 답했더니 혹시 보면
연락을 달라고 하면서 당부를 하고 갔습니다. 그 다음주 화요일에 부산역에 가니 벌써 그 범인이 잡혔답
니다. 다른 지역으로 갔는데 거기서 잡힌 모양입니다. 그런데 부산역 노숙인들의 여론이 죽은 사람보다
죽인 범인을 더 동정하고,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잘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왜 그런가 자세히 물
어보니 죽은 사람이 그 날 밤에 가만히 잠자고 있는 사람을 때리고 협박하면서 그 사람이 낮에 노동일을
해서 받은 일당을 빼앗아갔다고 합니다. 자다가 매맞고 돈 빼앗기는 억울한 일을 당한 약자가 분해서 잠
이 오지 않고 밤새 분을 참지 못하다가 그만 칼을 들고 가서 뺏은 돈으로 술을 마시고 취해서 자고 있는
그 사람을 찔러 죽였다고 합니다. 죽은 사람은 하도 여러 사람에게 반복해서 갈취와 폭행을 해서 부산역
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미워했다고 합니다. "저런 놈 누가 좀 안 죽여주나?"하고 생각을 하던 차에 참을
성이 적은 한사람이 그만 일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어찌보면 그는 스스로 자기목숨을 재촉했다고 볼수
도 있습니다. 알고보니 그 죽은 사람은 수개월전에 우리 밥퍼공동체가 부산역에서 밥을 나눌 때 이유없
이 와서 시비를 걸고 행패를 부리다가 저와도 멱살잡이 직전까지 갔던 사람이었습니다. 참으로 불쌍한
사람입니다. 사람다움을 회복할 기회를 가질 시간도 없이 빨리도 가버렸습니다. 오늘 아침에 갑자기 그
사람이 생각이 납니다. 하루빨리 노숙인들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을 시작해야겠다는 조급함이 밀려옵니
다. 밥을 나누는 것도 소중하지만 언제까지 밥만 나누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말입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겠습니다.
첫댓글 본부장님 여기도 배순조다녀갑니다 짝짝......이건 아닌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