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마태오를 부르심(1540)
얀 반 헤메센
16세기 플랑드르 화가 얀 반 헤메센(Jan Sanders van Hemessen, 1500-1556)은
퀸텐 마사이스(Quinten Massys)와 피터 브뢰겔(Pieter Bruegel the Elder)과 함께
안트베르펜에서 가장 중요한 르네상스 화가 중 한 명이다.
반 헤메센은 급성장하는 안트베르펜의 미술 시장에서 새로운 주제와 장르를 개척했다.
그의 풍자적인 그림에 종교적 내용과 의미를 접목시켰다.
그는 궁극적으로 복음 주제를 묘사하면서도
허영과 탐욕과 같은 세속적인 모티프를 전경에 묘사하는
성과 속을 결합하는 형태의 그림을 개발하였고,
관람자들로 하여금 세속 안에서 경건함을 묵상하도록 이끌어주었다.
그는 매너리즘 화가들처럼 근육을 과장하여 눈에 띄게 입체적인 인물을 그렸고,
활발하고 과하게 움직이는 몸짓과 표정 등을 그림에 표현했다
그는 1519년에서부터 1550년까지 안트베르펜에서 활동했고,
1524년에는 그 도시의 성 루카 길드 회원으로 등록했으며,
여러 종류의 종교적 주제를 그림에 담았는데,
1540년경에 합스부르크 신성 로마 제국 황제 루돌프 2세를 위해 그린
<성 마태오를 부르심>은 대표적인 작품으로,
마태오복음 9장 9절과 마르코복음 2장 14절이 그 배경이다.
예수님께서 그곳을 떠나 길을 가시다가
마태오라는 사람이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라.” 그러자 마태오는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마태 9,9)
그 뒤에 길을 지나가시다가
세관에 앉아 있는 알패오의 아들 레위를 보시고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라.” 그러자 레위는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마르 2,14)
오른쪽 상단에 서 있는 그리스도는 마치 성전정화를 하려고 채찍질을 하는 몸짓으로
마태오에게 “나를 따라라.” 하고 강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왼쪽 하단에 앉아 있는 마태오는
허리춤에 손을 대고 머뭇거리는 표정을 짓고 예수님의 부르심에 주저하고 있다.
마태오 앞에 있는 아름다운 젊은 여성은 두 손으로 예수님을 밀어내고 있고,
그의 동료 세리들도 예수님을 조롱하는 표정을 지으며
마태오에게 예수님의 초대를 무시하라고 몸짓과 표정과 손짓으로 말하고 있다.
책상에는 장부와 반짝이는 동전 더미와 돈 지갑에 이르기까지
세무서의 도구들로 가득 차 있고,
마태오와 세리들은 책상과 돈궤를 경계로 예수님과 떨어져 있다.
그런데 마태오는 독특하고 화려한 장식 모자를 쓰고 있다.
마태오가 쓰고 있는 이 모자는 얀 반 에이크와 로히르 반 데르 베이던과 같은
15세기 플랑드르 거장들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부르고뉴 궁정 의상을 참조한 것으로 부유함을 상징한다.
그런데 <성 마태오의 부르심>이란 주제는
반 헤메센과 그 동료들이 이런 그림을 그리기 전까지 플랑드르에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퀸텐 마사이스, 마리우스 반 레이메르발, 얀 마사이스 등의 그림에
<환전상>과 <세금징수원> 등 금융계의 인물들이 이런 모자를 쓰고 등장할 뿐이다.
그러기에 <성 마태오의 부르심>은 <세금징수원>과 같은 세속 그림에
예수님께서 마태오를 부르시는 장면을 덧붙여져 종교화가 된 경우이다.
그림 뒤 네모난 기둥 사이의 배경에는
예수님께서 마태오의 집에서 음식을 잡수실 때의 일이 묘사되어 있다.
예수님께서 그의 집에서 음식을 잡수시게 되었는데,
많은 세리와 죄인도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과 자리를 함께하였다.
이런 이들이 예수님을 많이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리사이파 율법 학자들은,
예수님께서 죄인과 세리들과 함께 음식을 잡수시는 것을 보고
그분의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저 사람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
예수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르 2,15-17)
마테오의 집 식탁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고,
바리사이파 율법 학자들 복장을 한 이들이 와서 예수님께
왜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지 항의하고 있으며,
예수님께서는 두 팔을 벌려 “나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사람이고,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며
당신께서 세상에 오신 목적을 설명하고 계신다.
예수님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은 베드로와 요한을 비롯한 제자들이다.
또 앉아서 몸을 돌리고 있는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아마 마태오일 것이다.
이들은 죄인을 부르러 오신 예수님의 소명에 동참하기 위해
예수님에 말씀과 행동을 집중해서 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