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시점 : 소설에서 대상, 사건을 바라보는 서술자의 시각, 관점으로, 소설의 진행이 어떤 인물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가 하는 관찰의 각도와 위치를 말한다. 궁극적인 소설의 시점은 1인칭과 3인칭의 두가지이다.
② 서술자(narrator) : 작품을 서술·표상하며, 독자에게 중개해 주는 존재로, 사건을 전개하는 허구적 형상이다. 따라서 서술자는 작가 자신이 아니며, 작가의 피조물이다.
(2) 시점의 종류 위치 태도
인물·사건의 내면적 분석
인물·사건의 외부적 분석
1인칭 시점(서술자= 작중 인물)
1인칭 주인공(서술자) 시점(주관적 시점)→주인공 '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
1인칭 관찰자시점(주,객관 절충시점)→방계인물(부수적 인물인 '나')이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
3인칭 시점(서술자= 제3자)
전지적(全知的)작가 시점(전지적 시점)→분석적 또는 전지적 작가가 이야기를 하는 경우
작가 관찰자 시점(순 객관적 시점)→작가가 외부 관찰자로서 이야기하는 경우
① 1인칭 주인공(서술자) 시점 : 1인칭 주관적시점, 1인칭 서술시점, 1인칭 주동자 시점이라고도 한다.
㈀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시점으로 '나는 이렇게 하였다'는 식으로 진술하여 독자에게 깊은 신뢰감을 준다.
㈁ 사건의 내적 분석에 의존하여 궁극적으로는 '의식의 흐름'인 소설이 된다.
㈂ 작품 : 최학송의 <탈출기>, 이상의 <날개>, 알퐁스 도데의 <별>, 유진오의 <창랑정기(滄浪亭記)>, 서간체 소설, 일기체 소설, 자전적 소설, 심리 소설 등에 나타난다.
<보충정리>
1. 일기체 소설 : 일기의 자기 독백, 고백적 성격을 소설화한 것. 우리 나라 소설의 나도향의『전차 차장의 일기』, 주요섭의『첫사랑 값』등.
2. 서간체 소설 : 서간의 형태를 빌린 소설로 리차드슨의『파멜라』에서 비롯됨. 우리 나라의 최화송의『탈출기』등.
3. 자전적 소설 : 저자 자신의 삶이나 생의 경력을 작품의 주된 재료로 하고 있는 소설.
② 1인칭 관찰자 시점 : 1인칭 목격자 시점, 1인칭 관찰자 서술이라고도 한다.
㈀ 작품 속에 등장하는 부인물인『나』가 주인공의 이야기를 서술한다.
㈁ 인물의 초점은『나』가 아니라 주인공에 주어진다.
㈂ 객관적인 관찰자의 눈에 비친 인간 내면 세계를 그리는 데 효과적이다.
㈃ 작품 : 주요섭의『사랑 손님과 어머니』, 김동인의『붉은산』, 현진건의『빈처』·『고향』등에 나타난다.
③ 전지적 작가 시점
3인칭 전지적 시점, 전지적 작가 서술이라고도 한다.
㈀ 작가는 전지 전능한 위치에서, 각 인물의 심리상태나 행동의 동기, 감정, 의욕 등을 서술한다.
㈁ 작가는 작품속에 직접 개입하여 사건을 진행시키고 인물을 논평한다.
㉠논설적 전지(editorial omniscient) 시점
전지적 서술자가 직접적으로 논평을 가하는 시점.
㉡객관적 전지(objective omniscient) 시점
전지적 서술자가 인물의 극적인 행동을 통해 독자의 평가를 허용하는 시점.
④ 작가 관찰자 시점 : 3인칭 제한적 시점, 흔히 3인칭 시점으로 불린다.
㈀ 작가가 외부 관찰자의 위치에서 객관적 태도로 서술하는 방법이다.
㈁ 외부 관찰에 의거하여 해설이나 평가를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제시한다.
㈂ 현대 사실주의에서 주로 사용되는 시점으로, 단편 소설에서는 극적 효과를 얻기 위한 수법으로 효과적이다.
㈃ 작품 : 황순원의『소나기』, 염상섭의『임종』·『두 파산』등에 나타난다.
⑤ 시점의 혼합
『누보 로망(Nouveau roman, 반소설)처럼 2인칭 시점이거나 1인칭 시점의 두 형태가 혼합되거나, 1인칭 관찰자 시점과 3인칭 시점이 혼합된 경우도 있다. 특히 액자 소설의 경우가 이러한데, 김동인의『배따라기』, 김동리의『무녀도』·『등신불』등이 그 예이다.
(3) 작가의 개입
작가가 소설의 서사 내용에 직접 간여하는 현상이다. 특히 3인칭 전지적 시점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조선 시대의 고전 소설과 개화기 소설에 있어서는 이러한 현상이 심했으나, 사실주의의 등장과 함께 이런 현상은 많이 소멸되었다.
① 고전 소설 : 작가가『나』로서 직접 등장하지 않는 3인칭 시점이 주로 쓰였다.
② 신소설 : 개화 사상을 전달하려는 작가 의식이 강했기 때문에 작가가 소설 속에 개입하여 설명도 하고(전지적 작가 시점), 주관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③ 현대 소설 : 기법의 다양화로, 심리주의 소설은 1인칭 시점, 단편 소설에서는 작가 관찰자 시점, 장편 소설에서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 쓰이고 있으나, 작품이나 작가의 태도에 따라 다양하다.
(4) 소설의 거리(距離, distance)
① 거리의 개념 : 소설에서 등장 인물이나 사건이 관찰되는 낙차의 정도를 말한다. 대체로 소설에서는 작가와 등장 인물의 거리, 독자와 등장 인물과의 거리를 가리킨다.
② 거리의 효과 : 작가는『작자?서술자?등장 인물?독자』사이의 거리를 조정하여 박진감과 현실감, 객관적 느낌 등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작품의 사실성(reality)을 살릴 수 있다.
③ 시점과 거리 : 소설의 거리는 시점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거리의 원근> 구 분
가까운 느낌
먼 느낌
서술
방법
[보여주기(showing)] 에 의해 장면이 제시되는 경우
[말하기(telling)] 에 의해 사건이 요약되는 경우
서술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서술자가 제삼자의 위치에 있는 작가 관찰자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서술자가 인물의 심리 속에 있는 전지적 작가 시점.
<예시 1>
김군! 나도 사람이다. 정애(情愛)가 있는 사람이다. 나의 목숨 같은 내 가족이 유린받는 것을 내 어찌 생각하지 않으랴? 나의 고통을 제 삼자로서는 만분의 일이라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이제 나의 탈가한 이유를 군에게 말하고자 한다. 여기에 대하여 동정(同情)과 비난(非難)은 군의 자유다.
최서해 <탈출기>
이는 일종의 서간체나 수기의 형식을 빈 소설이다. 작중의 화자 '나'는 자신의 행위에 관련한 사건과 감정적 거리가 밀착되어 있어서 독자에게 신뢰감을 제공하고 있다. 다소 객관성이 결여될 수 있는 약점이 있으나 이러한 1인칭 시점은 화자의 내면적 갈등이나 감정의 변화를 생생하게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주관적이고 심리적이어서 인물의 심리묘사나 내면의식의 표현에 주력하는 현대소설에서 자주 차용되는 기법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작중의 '나'는 물론 '허구화된 나'라는 점이다. 작가가 자기 자신의 사생활을 그린 소설을 사소설이라는 말로 따로 부르기도 하지만 작중의 '나'와 작가와는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작중의 '나'란 결국 '나'로 표현된 '그'라는 어떤 인물에 다름 아니다. 이상의『날개』에 나오는 '나'는 이상이 아니며 윤흥길의『에미』에 나오는 '사팔뜨기인 나의 어머니'는 윤흥길의 어머니가 아니다.
작가가 이 시점을 이용할 때는 화자 '나'가 주인공 '그'를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그의 행동에 대해 코멘트할 수도 있다. 또한 주인공의 내면을 잘 알 수 없어므로 독자에게 긴장감과 경이감 혹은 호기심을 자아내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시 2>
나는 나와 마주 앉은 그를 매우 흥미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두루막격으로 '기모노'를 둘렀고 그 안에선 옥양목 저고리가 내어 보이며 아랫두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었다. 그것은 그네들이 흔히 입는 유지모양으로 번질번질한 암갈색 필육으로 지은 것이다. 그리고 발은 감발을 하였는데 짚신을 신었고 '고부가리'로 깍은 머리엔 모자도 쓰지 않았다. 우연히 이따금 기묘한 모임을 꾸미는 것이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찻간에서 공교롭게 세나라 사람이 모였으니 내 옆에는 중국 사람이 기대었다. 그 옆에는 일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동양 삼국 옷을 한몸에 감은 보람이 있어서 일본말도 곧잘 철철대이거니와 중국말에도 그리 서툴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현진건 <고향>
위와 '나'는 다만 작중의 '동양 삼국 옷을 한몸에 감은' '그'라는 남루한 차림의 사내를 관찰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주인공에 대한 관찰이나 경험의 기회가 제한되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때문에 작가는 독자에게 필요한 부분만을 효과적으로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를 잘 구사하면 주관적 해석과 객관적 해석을 동시에 추구하여 종합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주요섭의『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나이 어린 딸 옥희의 시점을 통하여 사랑 아저씨와 어머니와의 델리케이트한 애정심리의 갈등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 의한 작품으로는 현진건의『빈처』, 이상의『날개』, 포오크너의『에밀리의 장미』등 수없이 많다.
한편 1인칭 관찰자 서술에 속하는 것으로 액자소설이라는 형태가 있다. 작중의 화자 '나'가 또 하나의 화자 '나' 혹은 '그'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형식이다. 이야기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액자처럼 끼워져 있는 것으로 바깥 쪽(外話)의 '나'는 안쪽(內話)의 내용을 증명 또는 확인시키려는 이른바 서술을 근원상황을 고양시키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예시 3>
할아버지께서는 그들이 떠나는 날에, 이 불행한 아비 딸을 위하여 값진 비단과 충분한 노자를 아끼지 않았으나, 나귀 위에 앉은 가련한 소녀의 얼굴에는 올 때나 조금도 다름없는 처절한 슬픔이 서려 있었을 뿐이라고 한다. 소녀가 남기고 간 그림―이것을 할아버지께서는『무녀도』라 불렀지만―과 함께 내가 할아버지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김동리 <무녀도>
여기서의 외화 '나'란 액자의 외각으로서의 틀(frame)에 불과해서 이 부분을 떼내어도 서술의 근원 상황에는 변동이 없다. 같은 그림이라도 액자를 끼워 놓으면 그림이 더 그럴듯 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김동인의『배따라기』『광화사』『광념 쏘나타』나 최근의 이청준 등의 소설에 이런 기법이 자주 보인다.
<예시 4>
그는 목을 놓고 처울면서 낫을 휘둘렀다. 칠성문 밖 외딴 밭 가운데 홀로 서있는 왕서방의 집에서는 일장의 활극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활극도 곧 잠잠하게 되었다. 복녀의 손에 들리워 있던 낫은 어느덧 왕서방의 손으로 넘어가고 복녀는 목으로 피를 쏟으며 그 자리에 고꾸라져 있었다.
복녀의 송장은 사흘이 지나도록 무덤으로 못 갔다. 왕서방은 몇 번을 복녀의 남편을 찾았다. 복녀의 남편도 때때로 왕서방을 찾아갔다. 둘의 새에는 무슨 교섭하는 일이 있었다. 사흘이 지났다. 밤중 복녀의 시체는 왕서방의 집에서 남편의 집으로 옮겨졌다. (중략) 이튿날, 복녀의 시체는 뇌일혈로 죽었다는 한방의의 진단으로 공동묘지로 실려 갔다.
김동인 <감자>
작가 개입 없이 사건의 진전을 드라이하게 보여준 예다. 극적이고 스피디한 효과가 있지만 간혹 단조롭거나 평면적일 위험이 있다. 이같은 시점에 의한 것으로는 헤밍웨이의『살인자들』『인디안 부락』, 황순원의『소나기』, 사실주의 계열의 염상섭의 소설들, 특히『임종』『두 파산』, 안수길의『제삼인간형』등을 들 수 있다.
작가가 전지 전능한 신의 위치에서 작중 인물의 행위나 사고를 모두 알고 내려다 보며 설명하고 해석하고 분석하여 서술하는 방법이다. 작중인물의 의식이나 감정이나 동기는 물론 심리적 내면 세계까지 모조리 알고 있는 시점이므로 작가는 자유자재로 그들을 옮겨놓거나 이끌어갈 수 있고 여러 인물들이 동시에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 있다. '그는 배를 움켜 쥐었다'가 관찰자 시점이라면 '그는 배가 고팠다'가 전지적 시점이다. '그는 달을 쳐다 보았다'가 관찰자 시점이라면 '그는 고향 생각을 했다'가 전지적 시점이다. '영희는 배가 고팠다. 순희도 배가 고팠다. 영희와 순희가 배고파 하는 것을 보고 복남이는 문득 고향 생각을 했다'에서, 작가는 영희,순희, 복남이를 모두 '알고'있기 때문에 그렇게 쓴 것이다.
<예시 5>
어쨌든 덕기는 무산운동에 대하여 무관심으로 냉담히 방관만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제일선에서 나서서 싸울 성격도 아니요 처지도 아니니까 차라리 일간 호졸 격으로 변호사나 되어서 뒷일이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덮어놓고 크게 되겠다는 공상도 가지고 있지 않으나 책상물림의 뒷방 서방님으로 일생을 마치기도 싫었다.
염상섭 <삼대>
위의 인용은 작가가 주인공에 대해 그의 성격이나 처지까지 알은 채를 하고 있으며 생각이나 감정까지 모두 알고 있음을 보인 예다. 이와 같이 주인공의 감정 상태에 대한 분석과 심리적 변화를 소개하고 논평할 수 있는 시점이란 결국 인생의 총체적인 모습을 다각적으로 그려 가려는 장편이나 대하소설에 적합한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