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몇십 년 전의 이야기로군요.
오래전에 어느 젊은 보살님이 있었습니다. 이 보살님은 원래 다른 종교를 믿는 가정에서 성장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중매로 결혼을 하셨다고 합니다.
어느 날 시어머니 되시는 분이 보살님을 불러서 이렇게 말씀하셨대요.
“얘야, 내가 너한테 할 말이 있으니 유언이라고 생각하고 잘 듣거라. 너도 알다시피 우리 집안은 대대손손 불교 집안이다. 그러니 너도 불자가 되도록 해라.”
그때부터 보살님은 불교가 무엇인지 하나도 모른 채 동서들을 따라 열심히 절에 다녔다고 합니다.
시어머니가 불자가 되라고 해서 순순히 개종한 것을 보면 참 착한 분이셨던 것 같아요.(웃음)
절에 갈 때마다 이 새댁은 스님들이 절하면 자기도 절하고, 스님들이 염불하면 자기도 염불하는 시늉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몇 년 동안 절에 다녀도 불교가 무엇인지는 전혀 마음에 와닿지 않았고, 스스로도 껍데기 불자 같은 느낌만 들더랍니다.
당시 보살님의 고등학교 동창 가운데는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불교 공부에 몰두하던 친구가 있었대요. 이 친구분은 보살님이 결혼한 후 절에 다닌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인지 하루는 집으로 찾아와 아무 말없이 불교 책 두 권을 선물하고는 휙 가 버리더랍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분은 친구가 주고 간 책이니 별 생각없이 읽어 봤다고 해요.
그런데 의외로 너무 재미있던 거죠.
그때부터 보살님은 서점에서 이런저런 불교 책을 사 꾸준히 경전 공부를 하셨답니다.
기도하고 염불하기도 물론 계속하셨고요.
그 후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보살님은 차를 타고 가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하셨다고 합니다.
머리에서 피가 철철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온몸이 다 피에 젖었다고 해요.
그때 보살님은 ‘내가 부처님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결국은 이렇게 길에서 죽어 귀신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러면서 남편 얼굴, 자식 얼굴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데, 그때 갑자기 모든 집착을 놓아 버리라는 『금강경』의 한 구절이 떠오르더래요.
의식은 점차 흐려져 가고 있었지만 보살님은 남편과 자식,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다 놓아 버리고 오직 ‘관세음보살’만 불렀다고 합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렸을까요? 다시 의식을 찾은 것은 4시간에 걸친 대수술이 끝난 다음이었다고 합니다. 보살님이 무사히 깨어난 것을 본 의사는 그 상태에서 목숨을 건진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하더랍니다.
알고 보니 사고가 나던 순간 깨진 유리 조각들이 머리에 많이 박혔지만, 용케도 뇌막은 손상되지 않았기 때문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는 것이었지요.
누워 있던 보살님은 의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가슴이 울컥하더랍니다.
‘가족에 대한 집착과 삶에 대한 집착을 다 놓아 버리고 오직 관세음보살만 불렀기에 가피를 입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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