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어느 곳을 가도 무릉도원인가. 이 산 저 산 아름다운 꽃들이 다투어 피고 있다. 정말 올 봄은 이 산 저 산 유난히 진달래가 장관이다. 소생의 계절, 생명이 약동하는 4월은 한마디로 방안에 앉아 있기에는 시간이 아까운 것 같다.
지난 17일 '산벗'들과 부산 기장군 장안사를 찾았다. 벚꽃이 만발한 불광산 장안사는 벌써 초파일 분위기가 넘치는 듯 알록알록 연등이 환하게 나그네를 반겼다. 기장군 장안사는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 그래서일까 주차장이 만원이었다.
장안사는 기장8경 가운데 하나. 이 절은 신라 문무왕 13년(673)에 고승 원효가 척판암과 함께 창건하였다고 전해온다. 창건 당시에는 '쌍계사'라고 불렀으나, 애장왕 10년(809)에 장안사라고 고쳤다.
장안사는 병풍을 친 것처럼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장안사에 전해오는 전설에 따르면, 원효대사가 선정 중에 혜안으로 살펴보니 당나라 종남산 태화사의 천 명 대중이 장마로 인한 산사태로 매몰될 것을 알아채고는 "판자를 던져 대중을 구한다"고 쓴 현판을 불가사의한 신통력으로 태화사에 날려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대중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장안사의 척판암의 유래라고 전한다.
장안사의 기록에 의하면, 고려시대의 역사는 분명치 않고, 1592년(선조 25년) 임진왜란때 불탄 것을 1638년(인조 8년) 중창했고 1654년(효종 5년)에 대웅전을 중건하였다. 현재 대웅전은 부산시지정기념물 37호이다.
장안사의 주위는 역사가 깊은 만큼 천 년의 숲 향기가 부처님 자비처럼 그윽하다. 이 숲의 나무들은 주로 활엽수다. 산문을 나와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는 천 년 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울창하고 벚나무, 진달래 등이 다투어 피고 있어, 봄이 닿는 곳이 바로 무릉도원임을 확인케 해준다.
장안사의 절 구경을 한두 시간 해도 둘러볼 곳이 너무 많았다. 산문 밖은 쉴 만한 바위가 많았다. 지줄대는 새소리 청아한 물소리에 도심에서 지친 마음이 어느새 윤기를 찾는 듯했다. 역시 인간은 자연과 하나가 될 때 가장 평화를 느끼는 것도 같다.
기장군의 명소인 장안사는 주위의 풍광도 좋지만 불광산과 삼각산 등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어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다. 장안사 계곡은 기장8경에 해당한다.
이 계곡의 물은 유난히 맑다. 장안사 계곡에는 깨끗한 물에만 산다는 조래고동과 비단개구리, 가재, 피래미 등이 산다. 산길을 따라 다박다박 걸으면 진달래 연달래 등 갖가지 야생화며 산딸기, 어름, 계피, 두릅, 도토리 등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산토끼, 다람쥐, 너구리, 꿩, 노루 등도 만날 수 있다. 장안사 불광산과 삼각산은 가족 단위 등산 코스로 좋다. 장안사로 시작하는 산길에는 봄에는 진달래, 철쭉이 보기 좋게 피어 있다.
삼각산은 높지도 낮지도 않는 산. 해발 469m밖에 되지 않는다. 산벗들은 "야호! 야호!" 마치 다람쥐처럼 뛰어다니며 좋아한다. 삼각산의 진달래 군락지는 가히 명품이다.
삼각산은 기장군 장안읍 북동쪽에 있는 산. 이 산은 대운산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린 산각의 주봉으로서 산정은 동서로 나란히 솟아 있는 삿갓 모양의 세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삼각산으로 불리고 있다. <기장읍지>의 기록을 빌리면, "삼각산은 현에서 북으로 40리에 있고 원적산에서 산줄기가 내려왔다"고 되어 있다.
삼각산의 매혹은 탁 트인 바다의 전망이다. 삼각산 정상에 오르면 대운산2봉, 시명산, 424봉, 고리원전, 달음산, 천마산, 망월산, 백운산, 철마산, 가까운 장산과 봉래산 등이 품안이다.
오랜만에 만난 산벗들과 진달래 꽃밭에 자리를 깔고 점심을 먹고 막걸리를 나누어 마셨다. 막걸리 맛이 달달한 꿀맛이었다. 타는 듯 붉은 진달래 꽃빛에 취하고 달달하다고 마신 막걸리에 취해, 진달래 꽃밭에 잠시 큰 대 자로 누웠는데 그만 살풋 잠이 들었던 것이다.
깨어나 시계를 보니 한 15분 정도 잠이 든 모양이다. 헐레벌떡 하산 방향의 산길로 내려오면서, "늑대야! 늑대야!" 외쳤더니 "늑대야!"하고 산벗들의 답이 왔다. 발걸음 재촉해서 내려오는데 뉘엿뉘엿 노을 속에 진달래 꽃불이 하늘을 태울 듯 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