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예견된 인문사회 계열 초과 공급 경고
18년 전인 1997년 11월 22일 우리나라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기업들은 이공계 출신 연구원을 1순위로 감원하기 시작했다. 이공계 졸업생도 취업난에 시달렸다. 이공계 기피 현상의 시작이다.
1998학년 수능 자연계 지원자 수는 37만5천23명으로 전체 지원자의 42.4%였으나, 2002학년에는 19만8천963명으로 급감하며 전체 지원자의 26.9%로 낮아진다. 같은 해 서울대 대학원 후기 박사과정은 0.79:1로 미달되는 등 사회 전반에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 10~20년 뒤에는 반대로 이공계 인력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인문사회 계열이 초과 공급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사회 곳곳에서 나왔다. 그러나 당시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은 미래 인력 수급 현황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20년이 채 되지 않아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대졸자 79만 명이 초과 공급되는 재앙의 시작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12월 15일 발표한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 수급 전망’에 따르면 10년간 대졸 32만1천 명, 전문대졸 47만1천 명 등 79만2천 명이 노동시장에 초과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의 계열별 수급 차 전망은 인문사회 계열과 공학 계열의 양극화를 보여준다. 4년제 인문 계열 10만 명, 사회 계열 21만 명, 사범 계열 12만 명 등 예체능·자연 계열 모두 초과 공급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공학 계열과 의약 계열은 각 21만 명, 4천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다.
4년제 대학 기준 세부 전공별로는 경영·경제 전공 12만2천 명, 중등교육이 7만8천 명, 사회과학 7만5천 명, 언어·문학 6만6천명 등으로 초과 공급된다.
반대로 기계·금속 7만8천 명, 전기·전자 7만3천명, 농림·수산 2만6천 명 등이 부족해진다.
2년제 전문대는 세부 전공별로 사회과학 15만3천명, 생활과학 11만2천 명, 경영·경제 전공 7만8천명 등이 초과 공급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 치료·보건 전공 6만8천 명과 유아교육 4만5천 명이 초과 공급되는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취업률이 높은 학과로 여겨지다 보니 많은 대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신규 학과를 설립하고 입학 정원을 늘렸기 때문이다. 4년제 대학과 마찬가지로 전기·전자 2만8천 명, 컴퓨터통신 2만7천 명, 의료 2만5천명 등 초과 수요가 예상된다.
엎친 데 덮친 격, 유지 취업률 악화
지난 12월 16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4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지 취업률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대, 대학, 일반 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을 2013년 8월과 2014년 2월에 졸업한 대상자 55만7천236명 중 조사 기준일(2014년 6월 1일) 당시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 수(해외 취업자, 영농업 종사자는 제외한 수)는 28만1천663명으로 절반 수준이다. 이 수치도 매우 낮지만, 더 큰 문제는 건강보험 가입자로 확인한 취업자가 불과 1년이 지났을 때 직장 건강보험 가입을 유지하는 비율이 73%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직장 건강보험 가입을 유지하지 못하고 퇴사한 경우는 1년 미만 계약직이나 일자리에 만족하지 못한 자발적 퇴사로 추정할 수 있다.
즉 27%에 가까운 졸업자가 괜찮은 일자리에 취업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년간 직장 건강보험 자격 유지가 높은 계열(4차유지 취업률 기준)은 공학 계열(79.1%), 교육 계열(78.9%), 의약 계열(76.7%)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문 계열은 취업률도 45.9%로 심각하게 낮지만, 유지 취업률도 67.8%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결국 1년 뒤 졸업자 5만51명 중 불과 1만2천253명이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 유지되는 것이다.
현재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대학을 졸업하는 시기가 2020년부터 2024년 사이임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전공별 인력 수급 전망을 진로와 전공 선택에 참고하지 않을 경우 현재의 문과 취업난 같은 상황을 다시 맞을 것이다.
또 대학과 학과별 취업률을 살펴볼 때는 취업률 발표 당시 수치에 관심을 두기보다 반드시 유지 취업률을 확인해 취업의 질 측면도 고려해야 함을 잊지말자.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