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夏至)
24절기 중 열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 하지(夏至)는 24절기 중 망종(芒種)과 소서(小暑) 사이에 들며, 오월(午月)의 중기로 음력으로는 5월, 양력으로는 대개 6월 22일 무렵이다. 천문학적으로는 일년 중 태양의 적위가 가장 커지는 시기이다. 이 무렵 태양은 황도상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하는데, 그 위치를 하지점(夏至點)이라 한다.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태양의 남중고도(南中高度)가 가장 높아진다. 그러나 남반구에서는 북반구와 반대로 하지에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낮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북위 37도 30분)에서 태양의 남중고도는 하지 때에는 75도 57분이고, 동지 때 29도 3분이다.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일사 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이다. 동지(冬至)에 가장 길었던 밤 시간이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하여 이날 가장 짧아지는 반면, 낮 시간은 일년 중 가장 길어져 무려 14시간 35분이나 된다. 일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북반구의 지표면은 태양으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는다. 그리고 이 열이 쌓여서 하지 이후로는 기온이 상승하여 몹시 더워진다.
내용
『고려사(高麗史)』에 따르면 5월 중기인 하지 기간 15일을 5일씩 끊어 3후(候)로 나누었는데, 초후(初候)에는 사슴이 뿔을 갈고, 차후(次候)에는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侯)에는 반하(半夏: 끼무릇·소천남성·법반하라고도 하며, 덩이뿌리로 밭에서 자라는 한약재)의 알이 생긴다고 했다. 장마와 가뭄 대비도 해야 하므로 이때는 일년 중 추수와 더불어 가장 바쁘다. 메밀 파종, 누에치기, 감자 수확, 고추밭매기, 마늘 수확 및 건조, 보리 수확 및 타작, 모내기, 그루갈이용 늦콩 심기, 대마 수확, 병충해 방재 등이 모두 이 시기에 이루어진다. 남부지방에서는 단오를 전후하여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 무렵이면 모두 끝나는데, 이때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따라서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뜻으로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라는 속담도 있다. 과거 보온용 비닐 못자리가 나오기 이전 이모작을 하는 남부 지역에서는 하지 ‘전삼일, 후삼일’이라 하여 모심기의 적기로 여겼다. 하지가 지나면 모심기가 늦어지기 때문에 서둘러 모내기를 해야 했다. “하지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가 다르다.”라는 속담은 여기서 나온 말이다. 또한 이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농촌에서는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데, 우리나라는 예부터 3~4년에 한 번씩 한재(旱災)를 당하였으므로 조정과 민간을 막론하고 기우제가 성행했다. 비[雨]에 대한 관심은 이미 단군신화에 나타나 있다. 환웅이 거느리고 하강했다는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 세신은 모두 비에 관한 신이니, 비에 대한 관심은 절대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농작물은 물을 필요로 하며, 물은 곧 비를 의미한다. 특히 농업의 주종을 이루는 벼농사의 원산지가 고온다습한 동남아시아 지역이고, 우리나라는 주로 장마철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므로 그 전후인 하지 무렵까지는 가뭄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수리시설이 부족한 때일수록 기우제가 성행하였다.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비였으므로 기우제는 연중행사였으며, 가능한 모든 방법이 동원되었다.
민간에서는 산이나 냇가에 제단을 만들고, 마을 전체의 공동행사로 제사를 지냈다. 제주(祭主)는 마을의 장이나 지방관청의 장이 맡고 돼지, 닭, 술, 과실, 떡, 밥, 포 등을 제물로 올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당이 제를 관장하기도 한다. 또 민간에서는 신성한 지역에 제물로 바친 동물의 피를 뿌려 더럽혀 놓으면 그것을 씻기 위해 비를 내린다는 생각으로, 개나 소 등을 잡아 그 피를 바위나 산봉우리 등에 뿌려 놓는 풍습이 있었다. 강원도 평창군 일대에서는 하지 무렵 감자를 캐어 밥에다 하나라도 넣어 먹어야 감자가 잘 열린다고 한다. “하짓날은 감자 캐먹는 날이고 보리 환갑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하지가 지나면 보리가 마르고 알이 잘 배지 않는다고 한다. 또 하지가 지나면 감자 싹이 죽기 때문에 ‘감자 환갑’이라 한다. 이날 ‘감자천신한다’고 하여 감자를 캐어다가 전을 부쳐 먹었다.
참고문헌
張籌根. 韓國의 歲時風俗. 螢雪出版社, 1984년
韓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慶尙南道 篇, 1972년
韓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慶尙北道 篇, 1969년
韓國의 歲時風俗Ⅱ, 1998년
韓國의 歲時風俗Ⅰ, 1997년
한국세시풍속자료집성-삼국·고려시대 편, 2003년
高麗史, 三國志
(한국세시풍속사전)
여름(summer)
1년의 사계절 중 두 번째인 봄과 가을 사이의 계절.기후
기상학적으로는 보통 6·7·8월(음력 4·5·6월)을 여름이라고 하나 천문학적으로는 하지(6월 22일경)부터 추분(9월 23일경)까지를 말하고, 24절기상으로는 입하(5월 6일경)에서 입추(8월 8일경)까지를 말한다. 자연 계절 또는 기상·기후학적 계절로는 대체로 일평균기온이 20∼25℃이고 일최고기온이 25℃ 이상인 초여름, 일평균기온이 20∼25℃이고 일최고기온이 25℃ 이상이며 강수량이 집중되는 장마, 일평균기온이 25℃ 이상이고 일최고기온이 30℃ 이상인 한여름, 일평균기온이 20∼25℃이고 일최고기온이 25℃ 이상인 늦여름으로 세분된다. 이 기간은 지역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난다. 6월로 들어서면 태양의 고도가 높아져 일사가 강해지며, 하지까지 낮이 점점 길어져 기온이 계속 상승한다. 그리하여 일최고기온은 25℃ 이상을 나타내며 6월 하순에는 30℃를 넘는 일도 있다. 봄철까지 남아 있던 시베리아 고기압은 완전히 쇠퇴하고, 남쪽으로부터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다가와 겨울과는 반대의 기압 배치를 나타낸다. 한편, 오호츠크해를 중심으로 발달한 고기압이 서쪽으로 뻗어 우리 나라 부근까지 확장한다. 한랭다습한 오호츠크해 고기압과 온난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에는 양자강 유역에서 일본 열도 남해안을 따라 동서로 긴 전선대가 형성된다.
이 정체성의 전선이 장마 전선이다. 이 장마 전선의 남북에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위치하여 양측 고기압의 세력에 따라 장마 전선은 남북으로 움직인다. 또 상층에는 두 갈래의 제트류(jet stream)가 흐르고 있으며 그 중 하나는 우리 나라 남쪽을, 또 하나는 북쪽을 흐르고 있다. 이들 두 제트류 중 남쪽 것이 강해지면 강수량이 증가되고 또 이 제트류의 위치가 북상하면 장마는 끝난다. 장마는 6월 초부터 2, 3일씩 지속되다가 6월 하순경에 본격적인 장마철이 된다. 장마철은 남쪽이 빠르고 북쪽으로 갈수록 늦어진다. 장마철에는 날씨가 불순하여 구름량이 많고 일조율(日照率)도 낮아서 기온이 약간 저하된다. 장마 기간에는 많은 비가 오기 때문에 6·7·8월 3개월의 강수량은 연강수량의 45∼60%를 차지한다. 따라서 1년 총강수량의 반 이상이 여름에 내린다. 특히, 7월은 우기 중의 우기로 집중 호우가 쏟아져 홍수를 일으킨다. 집중 호우의 명확한 기준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1일 강수량이 연강수량의 10% 이상일 때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 동안에 연 총강수량의 몇 분의 1에 해당하는 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1시간에 100㎜를 넘는 비가 내리기도 한다. 1일 강수량이 300㎜를 넘는 경우도 많아 지금까지의 1일 최대 강수량 기록은 장흥 547.4㎜(1981.9.2.), 고흥 487.1㎜(1981.9.2.), 광주(경기도) 485.5㎜(1920.8.1.), 대천 482.0㎜(1981.8.2.) 등이 있고, 1시간 최대 강수량 기록은 서울 118. 6㎜(1942.8.5.), 전주 109.6㎜(1951.5.26.), 제주 105.0㎜(1927.9.11.) 등이 있다.
지루한 장마철은 장마 전선의 이동에 따라 호천일(好天日)도 끼어 생활하기 쉬울 때도 있다. 이때를 장마 휴식 기간이라 한다. 장마 전선이 북쪽으로 올라가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해져 우리 나라를 뒤덮게 된다. 이때가 한여름(盛夏)으로 7월 하순에서 8월 상순에 걸쳐 나타난다. 이때는 일최고기온이 30℃를 넘는 삼복(三伏) 무더위가 극성을 부린다. 한여름의 기온은 밤이 되어도 25℃를 넘어 잠을 설치는 여름밤이 되는데, 이것이 이른바 열대야(熱帶夜)의 현상이다. 1961년에서 1980년 사이에 열대야의 출현 횟수를 보면 서울 86회, 대구 175회, 전주 192회, 광주 165회로 남부 내륙 지방에 많았다. 연도로는 1967년에 가장 많았고 1980년에 가장 적었다. 또 한여름의 혹서(酷署)는 40℃를 넘는 최고 기온을 기록한다. 지금까지 가장 고온이었던 기록은 대구에40.0℃(1942.8.1.)였으며, 다음이 원산 39.6℃(1906.7.20.)의 기록이 있다. 1983년 여름 더위는 서울38.6℃
(1983.8.3.)를 기록하여 1931년 측후소 개설 이래 52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워, 대구가 기록하였던 고극기온(高極氣溫)에 육박하였다. 그러나 간이 관측소에 의한 기록에서는 최고 기온 40℃를 넘는 예가 많다.
한여름에는 강수량이 비교적 적어 여름 장마와 가을 장마 사이의 소건계(小乾季)를 이룬다. 일사가 강해 높은 구름이 끼고 오후에는 소나기가 쏟아지기도 한다. 더위가 멈춘다는 처서(處署)를 지나면 아침 저녁 서늘해지는 늦여름[晩夏]의 계절이 된다. 이 때가 되면 한반도를 뒤덮던 북태평양 고기압은 그 세력이 약화되고, 북상하였던 장마 전선이 다시 남하하면서 가을 장마가 시작되면 여름은 끝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여름 날들의 호수와 숲길 풍경
2022-06-21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