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내를 벗어나 남해고속도로를 5분여 달리면 가락IC가 나오고, 여길 빠져나와 10여 분을 달리면 거가대로의 부산 쪽 진입로인 가덕대교가 보인다. 가덕대교에 올라서면 우측에 거대한 부산항 신항이 보이고 5분여를 지나면 가덕터널이 나온다. 터널을 나오면 톨게이트를 만나게 되고, 이어 세계 최대 길이의 침매(沈埋)터널인 가덕해저터널(3.7km) 입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침매터널은 부산 가덕도와 중죽도 간 왕복 4차로 해저터널로서 육상에서 함체를 만들어 바다에 빠뜨리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세계최대의 길이는 물론, 세계최대의 깊이 등 한국 건설역사상 가장 위대한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저터널을 빠져나오면 중죽도와 저도를 잇는 2주탑 사장교(斜張橋)의 주탑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 있다. 저도를 지나자 이젠 3주탑 사장교에 이르게 되고, 이어 2㎞쯤 달리면 곧 거제도에 다다른다.
흔히들 거가대교로 오해하기도 하나 정식명칭은 ‘거가대로’이다. 거가대교는 거가대로의 사장교 부분만을 지칭하고, 거가대로는 가덕해저터널과 거가대교 전부를 포함하는 말이다. 즉 부산과 경남 쪽 접속도로 구간을 제외한 진해만 바다를 가로지르는 8.2㎞의 부산 강서구 천가동 가덕도~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간 가덕도해저터널과 거가대교가 핵심구간으로서, 가덕해저터널(3.7㎞)과 2개의 다이아몬드형 사장교(3.5㎞), 육상터널(1.0㎞)로 구성돼 있다.


1994년 당시 김혁규 경남지사가 경남 거제도와 부산시 가덕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를 건설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기자들에게 발표했을 때만 하더라도 공무원들조차 뚱딴지같은 소리라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공약에서 거론했지만 외면당하고, 1조원 넘는 사업비가 거론되자 혹평까지 나왔다. 얼마 후 정부가 민자유치대상사업으로 선정했으나 재원 조달이 벽에 부딪혔다. 거기다가 해군은 교량의 폭파나 붕괴시 모항 진해항의 출입 항로가 봉쇄돼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대신 해군은 전 구간을 바닥 깊숙이 터널로 지으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해저 침매(沈埋)터널과 사장교(斜張橋)란 아이디어는 이 와중에서 나왔다. 고심하던 경남도와 부산시는 가덕도~대죽도 구간 3.7㎞는 바닷속의 침매터널로, 나머지는 사장교를 세운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우여곡절을 겪던 사업은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 만인 2004년 12월 첫 삽을 떴다. 가덕도에는 흥선대원군이 병인양요(1866년) 직후 세운 척화비(斥和碑)가 있고, 거제도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왜군을 격파해 첫 승리를 올린 옥포가 있다. 외세와 관련 있는 거제도와 가덕도가 이제 남해안 시대를 여는 전초기지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거가대로는 첫 삽을 뜬 이후 6년 동안 2조6344억원(민자구간 2조2235억원+연결도로 3999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끝에 2010년 12월 14일 정식 개통했다. 민자구간 공사비는 민간사업자들의 컨소시엄 출자금(4300억원)과 외부차입(9815억원), 국고보조금(5716억원)을 합한 1조9831억원이다.
거가대로 개통으로 부산-거제 간 거리가 기존 140㎞에서 60㎞로, 통행시간은 2시간10분에서 단지 50분으로 단축됐다. 이로 인한 유류비용 절감 1600억원과 시간단축 편익을 포함하면 연간 4000억원 이상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민간투자자가 운영할 40년 동안 부산시와 경남도는 연간 65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함으로써 두 지자체의 재정 건전화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또 부산~거제가 공간적으로 연결됨에 따라 거제ㆍ통영ㆍ진주 등 서부 경남까지 부산광역경제권이 확대된다. 부산 강서구 녹산ㆍ신호공단 등 서부산권 개발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으로 대표되는 거제의 조선산업이 연계 체계를 구축, 부산ㆍ경남지역의 대규모 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 물적 자원뿐만 아니라 인적자원교류도 활발해져 협력업체와의 협업 관계도 좋아질 것으로 보이며, 노동인력 고용에 유연성이 향상된다.
국가 물류기간교통망의 중추 역할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전~진주~통영 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대구~대동(김해) 고속도로를 U자형으로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맡는다. 남해ㆍ경부고속도로의 교통량을 분산시켜 남부권 교통에 혁신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경부고속도로 등 각각의 물류기간교통망이 거가대로를 통해 연결됨으로써 부산 신항만과 녹산ㆍ신호공단 등 서부산권 산업단지는 물론 경남 거제 조선산업의 수출입 화물 물동량 처리에 획기적인 도움을 주게 된다. 또 포항, 울산 등 동부권을 합하여 동남광역경제권을 형성한다.
거가대로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해양관광단지 개발에도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경남 거제 장목관광단지 개발 촉진과 함께 경남 통영을 거점으로 하는 해양스포츠 활성화 등 부산~거제~통영~남해~여수~완도~목포를 잇는 천혜의 남해안 관광 벨트 개발을 촉진시켜 영호남 관광시장 다변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고의 해안관광지로 꼽히는 거제는 부산권과 경남 동부권의 관광수요를 유인함으로써 관광분야에 있어 막대한 부가가치를 챙길 것으로 예상한다.


거가대교는 국내최초 2주탑, 3주탑 연속 사장교와 곡선형 다이아몬드 주탑으로 설계돼 아름답게 보이면서 태풍 등에도 튼튼히 견뎌낸다. 해상 106m 높이에서 부는 돌풍의 흔들림도 잡아주는 특수한 제진설비가 주탑에 적용됐다. 진동이 발생하면 주탑상부에 설치한 질량체가 구조물의 진동과 반대방향으로 흔들려 진동을 감소시키는 기술이다. 내풍 케이블 이용보다 경제성이 우수하고, 지반토공작업이나 준설 혹은 말뚝항타 등이 없어 환경오염 우려가 없는 친환경 신기술이다. 특히 교각이나 바닥판 등 주탑을 제외한 모든 부재를 제작장에서 미리 제작해 해상운반하는 최적공법을 사용해 공기단축, 안전사고예방 및 환경오염 최소화 등의 효과를 가져왔다.
가덕해저터널은 수심 48m에 놓인 투명유리 없는 아쿠아리움이라 할 수 있다. 육상에서 제작한 콘크리트 박스(L180m, B26.5m, H9.97m)의 침매함체 18개를 해저에 가라앉혀 수압차를 이용해 서로 접합시켜 연결한 것이다. 심해에서 연결오차 2cm 이내의 초정밀 시공으로 세계기록 수립 보유와 국제특허 출원을 한 상태이다. 특허출원 3가지는 함체 연결시 압축공기 이용, 해저지반 평탄성 위한 기초자갈 포설장비, 그리고 심해 함체위치 정밀 조정장비이다.
침매터널은 설계에서 완공까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세그먼트 조인트(Segment Joint)에 ‘겹 방수’ 기법을 사용한 것이 핵심기술이다. 세그먼트는 콘크리트로 만든 터널의 부분 구조물로 이를 연결하는 것을 세그먼트 조인트라고 한다. 가덕해저터널은 부분 구조물을 연결할 때 연결면의 위쪽에 1차로 고무로 싸인 얇은 철판 형태의 지수(止水)판으로 방수 처리하고, 오메가(Ω) 모양의 특수고무로 제작된 방수재(Omega Seal)를 아래쪽에 덧대 2차로 방수 처리를 했다. 부분 구조물(세그먼트) 8개를 연결한 침매함체를 물속에서 이을 때도 이중 방수처리됐다. 침매 함체는 육지에서 만들어 물속에서 연결한다. 진도 8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됐고, 5만t짜리 선박이 터널 위에 가라앉아도 안전하다는 것이 시공사의 설명이다. 터널 내부와 비상통로에는 제트팬을 24시간 가동해 화재 시 연기가 빠져나가도록 했 다.
세계적으로 침매터널 140여 건이 시공됐지만 거가대로의 침매터널은 한국 토목공사 사상 5개의 세계기록을 세웠다. 거가대로를 통해 시공사 대우건설이 확보한 5가지 세계기록은 ① 함체길이 180m ② 침매수심 48m ③ 침매수역 내해 아닌 외해 ④ 갯벌 같은 연약 해저지반 침매터널 ⑤ 함체 연결 이중조인트 등이다. 가덕해저터널은 100년 이상을 견디는 반영구적 안전 설계이며, 1000년 빈도의 파랑, 지진, 선박충돌 조건 등이 설계에 반영됐다. 또 SCADA(감시제어 데이터 수집시스템)과 ITS(지능형 교통시스템)로 사고예방을 기한다.





거가대로 개통으로 남해안의 획기적인 교통망이 구축됐으나 아직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비싼 통행료로 인해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논란이 확대되고 있으며, 거가대로 개통에도 불구하고 접속 우회도로가 제때 개통되지 않아 교통대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고, 실질적인 교통 해소방안은 2013년 이후나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거가대로의 통행료와 최소수익 보장, 운영지분 매각 등을 둘러싸고 시민단체가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면서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GK해상도로(주)의 최대 출자사인 대우건설이 관리운영 단계를 앞두고 당해 회사의 지분을 전량 매각 결정을 하면서 먹튀 논란마저 일고 있다.
한편 거가대로(8.2km) 통행료 1만원은 문제가 되고 있다. 인천대교(민자구간 12.3㎞)의 통행료는 5500원,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81㎞)는 8400원, 전국에서 가장 비싼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82.1㎞) 9300원보다도 비싼 금액이다. 또 이들 다른 민자사업의 경우 통행료 징수기간이 30년이지만 거가대로는 40년으로 책정돼 특혜 소지가 불거졌다.
또한 녹색산업단지와 거가대로 진입로인 가덕대교를 연결하는 급경사 도로(경사도 7%)가 폭설 등 기상악화 시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거가대로 개통으로 부산을 중심으로 한 한국 제2의 대도시 경제권 형성이 가속도가 붙고 있다. 부산 가덕도는 평당 1000만원을 웃도는 땅이 처음으로 출현했다. 천성을 비롯해 대항, 외항포 등 빼어난 자연풍광을 자랑하는 가덕도에서는 이미 요지의 땅값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다. 거가대교 개통과 부산신항, 녹산산단 근로자 수요 증가로 강서와 경남 진해의 아파트 매매, 전세 시장도 활황을 맞고 있다. 부산 사하구 아파트 분양시장의 과열이 나타나고 있다. 거제 시민은 상대적으로 비교 우위에 있는 부산의 의료ㆍ교육ㆍ문화 서비스 혜택을 누리게 됐다.
경제적 시너지 효과가 주목된다. 서부산권 개발과 함께 인근 신항만의 개발이 촉진될 전망이다. 거제의 대우, 삼성 대형조선기지와 곧바로 연결돼 물류비용 절감으로 인한 조선산업의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교통망에 변화가 온다. 대전~진주~통영 고속도로와 부산해안순환도로(서부산권 남항대교~북항대교~광안대교~동부산권)가 연결돼 진주~부산~울산을 잇는 신 교통축 개발 효과가 기대된다. 경남 거제 장목관광단지 개발 촉진과 함께 통영을 거점으로 하는 해양스포츠 활성화 등 부산에서 목포를 잇는 남해안 관광벨트 개발 촉진으로 영호남 관광시장 다변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거가대로는 친환경 공법을 최대한 이용했지만 교통의 편리함이 인구를 유인하고, 주변의 난개발을 유발하며, 무분별한 관광단지 조성을 촉진시킬 수 있으므로 환경 보존과 개선에 우선순위를 뒤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린닥 johnyks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