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은 저 산 너머에서 봄을 업고
누나처럼 사뿐사뿐 걸어온다
어쩔 수 없이 수면이 아닌 동면을 해야 했던 개구리는
깨어나려고 언 땅을 발로 차며
몸을 꿈틀거린다
겨우내 떨어야만 했던 씨앗은
오래간만에 흘러내리는 눈 녹은 물에 간신히 목을 축이고
희망을 반듯하게 그려본다
흐르다가 안타깝게도 동태가 된 시냇물은
훈훈한 바람에 쌓이고 쌓인 쓰레기를 밀어낸다 .
그러면서 얼어붙은 시냇가를 안아주고 핥아 주고 키스를 한다
봄은 올 것이다.
봄은 훈풍에 떠밀려 꼭 올 것이다
그러면 저 적막했던 늪가에서
성숙한 모습으로 개구리는 한껏 기지개를 켤 것이며
활기찬 울음소리는 귀 맛 좋게 온 들판을 간간이 핥을 것이다
그러면 저 스산했던 들판에서도
힘을 실은 씨앗은 마음 놓고 조용히 새싹을 틔우다
제각기 제 색깔로 경쟁이라도 하듯 예쁜 꽃으로 이 땅을 곱게 수놓을 것이다
그러면 저 조용했던 시냇가에서도
강에서 늪에서 올라온 물고기들로 장마당처럼 마구 북적거릴 것이며
날마다 새 생명을 잉태하여 이 땅에 더 없는 활기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때면 날아가던 기러기 떼도 지나가던 사슴무리도
신기하고 활기찬 이 모습에 폭 취해
살며시 굽어볼 것이다, 의아해 쳐다볼 것이다.,그리고는 부러워할 것이다
2011년 2월 1일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