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림 시인, 불교문예 작품상 수상
12/12 불교문예 송년회서 시상식 예정
서울예대학 광고창작과 윤제림(50) 시인이 현대불교문인협회(회장 박수완, 산청 정취암 주지)와 계간 《불교문예》(발행인 문혜관)가 주관하는 제4회 《불교문예》작품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수상 작품은 「꽃을 심었다」(《불교문예》, 2009 봄호)이다. 《불교문예》 측은 수상작의 “할머니를 심었다”로 시작되는 돌연한 표현수법과 구성이 불교의 윤회와 생태, 자연과 인간의 합일 사상을 형상화한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윤시인은 1959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1987년 《문예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삼천리호자전거』『미미의 집』『황천반점』『사랑을 놓치다』『그는 걸어서 온다』등의 시집을 냈고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 중이며 동국문학상을 받았다.
현대불교문인협회와 계간 《불교문예》는 매년 ‘부처님오신날’에 시상하는 현대불교문학상 외에 본지에 발표된 작품을 중심으로 매년 수상자를 선정하여 상패와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2006년 제정한 불교문예작품상은 지금까지 제1회 하종오, 제2회 최두석, 제3회 박남철 시인이 수상하였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2일(토) 오후 5시 인사동 사거리 아리랑가든(723-7311)에서 현대불교문인협회 및 《불교문예》 송년회와 겸해서 가질 예정이다.
*첨부: 수상자 발표, 수상작, 심사평, 수상소감 각 1부. 끝.
제4회 불교문예작품상 발표
제4회 불교문예작품상(2009년) 수상자를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 당선부문: 시
■ 당 선 자: 윤제림
■ 당선작품: 「꽃을 심었다」(『불교문예』, 2009 봄)
■ 시 상 식: 2009년 12월 12일(토) 오후 5시 인사동 사거리 아리랑가든(02-723-7311, 723-7330)에서 현대불교문인협회 송년회와 함께 개최합니다.
현대불교문인협회․계간《불교문예》
[2009년 불교문예작품상 수상작]
꽃을 심었다
윤제림
할머니를 심었다. 꼭꼭 밟아주었다. 청주 한 병을 다 부어주고 산을 내려왔다. 광탄면 용미리, 유명한 석불 근처다.
봄이면 할미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불교문예작품상/ 심사평]
윤회와 생태, 자연과 인간의 합일사상을 간결하게 형상화한 수작
2006년 제정한 불교문예작품상은 제1회 하종오, 제2회 최두석, 제3회 박남철에 이어 올해는 제4회 수상자로 윤제림 시인을 선정했다. 윤제림의 「꽃을 심었다」(『불교문예』, 2009 봄)는 불교의 윤회와 생태, 자연과 인간의 합일 사상을 간결하게 형상화한 수작이다.
“할머니를 심었다”고 하는 돌연한 표현은 수사법상 놀라게 하기이며, 할머니를 묻었다는 내용의 낯설게 하기인 것이다. 놀라게 하기나 낯설게 하기는 시인의 수사를 넘는 인식체계이다. 그래서 이 시는 불교적 인식의 시이다.
윤제림은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는 것’이 아니라 ‘심는 것’이라는 생태적 인식을 하고 있다. 사람을 묻는 것과 심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묻는 것은 저장으로서 의미이지만, 심는 것은 소생을 기대하는 것이다. 소생에 대한 기대는 “꼭꼭 밟아주었다.”는 정성과 “청주 한 병 다 부어주”었다는 주검에 대한 전통적 제례의식을 통해 구체화된다.
또 이 시에서 “광탄면 용미리”라는 장소적 공간은 독자가 공동묘지로 인지하고 있는 지역을 통해 할머니의 죽음과 장례를 구체화하고 있다. “석불 근처”는 시를 불교적 상상으로 읽어야 한다는 근거를 마련해 준다.
결국 둘째 연에서 화자는 자신이 심은 할머니의 주검이 봄에 할미꽃으로 소생할 것이라는 확정적 기대를 한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우리에게 할머니만큼이나 친숙한 할미꽃 설화에서 차용한 것이다. 고유의 소박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설화의 차용은 시를 더 친숙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윤제림의 시는, 할머니가 손녀 둘을 데리고 살다가 모두 시집을 보내고 끼니조차 이을 수 없어 굶어죽은 후 무덤 위에 핀 할미꽃의 설화를 연상시킨다. 그러면서 독자에게 우리 고유의 윤회와 재생의식을 더 소박하고 따듯한 정서로 되살아나게 한다.
사람이나 짐승, 초목을 막론하고 몸은 죽어 없어지더라도 업만은 영원히 살아 다른 육체나 물질에 옮아가며 수레바퀴 같은 생사를 끊임없이 한다는 것이 불교의 윤회사상이다. 이에 우리는 불교의 고유 사상과 세계관을 현재적 정서로 형상화한 윤제림을 제4회 불교문예작품상 수상자로 선정하는데 망설이지 않았다.
심사: 박수완(시인. 현대불교문인협회 회장)
장영우(문학평론가. 본지 편집위원)
공광규(시인. 본지 편집주간)
[2009년 불교문예작품상/ 수상소감]
윤제림
상(床)을 받으며
수상소식을 듣는 순간, 어떤 문장 하나가 불쑥 떠올랐습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 내 덕행으로는 받잡기 부끄럽네.” 그렇습니다. 「오관게(五觀偈)」첫머리입니다. 쭉정이 불자(佛者)에 불과한 제가 비교적 충실히 믿고 따르는 가르침입니다. 팔만사천의 법문 다 제쳐두고 제일 좋아하는 말씀입니다.
고백하건대 그것은 제 삶의 지침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게송의‘이 음식’부분에다 온갖 것을 다 끌어다댑니다. 막무가내로 대입시킵니다. ‘돈’도 넣고 ‘자동차’도 넣습니다. ‘여자’도 넣고 ‘친구’도 넣습니다. ‘시’도 넣고‘책’도 넣습니다. ‘칭찬’도 넣고 ‘비난’도 넣습니다. 하여, 술자리라면 이런 물음을 던집니다. “이 술이 어디서 왔는고.” 자식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렇게 묻게 됩니다. “이 아이들이 어디서 왔는고.”
『불교문예』작품상을 앞에 놓고도, 저는 또 제 오랜 습관대로 스스로에게 묻고 있습니다. “이 상이 어디서 왔는고/ 넙죽 받기가 부끄럽네.”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요즘 제‘글 농사’의 부실함에 대한 자괴감에서 일어난 생각일 것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궁금증입니다. ‘내가 칭찬받을만한 글을 쓰긴 했나?’
과연 제 시작품들이 상을 받을만한지 저울질을 하노라니, 의심만 자꾸 커집니다. 그러는 중에 참으로 고맙게도 제 마음 속의 여우 한 마리가 꽤 그럴듯한 수상의 명분 하나를 일러줍니다. “받아, 상(賞)은 상(床)이니까.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냉큼 받아.” 정말! 밥상 술상이라고 생각하니까, 훨씬 편안해집니다. 이 밥 먹고, 이 술 마시고 열심히 밥값 술값을 해내면 될 것이란 다짐까지 민첩하게 따라붙습니다.
그러고 보니, 공양(供養)의 게송은 밥 먹을 자격이 있는지만 들여다보라고 하지 않습니다. 밥의 의미와 가치도 읽어보고, 무엇으로 밥값을 할 것인지를 바라보라고 말합니다. 염치불고하고 상 앞에 다가앉은 중생에게 ‘공양게’가 한없는 용기와 격려를 보태줍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돈수(頓首), 돈수.
윤제림 약력
1959년 충북 제천에서 나고 인천에서 자랐다.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1987년 《문예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삼천리호자전거』『미미의 집』『황천반점』『사랑을 놓치다』『그는 걸어서 온다』등의 시집을 냈고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한다. 동국문학상을 받았으며, 현재 서울예술대학 광고창작과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