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었습니다. 스터디 카페에서 책을 좀 보다가 시간도 늦었고 해서 그만 집에 가려고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카페 존 밖에 카페에서 인쇄물을 프린트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한 학생이 모티터를 보고 있는데 잠시 표정을 보니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컴으로 인터넷을 보려고 한 건 아닐 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제 추측에는 프린트를 하려고 했는데 프린트기에 용지가 없어서 인쇄를 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통 주인이 일정 부분만 넣고 가급적이면 개인이 용지를 준비해서 사용할 것을 권장하는데 보통 학생들은 잘 지키지 않습니다. 마침 이 학생이 누군지 저는 잘 몰랐는데 제 옆 자리에 앉은 학생이었습니다. 정리를 하고 나가서 알았습니다. 저도 정리를 하고 나간 후에 프린트를 할 게 좀 있어서 인쇄를 하는데 제 인쇄물이 나오지 않고 다른 인쇄물이 나온 것입니다. 국어 문제집 인쇄물이었습니다. 제 추측이 맞았습니다.
제딴에는 인쇄를 하려고 출력을 엔터했는데 용지가 없어서 인쇄가 안 되었기 때문에 이유야 어찌 됐든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 요즘 애들 표현으로는 꿀꿀한 표정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인쇄할 용지는 제 개인 걸로 인쇄를 합니다. 그날 제가 그 여학생 프린트물을 제 용지로 출력된 것을 탁상 옆에 약 30매 정도 되는 것을 올려놓고 난 후에 나중에 그 여학생이 찾아갈 수 있도록 포스트잇에 간단한 메모를 남겼습니다. 몇 번 자리에 앉은 여고생 이 인쇄물 잘 찾아가요.... 옆 자리 앉은 아저씨가,,, 그 다음날 보니 찾아가지 않았고 또 다음날도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인이 다른 곳에 보관을 해놓았습니다. 아마 3일 후에 원래 자기가 앉은 자리, 제 옆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 제가 그 프린트물을 가져다 주었던 것입니다. 조용히 공부만 하는 공간이라 말은 하지 않아도 주니 애가 감사하다는 뜻으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더군요. 중간에 자리를 그 애가 비운 후에 저도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일어나 옆 자리 책을 보니 중학생 참고서가 있어서 여고생이 아니고 중학생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원래 규정상 중학생은 출입이 허용되지 않아서 저는 여고생인 줄 알았던 것입니다. 그날도 저도 그만 집에 가려고 짐을 정리를 했습니다. 마침 공교롭게도 그 애도 그만 집을 가려고 짐을 정리해 거의 같이 카페를 나가게 됐던 것입니다. 카페를 나가니 차 하나가 있었습니다. 가만 보니 아마 부모님이었을 겁니다. 애를 픽업하기 위해 기다린 모양입니다. 그때 그 애가 차를 타기 전에 저에게 인사를 하더군요. 아마도 인쇄물을 챙겨준 것에 대한 감사함이었을 겁니다. 저는 이 상황이 그날 있었던 전체 배경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애가 한 행동을 보면서 집에 가면서 묵상을 했습니다. 지금부터는 가상이지만 저의 상상입니다.
일단 그 애는 기본이 된 아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아이는 그날 공부를 하면서 아마 잠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그 애 얼굴을 자세히 볼 수도 없었고 잠시 지나가면서 봤고 또 그럴 시간도 없었는데 어떻게 그 인쇄물을 제가 프린트해 그것도 자기가 오니 챙겨준 걸 보며 감동이라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찌됐든 고마운 일이긴 한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하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아마 마지막에 그 마음을 차를 타기 전에 인사로 대신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그냥 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요즘 애들 가정교육이 잘 안 된 아이는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 이후 오면 어찌된 일인지 제 자리 옆에만 앉습니다. 원래 자리를 배정할 때 키오스를 보고 자기가 빈자리를 선택하는 시스템입니다. 어른이든지 보통 보면 사람의 심리가 자리를 앉으려고 선택을 할 때 가능하면 옆 자리에 사람이 있으면 잘 선택하지 않고 다른 자리를 선택하는 게 보통의 심리입니다. 조금은 흥미로웠습니다. 선택을 했더라도 또 자리를 변경하려면 얼마든지 변경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그 학생이라면 아마도 다른 자리에 여학생이 있거나 아니면 언니 같은 사람 근처로 갈 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그 이유는 제가 알 필요가 없습니다. 여중생이라는 걸 우연히 안 후에 한 생각이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운 생각이지만 이 아저씨가 내가 그렇게 삭았단 말인가 하고 내심 생각하며 조금은 우낀 아저씨네 하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일련의 이런 일을 보면서 하느님의 마음을 묵상해봤던 것입니다. 갑자기 왠 하느님의 마음을 이것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생각을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규정대로라면 출입을 하면 안 됩니다. 저는 다른 곳도 아니고 그냥 이런 학생을 보면 눈감아줍니다. 다른 사람들은 클레임을 거는 사람도 많습니다. 만약 엉뚱한 짓이나 하고 하면 저도 따끔하게 주인에게 아니더라도 주의를 줄 수 있지만 보니 조용히 공부만 하고 가기에 굳이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아이가 중학생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하느님의 생각이 떠올랐던 것입니다. 궁금하시죠?
저는 하느님이 아니고 사람입니다. 이 상황에서 제가 사람이지만 하느님이라고 빙의를 해서 이 상황을 바라본 것입니다. 그 여학생은 사람이라고 가정을 한 것입니다. 오늘도 조금 전에 제 옆자리에 있다가 오늘은 공부를 많이 하지 않고 조금전에 귀가를 하더군요. 이 학생이 출입규정을 위반한 것을 저는 인간이 죄를 지은 것으로 대입해 생각한 것입니다. 만약 이 애가 조용히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제가 주의를 줬을 겁니다. 규정을 위반했어도 말입니다. 조용히 자기 일만 했기 때문에 묵인할 수 있었던 것입닏. 인간인 저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만약 우리 인간도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가 이런 유사한 상황이 일어난다면 과연 하느님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 하는 게 중요한 저의 화두였습니다. 우린 하느님의 법과 계명을 지켜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걸 지켜야 하는데 지키지 못했다면 마치 그 여학생과 같은 유사한 상황인 것입니다.
근데 제가 얼마든지 규정 위반을 언급하며 주인에게 클레임을 걸 수도 있는 경우도 있고 또 그 애한테 주의를 줄 수 있지만 하지 않은 이유가 비록 규정을 위반하긴 했지만 카페에서 해야 하는 위반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도 그 테두리 안에서 규정을 잘 지킨 것이기 때문에 굳이 그 규정 위반을 탓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규정이라는 틀과 규칙에 매여 그 애를 쫒아내기보다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허용하는 것도 좋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규정이 있는 근본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나이와 같은 제한 때문이 아닙니다.
어린 학생들이 면학분위기를 흐릴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규정이 있는 것입니다. 이런 취지를 생각해본다면 당연히 이 애는 면학분위기를 흐리지 않고 조용히 카페의 목적에 이용을 잘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그런 규정 때문에 제한을 가하는 것도 어쩌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학생에게는 마치 억지 논리로 주장을 한다면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런 걸로 헌법소원을 할 사람은 없겠지만 흥미로운 것입니다. 바로 복음에 나오는 내용과도 매치해서 묵상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계명이 있다면 그 계명도 그 계명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취지를 생각해야 하는 게 바로 이와 같은 이유입니다. 그냥 단순히 그런 걸 생각하지 않고 흑백논리처럼 단순히 어긴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비논리적인 방식으로 어떤 한 사람을 단죄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이 여학생을 눈감아 준 이유는 제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도 마찬가지이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입니다. 비록 우리가 나약한 인간이라 하느님의 법을 잘 못지키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조용히 이 여학생처럼 공부만 하는 행위가 마치 침묵을 지키며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꾸준히 해나가게 된다면 하느님 역시도 이런 것처럼 저희의 잘못을 눈감아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때 눈감아주시는 게 그냥 모른 채 하고 넘어가실 거라는 그런 개념보다는 이게 바로 어쩌면 하느님의 자비라는 개념으로 생각해도 크게 무리는 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왜냐하면 자비라는 게 바로 그 원천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이젠 가벼운 이야기도 조금 하고 싶은데 그 이야기는 그냥 생략하겠습니다.
컴퓨터 자판과 노트북 모니터를 보며 타이핑을 하니 눈도 피곤하고 그래서 이젠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이 아이 때문에 하느님의 마음도 이렇지 않을까 하는 묵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작성한다고 책을 보는 시간을 빼앗기긴 했지만 좋은 것을 묵상할 계기를 준 여학생에게 이름은 모르지만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런 게 없었다면 이런 걸 묵상할 기회가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귀여운 여학생!! 아저씨가 고맙게 생각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