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이어진 리그 수퍼스타들의 부상소식과 함께 드디어 2021년 NBA 파이널이 시작됩니다.
마지막 결전의 자리까지 남은 두 팀은 밀워키와 피닉스. 피닉스가 우승한다면 구단 역사상 최초가 되겠고, 밀워키가 우승한다면 50년 만에 처음입니다.
50년 전의 밀워키 벅스의 우승은 대단한 업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회자되지 않는 우승입니다. 시즌 66승에 파이널 스윕으로 우승한 당시의 벅스팀. 오늘, 이 위대한 1971년 우승팀에 대해 짧게나마 얘길 해보려고 합니다.
1. 밀워키 벅스 구단은 1968-69 시즌에 창단된 팀입니다.
다시 말해서, 창단된 지 세 시즌 만에 우승을 한 것이죠. 모든 프로 스포츠 통틀어서 이렇게 빨리 신생팀이 우승을 한 역사는 없습니다.
2. 밀워키 벅스 구단의 성공은 뛰어난 드래프트 능력과 필요한 선수들을 잘 영입한 구단의 지혜로운 운영이 큰 이유였습니다.
감독은 래리 코스텔로. 1968년 expansion 드래프트로 뽑은 존 맥글로클린. 그는 평균 20점이 가능한 다이내믹하고 빠른 슈터였습니다. 그 이듬해인 1969년에 벅스는 루 앨신더(압둘자바)를 드래프트합니다. 이 어마무시한 루키가 리그에 지각변동을 가져왔고, 이 시즌에도 맥글로클린은 평균 17.6점으로 압둘자바를 보좌했습니다. 전 시즌 27승이었던 팀이 단 한 시즌 만에 56승 팀이 되었습니다. 벅스가 드래프트로 뽑은 건 압둘자바 뿐이 아니었습니다. 4라운드 드래프트 픽에서 밥 댄드리지를 뽑았는데, 이게 완전히 '스틸 픽'이 되어버립니다.
창단 두 시즌 만에 우승 컨텐더가 된 벅스는 70-71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통해 전성기에서 살짝 내려오기 시작한 트리플 더블 머신 "빅 O" 오스카 로벗슨 영입에 성공을 합니다. 그리고 앞 문단에서 언급한 밥 댄드리지가 데뷔 2년 만에 평균 18.4점을 기록하며 리그의 영 스타로 떠오르죠. 댄드리지는 1978년 우승팀 워싱턴 불렛츠의 빅 3 중 하나였기도 합니다.
벅스는 세 시즌 만에 커림 압둘자바를 중심으로, 노련한 로벗슨과, 젊고 빠른 준 올스타급 선수들 2~3명이 포진한 강력한 라인업을 구축하게 됩니다.
3. 커림 압둘자바
루 앨신더... 벅스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된 그는 밀워키에서의 6시즌 동안 신인왕, 리그 MVP 3회, 우승 1회, 파이널 MVP 1회, 득점왕 2회 등의 업적을 세우며 NBA 사상 최고선수라는 칭호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레이커스 이적 후에 리그 MVP 3회, 우승 5회, 파이널 MVP 1회를 더 추가하죠.
압둘자바는 71년 우승 후에 이런 재미있는 말을 했습니다.
"UCLA 시절에 연승과 우승만 경험했어서, 저는 프로에 와서도 계속 그럴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루키 시즌에 리그를 장악했고, 두 번째 시즌에 우승을 했고 말이죠. 그런데 확실히 NBA에선 저 혼자 잘한다고 우승하는 건 아니더군요. 71년 우승 후 몇 번 실패하자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죠. 아, 내가 있는 곳이 NCAA가 아니고 NBA지.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우승하기 힘들겠는데? 라고 말이죠."
4. 플레이오프 여정
당시 서부 컨퍼런스 소속이었던 벅스는 네이트 써몬드와 제리 루카스라는 두 명의 올타임 레전드 빅맨이 버티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워리어스를 우선 이겨야만 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압둘자바에 대한 수비가 가능했고, 각각 평균 18-10을 기록하며 분전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뒤엔 윌트 체임벌린의 레이커스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체임벌린은 벅스와의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평균 22점, 18.8리바운드, 7.6블락샷(비공식)을 기록하며 압둘자바의 벅스를 상대했습니다. 그러나 제리 웨스트가 부상으로 빠진 레이커스가 이 막강한 벅스를 제어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파이널 상대는 워싱턴 불렛츠. 1969년에 신인왕과 리그 MVP를 동시에 거머쥔 웨스 언셀드. 얼 먼로, 잭 마린, 거스 존슨 등이 포진한 이 탄탄한 팀은 전년도 우승팀인 윌리스 리드, 월트 프래지어, 데이브 드부셔의 닉스를 꺾고 올라온 막강한 팀이었습니다. 그러나 벅스는 불렛츠를 4:0 스윕으로 무너뜨리고 우승을 차지합니다.
커림 압둘자바는 평균 27점, 18.5 리바운드로 파이널 MVP가 됩니다. 오스카 로벗슨은 23.5점, 9.5어시스트, 밥 댄드리지는 20.3점, 9.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이 벅스의 빅 3가 신생구단에 큰 영광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웨스 언셀드는 시리즈 평균 15점, 19리바운드, 5.8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5. 2021년 밀워키 벅스
정확하게 50년 후에 밀워키 벅스가 우승을 위해 정열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백투백 MVP인 안테토쿰보를 위시해, 크리스 미들턴, 즈루 홀러데이, 브룩 로페즈, 바비 포르티스 등의 좋은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과연 50년 전 구단 선배들이 이룬 그 우승을 재현해낼 수 있을까요? 2주 정도 후엔 그 답을 알 수 있겠죠.
존 맥그로클린, 커림 압둘자바, 밥 댄드리지, 오스카 로벗슨 등, 이 위대한 별들이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피닉스 선스와 크리스 폴의 첫 우승을 보는 것도 괜찮겠고, 50년 만에 구단의 영광을 재현하는 밀워키 벅스의 모습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파이널이 빨리 보고 싶어지네요.
첫댓글 귀한 영상 설명 감사합니다.
더욱더 내일이 기다려지네요.
와 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 챔벌린 블락숫치 ㅎㄷㄷ 하네요 7.6블락이라니...
귀한자료
소중한자료 감사합니다
지금 밀워키보다 훨씬 강해보이네요 ㄷㄷ 이 대결로 유일하게 통곡의 눈물흘리고 있는건 실버영감 뿐이죠 빅마켓 인기팀이 다 떨어졌으니...ㅋㅋㅋㅋㅋ 이번 매치가 참 기대됩니다
한동안 파이널 잘 안 챙겨보다가, 이번에 빅마켓팀들 다 떨어지고, 수퍼팀들도 없다보니, 이 파이널에 급격히 관심이 갑니다. 쿤보가 못뛰거나 정상이 아니라면 좀 맥빠진 파이널이 될 것 같네요. 71년 벅스 팀에서 압둘자바가 부상으로 빠진 격이잖아요.
@Doctor J 느낌인데 쿰보도 올해가 가장 큰 기회임을 알아서 무리해서라도 나올거 같습니다
@Doctor J 완전 공감합니다.
저도 이번 시즌 파이널만큼 기대되는 파이널이 정~말 오랜만이네요
댄드리지가 고작 4라운드 픽이라는데서 놀랐네요. 잘보고 갑니다 👍
45번 픽이었죠 완전 대박 스틸픽이었습니다.
NBA 우승 팀 2회 (두 번 모두 3번 주득점원)
NBA 올스타 4회
올-NBA 팀, 올디펜시브팀 (1979년)
와 귀한 자료 감사합니다. 압둘자바는 주로 나이 먹은 영상만 봤었는데 어릴 적 움직임이 쿰보 못지 않네요 ㅎㅎ
20대였던 70년대엔 '고무고무' 했었죠. 큰 키에 운동능력도 만빵. 나이 먹어선 스카이 훅에 올인하든 했지만, 저 때는 자신의 신체능력으로 상대방 역대급 센터들을 압도했었습니다. 센터들의 시대에 머리 하나 우뚝 더 솟아있는 최정상 선수였죠.
흑백 단체사진을 보니 사망유희가 떠오르면서 압둘자바네 했는데 이름이 없네? 개명했나 보군요 빅오와 압둘자바 댄드리지면 요즘 빅3 못지 않은 구성인 것 같네요 이번 파이널도 재밌는 승부를 기대하나 쿰보의 부상이 아쉽기만 합니다
71년 우승 직후에 이슬람교로 개종하면서 이름을 바꿨습니다.
윌트와 커림의 대결을 실시간으로 보면 얼마나 재밌었을까요!!! 박사님덕에 그 편린이라도 보고 느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카림압둘자바가 시간차이로 엘빈헤이스 상대로 더블더블왕 차지하자(둘다 82경기 77개) 빅E가 일주일 넘게 사무국에 항의도 했었죠 왜 내가 2위냐고 20-20은 내가 더 많이 했다고 합리적 이유좀 대달라고 하다가 올스타멤버 삭제카드 꺼내니까 잠잠해졌다고 하더군요 ㅋㅋㅋ 압둘자바가 백투백 MVP를 차지하던 시절은 더블더블왕 역시 백투백으로 먹었고 윌트와 카림이 MVP와 더블더블왕을 4시즌이나 했고, 그다음이 모제스말론의 3시즌이 있었죠...
와 정말 이건 매체에서나 다룰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네요. 박사님의 글을 항상 애독하고 있지만, 이번 글은 정말 감동입니다. 너무 너무 잘봤습니다. 저랑 함께 운동했던 친구들한테도 보여주고 싶은 글이네요.
과찬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