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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대구 공방전] 09
S#1. 출판사 옥상 (N1)
사장, 도진, 대구 세 남자 쭈르르 누워 자고 있다.
소란과 메리는 주거니 받거니 술잔 기울인다.
메리 ; 당신 같은 속물이 강대구를 좋아한다니 참 아이러니다.
소란 ; 내가 레슨비 대줄까? 돈 대줄테니까 강대구한테 관심 끊어.
메리 ; 이게 진짜 보자보자하니까.... 너! 이리 나와.
소란 ; 너? 이게 죽을라구.
메리 ; 어쭈! 너, 나와!
권투 글러브 끼고 서 있는 두 여자. 둘이 노려보며 왔다갔다 잽잽 날리며 신경전.
메리, 먼저 소란의 머리통을 한 대 팡 친다.
소란 ; 아! 너 날 쳤어.
메리 ; 내가 오늘 니 정신상태를 싹 고쳐주마. (소란의 옆구리를 한대 또 친다)
소란 ; 이게 진짜.....
소란, 주먹 쥐고 빙빙 돌다가
소란 ; (어디론가 시선) 어! 저거 뭐야 당신이 그랬어?
메리 ; (본다)
소란, 메리에게 뒤에서 달려들어 엉덩이 등, 머리를 팡팡 때린다.
메리 ; 반칙이야 반칙! 야!
눈 감고 있던 도진과 대구. 소란스런 소리에 눈을 번쩍 뜬다.
메리와 소란 치고 박고 하는 중.
소란, 문 열리고 대구와 도진이 나오는 걸 본다.
메리는 등 지고 있어 대구를 못 보고
메리 ; 히얍! (소란의 엉치 뼈를 한 대 때린다)
소란 ; 으악! (약한 척 털썩 쓰러진다)
메리 ; .................???
대구 ; 소란씨!
대구와 도진 달려온다.
대구 ; 소란씨.... 정신 차려요.... 소란씨. (메리보며) 당신 미쳤어?
메리 ; 야! 일어나 뻥치지 마. 내가 더 많이 맞았는데....
도진 ; 메리야, 폭력은 안된다. 이래선 안돼....
소란 ; (실눈 떴다 감는다. 기절한 척)
S#3. 삼룡빌딩 인서트/(N1)
S#4. 소란의 방 / (N1)
소란을 업고 들어오는 대구.
부길, 따라 들어온다.
부길 ; 세상에..... 얼마나 마신거야. 술이 쎄서 와인 세 병도 거뜬한 앤데...
대구와 부길, 침대에 소란을 눕힌다.
대구 ; 죄송합니다. 가 보겠습니다.
부길 ; 애들 아빠 깨지 않게 조용히 나가요.
부길과 대구, 나간다.
문 닫히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춤추는 소란. 말짱하다.
소란 ; 오늘 밤만은 그댈 위해서 분홍의 립스틱을 바르겠어요....그대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문 열린다.
소란, 얼른 침대로 털썩. 눈 감고.
부길, 불 끄고 나간다.
소란 ; 대구씨..... 당신 등은 너무 따뜻했어요....
S#5. 세도의 침실 / (N1)
부길, 세도 옆에 누우면서 은근히 몸을 밀착하는데, 악몽을 꾸는 듯 식은 땀 흘리며 허부적 대는 세도.
세도 ; 으으으...
부길 ; (착각하며 더욱 밀착하는) 그래그래...
세도 : (헛손질하며 이리저리 피하는)
부길 ; (그제서야) ...당신 꿈 꿔?
세도 ; 이놈, 이놈...
부길 ; 여보! 여보!
세도 ; 헉! (일어나 앉는다)
부길 ; 가위 눌렸어? 어머.... 이 땀 좀 봐.... 당신 너무 허약해졌다. 보약 한 재 먹자. 그럼 여러모로 좋아질꺼야.
세도 ; (벌컥) 잘 때, 나 건드리지 말랬지!! (하고 전화기 드는)
부길 ; (무안).....
세도 : 꽁치야! 왜 전화를 이제 받는 거야! 당장 뛰어와!
S#6. 공원 약수터/ (M2)
한적한 곳에 앉아 기를 모으는 풍운.
튼실하게 생긴 중년 사내 둘이 운동복 차림으로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느닷없이 공격을 가해 온다.
놀라운 순발력으로 피하는 풍운.
풍운 : 왜이러십니까?
중년1 : 당신, 왜 남의 가정사에 끼어들어!
중년2 : 남이야 바람을 피건말건 왜 쓸데없는 말을 나불거려서 현장을 들키게 만드냐구.
풍운 :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랐을 뿐입니다. 일시적으로는 힘드셔도...
말을 채맺기 전에 재차 공격해오는 두 사람.
이리저리 피하던 풍운이 두사람을 가볍게 쓰러뜨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꽁치.
싸움이 끝나자, 풍운에게 뛰어간다.
꽁치 ; 선생님, 역시! (하며 엄지를 치켜세우며) 범상치 않으신 분이군요.
풍운 ; ......이번에는 또 뭐요.
꽁치 ; 그 때 여쭤 봤던 분이 정말, 진짜로 돌아가셨는지 다시 한 번 알고 싶으시다구요.
풍운 ; . .믿지 못하시는 게로군.
꽁치 ; .........알 수 있을까요?
풍운 ; ...... 그렇게 알고 싶으면 그 분더러 직접 오라고 하세요. 내일 오후 세시 남산 공원.
꽁치 : 네, 알겠습니다. 내일 오후 세시 남산공원.
하며 뛰어가다가 돌아선다.
꽁치 : 근데, 핸드폰 하나 장만 하시죠. 선생님 찾아올 때마다 아주 힘들어 죽겠습니다.
S#7. 메리네 마당 / (D2)
도철, 쇼핑백 들고 마당으로 들어온다.
마루로 올라갈까 하다가 문이 반 쯤 열려진 건넌방을 본다.
도철 ; 새로 누가 들어왔나?
도철, 살그머니 다가간다. 가방이 놓여있고 짐 풀다 만 흔적.
도철, 이리저리 살피고 조심스럽게 들어간다. 방에 들어와 가방을 뒤지는 도철.
가방을 뒤진다. 책과 셔츠, 향수병이 나온다.
도철 ; 꼴에 또 향수는........
다른 가방을 계속 뒤지는데 앨범이 하나 나온다. 펼쳐본다.
과거 리키 박의 모습들. 분장한 세도와 찍은 사진. 분장 안한 세도와 찍은 사진.
혼자 나무에 기대 촌스런 설정하고 찍은 사진등등.....
도철 ; 그럼 그렇지...... 리키 박.......이 바람둥이!
풍운(E) ; 남의 방에서 뭐하시는 겁니까?
앨범을 한 장 또 넘기다 멈칫.
반항아적인 이미지의 대구(대학생 때 쯤)를 곱게 늙은 중년여자가 껴안고 웃고 있는 사진.
도철은 고개를 돌리고 있어 못 본 상태.
풍운, 얼른 들어와 앨범을 뺏는다.
풍운 ; 주인이면 이렇게 함부로 짐을 뒤져도 되는 겁니까?
도철 ; 실례지만 어떤 일을 하시는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풍운 ; 놀고 있습니다.
도철 ; 성함은요?
풍운 ; 속세의 이름은 잊은 지 오래고 언젠가부터 풍운처사라 불리고 있습니다.
도철 : 그게 주민등록상의 성명입니까?
풍운 ; 저한테 관심이 많으시군요.
도철 ; 내 집에서 머무는데 그 정도쯤은 알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혹시수배명단에 올라 계시진 않겠지요.
풍운 ;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뒷조사를 해보시던가요.
도철 ; .............
풍운 ; .........나가주시지요. 저 옷 갈아입어야 됩니다.
도철 ; 내가 모를 줄 알아? 당신은 리키박이야! 오성자를 만나러 왔나.
남의 마누라로 산지 30년이 돼가는 여자를?
풍운 ; ......아닙니다.
도철 ; 그럼?
풍운 ; 내 아들을 만나러 왔소.
도철 ; ........그럼 우리 아들 대한이가 당신 아들? (멱살 잡으며) 그래?
풍운 ; (밀쳐내며) 아, 아닙니다. 그 무슨 해괴한 의심을...
도철 ; 당장 이 집에서 나가주시오. 내쫓기 전에. (문을 팡 닫고 나간다)
풍운 ; (기분나쁜) 못나갑니다.
도철 : 뭐요?
풍운 : (단호하게) 나도 돈내고 여기 계약한 겁니다. 잘못한 것도 없이 옮길 수 없어요.
도철 : (기가 막힌) 허!
전화벨 울린다.
메리(E) ; 아빠? 나 메리메리. 오늘 일찍 오실거죠?
도철 : 벌써 들어왔다. 넌 오디션 잘봤니?
S#8. 오디션장 /(D2)
메리: 지금 기다리는 중이예요. 엄마 생일케잌은 제가 사갈께요.
대기실.
번호표 달고 서서 목 풀고 몸 풀고 어수선한 모습.
메리 ; (발 동동)
동파 ; 황메리!
메리 ; 뭐하다 이제 와. 일찍 와서 목도 풀고 노래도 맞춰보고 했어얄 것 아냐.
동파 ; 어허! 나는 프로 아니니. 들어가자.
알라딘 복장으로 의상을 입은 메리와 동파. 중간 부분 노래중인.
메리.동파 ; A whole new world! A new fantastic point of view
No one to tell us no Or where to go Or say we''re only dreaming
높은 음 올라가다 동파, 삑사리 난다.
메리동파 ; (삑살) A whole new world !.......A dazzling place I never knew........
오디션장 일각.
내지르는 메리의 주먹. 얼굴에 맞고 펄썩 쓰러지는 동파. 윽!
메리 ; 니 까짓게 프로야?
동파 ; 아흐 아퍼........이 까짓 꺼 한번 떨어졌다고 친구를 패?
메리 ; 이 까짓 꺼 한번? 올해 들어 일곱 번 째 탈락이야.
동파 ; 니가 재능 없는 걸 왜 나한테 탓을 해.
메리 ; ......열정은 재능을 능가해. 언젠간 된다니까.
동파 ; 너는 이제 스스로 혼자 커라. 난 이제 너 안 거둘란다.
메리 ; 꼴에 큰 척은..... 너! 오늘 엄마 생일이라 봐준다. 너랑은 이제 절교야.
S#9. 동네 베이커리 / (D2)
메리, 우울한 표정으로 케익 진열장을 본다.
맛있어 보이는 케익들. \32.000 , \28.000, \20.000............
메리 ; .........(맘에 드는 케잌은 많은데 지갑 들여다보며 속상한.....)
점원 ; 케익 찾으세요?
베이커리 앞에 써 붙인 광고 문구 <PM 6시 이후 모든 제품 50% 할인>
메리 : 5분 남았군. 오케이...
메리, 베이커리 앞 벤취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대구가 다가온다.
대구 ; 뭐해요?
메리 ; 아니예요.
대구 ; 빵 사줘요?
메리 ; 그 소란스러운 여자는 잘바래다 주셨나?
대구 : 실컷 때려놓고 왠 질투?
메리 : 내가 더 많이 맞았다니까!
대구 : 설마? 힘도 센 여자가...
메리 : 볼일 보셔.
대구,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케잌을 사는데
메리 ; (따라가며) 갑자기 케잌은 왜 사는거야? 돈이 아주 넘쳐나시는군.
어! 그거 2만원 짜리 내가 찍어 놓은 건데.....
대구 ; 출판사 형네 애기들 갖다 줄려구요.
메리 ; 애들도 많던데 큰 놈으로 사가요. 그건 놔두고. 그건 내가 사갈꺼란 말야. 오늘 우리 엄마 생일이예요.
대구 ; (여유있게 지갑꺼내며) 내가 하나 사줄까요?
메리 ; 울 엄마 생일이예요. 내가 살꺼야.
두사람 다투는 사이에 다른 손님이 케잌을 또 사간다.
대구 ; 또 또.... 그 못난 자존심 내세운다.
메리 ; 나도 50퍼센트 할인하면 살 수 있어요. 내 땀이 묻은 돈으로 엄마 생일 케익을 사고 싶다구.
대구 ; 말 참 이상하게 하시네..... 나는 뭐 땀 없이 훔친 돈이야?
메리 ; 그 여자 덕에 꽁으로 벌게 된 돈 아니요?
대구 ; 싫으면 관두시고.
하고 가버린다.
메리, 돌아보면 진열장이 비어있다.
메리 ; 어??............(눈물이 핑글)...........
힘없이 밖으로 걸어나오는데
대구, 아직 있다.
대구 ; ...........그 새 팔린거야?
메리 ; ........이게 뭐야! 당신이 말시켜서 이렇게 됐잖아. 댁이 이 동네 오고 부턴 내가 되는 일이 없어 되는 일이!
대구 ; 무조건 나한테 화풀이야.
메리 ; ............(터벅터벅 걸어간다)
대구 ; 이거라도 가져갈래요?
메리 : 가요. (눈물을 쓱 훔친다)
대구 ; 쯥...........(하며 돌아선다)
* 대구가 메리네에 가져온 케잌은 별도의 새로산 케잌임.
S#10. 메리네 마루(세트) / (N2)
메리, 들어선다.
마루엔 밥상에 케익과 주스 과일등등 올려져 있다.
도철, 풍운, 성자 앉아있다.
세사람, 묘한 긴장감으로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다.
풍운 ; 이 분이 따님이시군요.
메리 ; 어? 아저씨는......
성자 ; 아직 인사 못드렸지? 어제부터 우리 집에서 지내는 선생님이셔.
풍운 ; 반가워요.
메리 ; 네.....근데 이 케잌은?
성자 ; 글세, 어쩜 이분이, 내 생일을 알기라도 하신 것처럼, 케잌을 사오셨잖니.
메리 : ?
도철 ; (기분 나쁜) 끙!
풍운 ; 저는 잘 부탁드린다는 뇌물로 가져온건데 딱 맞춰 생일이셨지 뭡니까.
메리 ; 엄마, (뽀뽀하며) 생일 축하!
문 열리는 소리나고 도진, 꽃다발을 안고 들어온다.
메리 ; 어? 너 어떻게 알았어?
도진 ; 어제 네가 말해줬잖아. 그렇잖아도 정식으로 찾아 뵙고 싶어서...
메리 : (생각나는) 아!
성자 ; (반기며) 어서 와요 ..... (자리 권하며) 이리로. 메리 초등학교 동창 선도진 선생이예요.
도철 : (메리에게 귓속말로) 너 양다리냐?
메리 ; (곤란하니까) 자 자, 케익에 불 붙이시고.,...
풍운의 기타 반주에 맞춰 생일축하 노래 부르는 성자 메리 도철 풍운 .
일동 ; 해피 버스 데이 투유......... 해피버스 데이 투유....
도철 ; (맘에 안 드는 눈으로 풍운을 째려보고)
일동 ; 해피 버스 데이 투 오성자..... 해피 버스데이 투유.............
일동, 박수치고 성자 촛불 끄려고 하면
메리 ; (막으며) 엄마, 엄마! 소원 빌어야지.
성자 ; 아!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풍운 ; (그런 성자를 보고)..........
도철 ; (성자를 보고 있는 풍운을 기분 나쁜 듯 보고)....
성자 ; 소원 다 빌었다. (부는) 후!
일동, 박수!
(E) ; 핸드폰 벨
도진 ; 죄송합니다. (전화 받아) 여보세요...
대구(F) ; 형 난데 뭐해? 오늘은 저녁을 못해놓을꺼 같애.
도진 ; 응, 괜찮아. 나도 지금 저녁 먹을 꺼야.
대구(F) ; 어디야?
도진 ; 응.... 회식.....
성자 : 누구? 저녁먹으로 오라고 하지?
도진 :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 (전화 끊으며) 동료 교사예요.
접시에 케익을 나눠 맛있게 먹고 있다.
도철 ; 조금만 먹어. 이따 밥 못 먹을라.
성자 ; 밥 먹는 배는 따로 있으니까 걱정 마.
메리 ; 많이 드세요, 아저씨.
풍운 ; 네, 맛있게 먹고 있어요.
메리 ; 아저씨 젊었을 때 엄청 미남이셨을 꺼 같아요. 인기도 많구.
풍운 ; 인기는 무슨..... 그런 거 없습니다. ...... (도철을 물끄러미 본다)
도철 ; (까칠) 왜요? 나한테 할 말 있으십니까?
풍운 ; 코에 생크림 묻으셨습니다.
도철 ; (기분 나쁜 듯 쓱 닦는)
성자 ; 도진이도 어릴 때 학교에서 인기 짱이었는데.
도철 ; 인기 많던 남자들이 여자 속을 많이 썩이던데..... 꼭 좋은 것만은 아냐.
성자 ; 이이는 주책이야.
도진 ; 선물 풀어보시죠 어머니.
메리 ; 자자 선물 시간입니다. 다들 선물 주세요.
성자 ; 니 선물은?
메리 ; 아까줬잖아, 뽀뽀! 또 주까?
풍운 ; 그럼 제 선물도 가져오겠습니다.
풍운, 마당으로 내려서 방으로 가는.
성자, 도진의 선물을 풀어본다. 예쁜 블라우스가 나온다.
성자 ; 어머 너무 이쁘다....
메리 ; 너 어떻게 이런 걸 살 생각을 했니?
도진 ; 내가 여러방면으로 센스가 있잖니.
성자 ; 잘 입을게. 내 사윗감 후보한테 받은 첫 선물이네.
메리 ; 엄마는...........
이 때 문 열리며 ‘실례합니다’ 하는 목소리. 케잌을 든 대구가 들어선다.
도진, 성자, 놀란 눈.
도철은 반가운.
메리, 깜짝 놀라 일어서며
메리 ; 여긴 웬일이예요.
대구 ; 아까 나 때문에 케익 놓쳤잖아요.
풍운, 방에서 나오다 대구를 보고 얼른 문 닫고 들어가고.
메리, 마루 위를 보고 대구를 보고 갈팡질팡하는데......
도철 ; 뭐해요, 왔으면 올라오잖구.
대구 ; 예..... (신발 벗고 올라서는)
메리 ; (얼떨결에 따라 올라서며) 엄마..... 동네 친군데 축하사절단으로 왔어.
대구 ;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성자 ; 누구...........신지.........
도철 ; 얼굴이랑 머리 보면 모르겠어? 저번 날 메리랑 뽀뽀한 그 친구 아냐.
도진 ; !!
메리 ; !!
도철 ; 둘이 뽀뽀하던 핸드폰 사진 기억 안나.
성자 ; (도진 들으라고 큰소리로) 고기 먹다 게임의 벌칙으로 어쩔수 없이 한 거라잖아.
도철 ; 자.... 이리와 앉아요..... 어휴....기럭지도 길어라.... 마루가 모자라서 미안하네.
대구 ; 아닙니다. 길어도 잘 접힙니다.
도진 ; (짐짓 여유있게) 어서와라 대구야.
성자 ; 둘은 또 어떻게 알아?
도진 ; 같이 사는 후배예요. 수퍼 지나서 스마일 빌라라고 있죠, 저희는 거기 삽니다.
도철 ; 엎어지면 코 닿을 데네. (대구에게) 자주 놀러 와요.
대구 ; 예, 감사합니다.
성자 ; (도진에게) 종종 와서 저녁 먹구 가.
도진 ; 예, 어머니. 근데 여기 화장실이...(하며 일어서는데)
대구: 나도. (하며 따라붙는다)
도철 : 어, 요 뒤로 돌아가면 있네.
성자 ; (일어서며) 메리야, 이제 케잌 그만먹고 저녁상 보자.
메리 : 네 (도진대구가 신경쓰이는)
S#11. 메리네 화장실앞(야외) / (N2)
집뒤로 돌아온 도진과 대구, 잠시 어색.
(부엌에선 소음 들려오고.... 밥은 내가 풀까?... 숟가락 다시 놔.....
여보, 잡채는 접시를 두 개로 나누는 게 좋겠는데.... 냉장고에서 김치 좀 꺼내..... 등등......)
대구 ; 형은 회식한다더니 장소가 여기였어?
도진 ; (파르르)......갑자기 너한테 배신감을 느낀다.
대구 ; ............
도진 ; 너, 키스했단 여자가 메리였어?
대구 ; (얄밉게) 게임의 벌칙이었다니까.
도진 ; 메리 집은 또 어떻게 안건데.
대구 ; 한 동네에 사는데 뭐...와서 한 바퀴 돌다보니 바로 보이던데. 메리 하우스!
(부엌을 향해 큰 소리로) 뭐 도와드릴 꺼 없습니까?
S#12. 메리네 부엌 / (N2)
부엌.
5-6인용 교잣상에 밥상 차리는 메리 성자 도철.
메리 : 아니, 괜찮아!
성자 ; 넌 제 정신이야? 어쩌자고 남자 둘을 불러?
메리 ; 내가 불렀어? 지들이 온 거지.
도철 ; 우리 메리가 나 닮아서 인기가 좋아. 나도 총각시절에 순이, 분이, 미옥이..... 엄청들 날 따라 다녔지.
메리 ; 그런데 왜 엄마랑 결혼했어요?
도철 ; (째려보며) 천하의 바람둥이 나쁜 놈한테 실연당해서 뻗어 있는데 그냥 죽겠다 싶더라구.
그래서 내가 거뒀지.
성자 ; 미역국에 머리 감고 싶지 않음 입다물어요.
S#13. 풍운 방(N2)
불 꺼진 방.
풍운, 문에 바짝 기대 밖의 소리에 귀를 세우고 있다. 밖에서 사람들의 왁자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우수에 찬 표정의 풍운........
메리(E) ; 선생님 나오세요..... 저녁 드세요.
풍운 ; . . . . .나중에 먹겠습니다....
메리(E) ; 우리 집은 때 지나면 밥 안줘요. 빨리 오세요.
S#14. 메리네 마당(N2)
식사중인 다섯 사람.
도철 성자 메리 도진 대구.
대구, 덥썩덥썩 잘도 먹는다.
대구 ; 잡채 맛있네요.... 야채 다듬고, 볶고, 당면 삶고, 간 하고... 맛있는 만큼 손이 많이 가는 요린데....
와.... 이 나물도 끝내줘요. 여름엔 나물 요리 힘든데. 빨리 쉬어서.
성자 ; 집에서 살림 하나요?
메리 ; 작가야 강대구씨.
성자 ; 너한테 물어봤니? 헤어스타일을 보고 대기업이나 전문직은 아닐꺼라 짐작은 했어요.
도철 ; 작가가 어때서. 내가 존경하는 직업인데.
도진 ; 무협소설을 쓴댑니다, 대구는.
도철 ; 아.... 무협! 무협하면 또 나지. 양우생, 김용, 고룡......
대구 ; 저도 좋아하는 작가들입니다. 온서안 까지 네 명의 사대천왕.
성자 ; 남자 직업은 안정적인 게 제일 좋지. 안 그래, 선 선생?
도진 ; 말씀 편하게 하세요 어머니. 어릴 땐 그냥 이름 부르셨잖아요.
성자 ; 훗날 이렇게 사윗감 후보로 만날 줄 알았으면 그 때 좀 더 잘해주는 건데....
도진이 너 내가 만든 떡볶이 좋아했었잖아.
도진 ; 그럼요 어머니. 주말에 떡볶이 먹으러 또 오겠습니다.
도철 ; 그때 대구 자네도 같이 오게. 독고구검에 대해서 같이 논해보자구.
대구 ; 일자무식의 무림 고수 석파천도 재미있죠.
성자 ; (못 마땅) 밥상 앞에 두고 왜 그렇게 말들이 많아.
메리 ; (엄마눈치 보고 화제 바꾸는) 선생님은 선물 가지러 가더니 왜 안 나오시지....
도철 ; 굶게 놔둬.
성자 ; 메리 너 가서 이따 야식이라도 드릴까요 물어봐.
도철 ; (버럭) 야식은 무슨! 지금 안 먹음 없는거지.
메리 ; (마당 향해 부르는) 선생님.....! 왜 안 오세요.
풍운(E) ; ..........드세요. 전 괜찮습니다.
메리 ; 선물 안 주실 꺼예요?
도철 ; 선물이 어딨어. 괜히 있는 척 뻥친거지.
성자 ; 그럼 기타연주 한번만 더 들려주세요.
메리 ; 빨리 나오세요 선생님.... 엄마 생일이잖아요.
풍운(E) ; 기타 좀 갖다 주세요. 이 안에서 연주하겠습니다.
대구 ; 특이한 분이네요.
메리, 기타를 들고 마당으로 나간다. 풍운의 방 앞에 서서
메리 ; 선생님, 기타요!
방문이 조금 열리고 손이 쑥 나온다.
메리, 기타 건네준다. 얼른 문을 톡 닫는 풍운.
메리 ; ??
도철 : (끙) 내 생일이라서 참는다.
풍운, 방 안에서 드르릉.... 기타 줄을 튕긴다.
S#15. 풍운 방 /(N2)
노래하는 풍운.
(엘비스의 Love me tender 나 Can''t help falling in love 어떨까? 아님 신나는 트로트??
또는 나훈아 노래 같은.... 내가 왜 이러는 지 몰라.... )
풍운 ; 러브 미 텐더...... 러브 미 스윗..... 네버 렛 미고.... (매끄럽게 잘 부르다 가사 몰라 뭉개지는)
음음..... 응응.....
S#16. 메리네 마루(N2)
들려오는 노랫소리 듣고 있는데
대구 ; ........(갸우뚱) 귀에 익은 목소린데.........
도철 ; 특색 없는 목소리라 그렇지.
대구 ; ..... 무림을 떠나 은둔하면서 혼자 성 안에서 노래만 부르는 신비의 고수라.........
이 동네로 이사 온 후론 걷잡을 수 없이 영감이 떠오릅니다. 하하하...
도진 ; 대구야, 밥 먹어라.
대구 ; 저 분을 직접 한번 뵙고 싶습니다.
성자 ; 선생님 귀찮게 하지 마세요.
대구 ; 잠깐이면 됩니다. (벌떡 일어나 마당으로)
메리 ; ............(슬그머니 마당으로 따라가는)
기타 둥둥둥..... 노래 1절 끝난다.
메리와 도진 성자 박수. 도철은 밥만 먹고 있다.
대구, 문 앞에 서서
대구 ; 선생님, 잠깐 뵙고 싶습니다.
S#17. 풍운 방 (N2)
(대사에 따라 풍운 방과 마루, 마당 섞어서)
풍운, 방 안에서 깜짝.
풍운 ; 뉘신 진 모르지만 나중에 봅시다. 몸이 좀 안 좋아요.
도철(E) ; 어라? 불과 5분전까지만 해도 말짱했잖아!
풍운 ; 예술혼을 가진 사람들은 기복이 심합니다. 이해해 주세요.
대구 ; 선생님!
성자(E) ; 그 분 귀찮게 하지 말고 당장 이리 못 와요.
풍운 ; ..............
성자 ; 나한테 빨래판으로 한번 맞아봐야 정신을 차릴래나.
메리 ; (대구 잡아끌며) 이리 와요. 우리 엄마는 고무 호스로도 때려요.
대구 ; 귀찮게 안하겠습니다. 한번 얼굴만 뵈면 됩니다. 그래야 제가 상상하면서 글을 쓰기 쉽거든요.
메리 ; 그래요 선생님 무명 작가를 좀 도와주세요.
성자 ; 메리 너 이리 못 와. 그 청년 머리채 잡고 이리 와.
대구 ; 정말 운둔형 고수 다우시군요, 멋지십니다.
메리 ; ........(대구 끌어내며) 딴 날 봐요. 왜 이래?
풍운 ; (안도의 한숨).........
메리, 대구의 팔을 잡아 끌고 마루로 가는데
대구 몇걸음 옮기다가 막무가내로 우당탕 풍운 방으로 뛰어 들어간다.
풍운 ; !!!!!!!
대구 ; !!!!!!!!!!
두 사람, 놀라 굳어있다.
대구 ; 이 사깃꾼! (하며 멱살을 잡는데)
풍운 ; 쉿! 지금은 때가 안 좋아.
대구 ; 이 동네엔 왜 나타났어.
풍운 ; 나중에 얘기하세. 오늘은 이 집 안주인 생일파티잖아.
대구 ; 당신 내가 가만 안 둬.
풍운 ; 쉿! 내일 아침에 공원에서 만나세. 응?
성자, 맨 발로 후다닥 나와 풍운 방으로 뛰어든다.
대구의 뒷덜미를 잡아끌고 나오며 화를 버럭
성자 ; 내가 하지 말랬지! 이 사람 이거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냐?
성자, 대구를 물이 가득한 고무 다라이에 밀쳐 넣는다.
1부에 메리가 그랬던 것 처럼 풍덩 빠지는 대구.
S#18. 메리네 집앞 (N2)
도진과 젖은 대구, 차를 탄다.
도진, 기분이 상해있다.
대구 ; 와...이런 가정환경에서 자라서 사람이 씩씩하구나. 정말 그녀는 놀라워!
황메리한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잡초처럼 솟아오르는 밤이야.
도진 ; 대구야.
대구 ; 응?
도진 ; 앞으로 메리라고 부르지 마. 네 형수가 될지도 모를 사람이잖니. (차 출발한다)
대구 ; .........
S#19. 메리네 부엌 (N2)
설거지 한 그릇들 행주로 닦고 정리하는 메리, 성자.
찜통에서 김이 오르고 있다. 마당에선 도철이 발을 씻고 있다.
성자 ; 대구란 놈은 참 눈치도 없구..... 이래저래 맘에 안 들어. 보아하니 그 녀석도 너한테 관심이 있나보던데...
메리 ; 그런 거 아냐. 엄마 오해하지 마.
성자 ; 관심없는 여자네 엄마 생일날 케익 사들고 와?
메리 ; 이웃 간의 휴머니즘!
성자 ; 하는 일도 변변찮고 외모에서도 봐라. 오래 묵은 백수의 포스가 느껴지잖니. 그런 앤 안돼.
메리 ; 그러는 엄마 딸은?
성자 ; 너 선도진 잡어. 알았어? 강대구한텐 분명히 선을 긋고. 벌써 다 익었나?
찜통에서 고구마를 꺼내 예쁜 접시에 담는 성자. 미소 머금은 소녀의 얼굴.
메리 : 한밤중에 웬 고구마? (하며 손대는데)
성자 ; (손탁치며) 넌 그만먹고 빨리 자.
S#20. 메리네 방(N2)
메리, 씻고 들어오며 노래 흥얼거린다.
메리 ; (산울림의 ‘어머니와 고등어’ 흥얼거린다) 어머니는 고구마를 쪄주려고 하셨나보다아....♪
찜통에 팍팍 쪄서 엄한 방에 갖다 놓는구나
S#21. 메리네 마당 + 풍운 방앞(N2)
늦은 밤.
방문 앞에 고구마를 조심스레 놓고 돌아서는데,
풍운이 방문을 열다가 눈이 마주치는 풍운과 성자.
성자 ; ......리키 박!
풍운 ; .......
성자 ; 제가 몰라 볼 꺼라 생각하셨나요? 당신, 죽지 않고 살아있었으면서 어떻게.......
풍운 ; 성자씨.
S#22. 메리네 방(N2)
메리 : 아... ♬ 나는 언제라도 고구마를 훔쳐 먹을 수 있지.... (그냥 후렴으로) 나는야 식신.
하며 부엌으로 살금살금 나가는 메리.
S#23. 풍운 방앞(N2)
속삭이는 두 사람.
성자 ;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여긴 어떻게 알고 온건지.... 이제 와서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구....
풍운 : 아닙니다, 성자씨. 여기까지 온 건... 우연이었어요.
성자 ; 우연이라구요?
풍운 ; 성자씨가 여기 사는 걸 알고 나도 심장이 쿵 할 정도로 놀랐습니다.
내가 불편하면 얘기해요. 다른 델 찾아보겠습니다.
성자 ; 그냥....여기 있어요. 그 때 처럼 말도 없이 훌쩍 떠나지만 말아요.
풍운 ; ..........나는 30년 전에 죽은 사람입니다. 그 때의 나를 잊어요. (방문을 닫는다)
성자 ; .....
메리 ; 30년?
마루에서 두사람을 지켜보던 메리.
성자가 방 안으로 들어가자 살그머니 풍운 방 앞으로 가서, 고구마를 하나 집는데 숨겨진 쪽지가 보인다.
마루를 살피고 조심스레 쪽지를 펴는 메리.
성자(E) ; 자꾸 그 날이 떠오릅니다. 출출할 때 드세요. 그 때처럼 맛있게!
메리 ; (놀라) 흡!
도철(E) ; 안 자고 뭐하냐.
메리 ; (화들짝 놀라 쪽지를 입에 넣는다)
도철 ; 과식을 했나... 살살 아프네.... 아, 그딴 놈 굶으라고 그냥 놔두라니까, 자꾸 뭘 갖다줘?
메리 ; 읍? 읍....읍..... (마루로 올라간다)
도철 ; 그래, 그냥 너 먹어.
메리 ; (도리도리... ‘안녕히 주무세요’ 웅얼거리고 방으로)
도철 ; 먹으랄 땐 안먹고 말이야... (풍운 방 째리고 화장실로)
S#24. 공 원 /(M3)
대구, 뛰고 몸 풀고.... 누구 한 사람 팰 것 처럼.... 퍽퍽 나무를 걷어차고..... 이리 저리 둘러본다.
대구 ; 뭐야......... 안 나오네...... 또 사기야.... 또!
S#25. 메리네 부엌 (M3)
흥얼흥얼 마루 소형 오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따라 흥얼대며
레몬을 썰고, 색깔 고운 피망을 썰고 야채샐러드를 만드는 성자.
메리, 옆에서 물 마시며 탐정같은 눈길로 엄마를 살핀다.
메리 ; ...........
성자 ; 아빠 아직 안 일어나셨.... (메리를 돌아보다가).......왜 그러구 서있어?
메리 ;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샐러드를 챙겨먹었다고 아침부터 그걸 만들어?
그리고 머리랑 의상 요즘 되게 많이 신경 쓰시네. 뭔일 있어?
성자 ; 너는 니 엄마가 부엌데기처럼 하고 있는 게 좋아?
메리 ; 평생 안하던 짓을 왜 갑자기 하시냐고요.
성자 ; 내 맘이다.
메리 ; 연애 하나?
성자 ; 하고 싶다.
메리 ; 엄마 저 아저씨랑 어떤 사이야.
성자 ; 너...............!!!!!!!
메리 ; 가정을 깰 꺼야? 엄마, 이럴 수 있어? 아빠한테 확 일러버린다!
성자 ; (메리의 주둥이를 손으로 꽉 잡는다) 얘가 왜 이래.
메리 ; (도날드 덕) 읍...읍....
성자 ; 니가 생각하는 이상한 거 아냐. 암말 말고 조용히 해.
메리 ;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지금은 내가 침묵한다. 하지만 엄마, 앞으로 지켜보겠어....용돈!
(하며 손내밀다가)
성자 ; (메리 입을 탁 때리는)
S#26. 메리네 집 앞 /(M3)
대구, 양복차림으로 기웃기웃하고 있다.
메리, 줄넘기 들고 나오다 대구보고
메리 ; 아 깜짝이야. 아침부터 여긴 웬일이예요.
대구 ; 골방에서 기타 치던 선생, 지금 집에 있죠.
메리 ; 아침 일찍 고구마 싸들고 나가신 것 같던데요.
대구 ; 어딜 갔는데.
메리 ; 내가 어떻게 알아. 어젯밤부터 그 분한테 관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예요?
대구 ; 그 분 지내는 방 좀 들어가도 돼죠?
메리 ; (막아서며) 어허! 우리는 우리 손님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대구 ; 짐은 있죠? 완전히 날라버린 거 아니죠?
메리 ; 그 분이랑 뭐 있어요?
대구 ; 그 사람 들어오면 나한테 당장 문자 날려요. 매우 중요한 일이요.
메리 ; 이유는 좀 압시다.
(E) ; 대구 핸드폰벨
대구 ; 나 지금 출근해야 하니까 나중에 얘기합니다. (달려간다)
메리 ; .........뭔가 사건이 터질 것 같아.....
S#27. 세도네 식탁 /(M3)
아침 식사중인 세도 부길 소란 아문, 그리고 한 쪽에 끼어 앉는 대구.
세도와 부길은 우아하고 품위있는 설정 하느라 애쓴다.
소란 ; 자서전을 쓰려면 좀 더 가깝게 그 사람을 아는 게 좋잖아요.
그래서 매일 아침이나 점심을 대구씨랑 같이 하자고 제가 아빠한테 아이디어를 냈어요.
대구 ; 저야 좋죠. 매일 맛있는 걸 먹는데.
세도 ; (온화한) 자, 그럼 오늘 하루도 감사하고 즐겁게 시작하는 거다. 아빠가 늘 말하는 거 있지? 일일 일선!
하루에 한 번 씩은 선 한 일을 하자.
소란 ; 아버지는 매일 아침 식탁에서 좋은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대구 ; 아.........(끄덕끄덕 하는데)
부길 ; 딸아, 힘든 친구를 돕는 것도 잊어선 안 돼.
소란 ; 아버지는 어머니의 따스한 품성에 반해 결혼하셨습니다.
아문 ; (숟가락 땅 놓으며) 못 들어 주겠네, 진짜!
소란 ; 막내딸은 사춘기를 맞아 종종 반항을 하지만.....
세도 ; 아문아, 오늘 너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펄벅 여사의 ‘대지’ 다.
아문 ; 대지 몇 평인데? 왜 나더러 부동산 서적을 왜 읽으래?
부길 ; 그래요, 그건 당신이 너무 했다.
소란 ; 우리 집은 늘 화기애애하답니다. 하하하하....
세도 부길 ; (따라서 아하하하하....)
대구 ; (같이 웃어주고...그러나 먹기에 바쁘다... )
S#28. 거 리 /(M3)
달리는 차.
대구가 운전하고 소란은 조수석. 아문은 뒷 좌석.
소란 ; 바쁜 틈을 차 어머니는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싸주시고 큰 딸은 엄마를 닮아 앞으로 좋은 아내가 될 꺼라고
아버진 생각하십니다.
아문 ; 그만 하지 이제.
소란 ; 대구씨 오늘은 뭐해요?
대구 ; 일 해야죠. 자서전 초안 작업도 하고, 쓰던 무협소설도 쓰고.
소란 ; 제가 옆에서 비서 해드릴께요. 제가 또 무협 쪽에 아이디어도 많구요.
아문 ; 언니, 내려!
차 와서 선다.
아문 내린다. 소란과 대구도 따라 내리며 아문을 쓰다듬는다.
비단과 열라 1, 2 지나가다 아문 일행을 빤히 쳐다본다.
비단 ; (폼잡는 대구를 보며 절레절레) 완전히 타락했어.
열라1 ; 얼마나 받을까?
열라2 ; 우리가 쟬 한번 더 패주면 너네 사부 짤리지 않을까?
비단 : 놔둬, 불쌍하잖아.
대구 : 비단아! 공부 열심히 해. (하며 손흔든다)
대꾸없이 외면해버리는 비단 일행.
소란 ; 저 기집애가.....
대구 ; 하하, 놔두세요. 원래 무협 좋아하는 애들은 저래야 멋있는 줄 압니다.
아문 ; 이따 봐요, 대구 오빠.
S#29. 남산 공원 (D3)
햇빛 쨍한 오후.......
풍운, 서 있다.
세도, 걸어온다.
세도 걸어가다 보면, 저 만치에 누군가 등을 보이며 서 있다.
세도, 별 생각 없이 가다가 점점 발걸음이 느려진다.
세도 ; .....................
풍운 ; (뒤 돌아 선다)
풍운과 세도, 마주 보고 서 있다. 비둘기가 후루륵 날아오른다.
두 사람 사이에 시간 멈춘 듯, 그대로. 말없이 두 사람 그대로 서 있다.
세도는 낯빛으로 경직돼 있고, 풍운은 여유롭다.
풍운 ; 30년만인가........ 시간 약속 정확한 건 예전이나 다름없네.
세도 ; ..........리키.....박......
풍운 ; 리키 박은 30년 전 어느 날, 줄을 타다 떨어져 죽었어. 누구보다 잘 알면서 왜 자꾸 묻는 거지.
세도 ; ........ (살인현장에서 걸린 초범처럼 굳어져 있는).......
풍운 ; 너도 늙었구나, 그 새.
세도 ; ......................
풍운 ; 널 부른 이유는 딱 하나다. 니가 불행해 보여서 불렀어. 니가 딱해서.
세도 ; 너.... 그동안 어디서 .... 뭘하다가.....
풍운 ; 행복하지 않은 얼굴이야. 넌 돈도 있고, 가족도 있고 모든 걸 다 가졌는데
왜 그렇게 그늘지고 추워 보이는거냐.... 불쌍하게.
세도 ; 불쌍하다는 말 집어 쳐!
풍운 ; 겁 먹지 마. 너와는 죽는 날까지 마주치고 싶지 않았어. 날 자꾸 들쑤신 건 너다.
세도 ; .................
풍운 ; 그날 밤은 대단했어. 기억하지?
(E) ; (와..........하는 함성소리 박수소리... )
풍운 ; 극장이 꽉 찼었고 그물망도 치웠지.... 지금 생각해도 최고의 공연이 었어. 행복했던 순간이지.
우리 모두에겐 꿈이 있었으니까. 미래를 설계할 돈과 땅이 있었어 그땐.
세도 ; ................
풍운 ; 니가 모든 걸 다 뺏어갔다 세도야. 날 죽인 것 까진 괜찮아. 하지만 우리 동방식구들은 너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서 병들고 힘들게 살다 하나 둘 소식이 끊겼어. 지금이라도 수소문해서 남모르게 도와줘라.
난 입 꾹 다물고 있을테니까.
세도 ; 이 동네에서 사라져. 다신 내 눈 앞에 나타나지 마.
풍운 ; 난 당분간 이 곳에서 지내야 해. 여기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 왔어.
세도 ; 날 죽일려고 나타난거냐. 니가 감히 날....
풍운 ; 잊어라, 세도야. 난 벌써 다 잊었다. 널 용서 안했으면 지금쯤 살아 있지 못했을꺼야.
너도 잊고 편하게 살아. 그게 널 용서한 나에 대한 보답이다.
세도 ; ..................
풍운, 떠난다.
이 때 두사람 곁을 지나가는 소란과 대구의 차 선다.
소란 : 아빠잖아? 누구지?
세도, 혼자 남아있다. 세도, 현기증이 나는지 무릎이 풀리며 푹 꺾인다.
세도 ; ...........리키 박............ (울음도 웃음도 아닌) 하하하하..... 하하하....
리키 박..... 널 다시 보다니......
멀리서 보던 대구와 소란
대구 ; 쯧쯧쯧...또 사기네, 또 사기야. 충격 많이 받으셨나봐.
소란 : ??
S#30. 수 퍼 밖/(D3)
강아지 한 마리 메어져 있고, 메리, 노래하고 있다.
‘나는 문제 없어’.
메리 ; 너무 힘들고 외로워도 그건 연습일 뿐야.... 넘어지지 않을꺼야 나는 문제없어....
(이 세상 위에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
풍운 다가온다.
풍운 ; 타고난 음성은 좋은데..... 목소리에 조급함이 보여. 그럼 소리가 죽어요.
메리 ; 예전에 음악선생님 하셨어요?
풍운 ; 그냥 듣는 귀가 조금 트였어요.
메리 ; ..........전문가 같으신데.... 기타도 잘 치시고.....
풍운 ; 그러고 보니 우린 공통점이 꽤 있네요. 닮은 데가 있어.
메리 ; ....??
풍운 ; 메리양 여기서 일해요?
메리 ; 아르바이트요.
풍운 ; 나 사이다 하나 주세요. 목이 타네.
메리 ; 여기요!
풍운 ; (캔을 따서 마시는)
메리 ; 목이..... 왜 타시는데요?
풍운 ; 원래 인생은 갈증 아닙니까.
메리 ; ..........갈증...... 고구마는 맛나게 드셨어요?
풍운 ; 네.... 맛있게 먹었습니다.
메리 ; 선생님.....
풍운 ; .....네?
메리 ; 엄마랑 언제부터 아세요?
풍운 ; 집 구하러 다니면서 알게 됐죠. 참 좋으신 분입디다.
메리 ; 집 보러 오셨을 때도 그럼 고구마를 드신 거예요?
풍운 ; .......이쁜 아가씨가 싱겁기는........ 메리씨는 아버지를 안 닮은 것 같아요. 엄마를 많이 닮았어.
메리 ; .......(의심의) 무슨 뜻이신지............
풍운 ; 뜻은 뭐.....내가 첫사랑에만 실패 안했어도 메리양 같은 딸이 있단 얘기지.
메리 ; 캑! 제가 아저씨 딸이라구요?
풍운 ; 거참..... 메리양 같은 딸이 있댔지, 언제 내 딸이라고 그랬어.
메리 ; 참, 집으로 가실껀가요?
풍운 ; 왜요?
메리 : 그냥요.
S#31. 오피스텔 /(D3)
대구, 노트북으로 글 쓴다.
소란, 바라보고 있다. 혼자 중얼거리는.
소란 ; 대구씨는 웃을 때 매력적이고, 일할 땐 정열적이고..... 아..... 나 어떡해....
삑삑 문자음.
대구, 핸드폰 보면
메리(E) ; 레이다에 포착. 우리 집으로 향하고 있음.
대구 ; 죽었어! (벌떡 일어난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소란 ; 어딜 가시는데요. 비서한텐 알려주셔야죠.
대구 ; 늦을지도 몰라요. (후다닥 나간다)
소란 ; ............너무해............
S#32. 동네길 / (D3)
풍운, 걸어오는데 대구 달려들어 멱살잡는다.
대구 ; 잡았다!
풍운 ; ...........(여유있게 미소지으며)
대구 ; 당신! 내가 살아 있는 동안 꼭 한번 마주칠 꺼라고 생각했어.
풍운 ; 나랑 같은 생각을 했군 그래.
대구 ; 이 사기꾼.........
플래쉬 백 --
S#33. 산속 일각(D3)
대구, 법전 뒤적거리고 있다. 평범한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차림.
풍운, 뒤에서 어깨 너머로 본다.
풍운 ; . . . 법을 공부하시는가.
대구 ; ..........
풍운 ;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박인환 ‘목마와 숙녀’ 중 한 구절)
대구 ; (뭐라는 거야.... 싶은 표정으로 보는)
풍운 ; 하루는 24시간. 시간이 가면 사람은 늙고,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대구 ; 그래서요?
풍운 ; 그걸 알면 하루하루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좋은 사람 옆에서, 따신 밥 지어 먹으면서 살아야한다.
그런데 너는 왜 법전을 들추고 있느냐.
대구 ; 난 이게 좋아요.
풍운 ; 눈빛은 아니라고 말하는데.
대구 ; 저 바빠요. 가세요.
풍운 ; 억울한 사람을 돕고 싶다, 악질 범죄자들을 내 손으로 타진하고 싶다,
아무 때나 골프장 부킹이 가능한 권력이 갖고 싶다.... 이런 눈빛이 너한테는 없어.
대구 ; 그럼 내 눈빛엔 뭐가 있는데요?
풍운 ; 계절은 푸르고 여자는 빛난다.
대구 ; 아저씨 사짜죠?
풍운 ; 사짜라니?
대구 ; 사기치다, 사기꾼 할 때의 그 사!
풍운 ; 사람보는 눈은 있구나. 그래 나 사짜다.
산 속 일각.
대구, 무협책 베고 자고 있다.
풍운, 책을 쏙 뽑는다.
대구, 쿵 하고 머리방아를 찢는다.
대구 ; 으흐............
풍운 ; 좋아하는 일을 해, 좋아하는 일을!
대구 ; (화를 버럭) 아 진짜 왜 이래요 귀찮게.
풍운 ; 무협을 좋아하나본데........ (품안에서 비단보자기를 (안에 책을 싼) 꺼낸다)
내가 엄청난 거 하나를 보여줄까?
대구 ; ..........(솔깃)........
S#34. 동네 길 (D3)
대구, 풍운에게 대드는.
대구 ; 뭐, 5백년 된 무당파의 비급을 당신이 갖고 있어? 지구상에 딱 세권 밖에 없는 걸?
풍운 ; (여유) 흠.......보기보다 기억력이 좋군.
대구 ; 하나는 이소룡 스승이 갖고 있었는데 이소룡이 암살되면서 분실됐고, 하나는 홍콩재벌이 갖고 있고....
나머지 하나를 당신이 갖고 있다며. 몇 십억을 줘도 살 수 없는 책이라며.
풍운 ; 그랬지......그 하나 남은 귀한 책을 청년한테 팔겠다고 했다.
법 공부보단 무협을 쓰면서 사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아서....
대구 ; 내 통장 다 털어가면서 나한테 준 책이 뭐였는지 기억 나요?
풍운 ; 고대 황실을 달구었던 108가지 신혼 방중....(술 ).
대구 ; 시끄러워요!
풍운 ; 책을 사는 놈이 더 바보 아니냐. 나 때문에 큰 인생 공부한 줄 알어.
그걸 믿는 놈이 어딨니. 그래 가지고 사회생활 하겠니.
대구 ; 내공이 대단하십니다.
풍운 ; 그 책이 오히려 네 인생에 도움이 될 껄. 무당파의 비급을 지금 읽어서 뭐하겠니.
대구 : 그 때 가져간 내 돈 내놔.
풍운 ; 너 같으면 내 놓겠니?
대구 ; (다시멱살 잡고 대들며) 이런 악질.........
풍운 ; ..... (빤히 보다가 밀쳐낸다)...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래! 이러지 마라.
대구 ; 여긴 또 누굴 사기 쳐먹으러 왔어. 당장 그 집에서 나가요.
풍운 ; 석달 치 방값을 미리 냈다. 나갈 수 없어. (하며 간다)
대구 ; 그 집에다 말한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풍운 ; 너를 더 멍청하다고 할껄. (간다)
대구 ; 하! 저런 뻔뻔.
S#35. 수퍼 안/ (D3)
메리와 황재, 매출장부보며 이야기중. 안팎
메리 ; 이제 슬슬 적자에선 벗어나네요 사장님. 하반기엔 흑자경영, 오케이?
황재 ; 메리양이 복이 있어서 그렇지 뭐. 유아 마이 선샤인!
메리 ; 월급 좀 인상해주세요 그럼.
황재 ; 연말에 연봉 협상 다시 합시다. 그 때까진 동결!
메리 ; (김새는) 피이............
대구, 들어온다.
5백 원 동전 카운터에 탁 놓고 냉장고에서 물 꺼내 벌컥벌컥 마신다.
메리 ; 만났어요?
대구 ; 그 사람 조심해요.
메리 ; 왜?
대구 ; (얼버무리는) 딱 봐도 이상해 보이지 않습니까? 방안에서 기타치고...
메리 ; ........
대구 ; 저녁에 뭐하슈? 나랑 족구나 한판 합시다.
메리 ; 데이트 있어요.
대구 ; (화를 버럭) 그럼 가든가! 데이트 나갈 사람이 왜 여기서 이러구 있어!
메리 : (버럭) 근무시간이 남았으니까!
황재 ; 뭐야, 둘이 사귀는 거 아니었어? 대구씨, 메리양 좋아하는 거 맞잖아.
도라지도 가져오고. 일부러 매상도 올려주고.
메리 ; 내가 연애하면 같이 사는 형 집에서 쫓겨날 까봐 일부러 나 좋아하는 척 한거래요.
그 형이랑 잘되는 거 방해 할려구요.
대구 ; .........
메리 ; 난 그것도 모르고 흔들렸지 뭐예요. 진짜 날 좋아하는 줄 알고 얘가 사람 보는 눈은 있구나...
앞으로 큰 인물 되겠다... 그랬건만.... (고개돌려 기둥잡고 오바하며) 흑.....
황재 ; 강대구, 그렇게 비겁한 사나이였다니....
대구 ; 그게 꼭 그런 건 아니구........
황재 ; 겟 아웃! 비겁한 대구, 겟 아웃! (대구 밀어낸다)
대구 ; (버럭) 사장님은 영어 좀 쓰지 마요. 할 줄 아시는 게 열 마디도 안되면서 맨날....
황재 ; 겟 아우우웃!
대구 ; (귀 막고 달아난다)
S#36. 메리네 마당+풍운방(세트)/ (D3)
풍운, 방안에 앉아 혼자 바둑 두고 있다.
도철, 성큼성큼 풍운에게 걸어와 앞에 선다. 말없이 풍운을 노려보기만 하는 도철.
풍운 ; 퇴근이 빠르신겁니까. 땡땡이를 치신 겁니까.
도철 ; 나랑 바둑 한 판 두겠소?
풍운 ; 저는 내기 바둑 아니면 안 둡니다.
도철 ; 거 잘됐소. 내가 승부욕 하나는 알아주는 사람이오.
풍운 ; 무얼 거시겠습니까?
도철 ; 내가 이기면 당신 당장 짐 싸서 이 집을 나가시오.
풍운 ; 내가 이기면요?
도철 ; 그래도 이 집을 나가시오.
풍운 ; 허허.... 그런 걸 불공정 게임이라고 하잖습니까.
도철 ; 내가 이 집 주인이니까 내 맘대로요.
풍운 ; 내가 이기면..........
도철 ; ........
풍운 ; 성자씨와 하루 데이트를 하게 해주시오.
도철 ; 허! 이 사람이.....
풍운 ; 선생께서 이기시면 되잖습니까.
도철 ; 끙! 둡시다.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있는 풍운과 도철.
도철이 한 수 두고 나면.
풍운 ; 부득탐승(不得貪勝)이라. 승리를 탐하면 이기지 못 한다 하였습니다. 마음을 비우시지요.
도철 ; 사소취대 (捨小取大) (풍운의 돌을 먹는다.)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제가 이긴 것 같군요.
풍운 ; 그토록 혼자 성자씨를 짝사랑하면서 왜 보고만 있었습니까.
도철 ; 당신한테 상처받은 여자를 제가 감싸 30년 동안 잘 살아왔습니다.
댁은 평생을 떠돌면서 부초인생으로 살아오신 것 같군요. 기구한 팔잡니다.
풍운 ; (돌을 탁 놓으며)공피고아 (攻彼顧我) 상대방을 공격하고자 할 때는 먼저 나 자신을 돌아보라.
게임이 끝난 거 같군요. (일어서려는데)
도철 ; (얼굴에 경직이 인다. 풍운의 팔을 덥석 잡으며) 알까기 어떻소?
풍운 ; 마늘이나 까시지요. (하며 가다가 돌아서서) 약속은 지키시겠지요?
S#37. 부띠크 일각(쥬얼리 코너) / (D3)
은자, 쥬얼리 코너 점원과 수다 떠는 중.
은자 ; 이거 새로 나온 디자인이네... 너무 이쁘다아....
점원 ; 하나 사. 직원 10% 할인이야.
은자 ; 내 돈으로 이걸 왜 사. 살 돈도 없고, 이런 건 남자한테 받아야지. (하며 도진을 곁눈질하는)
진열장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도진.
다가서는 은자.
은자 ; (콧소리를 내며) 선물 고르시나요?
도진 ; 예......... 여자친구한테 선물로 줄만한 반지를 찾고 있는데요...
은자 ; 어떤 선물인데요? 만난 지 백일 기념? 1년 기념?
도진 ; 그냥..... 사랑의 고백용이랄까. . . .
은자 ; 어머..... 누군지 몰라도 너무 좋겠다아.... 제가 골라 드릴께요.
여자친구 분은 어떤 스타일이세요? 화려한? 섹시한? 퇴폐미가 흐르는?
도진 ; 귀엽고 밝고 건강한 스타일입니다. 머리도 이렇게 치켜 매고 다니고.
은자 ; .....제 친구 중에도 머리 이렇게 매고 다니는 애가 있는데....
도진 ; 그 친구도 귀엽고 예쁘시겠네요.
은자 ; 완전 빈티나죠.
도진 ; 그 친구 말고 제 여자친구한테 어울릴만한 반지로 추천 좀 해주세요.
반지 여러 개를 꺼내놓는 점원. 은자가 나선다.
은자 : 예를 들자면, 이런거죠.
하며 한 개를 집어드는데, 자기가 눈여겨보던 엄청난 반지다.
도진 ; 예쁘네..... 얼마죠?.........(놀라) 흡!......
점원, 장식 없는 심플한 반지로 골라준다.
도진 ; 맘에 드네요........ 이걸로 하겠습니다.
점원 ; 포장해 드릴께요.
은자 ; (또 나서는) 포장된 반지 내미는 건 구식인데....
도진 ; 그럼 뭐가 신식입니까?
은자 ; 예를 들자면....
도진 상상속의 메리(이브닝 드레스에 꽃을 꽂은)가 톡 튀어나와서 이어받는다.
메리(상상) ; 예를 들자면, 요 앞에 맛있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거든.
S#38. 아이스크림 가게 / (D3)
아이스크림 케잌을 고르는 도진. 얼굴에 설레는 미소 가득.
메리(상상) ; 예쁜 아이스크림을 사서 그 안에 반지를 잘 박아놓은 거야.
도진 ; 저 걸로 주십시오.
도진, 한 쪽 테이블에 앉아 반지 케이스에서 반지를 꺼낸다. 흐뭇한 미소.
아이스크림 한 쪽에 반지를 푹 쑤셔 넣고, 빨대로 쿡쿡 찔러 깊이 박히게 한 다음
그 위를 숟가락으로 잘 마무리 한다.
메리(상상) ; 그럼 내가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앗! 이게 뭐야....
입 속에서 뭔가를 꺼내보면 반짝반짝 예쁜 반지가 있는 거지, 그럼 그 때, 하고싶은 말을 해.
도진 ; 반지를 깨물어서 치아가 손상된 사람도 있지 않을까?
메리(상상) ; 걱정마, 걱정마!
도진 ; 치과학회에 전화해볼까?
메리(상상) ; 아이 참, 괜찮대니까!
가게 앞.
아이스크림 케익을 들고 나오는 도진. 휘파람 불며 걸어간다.
도진 ; 널 위해 준비했어! 내 마음을 받아주겠니? (상상해보며 신난) 크크크....
S#39. 오피스텔 /(N3)
출장요리 뷔페를 테이블에 꾸미고 있는 소란과 요리사들.
대구의 거실부터 도진의 공간까지.
소란 ; 어머! 안돼요. 피렌체 호텔 로고 찍힌 접시는 몽땅 빼주시구요, 제가 집에서 가져온 접시로 옮겨주세요.
플로리스트, 화병에 예쁘게 꽃을 꽂는다. 여기 저기 예쁜 꽃들.
소란 ; 소란, 오케이! 너무 좋아요. 나를 닮은 장미, 너무 좋아.
도우미들 모두 사라지고, 소란 혼자 이거 집어 먹고 ‘아 맛있다....’ 좋아하고.... 와인 홀짝 마시고......
소란 ; 아차! 제일 중요한 거!
소란, 백에서 에이프런을 꺼낸다. 목에 걸고 끈을 묶고 머리를 매만진다.
소란 ; (혼자 업) 난 너무 머리가 너무 좋아... (춤 추며 노래) 오늘 밤 만은 그댈 위해서....
문 열리는 소리 난다.
소란, 얼른 조신모드로 돌변. 벽 한쪽에 조용히 설정하고 손 모으고 서 있다.
소란 ; 대구씨, 어서 와요.
대구 ; (놀라) 흣! 깜짝이야!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소란 ; 대구씨 없는 동안 혼자 요리를 좀 해봤어요.... 실력은 모자라지만 그냥 성의로 이것저것 조금.... 해봤어요.
대구 ; (요리들 둘러본다... 끝이 없는 진수성찬)
소란 ; 급하게 해서......간이 맞을 지 모르겠어요. 하나 맛보아 주세요.
대구 ; (하나 집어 먹는다)
소란 ; 어때요, 맛있어요?
대구 ; 음....... (또 하나 먹는다) 음...............
대구, 도진의 방까지 쭈욱 이어가며 이것저것 먹어본다.
소란 ; 샴페인도 한잔 해요.
펑 하고 열리는 샴페인.
샴페인 잔 쨍그란 부딪히는 소란과 대구.
소란, 쭉 마셔 잔을 비운다. 대구를 빤히 본다.
대구, 마지 못해 쭉 다 마신다.
거실에 잠들어 있는 대구.
소란, 혼자 샴페인 마시고 있다. 잔에 따른다. 빈 병.
소란 ; 대구씨.... 벌써 뻗은 거예요? 우리 재미난 얘기해요....네?
대구 ; ..............
소란 ; (소리 버럭) 대구씨!
대구 ;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눕는다.... 쿨....)
소란 ; 재미없어........
소란, 일어나 냉장고를 뒤진다.
소란 ; 이 집은 뭐 이래....... 맥주 같은 것도 없구........
소란, 냉동실을 연다. 자그마한 아이스크림 케익이 나온다.
소란 ; 아! 맛있겠다.
소란, 갖고 와 퍼먹기 시작한다.
S#40. 회전 초밥집 / (N3)
돌아가는 접시들 골라 초밥 먹는 메리와 도진.
도진 ; 메리야, 참치 뱃살 먹어.
메리 ; (소근) 파란 접시 비싸. 초록색 접시가 제일 싸구.
도진 ; 내가 사는 거라니까.
메리 ; 그래두....
도진 ; 야! 난 내 여자 친구가 돈 생각하면서 먹고 싶은 거 못 먹고 참는 거 절대 못 봐.
메리 너, (접시 내리며) 이거 먹어. 이것두 먹고. 이것두!
메리 ; 알았어, 먹을게.
도진 ; 대구 같은 놈이야 데이트할 때도 속으로 밥 값 커피값 계산하면서 다니겠지만 난 안그래.
너한테 이 정도 저녁 사는 거 매일매일 할 수 있어.
메리 ; 그 사람도 요즘 돈 많던데....
도진 ; 후식은 우리 집에 가서 먹자. 내가 맛있는 아이스크림 케익 사놨어.
S#41. 오피스텔 / (N3)
도진과 메리, 들어선다. 깜짝 놀라는 두 사람.
요리 가득한 테이블과 널브러져 자고 있는 대구와 소란. 딱 붙어서 자고 있다.
메리 ; .........(순간 실망)
도진 ; 이 사람들이.....
메리 ; .... 망측해. (고개 돌리는데)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