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재욱 선생 모친이십니다.
원본
필사본
모든 글의 내용이 다 우수한 것은 아니다. 긴 글을 힘들여 번역해보면 허탈할 때가 있다. 한편 좋은 글이나 희귀한 것은 필사를 해둔다. 父主小祥祭文은 부친의 1주기 휘일날 딸이 지어서 읽은 제문이다.
한글로 된 제문을 이해를 돕기 위해 한자로 고쳤다.
父主小祥祭文/ 密城 楊氏 甲得)
유세차
신해시월(1971.10) 정미삭 초사일 경술은 현고학생부군 밀성 양씨 소상지일야(小祥之日夜)에 불효여식 차녀 도실(都室)은 두어 줄 글과 함께 일천 줄기 눈물로 재배통곡우(再拜痛哭于)연연지하왈(戀戀之下曰) 오호재배(嗚呼再拜)며 오호통재(痛哉痛哉)라!
세상천지 간에 뉘라서 오가(吾家,우리 집) 부주(父主,아버지) 없으며 여식(딸)이 없으리오마는 우리 부주님께서는 넉넉잖은 선비 살림 적수단신(赤手單身,빈손에 몸 하나) 빈가(貧家,가난한 집)살이 삼순구식(三旬九食,한달에 아홉끼 먹음) 지내셔도 양위(兩位,내외)분이 홀로 계신 조부님께 효성이 지극하여 남에게 솟 뜨실(치켜 올려짐) 뿐 아니라 더구나 저희 쓸데없는 삼형제(딸만 두셨음)를 남녀 간에 질 바 없이 애정도 남다르실 뿐 자정에도 별나시어 금옥 같이 길러내어 백형(伯兄,언니)은 반벌(班閥,양반가문) 좋은 달성 서씨 문(門)에 출가 시키시고 저의 연(年,나이)이 당혼(當婚,혼인할때가 됨)되어 동서남북 복덕가에 일등낭자(一等郎子,최고 신랑감) 구하려고 택서택서(擇壻擇壻,사위를 택함) 하시더니 대구 땅 도씨문호 백년주인 맡기시고 좋아좋아 하실 뿐 더구나 삼세유아 같이 미거불민(未擧不敏,철이 없고 사리에 어두우며 민첩하지 못함) 한 가지 배운 것 없고 퇴미(退微,물러나 미미한 존재)한 여식을 존구(尊舅,존경하는 시부) 시양위(媤兩位) 분 세상에 드무신 성덕자품(聖德慈稟,성인과 같이 인자한 품성)으로 친녀 같이 애지애지 귀애(貴愛,귀하게 여기고 사랑함)하신 중 더구나 도군(都君,필자의 남편) 어지신 덕택으로 저의 일신 호화반석{豪華盤石,호화로운 반석}이고 금의옥식(錦衣玉食,비단옷에 좋은 음식)에 질 바 없고 어여쁜 슬하 다(多)남매 공부 열심으로 잘 하고 저의 걱정은 없고 하건마는 우리 부주께서 동서남북 원근 간에 아무아무 칭도(稱道,말로 칭찬함)하고 적덕(積德,쌓은 덕) 없어 하신데 맥산성실 따위 골병골병던 말 우리 부녀 서중(書中,글 속에)에 다 아뢸 수 없사오이다. 기준이 오남매 무양충실(撫養充實,잘 어루만져 충실함) 기쁘나 성실(걸인 것) 말 못하나 저에 오남매 장성하며 때를 볼 것이나 우선은 고생고생이나 장래는 풀이 할 것이나 인시하직(人時下直,삶을 끝내다)한 청춘 원통원통.
우리 부주 만수무강 하실 줄 바라고 환후(患候,병환 중) 중에 저를 보고자 하신다. 전보 받고 급(急) 차에 타고 오가에 득행(得行)하니 “왔나 왔나” 하시며 반기시고 겨우 하룻밤 자고 대구 가려하니 병중 하신 말씀에 “괜찮다” 하시더니 그 때 그 시가 영결(永訣,영원히 헤어짐)시 될 줄 뉘 알리오!
효자효부 제군(弟君,양자 온 남동생) 내외 효성이 지극하여 백약의 구로(劬勞,힘 써 노력함)키로 약효천득(藥效千得,천가지의 약효를 얻음) 믿은 것이 아주 허사, 몇 달포 아니 되고 전보가 닥치기로 어서 떼어보니 영결시라.
애고애고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자야몽야 깨닫지 못한 불효한 이 여식 임종영결 시 종신 못한 여한(餘恨) 미사전(未死前,죽기 전) 풀릴 수 없사오이다.
급히 차를 타고 오가에 득행하여 금침을 거두고 아무리 부르짖어 통곡한들 삼혼칠백(三魂七魄,업상.전상.현상의 정신작용과 사람의 몸에 있는 일곱가지의 정령) 흩어지고 덩치만 남으시니 대답이 있으리오?
아무리 연세 높으신들 이다지 헛뿌실까(헛되고 부질없음) 백형은 종신(임종)하였으니 효녀로다! 후덕하신 이동 숙부님만큼 가주리. 종일 우리 부주님을 생시에 효자효부 내 동기인들 이 위에 더하리요 출천(出天,하늘이 내린)효자효부 제군(弟君)내외 못내 애통스리 종각을 울리오고 삼남매 할 바 바라면서 언제오노 하난 말 윤기(倫紀,도덕적 기강)되어서 따사하오이다. 만고성실과 우리 형제는 영결 시 못 뵈어도 이동 숙부님은 임종 시에 뵈었으니 더욱 은혜 갚은 백골이 진토된 들 은혜 갚사리오.
부주님도 사후라도 형제같이 생각하시고 저희 삼형제도 조금도 부주나 다를 수 없고 오가처리를 전후 숙부님이 다하시니 칠순진연(進宴,연회)에 황송황송. 이동숙부 어질고 장한 도덕 세상에 드무신데 가운(家運)인가 신운(神運)인가.
만금필자(萬金畢子,숙부님 막내아들) 단불 나뵈 갓치 져버린 일 절통절통 통한통한.
제 평생 청춘도 불쌍할 뿐 인시(할 일) 있는 청춘을 볼려하니 오장이 뒤틀어진 말 어찌 다 하리요
오호애재면 통재라. 우리 부주 생시유염(生時留念,살았을 때 남긴 일념) 일분(一分)이나 계시거든 친. 외손 만당하여 주시옵기 대망. 부주 항상 진옥 형제를 나뻐나뻐(손자하나로 부족하다는 뜻) 하시더니 질부 금년 삼월 초에 생남하여 어린놈 준물지세(俊物之勢,훌륭하고 뛰어난 사람의 기세) 앙징 기쁘고 유관(裕寬,넉넉하고 관대함)유관. 부주님 계셨으면 얼마나 기꺼워 하실꼬. 아무쪼록 하시더라도 귀주(貴周) 때때 식업(食業)따라 확실하게 하여주시고 만금 진옥 사남매 자럽 없이 잘 자라 공부 열심으로 하고 명복(命福,수명)을 많이 점지하여 백대천손 만대(萬代) 유전(遺傳,남겨 전함)하게 하여주시면 부주님 어지신 덕택인줄 아오리다. 창파세월(蒼波歲月,푸른 파도 같은 시간)이 행운유수(行雲流水,구름같이 무상하고 물 같이 빨리 흐름)라 초종성빈(初終成殯,소렴 후 성복하고 빈소를 차림)과 시속전도(時速前途,빨리 진행함)로 장례를 명산택혈(名山宅穴)에 깊이 안장(安葬)하시압고 어느 듯 준연(蠢然,꾸물거리다)이 당하오니 불효한 여식이오나 한잔 술 일배주로 부주님 영락지전(永樂之典,영원히 편히 쉴 장소 즉 무덤)에 올리오리다. 유명(幽明)이 현수(現壽)하시거든 생시같이 반기시고 느끼시옵소서. 이승은 어디며 저승은 어디건데 가신 날은 있건마는 오실 날이 없사옵고 꽃도 졌다가 명년삼월 다시 피고 강님 갔던 연제비도 옛집을 찾아오고 서산에 지는 해는 새는 날 다시 뜨고 왕손방초는 해마다 푸르건마는 역려(逆旅,나그네를 맞이하는 집)같은 광업(廣業,위대한 일)과 비호(飛虎)같은 인생이 초로(草露,이슬)같이 스러지면 다시 환생 못하신고. 한심하다 우리 부주 천상옥(天上屋,하늘위 집) 좋은 곳에 편히 좌정하시여 무엇으로 소일하시고 세월을 보내실꼬? 구원선경(九原仙境,저승의 선경)에 존전성안(尊前成案,존귀하신 조상님) 하신 후 고조 증조 조부님 다 뵈오신 후 양위 분 대좌(만나다)하시어 생시같이 반기시고 느끼시고 계시니이까?
원통하고 원앙(억울한 일을 당한)한 제부님도 다 같이 보시와 생시에 낯이(을) 보고 못 잊던 옹서(翁胥,장인과 사위)간 후세는 상전이 벽해되고 일월이 청천토록 반기시고 느끼시니이까?
애정하신 우리 부주 쓸데없는 저희들 귀여워하시는 존안(尊顔,귀하신 얼굴)을 언제 다시 뵈올꼬? 우리 부녀 심중에 서리고 맺힌 연정을 다하자면 동해수 먹을 갈고 오로봉 붓으로 부셔도 다 아뢸 수 없사와 대강하나이다. 명명(밝은)한 촛불아래 시시수찰(때때로 살펴 봄)하시고 저저(這這,낱낱이)이 강림(降臨,내려 옴)하옵소서. 유명이 현수하시며 우리 삼형제와 맥사 고모님과 다 오시어 형황(熒煌,밝고 눈부신)한 빈청(殯廳,시신을 모신 장소)에 아무리 애통한들 만고 헛부고 가석가석(可惜可惜,가엽고 불쌍하다) 알으신가 모르시는가. 嗚呼哀哉(아 슬프다)며 석지(之,애석하다)석지라. 상향(尙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