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컨트리 -아프리카 남아공
김윤자
유럽을 수용하고 아프리카를 수용하고 백인을, 흑인을 한 장의 화포 안에 곱게 그려 내겠노라고 약속하고 출범한 만델라호의 아름다운 이야기도 곳곳에서 까만 사람들이 정복차림으로 자신의 소중한 몫을 엮어내는 것도 아프리카의 미국이라고 부를 만큼 화사한 도시의 물결도 모두 무지개 자락에 걸터앉았는데 외진 곳에, 차여 누운 자갈처럼 아직도 경계선 너머에서 웅크리고 살아야 하는 흑인의 소슬한 판잣집은 무지개 끝의, 또 한 가지 늘어난 고독한 회색일까
레인보우 컨트리- 작가와 문학 2009년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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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 박물관 -아프리카 남아공
김윤자
오르고 또 오르면 밝은 역사가 보일까 아담한 언덕에 덩그러니 접히지 않는 설움을 펼쳐놓고 전리품도, 요원도, 발길도 없는 적막 줄루족 피의 관이 건물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둥글게 뚫린 원형 틀 안에서 뜨거운 호흡이고 부조로, 십자수로, 유화그림으로 토로하는 것이 전부인 집 조상의 피와 땀을 신성시 하자고 창문을 노랗게 물들이고 물방울처럼 뭉쳐 번져나가자고 바닥을 부채꼴로 조각하고 영국은, 네덜란드는 벌써 역마차로 옥토를 누비고 있는데 희생당한 어머니와 아이가 오롯이 서서 눈뜨고도 빼앗긴 하늘을 그리워하는
전쟁기념 박물관-작가와 문학 2009년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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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마운틴 -남아공 케이프타운
김윤자
거대한 식탁 하나 아프리카의 표상이다. 갈망이다. 더 이상 밀릴 곳도 없는 검은 대륙의 끄트머리 산봉우리를 키워야 할 산이 가슴선쯤에서 모난 상념들을 도려내고 정좌하여, 젖은 자유를 말린다. 산이 산이기를 거부하였으니 무엇이 두려울까 사자상을 발아래 엎드려 앉히고 때론 사람의 형상으로 고요하다. 항구도시의 비경이 솟구쳐도 꼿꼿한 절벽이 일어서도 넘지 못한 경계선 마디가 있어 하늘과 마주하여 신과 마주하여 평평한 세상을 꿈꾸는 산정의 대평원
테이블 마운틴-작가와 문학 2009년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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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아프리카 -남아공
김윤자
최상의 의자에 앉았는데도 그들의 땅에 그들의 발목을 온전히 담갔는데도 까만 두뇌의 한계는 산도, 물도 넘지 못하여 또 다시 하얀 두뇌를 불러 노를 저으라 하니 정지된 원시의 향수에 듣는 이의 귀가 서러워서 공항 시스템이 미비로 조금 지체되는 것도 한 푼의 팁을 위해 짐을 붙잡는 얄팍한 손길도 뜨거운 가슴으로 붉은 눈시울에 담았다. 십 퍼센트의 백인이 구십 퍼센트의 흑인을 부리고 산다는 소설 같은 이 좌판에서 엎어도, 뒤집어도 아프리카는 아프리카다.
아프리카는 아프리카 - 작가와 문학 2009년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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