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정모 후기를 쓰고 나서>
-2003. 10. 20. 월. 신형호-
가을햇살이 두 팔을 벌리고 기지개를 켜는 아침
창밖 길가에 서 있던 은행잎들은
온 몸을 노랗게 한들거리며 새날을 소리치고 있었다.
1박 2일의 "낭사방 정모"...
둘째 날의 아침은 이렇게 날카로운 햇살과
한 자락 그리움의 바람에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가로수들과의 대화로 시작되었는가 보다.
예지적인 눈빛 속에서 그윽한 언어가
줄을 서서 술술 풀어 나오던 여명님!
사랑이라는 화두에
언제나 젊음과 그리움과 낭만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은은한 눈빛의 파도님!
누구도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우수에 잠긴 큰 눈동자에 그리움을 담고
사랑으로 모두를 감싸 안아 줄 것 같은 예쁜여우님!
그리고 나!
이렇게 단출한 정예부대로 재무장한
"낭사방 정모"의 둘째 날은
전국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충남대학교 교정 답사로 시작되었다.
출렁거리는 젊음과 낭만이 보이고
노랗게 물들어 가는 캠퍼스의 가을은
만나는 사람이 미지의 그 누구라도
그들의 가슴속엔 노랗고 붉은 잎새들로
차곡차곡 물들어 가는 그리움을 토해내고 있었다.
공주 근교의 "갑사" 가는 길은
온 들길마다 듬성듬성 물끄러미 서서
주렁주렁 빨간 감을 햇살 속에 알몸으로 일광욕시키는
그들만의 노랫소리에 취해 가을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 하나 하나에
저마다의
그리움과
외로움과
사랑과
낭만이
뚝뚝 묻어나고 있었고
건너편 산능성이 위에 고즈넉한 낮달 만이
말라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고 있더라.
만나는 사람마다
가을을 한껏 마시고 난 환한 웃음이
입가에 연신 흘러내리고 있었고
단풍으로 타들어 가는 숲의 소리에
우리의 마음도 형형색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계룡갑사"라는 절집 입구의 현판에서도
묻어 있는 가을의 맛을 느낄 수 있었지만
휴일날 전국에서 몰려든 행락객의 어지러움에 빠져
익어 가는 가을은 만질 수가 없더구나.
"싸리골"이라는 원색적인 이름의 전원식당에서
파도님이 제주도 방파제에서 방금 낚아서 요리한 듯한
싱싱한 "갈치조림"의 맛은
잊을 수 없는 "정모의 향기"를 빛내 주었다.
언제나
능숙한 드라이빙 솜씨로
은빛으로 반짝이며 부서지는
흰색과 보라색으로 출렁이는 구절초의 꽃길을
흔들거리는 억새의 노래에 실어
차창속 가슴으로 안겨주던
예쁜여우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4시 40분 대구행 고속버스는
이천으로 가시는 파도님을 배웅하면서
말라 가는 가을 속으로 소리도 없이 접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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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야 안녕!
온 듯한 가을은 잘 찾을 수가 없고
코끝에 싸늘한 기류가
벌써 겨울 채비를 서두르는구나.
그곳엔 벌써
단풍이 사라졌다고?
여긴 아직도 파란 잎새가
살랑거리면서 하늘을 그리워하는구나.
그저 멍하니 서 있는 가을을 보니
따스한 가슴이 그립단다.
너도나도
아직은 저 깊은 영혼의 샘물에
녹아있는 그리움과 미련의 그림자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이틀동안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또 다른 아련한 추억의 방에
나를 묻게 하더구나.
좋은 주말 싱싱하게 열어라.
마음의 평화와
건강을 늘 생각하면서...
<프린스톤의 고독한 나그네에게>
-2003. 10. 22. 수. 신형호-
오늘 아침 창가엔
어떤 색깔의 가을이 앉았을까?
지난밤 별똥별의 잔치에
온 하늘이 수런거리더니
이 아침 붉게 타는 담쟁이 소리에
싸늘한 가을이 울고 있네.
가냘픈 그믐녁 달이
미루나무 끝에 걸려있고
상념에 젖은 마음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온밤을 헤매네.
지난밤에는 모처럼
야간산행을 갔었다.
짙어 가는 산의 빛깔이
어둠에 쌓여 신비함을 살짝 내 비치고
하얗게 소리치는 억새 숲길
하늘거리는 그들의 몸짓
해드랜턴의 불빛 따라 피어나는
또 한 계절의 뒷자락을
만져볼 수 있었다.
프린스톤의 가을도
고산골의 가을도
내 마음속의 가을도
네 가슴속의 가을도
또 이렇게 울긋불긋한 세월 속에
무심히 흘러가는구나.
너무도 고독에 길들여진
너의 생활이 짐작이 가지만
언제나
세상을 따스하게 감싸안는
너의 마음속에
세상일은 저절로 잘 흘러갈거야
이 아침 출근길
단풍 젖은 용두골 숲길이
안개에 빠져 꿈틀거린다.
고운 날 고운 마음으로
언제나처럼
따뜻한 세상 열어가렴.
프린스톤의
고독한 나그네인 너의 모습에서
사물을 관조하고 사는 세월이 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