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오래 치다보면, 피아노의 현의 탄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 현을 각 음계 주파수에 맞게 다시 조여 주는 피아노 튜닝 소리가 다른 방 어디선가 들려온다. 음악회를 앞두고 피아노 튜닝 소리가 들린다는 건 연주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뜻. 그런데, 이런 튜닝 소리와 함께 중학생처럼 보이는 학생들의 수다소리가 요란하다. 보통 음악회 직전의 풍경은 튜닝소리들은 거의 들리지 않고 관람객들의 웅성거림만 들리지만, 유림아트홀은 아주 작은 무대여서 그렇지 못한 것 같았다. 기왕이면 튜닝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조화로웠다면 더 좋으련만, 불행히도 그 소리들은 근원이 다르기에 서로 조화롭지 못했다. 두 개의 소리가 별개로 들리면서 둘 모두 소음처럼 느껴졌다. 역시 음악은 마음을 일치시키는 호흡이 중요한 것인가 보다. 똑같은 소리임에도 성악가의 그것과 피아노의 그것은 절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그리고 학창시절 교실에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른 합창소리는 또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그 모든 것은 조화와 마음을 일치시킨 하나의 호흡 때문일 것이다. 통상 음악회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그 교양수준의 높은 편인 지라 대체로 음악회 시작 20분 전 즈음에 도착해서 그 날 공연에 대해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날은 방학이라는 특성상학생들이 몰린 탓이 크다 하겠지만, 음악회를 찾기 전에 그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연감상 예절부터 배우고 왔으면 좋겠다. 오늘 예고된 프로그램을 보니 여러 가지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는 자리인 듯한데, 그 악기들의 소리가 아름다운 것인지 아닌지는 그것을 연주하는 연주자의 마음이 하나된 것인지 아닌지에 달려 있음이리라. 방학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듯한 아이들의 수군거림으로 인해 오늘 음악회에 대한 감동이 조금은 덜 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내게 있었다. 그러나 이 한계를 뛰어 넘는 감동적인 연주가 있게 된다면 그건 우리를 충분히 감동 속으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으리라. 바순과 플루트, 그리고 피아노가 가져다 줄 앙상블의 감동은 어떨까? "연주자의 해설이 있는 음악회"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므로 오늘은 좀 더 편안히 연주자의 음악적 해설과 자세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지정좌석제도 운영하지 않는 유림아트홀. 아주 작은 소규모 아트홀이다. 이런 조그만 곳에서도 음악회를 열리고 있었다. 내가 앞자리에서 널찍이 떨어진 중간 좌석을 택한 것은 음악회를 관람하기에는 아직 무리라고 느껴지는 꼬마 관객, 그리고 매우 시끄러울 것으로 여겨지는 중학생들의 소음과 장난으로부터 공연관람을 방해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예상은 나의 우매한 선입견에 지나지 않음을 확인할 것으로 믿었지만……. 음악회, 보이는 것을 원하는가? 들리는 것을 원하는가? 잘 보이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로 늦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앞으로 전진하는 사람들. 잘 보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먼저 입장한 남의 음악 감상 분위기를 저해하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 도대체 음악회는 보는 즐거움이 중요할까? 듣는 즐거움이 더 중요할까? L.v. Beethoven Trio for Piano, Flute & Bassoon in G Major, Wo037 (1770~1827) 피아노 플루트 바순을 위한 트리오 Allegro Adagio Tema andante con variazioni Fl. 이지영 Bn. 조윤석Pf. 이은영 베토벤이 어떤 가족을 위해 작곡한 특별한 사연이 담긴 곡이라는 피아니스트 이은영 씨의 해설이 있었다. 그 가족이 스스로 연주하도록 하기 위해 작곡한 곡이었다. 피아노가 어려운 부분이어서 베토벤의 제자인 딸이 피아노를 맡았다고 한다. 3악장은 변주가 많아 모차르트 스타일에 가까우나, 1악장은 밝고 경쾌하다. 바순의 부드럽고 향기로운 소리와 플루트의 톡톡 튀는 듯 연약한 소리 거기에 맑은 이슬이 구르는 듯한 피아노 소리가 어우러졌다. 어찌 보면 개성이 있는 듯 하나, 그들 소리의 공통된 특징은 부드러움을 가졌다는 것이다. 날카롭게 튀는 소리는 아닌 것이다. 세 사람의 연주를 위한 곡이니 만큼 그 소리가 웅장하거나 담대하지는 못하지만,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플루트가 제 소리를 내지 못하고 다소 죽는 느낌이었다. 어떤 때는 도드라지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한 악기가 튀지 않도록 베토벤이 배려한 것은 아닐는지? 악성인 그라면 가능한 일일 것도 같다. 가족이란 것이 언제나 배려와 사랑이 가득한 곳이니, 베토벤의 배려도 어쩌면 그런 가족을 이루고 팠던 그의 마음이 녹아 있는 것은 아닐는지……. 2악장은 바순과 피아노가 먼저 소리를 냈다. 낮지도 높지도 않은 바순의 부드러움이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뒤이어 피아노와 플루트가 가만히 안는다. 그 느낌은 참으로 포근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빼어난 경치의 사진이나 그림에 푹 빠져 버릴 때의 느낌과 사뭇 흡사하다. 트럼펫보다 힘이 약한 듯하지만 그 부드러움은 몇 배 일지도 모른다. 피아노와 플루트의 튀는 소리도 바순을 만나면 조용히 잠들듯 겸손으로 낮아진다. 저런 화음과 조화가 가족의 화목을 이끌어 내는 원천일 것이다. 바순은 꼬리 긴 소리의 여운이 매력적인 악기다. 끝을 말아 올리듯 느껴지는 플루트의 소리는 또 어떠한가? 모차르트를 닮았다는 3악장. 어떤 주제를 바탕으로 선율, 리듬, 화성 등을 여러 가지로 변형하여 연주하는 형식인 변주곡 스타일. 음악의 즉흥적 애드리브라고나 할까? 피아노의 빠르고 경쾌함은 심플하고 단순한 멜로디가 특징이라는 모차르트의 그것과 유사하다. 뒤이은 플루트의 속주도 비슷하다. 애를 태우는 듯 끊어질 듯 하질 않고 순식간에 질러 버리는 것이 모차르트 음악의 특색 중 하나다. 인내하기 보다는 터뜨리고 보는 것이 그의 스타일. 천재적인 음악성으로 인해 작곡도 아주 짧은 시간 내에 한 곡을 완성해 버리는 모차르트. 그래서 미적거리지 않는다. 그런데 3악장은 정말 거침없이 질러 버렸다. B. Godard Waltz for Flute (1849-1895) 플루트를 위한 왈츠 Fl. 이지영 Pf. 이은영 프랑스의 비올라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고다르의 곡. 고다르는 여러 실내악단에서 비올라를 연주하는 한편, 슈만의 영향이 짙은 실내악 ·성악곡 ·피아노곡 ·많은 관현악곡과 6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고 한다. 오늘 연주되는 고다르의 곡은 상류 사회를 위해 작곡한 곡.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곡이다. 오늘은 3악장을 들려주었다. 대부분의 작곡자가 죽고 나서 명성을 얻었건만, 고다르는 살아서 명성을 얻어 편안한 생활을 누린 흔치않은 작곡자라 한다. 플루트를 위한 곡이니 만큼 플루트가 메인이고 피아노가 반주에 가깝다. 유연하고 편안한 흐름과 민요풍의 반복적인 피아노멜로디. 가볍게 흥얼거려도 좋을 듯하다. 왈츠라 경쾌하고 화려한 소리가 특징이다. 플루트가 마치 종달새의 지저귐 같다. ♬띠라라리라 리라 리라라.......♬ G. Gershwin Opera "Porgy and Bess" Summertime (1898~1937) 오페라 "포기와 베스" 中 여름날 Fl. 이지영 Pf. 이은영 대중적인 경음악을 작곡하면서 재즈기교에 의한 수준 높은 관현악곡과 오페라를 창작하여 새로운 측면을 개척했다고 알려져 있는 미국의 작곡가 조지 거쉬인(George Gershwin)의 <오페라>[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중 서머타임. summertime은 오페라 <포기와 베스>의 1막에 나오는 곡이라고 한다. 포기와 베스는 두 번 영화화되었다. 1958년 그리고 2002년에 만들어졌는데 2002년 작은 TV영화라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곡이 흑인 영가로 인기 있었던 곡에서 힌트를 얻어 작곡된 것임을 "거쉬인"은 밝힌 바 있다.
1958년 작 "포기와 베스"에서는 흑인 배우 중에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시드니 포이티어가 포기 역을 연기했다고 한다.
이 날은 연주자가 뮤지컬 속의 서머타임을 소개했다. 해설하는 연주자는 이 곡을 미국 남북전쟁 때의 아픔이 담긴 곡이라고 소개했다. 더불어 이웃집 아가를 재우는 곡이라는 짤막한 설명 도 있었다. 아쉬운 부분이 있어 조금 더 리서치해 보았다. 뮤지컬에 가까운 오페라 "포기와 베스"의 무대배경은 1900년대 초반의 흑인들이 살고 있는 미국의 시골마을.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천대받는 흑인들의 고단한 삶의 역경(남자들은 고깃배를 타고, 여자들은 목화밭에서 일을 한다)을 다루고 있기에 내용적으로는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지만, 의외로 밝은 편이라 한다. 열악한 삶의 환경, 마약과 여자의 유혹, 백인들의 극심한 탄압……. 그러나 주인공을 비롯하여 등장인물들 거의가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밝고 굳세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의 무대였다고 한다. 피곤한 흑인들에게 여름은 더욱 힘든 계절. 더위에 맞서 싸우며 하는 일도 훨씬 고되고 또한 자연재해(폭풍우 등) 등도 이들의 고통을 더해 준다.
이런 그들에게 유일한 오락은 저녁나절의 주사위 놀음이지만, 이 놀음판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며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바로 이때 1막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에 아기를 재우며 클라라가 부르는 노래가 가장 유명한 "서머타임"이다. 폭풍 전야와도 같은 극적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선율, 그러나 감추어진 불행들…….
쓸쓸하며 허전하게 느껴지는 끈적이는 남부의 재즈 가락이 묻어 있는 이 노래가 이 작품의 분위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서머타임'에 얽힌 얘기를 읽으면 왜 이 곡이 이다지도 처량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 슬픈 자장가 - 서머타임 <(명상 음악가) 김 진묵 님의 글 옮김> 가난한 사람들에게 한 여름은 추운 겨울보다는 살기 편한 계절이다. 이 여름을 아름답게 노래하는 조지 거쉬인의 '서머타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Summertime and the livin's easy Fish are jumpin' and the cotton is fine Oh your Daddy's rich and your ma is good lookin' So hush little baby, don't you cry. 여름은 살기 좋은 계절 물고기는 수면 위로 뛰놀고 목화는 익는데 아빠는 부자, 엄마는 멋쟁이 그러니 아가야 울지 말거라. 요람에 잠들고 있는 아가를 사랑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머니, 어머니는 요람을 흔들며 속삭인다. 아가야 잘 자거라... 모성애가 담긴 아름다운 자장가가 한적한 한 여름 낮 시간에 불리어 진다. 그러나 이 곡이 가슴 아픈 내용을 담고 있는 자장가라는 사실을 알고 듣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곡이 작곡되었던 1930년대 미국에서의 흑인은 하층계급을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를 배경으로 이 노래는 불려져 왔다. 그 배경의 진실은 이렇다. 링컨 대통령은 자신들의 패거리가 정치적으로 위세에 몰리고 있는 이유를 남부의 막강한 경제력 때문임을 간파했다. 남부의 힘은 농업에서 비롯되었고 그 농업은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이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파악했다. 그는 '노예해방' 이라는 도덕적 명분을 내세우고 '남북전쟁'이라는 커다란 도박을 벌인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전쟁은 링컨이 속한 북부의 승리로 끝난다. 그는 약속대로 노예해방 법에 서명한다. 그러나 흑인들에게 해방은 또 다른 수난의 시작이었다. 링컨은 아무런 장치 없이 그냥 노예들을 해방해 버렸기 때문이다. 중노동에 시달리며 밥을 먹던 노예들의 밥그릇마저 발로 차버린 결과가 되었다. 노예에서 풀려난 흑인들은 도시로 몰려들어 빈민층을 형성했다. 그들에게는 교육은 물론 다른 사회적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들의 일상은 범죄와 타락한 환경 속에서 이루어졌다. 범죄는 그들의 생존수단이었다. 사내 녀석들은 살인, 강도 등으로 어려서부터 감옥을 드나들고 계집아이들은 십대 초반에 창녀로 직업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역사는 이 시대가 흑인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기라고 말한다. 이런 비참한 상황에서도 인간 사이의 사랑은 싹트고 그 사랑은 자식이라는 결실을 맺게 된다. 요람에서 쌔근쌔근 잠든 아가를 바라보는 어머니는 그 아이가 흑인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아이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을 안다. 철이 들면서부터 범죄자가 되는 어려운 삶의 길을 헤쳐 나가야 되는 것이 아이의 운명, 이를 아는 어머니가 부르는 노래이기에 이 노래는 한없이 슬프고 어두울 수밖에 없다. '아빠는 부자, 엄마는 멋쟁이'라고 아가에게 불러주는 자장가는 그래서 거짓이다. Summertime and the livin' is easy Fish are jumpin' and the cotton is fine Oh your Daddy's rich and your ma is good looking' So hush little baby, don't you cry One of these mornings You're goin' to rise up singing Then you'll spread your wings And you'll take the sky But till that morning There's nothin' an harm you With daddy and mammy standin' by ...날개를 펴고 하늘을 오를 그 날 아침까지 아무도 너를 해치지 못할 거야, 아빠 엄마가 너를 지켜 줄게... 이 얼마나 빛나고 신선한 내용인가, 그러나 가슴 벅찬 희망과 따뜻한 사랑이 가득 차 있는 내용이 모두 거짓이라니, 사랑하는 자식들을 지켜줄 힘이 그들에게 있었다면 이 노래가 감동적이지 못했으리라.. ~~~~~~~~~~~~~~~~~~~~~~~~~~~~~~~~~~~~~~~~~~~~~~~~~~~~~ 낮은 옥타브와 높은 옥타브로 섞어 반복적으로 연주했다. 피아노가 앞서면 플루트가 뒤 따르고……. 아는 만큼, 경험한 만큼 들린다는 건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곡에 담긴 애틋하고 처량한 사연을 안다면 이 곡의 가치는 이를 드는 관객에게 그 몇 배의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멋을 즐길 줄 안다는 것은 이해를 바탕으로 함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F. P. Schubert Serenade for bassoon and piano (1797~1828) 바순 피아노를 위한 세레나데 Bn. 조윤석 Pf. 오현정 드라마 여름 향기에 삽입된 곡. 아쉽게도 나는 드라마 여름 향기를 보지 못해 내용은 전혀 알 수 없었으나, 색다른 모습의 연주였던 것은 분명했다. 바순의 부드러움이 밤에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는 노래인 세레나데의 멋을 한껏 고조시킨다. 그 아름다운 소리에 취해 내가 마치 달빛 세레나데의 주인공인 양 착각 아닌 착각에 빠져든 느낌이다. 옆자리의 처음 보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도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킬 만큼 관객의 가슴에 사랑의 전율을 들게 한다. 그 벅찬 감정을 마음껏 어루만지고 조정해 가면서 관객의 속마음에 담긴 진실을 쉬이 무대 위로 끄집어낸다. P. Schickele Summer Serenade for bassoon and piano (1952~ ) 바순을 위한 썸머 세레나데 Bn. 조윤석 Pf. 오현정 TV,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한 미국의 작곡자 피터 시켈레의 곡이다. 이 곡은 계절에 대한 세레나데로 연주자가 소개했다. 계절 중 특히 여름을 표현한 음악이다. 3악장 중 1악장은 꿈, 2악장은 게임, 3악장은 춤과 노래로 구성된다고 소개되었다. 다소 몽환적 느낌으로 시작되다가 게임 소리들의 집합인 양 변덕스러운 연주가 나타난다. 여름 날씨가 이런 변덕스러움을 보여주니 적절히 표현한 된 것인가?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역시 이러한 변덕스런 여름 날씨를 표현했다고 하였으나, 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느낌이다. 뭐랄까? 약간의 재즈풍적 느낌마저 난다. 여러 가지 느낌이 혼재된 것이 꼭 여름의 그것 같아 여름예찬이라 할 만 한가? 느린 흐름으로 이어지다 매우 빠른 속주와 강약이 쓸었다. 여름날의 강한 바람 태풍처럼……. 약간은 뜨거운 더위에 지친 듯 하나, 그러다가 한 여름 소나기로 인해 기운 차린 싱그러움이 뒤따른다. 그리고 마지막 악장은 춤과 노래로 여름을 예찬하기에 딱 알맞은 음이다. 빠른 템포의 재즈스타일로 여름의 마지막을 아쉬워했다. W. A. Mozart Piano Sonata K.331, 3rd Mov "Türkischer Marsch" (1756-1791) 피아노 소나타 3악장 "터키 행진곡" Pf. 오현정 소나타이지만, 소나타형식은 취하지 않은 론도형식이라는 해설이 있었다. 다악장 형식 중 한 악장으로서 동일한 주제가 반복되면서 사이사이에 상호 대조적인 테마가 삽입되어 대규모 형식을 만들어 가는, 그래서 작품 전체를 마무리하기위한 론도 형식. 이 곡이 탄생되던 당시에는 동양적, 이국적 음악이 유행하였다 한다. 모차르트는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달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곡을 작곡했다고 알려져 있다. F. Chopin Preludes Nos. 4,14, 15 “raindrop prelude“, 22, 24 (1810-1849) 프렐류드 4, 14, 15 “빗방울 전주곡”, 22, 24 Pf. 오현정 쇼팽의 24개 전주곡(원래는 26곡이나 대개 24곡이 연주된다)중 5곡이 연주됐다. 4번 전주곡은 구슬픈 선율이 살아 있다. 쇼팽 스스로 이 곡을 매우 좋아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의 장례식에서 연주되기도 했던 곡이다. 애절한 슬픔과 비애감, 그리고 깊은 절제감이 드리워진 곡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가슴 아픈 이별들이 절로 연상되는 곡이기도 하다. 연주자의 고개 숙임과 건반에서 퉁겨지는 소리 멈춤이 슬픔의 깊이를 절정으로 표현해 냈다. 15번 전주곡은 그 유명한 빗방울전주곡. 핸드폰 벨소리로 더 잘 알려진 곡. 곡 전체를 통해 끊임없이 들려오는 A-flat(혹은 G-sharp)음 때문에 '빗방울'이라는 제목이 붙은 유명한 곡이다. 꼭 A-flat음이 아니라도, 이 곡은 비 오는 날의 분위기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창문 밖으로 비 오는 거리를 내다본다거나, 처마 밑에 서서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고 있는 듯 한 지극히 매력적인 분위기가 이 곡에 살아있다. 중간부에서 곡은 c-sharp단조로 전조되어 먹구름이 낀 듯한 불안정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사실 이러한 불안정함도 무척 편안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맑은 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방울. 그 빗소리가 아름답게 느껴질 때 이 곡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그 옅은 흐름을 깨뜨리는 연주가 살짝 비칠 때 그 흐름의 가치는 더욱 두드러진다. 연이어 빠른 속주로 이어지는 연주. 그 감정 조절의 넘나듦이 쉽지 않았을 텐데 너무나도 절묘하게 조절하고 적응한 연주자, 오현정. 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연기자들조차 저렇게 기복이 심한 감정 조절은 쉽지 않을 것일 터인데, 피아노라는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는 그것을 소리로 보여주어야 하기에 오죽이냐 어렵겠냐마는, 연주자 오현정은 그것을 충분히 소화했고, 그런 자신의 감정 상태를 소리에 녹여 관객의 가슴에 그대로 전달했다. 그 변화무쌍한 감정의 다양성을 모두 쏟아내고 소화하는 열정이 놀랍다. 격렬함과 절제, 그리고 엄숙함과 빠름의 극단을 넘나드는 기교가 참으로 감탄을 자아내고 남음이다.
객석에서 울려 퍼지는 뜨거운 박수와 함께 바순의 아름다운 소리들과 다양한 감정들을 자유자재로 소화해 내는 피아노 연주자의 손이 오늘 내 기억 속에 저장되었다. 언제나 음악으로의 여행은 그것이 무엇에서부터 출발하여 무엇을 통해 나오는 소리든 간에 사람들의 가슴을 적셔 주는 감동이 있다. 어제도 그러했고, 오늘 밤도 그러했으며, 내일 밤도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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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삶! 꿈! 밝은 세상! 원문보기 글쓴이: 하늘바람
첫댓글 잘지내셨나요? 가을인데... 한번 봐야지용^^
글자 색깔에 문제가 있는데, 수정이 안되네요. 드래그해서 일겅셔야 하는 불편함이... 근데, 전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어렵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