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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마니아 추천 겨울 여행지 12선] ② 전북 무주 덕유산 [심설 산행의 메카 덕유산 트레킹 가볼까]
원래 존재란 가까이 있고, 늘 있으면 그 소중함을 모른 채 지내기 일쑤다. 2013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계획으로 가까이 있어 아름다움을 잊고 지낸 우리 국토의 소중함을 느낄 기회인 여행하기를 넣어 보는 건 어떨까? 유례없이 춥다는 올 겨울, 그럴수록 눈과 입이 즐거운 곳을 찾아 추위를 잊는 것이 겨울을 잘 보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여기, 국내여행 마니아들이 혹한도 잊을 만큼 멋진 명소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겨울은 추워야 제격이다. 또한 발목까지 푹푹 빠질 정도로 눈도 많이 와야 진정한 겨울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바람은 일상의 생활터전이 아닌 야생을 즐기고 싶은 곳에 한정하고 싶다. 너무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겨울여행을 앞둔 여행자의 속내는 누구나 이렇지 않을까. 화려한 눈꽃과 백두대간의 용트림, 덕유평전의 광활함을 모두 체험할 수 있는 무주 덕유산에서 제대로 된 겨울을 맛보자.
스키어와 스노보더의 지상천국 무주리조트
덕유산 무주리조트는 개인의 스키 실력에 따라 슬로프를 선택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코스는 덕유산 설천봉에서 내려오는 코스로 길이 6.1km, 표고차 810m에 이르는 국내 최장거리다. 코스 난이도는 초중급자에게 적합하다. 무엇보다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덕유산 높은 고지에서 눈보라를 일으키며 질주하는 짜릿한 쾌감은 맛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곳은 상단평균 경사도가 70%로써 국내 최고 경사도인 레이더스 슬로프다. 직벽으로 느껴질 만큼 아찔한 코스이기 때문에 리조트측은 탑승에 앞서 보험가입을 권한다. 그 외에 초중급자 슬로프로는 루키힐 슬로프와 서역기행 슬로프 등이 있고, 중급이상코스는 커넥션 슬로프가 있다.
곤도라가 있어 별천지를 쉽게 오르다
국립공원 덕유산의 최고봉 향적봉은 1614m로 남한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이다. 단순히 산의 높이로만 본다면 눈앞이 까마득해질 정도다. 도전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관광곤도라’가 운영되면서 이런 걱정은 눈 속에 파묻어도 좋다. 남친앞에서 약한 척 내숭을 떨어야 하는 연약한 여친도 곤도라가 있어 더 이상 힘든 내숭은 금지다.
하지만 곤도라를 타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짜증은 바닷물 빠지듯 순식간에 물러간다. 올라가는 길은 천국으로 가는 것 같다.
손대지 않고 코푼 사람처럼 계면쩍기도 하련만 곤도라에서 내리는 순간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덕유산 설천봉의 풍광이 가히 압권이기 때문이다.
사방으로 그칠 것 없는 전망이 우선 감동으로 물결친다. 먼발치에 펼쳐진 겹겹 산중의 모습도 장관이다.
발아래에 스키어와 스노보더들이 활주로를 질주하듯 내달린다. 이 세상에는 흰색과 파란색만 있는 것 같다.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구름은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같고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파르르 떨고 있는 눈꽃은 다이아몬드보다 영롱하고 아름답다.
인간의 솜씨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경이로운 걸작이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완전무장을 하고 추운 바람 맞으며 곤도라를 기다렸으리라. 실망시키지 않는 멋진 자연에 인증샷을 찍기에 정신이 없다. 파란하늘은 더욱 파랗게 흰눈은 더욱 희게 나온 사진을 보고 나도 사진작가가 된 듯 어깨가 으쓱해진다.
환상의 눈꽃터널과 세상의 중심 향적봉
고요했던 하늘에 바람이 몰아친다. 가냘픈 나뭇가지에 터를 잡았던 눈꽃이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꽃잎을 휘날린다. 작은 꽃잎은 빛을 받아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지만 시선만큼은 눈꽃에 고정되었다. 마음이 급해진다. 여기가 전부가 아님을 알기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향적봉에 오르면 더 멋진 풍광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대피소에서 먹는 컵라면은 수라상보다 귀한 맛이다 향적봉 대피소는 중봉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바람을 피할 수 있고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라면과 커피로 몸을 녹이고 허기를 채우고 있다. 변변한 식탁도 없이 땅바닥에서 먹는 컵라면이지만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다. 뜨끈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 찌릿한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처럼 몸을 비틀게 된다. 이 맛에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산을 찾았다.
고독한 위엄이 넘치는 덕유평전을 지나 하산하다
이후 백련사로 방향을 잡고 하산하면 당일치기 덕유산 산행이 마무리된다. 덕유산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화려한 눈꽃터널과 감격적인 백두대간의 용트림, 덕유평전의 광활하고 거친 숨결을 고스란히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덕유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덕유산은 겨울 심설산행의 메카라고.
●여행정보
선글라스나 고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비이니 리스트에 올려놓자. 자외선차단제 역시 중요하다. 눈 내린 산에 피부가 그대로 노출될 경우 여름철 해변에서 받는 자외선의 3배에 달한다. 그뿐 아니라 화창한날 눈에 오랫동안 노출될 경우 시력장애가 올 수도 있다.
* 관광곤도라 이용요금은 왕복 어른기준 1만2000원이며 운행시간 주말기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다. 리조트 행 셔틀버스는 무주에서 새벽 5시부터 수시로 운행한다. 하지만 전화(063-320-7113)문의를 통해 운행여부를 꼭 확인하자.
글·사진/임운석 여행작가
임운석은 현재 캠핑카를 타고 ‘주5일 여행제’를 시행중인 여행작가다. 기업체 홍보팀에서 글과 사진을 시작했다. 아내에게 평생 여행만 하자고 약속한 뒤 15년 직장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방송, 월간지, 기업체 사외보 등에 여행칼럼과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으며, (사)여행작가협회 여행작가,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는 <여행의 로망, 캠핑카스토리> <경춘선 사계절여행(공저)> 등이며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www.bitbara.com)를 운영 중이다.
2013.01.07. 임운석 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