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7.5. 장마가 주춤한 틈을 타서 굴견지를 다녀 왔습니다.
못의 수위가 어느 정돈지 궁금하기도 해서 비온 뒤라도 질척거림이 덜하고
차량과 낚시자리의 동선이 가까운 굴견지로 향합니다.
오늘은 우안 하류에 대를 널었습니다.
낚시자리를 뒤로 물려 갓낚시 형태로 대편성을 했습니다.
수심은 맨 우측은 오십전 그외는 메다에서 메다오십입니다.
낚시를 하면서 가끔씩 “만천과해”라는 말을 생각하곤 합니다.
붕어가 다닐만한 길목에 밑밥을 뿌리고 미끼를 드리워 붕어가 의심하지 않고
미끼를 취하게 하는 게 낚시라고 한다면 우리 꾼들은 늘상 만천과해를
적용 실천하는 아주 유능한 책사(?)가 아닌가??
병법 36계를 보면 그 중 첫째로 나오는 것이 바로 만천과해(瞞天過海)입니다.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넌다는 뜻으로 기만책을 통해 상대를 해이하게 만든다는 야그입니다.
병법 36계는 남송의 명장 단도제가 만들었다고 하나 그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걸
단도제가 취합한 거라고 하더군요.
만천과해의 예로는
북해성이 황건적에게 포위당한 상태에서 태사자라는 인물은 매일 시종을 데리고 성문을 열고 나가서
과녁판을 놓고 황건적 진지 쪽으로 말을 달리다 과녁에 활을 쏘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며칠을 이렇게 하자 포위한 황건적들은 태사자가 말 타고 나오면 또 활 쏘다 들어가겠거니 하면서
자기네 진지쪽으로 말을 달려와도 별달리 경계하지 않게 됐고,
이를 노린 태사자는 평소처럼 말 타고 활을 쏘는 척 하다가 경계가 느슨한 황건적 포위망을
그냥 뚫고 나가 버립니다.
방심하던 황건적은 결국 그의 돌파를 막지 못했고 태사자가 데리고 온 구원병들에게 궤멸되었지요.
또한가지는 삼국사기 열전 거도(居道)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탈해왕 당시 신라 접경에는 우시산국과 거칠산국이라는 나라가 있어 근심거리였다고 하는데
변방의 관리였던 거도가 이 두나라들을 합병하려고 마음 먹었죠.
거도는 매년 한 차례씩 들판에 말떼를 모아 놓고는 병사들에게 말을 타고 달리게 하는 놀이를 시켰습니다.
매년 이렇게 하니 우시산국과 거칠산국의 사람들 역시 거도가 무리지은 말떼에 병사들을 잔뜩 태워 달리는
모습을 봐도 경계하기는 커녕 '또 저 지랄 하는구나' 하게 된 겁니다.
그러던 어느 해 거도는 평소처럼 말놀이를 하는 척 하다
말탄 기병을 앞세워 벼락같이 기습하여 두나라를 합병했다고 합니다.
만천과해의 원문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있다고 합니다.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되면 경계심이 풀린다.
동일한 현상이 반복되면 누구나 의심하지 않는다.
모략을 숨긴 사람은 겉으로 다른 사람과 충돌을 일으키거나 대립하지 않는다.
대립하지 않는다고 적대감을 품지 않았다고 믿는다면 순진한 사람이다.
공개적인 행동의 뒤에는 반드시 비밀스러운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누군가가 갑자기 필요 이상의 호의를 베푼다면 진의를 의심해야 한다.“
오늘도 물빠졌을 때 보아 둔 지형을 머리에 그리며 물밑 어도를 더듬어 채비 투척지점을
마킹한 후 만천과해의 계를 적용했습니다.
평소 이 길을 다니던 배고픈 붕순이들 이라면
분명 뿌려놓은 밑밥을 조심스럽게 취하지만 몇 개 먹어보니 별다른 탈이 없자
경계의 끈을 늦추며 의심없이 미끼를 마구마구 물어줄 거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ㅋ~
우측 저수심대의 수중턱위를 포인트로 잡고
대편성했더니 전체적으로 삐닥합니다.
낮에도 가끔 입질이 들어 오는데
잔챙이지만 찌올림이 다소 빠르나 근사하게 올려 주네요.
체형이 당당하고 채색이 고운 녀석입니다.
오늘도 컵라면과 빵한조각, 커피한잔
그리고 찌불을 밝혔습니다.
밤이 되니 쭈욱 밀어주는 입질에 씨알도 좀 나아 졌네요.
제법 여러번의 손맛을 보았습니다.
21시경에 밑걸림이 심하여 목줄을 두번 해먹고 외바늘로 던져놓은 좌측 세번째 예사롭지 않은 찌오름!
묵직한 상승 그리고 스르륵 멈춤
핑하는 소리와 꽤나 설레발쳐서 모델급인줄 알았는데
빵좋은 준모델급이다.
비가 오락가락하여 불편했건만 오랜만에 찌오름을 많이 본 재밌는 낚시를 했습니다.
비록 모델섭외는 실패했지만 오늘은 만천과해를 성공적으로 적용한 듯 합니다.
23기경에 빗줄기가 굵어지는 듯하여 철수했습니다.
철수길 라디오에서 21시경에 울산앞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하네요.
감사합니다
첫댓글 요즘같은 불경기에 손맛 좀 보셨네요.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즐낚하세요.
저는 저번주 상류 담벼락 밑에서 하룻밤 자고 왔습니다.
바닥지형을 잘 기억해둬야겠습니다.
보리숭년에 손맛 보심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낚수를 재개하셨나 봅니다.
즐낚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