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각질의 군살이 손등에 나타나 없애려 긁어보고 칼로 이리저리 발라냈다. 어설프게 건드려서 근질거리고 상처만 났다. 늘 그게 맘에 걸려 좀 저리 가라고 쏘아봤다. 볼록하게 손목과 팔등에도 나타난다. 이것들이 아무데나 막 솟아올라 귀찮게 구는데 어찌하면 좋을까. 가난하면 생긴다 하더구만...
왼손 엄지와 식지 사이에 콩알만한게 생겨 만질 때나 볼 때마다 마음 쓰인다. 바늘로 찔러 괴롭히면 없어지겠지 했다. 깊이 쑤시면 따끔한게 아프다. 면도칼로 살살 도려내니 피도 찔찔 나온다. 다시 살아나와 없어지기는커녕 엉망이다. 이로 물어뜯고 약도 칠해 본다. 자꾸 파내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꺼무스레한 게 징그럽게 만져지니 구차해서 견딜 수 없다. 후벼 파서 이걸 없애려 애쓰지만 해도 해도 안 되니 그냥 같이 사는 수밖에 없나 답답하다. 살덩어리라 해서 살마괴(塊)가 바뀌었다는데 사마귀 절지와는 말은 같아도 다른 뜻이란다. 밖으로 드러난 손이나 발 얼굴에 잘 나타난다고 하니 햇볕에 그을려서인가.
여름에 자세히 보니 잔잔한게 막 생겨서 온 팔에까지 오돌토돌하다. 땀띠같은게 우수수 나타나니 이것들이 모두 크면 내 팔은 어찌 되나 걱정이다. 손등을 하도 학대해서 늘 떨떠름하고 아리다. 시간 날 때마다 손톱으로 만지작거린다. 달고는 같이 살 수 없어 저절로 손이 가 마구 짓이겨 뭉갠다. 심심하면 그거 건드리는게 버릇이다.
어느 날 오래 붙어 끈질길 줄 알았는데 온데간데없이 떠나고 멀쩡하다. 간다는 인사 없이 언제 없어졌는지도 모르게 사라졌다. 건드리니 뻐근한게 젖니 흔들리듯 시원하면서 욱신거리고 쓰리다. 어떤 사람은 티눈이 있다 하고 못(굳은살)이 박혔다 한다. 발바닥에도 나는가 걸을 때 찔끔거려 거북하다.
또 목과 턱밑에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지면 뾰족이 가늘고 조그마한 것이 나와 도톨도톨한 것이 생겼다. 심심할 때 목 주위를 어루만지다 보면 잡혀지는데 꽤 께름칙하여 껄끄럽다. 별것 아닌게 붙어서 성가시게 한다. 잡아당기면 고무줄같이 늘어지고 출렁거리며 들랑날랑한다.
야 좀 떨어져라 하고 힘껏 당겼다 놓으면 철썩하고 달라붙는 느낌이다. 이걸 어찌하면 좋나. 아들이 보더니 잡아끌어 옷 수선하는 양날 칼로 밑동까지 싹둑 잘랐다. 따끔하고는 꿩꿔먹은 자리처럼 깔끔하다. 그거 잘 됐다했는데 또 돋아난다. 추녀의 고드름처럼 와사삭 깨고 나면 다시 줄줄 내려오듯 해 봐야 소용없다.
손등을 늘 쥐어뜯었는데 이제는 목을 설설 만지며 얼마나 자랐나 가늠하고 대중해 본다. 손에처럼 보이게 불거지면 큰일인데 다행히 가늘고 작아서 나만 알지 남은 얼른 보면 모른다. 그래도 그렇지 남의 모가지에 나서 이게 뭐람. 잡았다가는 놓고 실실 장난을 친다. 수시로 손이 찾아가 쓰다듬고 잘 있나 확인이라도 하는 것 같다.
그것도 목 좌우로 썩은 나무에 버섯처럼 나더니 어느 날 만져보니 없다. 입가에 나면 복이 들어온다하여 복사마귀라 하는데 여기에 돋아나는 건 뭐라 하나. 손등에 났다가 목에 올라왔다가는 시나브로 가버렸다. 이것들이 여기저기 집적거려 놀리나. 굵었다 납작했다 가늘었다가 하는 게 제멋대롤세.
거뭇거뭇 주근깨가 군데군데 나서 애를 태운다. 이리저리 다니다가 이젠 얼굴에 나타났다. 크고 작은 점과 함께 멀끔했던 낯짝에 사마귀가 기어올랐다. 세수할 때마다 작은 망울이 도드라져 만져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물쭈물한 게 하필 여기 나나. 손등에 났을 때 괴롭혔더니 화가 나서 얼굴에 생겼는가.
왼쪽 눈 옆 귀 앞에는 꽤 큰 점이 있어 손을 대 보면 감각이 둔하다. 코 옆에와 귀 뒤에도 붙어 있고 좌우 볼에도 작은 것이 거울에 보인다. 딸이 가끔 얼굴을 살펴 피지를 짜준다며 저승꽃과 거무죽죽한 멍울 살을 꾹꾹 눌러댄다. 점들이 생겨나면서 덩달아 돌기들이 솟아 얼굴이 지저분하다.
얘기하면서 상대 얼굴을 보는데 이래가지고 되겠나 내 얼굴은 거울이 없을 때 평생 볼 수가 없다. 못나도 잘 생겼지 하고 산다. 빼러 갔다. 화상 투성이다. 열흘 동안 고생했다. 말쑥한 게 내 얼굴 맞나. 왼쪽 동전만한 점을 뻬는데 지져서 닦을 때와 혹을 파내 구멍이 생길 때는 다리가 쭉쭉 뻗었다. 타는 냄새도 난다.
이리 지지고 태워 혼쭐냈는데 또 나타나겠나 했다. 어이쿠 또 나왔다. 동전 점이 서서히 보이고 이번에는 다른 곳 눈 주위에 물사마귀가 볼록거리며 튀어나온다. 세수할 때 손바닥에 걸리고 만져진다. 눈물이 나와 맺힌 듯 우둘투둘한 게 양쪽에 돋아났다. 없어졌다가는 여기저기 솟구치니 이걸 감당하기 힘들다.
눈꺼풀에도 튀어나와 저건 열선이 닿을 때 눈을 건드릴까 걱정이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데. 다대포 임피부의원에서 잘 치료해줘 산뜻하다. 세면할 때나 쓰다듬을 때 매끄러우니 아주 시원하다 날아갈 듯이.
첫댓글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사마귀, 티눈... 제가 발관리 하는 것을 배울 때 그러더군요.
몸에 균형이 깨진다거나,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나타나는 것이라고요.
선생님 글에서 사마귀가 보입니다. ^&^
여기 지금 목련 개나리 매화가 만발했습니다.
27일 지심도로 놀러간다는데 오세요.
보고싶어요.
솔직하신 글 선생님 생활글 이렇게 담백하시니...
지세포로 갈 까요.
멍게비빔밥 빨리 먹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