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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우리의 식생활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서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도처에서 다양한 음식들이 국내로 들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
기저기에서 들어온 음식들은 서로 뒤섞여 급기야는 ‘짜파게티’와 같은 국적 불명의 ‘퓨전’ 음식까지 출현시켰다.
식생활의 세계화는 다양한 음식뿐만 아니라 그것과 관련된 많은 외국어도 들여왔다. 일본에서
는 돈가스가, 이탈리아에서는 스파게티가, 프랑스에서는 바게트가 들어왔다. 또 미국, 영국, 러시아
에서는 각각 핫도그(hot dog), 보드카(vodka), 위스키(whisky)가 들어왔다. 그 중 일부는 외래어로 탈바꿈하여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버젓이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음식을 파는 장소와 관련된 외국어도 하나 둘씩 들어오고 있다.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Starbucks)가 그렇고, 편의식(便宜食)의 대명사인 맥도날드(McDonald)가 그렇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는 마르쉐(Marché)라는 프랑스어를 그대로 쓰는 곳도 생겼다.
이렇듯 식생활과 관련된 외국어가 물밀듯 들어오다 보니 일반인들은 그것을 남용하거나 오용하
는 경우가 많다. 표기도 많이 틀리고, 발음도 제각각이며, 본래의 의미는 아예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표기도 많이 틀리고, 발음도 제각각이며, 본래의 의미는 아예 모르는 경우가 허다
하다. 이런 의미에서 식생활과 관련해서 국내로 들어온 외국어와 외래어의 어원, 발음, 표기
등을 정리한 내용을 공유해 보자. 한 단어의 어원을 알면 그 단어의 본래 형태와 의미뿐만 아니라 시대에 따른 의미 변화도 알 수 있고, 나아가서는 그 단어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생각과 시대적 배경까지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가스트로노미 gastronomy
1800년 베르슈(Joseph de Berchoux)는 그리스어 가스트로(gastro)와 노미아(nomia)를 합쳐 이 단어를 만들었다. 가스트로(gastro)는 ‘위’를 지칭하는 말이고, 노미아(nomia)는 ‘법칙’을 지칭하는 말이므로, 이 둘을 합치면 ‘위의 법칙’, 즉 식사의 과학이 된다. 처음에는 주로 음식을 만들고 대접하는 것을 지칭했지만 점차 좋은 음식을 먹는 것도 지칭하게 되었다. 전자가 ‘조리법’이라면, 후자는 ‘미식법’이라고 할 수 있다. 베르슈는 풍요로운 삶에 대한 시를 썼는데, 그 제목 때문에 고심하다가 마침내 이 단어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당시에는 가스트로노미(gastronomie)라는 불어 형태였으나, 4년 뒤인 1884년에는 영어 gastronomy로 번역되었다.
간자장
간짜장에 해당하는 한자는 건작장(乾炸醬)이고, 그 중국어 발음은 깐짜장이다. 이는 간짜장이 중
국어 발음을 본떠 만들어졌음을 말해 준다. 보통 짜장면은 춘장, 돼지고기, 양배추, 양파 등을 볶
고 물과 전분을 넣어 걸쭉하게 만들지만, 간짜장은 이 과정을 생략한 ‘마른’(乾) 짜장면이다. 간짜
장에서 ‘간’과 ‘짜’는 조리법에 해당하고, ‘장’은 식재료에 해당한다.
갈레트 galette
갈레트는 불어인 만큼 불어식으로 정확히 발음하자면 걀렛뜨라고 해야 한다. 걀렛뜨는 프랑스 사
람들이 후식이나 간식으로 많이 먹는 달콤한 빵 과자다. 그 모양은 둥글고 평평하다. 걀렛뜨라는
이름은 바로 모양과 관련이 있다. 걀렛뜨는 불어 걀레(galet)에서 온 말인데, 걀레는 ‘조약돌’을 의미한다. 이렇게 부르기 시작한 것은 13세기부터다. 실제로 걀렛뜨는 중세 프랑스의 전통적인 밀가루 음식 중 하나였다. 초창기의 반죽은 브리오슈(brioche)의 반죽과 비슷했고, 브리오슈와 마찬가지로 ‘신식 빵’에 속했다. 걀렛뜨는 프랑스의 종교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1월 6일 주현절(主顯節)에 이 걀렛뜨를 많이 먹는데, 잠두콩이나 사기로 만든 작은 인형 모양의 페브(fève)를 걀렛뜨 데 흐와(Galette des Rois, ‘왕의 걀렛뜨’)에 숨겨놓고 여러 사람이 모여앉아 먹다가 그것을 발견한 사람은 그날의 왕이 된다.
고로케 croquette
고로께는 고기와 야채를 저며 넣은 큰 만두로, 프랑스에서는 달걀노른자에 살짝 담근 후 밀가루
나 빵부스러기를 묻힌 다음 기름에 튀겨서 먹는다. 고로께는 불어 동사 크로께(croquer)에서 나온
말인데, 크로께는 15세기에 생긴 의성어로 ‘와짝와짝 깨물어 먹다’라는 의미다. 민중들은 이 단어를
‘먹다’라는 단어의 동의어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고로께와 같이 기름에 튀겨 먹을 때 와짝와짝 소리
가 많이 나는 것을 크로껫뜨(croquette)라고 부르게 되었다. 크로껫뜨가 고로께가 된 것은 일본어를 거치면서다. 일본어 쿠로께토(クロケット)가 코로께(コロッケ)가 되고, 다시 고로께가 되었다. 참고로, 미술용어 크로끼(croquis) 역시 18세기에 크로께(croquer)라는 동사로부터 생긴 말이다. 그것은 아마 음식을 재빨리 먹는 동작과 사물의 특징을 포착해 재빨리 그리는 동작 사이의 유사성에 기인한 것같다.
고프레 gaufre
이 단어의 정확한 불어 발음은 ‘고프르’다. 이 과자는 밀가루, 설탕, 우유, 달걀, 소다 등을 섞어 만
든 반죽을 철 틀 속에 넣고 전병(煎餠)처럼 얄팍하게 구운 다음, 그 두 장 사이에 쇼트닝과 고운 설
탕을 섞은 버터크림을 발라서 먹는 과자다. 요즈음에는 와플(waffle)이라고도 하는데, 사실 고프르
(gaufre)와 와플(wafel)은 어원이 같은 단어들이다. 어원은 ‘벌집’을 의미하는 독어 와펠(wafel)인데, 이 와펠에서 고대 불어 와플라(wafla)가 나왔고, 12세기에 고프르(gaufre)가 나왔다. 프랑스 사람들은 중세부터 이 과자를 결혼식에 참석한 축하객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구르메 gourmet
구르메는 흔히 미식가를 지칭한다. 이 단어는 고대 불어 그로메(gromet)에서 왔는데, 당시에는 ‘시
종’, ‘포도주 상인의 시종’을 가리켰다. 15세기경 이 단어에서 구르메(gourmet)가 나왔는데, 18세기에는 먹고마시는 일에 조예가 깊은 사람도 가리키게 되었다. 추측하건대 포도주 상인의 시종은 주인을 따라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포도주에 대한 일가견을 갖게 되었고, 포도주는 서양 식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으므로, 그는 자연스럽게 식생활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된 것 같다.
규동
규동은 일본어 규우돈의 한국식 발음이다. 메이지 시대(1868-1912) 중기에 쇠고기 볶음을 밥 위에 얹어 주는 음식인 규동(ぎゅうどん)이 생겼다. 그 이후에 밥에다 인도의 카레(カレ—)를 얹어 주는 소위 카레동(カレドン)도 나왔다.
그라탱 gratin
그라탱은 밀가루 반죽 표면에 치즈 가루를 뿌린 후 화덕에 넣어 구워내는 요리를 말한다. 이렇게
하면 윗부분에만 금빛의 딱딱한 껍질이 생기는데, 그라탱이라는 이름은 이렇게 구워내는 과정과 관
련해 생겼다. 바로 위에 설명한 것처럼 밀가루 반죽을 굽다 보면 그라탱은 벽 내면에 달라붙는 경
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그것을 긁어내야 한다. ‘긁어내다’라는 의미의 불어 동사는 그라떼(gratter)고, 그라땡(gratin)은 16세기 중엽 이 동사로부터 생겼다. 이 단어가 영어로 들어간 것은 1846년이다.
글라스 glass
이 단어는 게르만어 글라삼(glasam)으로부터 유래해서, 고대 영어 글래스(glæs)를 거쳐 영어 글래스(glass)로 들어온 단어다. 게르만어 글라삼(glasam)에서 글라(gla)는 ‘빛나다’, ‘반짝이다’라는 뜻이었다. 색깔로 치자면 ‘푸른색’이나 ‘노란색’이다. ‘마시는 잔’이라는 의미는 13세기 초반에 생겼다. 그리고 장식을 위한 글래스는 1660년경에 생겼다. 글래스는 규사, 탄산나트륨, 탄산칼슘 등을 고온으로 가열해 녹인 후 냉각하면 생기는 투명한 물체다. 종래에는 규산염 유리가 주종을 이루었지만 현재는 붕산염 유리, 인산염 유리 등의 산화물 유리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까르푸 carrefour
까르푸는 1963년에 설립된 프랑스 유통회사로, 소비재 판매, 대형 마켓 운영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정확한 불어 발음은 까르푸르다. 까르푸르의 어원은 라틴어 쿠와드리비움(quadrivium)
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단어의 의미는 ‘네 개의 길이 하나로 모이는 장소’, 즉 십자로였다. 이 말에서 속어 라틴어 쿠와드리푸르쿠스(quadrifurcus)가 나왔고, 까르푸르는 12세기에 이 속어 라틴어에서 생긴 말이다. 속어 라틴어 쿠와드리푸르쿠스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보자면, 쿠와드리(quadri) ‘넷’을 뜻하고, 푸르쿠스(furcus)는 ‘쇠스랑의 갈퀴’를 뜻한다. 결국 쿠와드리푸르쿠스는 마치 쇠스랑의 네 갈퀴가 하나로 모이듯이 네 개의 길이 만나는 지점을 의미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거리가 교차하는 십자로에는 사람들이 붐비고, 그곳에는 거의 예외 없이 큰 시장이 들어선다. 까르푸르사(社)는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하여 회사명을 정한 것 같다.
깐풍기
깐풍기에 해당하는 한자는 건팽계(乾烹鷄)다. 여기서 ‘건’은 ‘말리다’는 뜻이고, ‘팽’은 ‘삶다’는 뜻이
다. 그리고 ‘계’는 닭고기를 가리킨다. 따라서 깐풍기는 닭고기를 요리하는 방법과 관련이 있는 말
이다. 실제로 깐풍기는 닭고기를 기름에 튀긴 후 고춧가루, 간장, 식초, 설탕 등으로 만든 양념에 섞
어 양념이 거의 마를 정도로 바짝 졸여 만든다. 깐풍은 건팽의 중국어 발음인 깐펑이 변한 발음1)이
다. 그리고 계(鷄)의 중국어 발음은 ‘지’다. 따라서 깐풍기는 중국어 발음 깐펑지를 한국어식으로 발
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껌 gum
이집트의 아카시아 나무껍질 속에는 끈적끈적한 수액이 있었는데 당시 사람들은 이것을 킴트
(kymt), 케마이(kemai)라고 불렀다. 이 수액은 대부분의 경우 미라를 만들 때 방향제나 접착제로 사용되었다. 기원전 5세기경 이집트에 오가면서 무역을 하던 그리스 사람들은 그것을 콤미(kommi)라고 불렀다. 로마 사람들은 그것을 굼미(gummi)라고 불렀으며, 후대 프랑스 사람들을 곰(gomme)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1300년경 껌(gum)이라는 영어 단어가 생겼고, 이것은 수액의 점착성 성분을 지칭하게 되었다. 1842년 미국 영어에서는 껌을 츄잉껌(chewing-gum)의 약자로 사용하였다.
꼬르동 블루 cordon bleu
꼬르동(cordon)은 ‘끈’을 지칭하는 꼬르드(corde)의 작은말로, 어깨에서 겨드랑 밑으로 걸치는 장식 리본을 말한다. 그리고 블루(bleu)는 ‘청색’을 가리킨다. 정확한 불어 발음은 불루가 아니라 블르다.
전통적으로 서양에서 청색은 탁월함을 표시하는 색이었다. 이것은 아마 고대 사람들이 신들은 파
란 하늘에 산다고 생각하면서부터 생긴 색깔 개념인 것 같다. 영국에서 블루 리본(blue ribbon)은 왕실에서 수영하는 최고의 영예인 가터(Garter) 훈위 수장이다. 1727년경 프랑스에서 꼬르동 블루는 최고 기사 훈위의 상징이었다. 그 이후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의 권위와 기술을 가진 사람이면 모두 그렇게 불렀다.
나이프 knife
이 단어의 어원은 분명치 않다. 어원학자들은 이 단어의 어원을 고대 스칸디나비아어 크니프르
(knifr)에서 찾고 있다. 크니프르(knifr)에서 ‘르’(r)는 종종 탈락되었는데, 지금도 스웨덴어나 덴마크에서는 r를 탈락시킨 knif를 그대로 쓰고 있다. 한편 크니프르는 11세기 영어로 들어가 크니프(cnif )가 되었고, 여기에서 나이프(knife)가 나왔다. 우리에게 나이프는 잭나이프(jackknife)라는 형태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서 ‘잭’(Jack)은 영국에서 아주 흔했던 사람 이름이다. 그 이름은 아주 흔해서 ‘잭’이라고 하면 ‘모든 사람’이라는 의미로 이해할 정도였다. 따라서 ‘잭나이프’는 ‘모든 사람을 위한 '칼’ 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칼’을 지칭하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옛 사람들은 조그마한 칼을 언제나 지니고 다녔다. 특히 허리춤에 매달고 다녔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종종 매우 위험하였다. 이런 칼에 비해 잭나이프는 칼을 쉽게 접고 펼 수 있어서 누구나 안전하게 소지할 수 있었다.
난자 완스
난자 완스는 다진 돼지고기를 둥글게 만들고 팬에 눌러 지진 다음, 녹말과 야채 등을 섞어 만든 소
스와 함께 버무린 요리다. 여기서 ‘난’은 배 부위의 연한 살을 가리키는 남(腩)의 중국음이고, ‘자’는
지짐을 가리키는 전(煎)이 변한 발음이다. 전(煎)은 파전, 김치전, 해물전, 부추전 할 때의 전이다. 완스의 한자는 환자(丸子)인데 중국 사람들은 완즈라고 발음한다. 이렇게 볼 때 난자 완스는 한자
음도 아니고 중국음도 아닌 어중간한 발음이라고 할 수 있다.
냅킨 napkin
냅킨의 어원은 라틴어 마파(mappa)다. 로마의 수사학자 퀸틸리아누스(Quintilianus)에 따르면, 이 단어는 페니키아어로부터 차용한 단어다. 라틴어 마파는 원형경기장에 모인 선수들에게 출발을 알리기 위해 흔드는 커다란 천 조각이었다. 냅킨은 마프(map)와 킨(kin)을 붙여 만든 말인데, 여기서 킨(kin)은 ‘작은’이라는 의미의 접미사다. 따라서 냅킨은 ‘작은 천’을 의미하던 말이다. 우리가 요즈음 사용하는 작은 냅킨은 나이프, 포크, 스푼 등이 아예 없었거나 매우 드물었던 옛날에는 별 필요가 없었다. 당시에는 무엇을 닦아내는 데는 훨씬 커다란 천이 필요했을 테니 말이다. 심지어 1890년대 까지도 커다란 냅킨은 최고급 식사의 일부분이었다. 참고로, ‘천’을 뜻하던 마프(map)가 ‘지도’를 뜻하는 맵(map)이 된 것은 옛날 사람들이 지도를 천 위에 그렸기 때문이다.
넥타 nectar
넥타(nectar)는 생각보다 매우 오래된 단어다. 그 어원은 그리스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어
로 넥타르(nektar)는 ‘죽음’을 뜻하는 ‘넥’과 ‘극복’을 뜻하는 ‘타르’를 붙여 만든 말이다. 따라서 넥
타르는 ‘죽음을 극복하는’이라는 의미였다. 이 단어는 라틴어로 들어가 넥타르(nectar)가 되었는데,
당시에는 ‘신의 음료’를 가리켰다. 이 단어가 ‘꽃향기가 나는 달콤한 음료’라는 의미로 처음 쓰인 것
은 1609년이다. 한편, 넥타르에서 파생한 단어로 넥타린(nectarine)이 있는데 이 단어는 17세기 초반부터 19세기까지 ‘넥타르와 비슷한’이라는 의미의 형용사로 사용되던 단어다. 그러다가 이 단어는 과일 중에서도 특별히 복숭아(peach)가 들어간 것을 가리키게 되었다.
누가 nougat
누가(nougat)의 어원은 라틴어 눅스(nux)다. ‘호두’를 뜻하는 이 단어는 속어 라틴어로 들어가 누카툼(nucatum)이 되었고, 고대 프로방스어에서는 노가트(nogat)가 되었다. 이 노가트는 불어로 들어가 누가(nougat)가 되었고 이것이 19세기 영어로 들어가 ‘아몬드와 다른 호두로 만든 사탕과자’를 가리키게 되었다. 한편, 1970년대 중반에 한국 사람들이 많이 먹던 아이스크림 중에는 ‘누가바’라는 아이스크림이 있는데, 이 단어는 ‘호두’를 지칭하는 ‘누가’와 ‘막대기’를 지칭하는 ‘바’(bar)를 붙여 만든 말이다. 다시 말해 누가바는 호두를 넣어 만든 아이스크림에 작은 막대기를 끼워 잡기 좋게 만든 것을 말한다.
누들 noodle
누들(noudle)은 가늘고 납작한 긴 파스타를 가리킨다. 중국에서 개발된 이 국수 같은 면발은 지금
은 거의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누들이라는 단어 자체를 만든 사람들은 독일 사람
들이다. 독일어로는 누델(nudel)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가 18세기 말 영어로 들어갔을 때만 해도 이 단어는 매우 생소한 단어였다. 예를 들어 1779년 코크(Mary Coke) 부인은 자신의 당혹스러움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나는 이 누들 국 수프라는 것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애원했지만, 그것은 그저 빵 덩어리와 송아지 고기를 넣고 끓인 요리라는 대답만 들었을 뿐이다.” 이 단어는 19세기 중반 독일 사람들이 미국으로 대거 이민 가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다꽝
다꽝은 일본어 다쿠앙(たくあん)에서 온 말이다. 한국어로는 단무지다. 일본의 다쿠앙은 무를 햇볕
에 말린 다음 쌀겨와 소금과 버무려 절인 것으로 졸깃졸깃하고 달콤한 맛을 낸다. 이 다쿠앙은 “에
도 시대 초기에 타쿠앙(たくあん, 1573-1645)이라는 조선인 승려가 고안해 냈다”는 설이 있다. 그는 불교 임제종의 고승으로, 교토의 다이토쿠지(たいとくじ)라는 사찰의 주지였는데, 1629년 에도막부 군사정권에 항거하다 지금의 아키타 현에 해당하는 데와(でわ) 지방으로 유배당했다. 이 지방은 일본 서북 지방으로 매우 추운 지방이었으므로 다쿠앙 스님은 그곳에서 겨울철 저장 식품으로 짠지를 손수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이어트 diet
다이어트는 ‘한 사람의 일상적인 음식’을 말한다. 이 단어의 어원은 그리스어 디아이타(diaita)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디아이타는 ‘생활습관’, 특히 내과의사가 처방한 생활습관을 의미했는데, 내과의사가 내린 처방인 만큼 여기에는 식습관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디아이타는 바로 이런 의미로 라틴어를 거쳐 불어와 영어로 들어왔다. 실제로 다이어트(diet)라는 단어와 관련된 13세기 기록을 보면 그 당시 이 단어는 그냥 ‘음식’, ‘일용식량’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요즈음에는 ‘다이어트 식품’ 하면 주로 당분이나 염분 등 특정 성분을 가감하여 영양 및 체중을 조절하는 식품을 지칭하는데, 일용식량이 특정 식량으로 변한 것은 내과의사의 처방과도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데리야키
데리야키는 1962년에 영어로 들어온 일본어 단어다. 한자로는 조소(照燒)라고 표기한다. 이것은 생선 조리법의 하나로 생선 조각을 조리용 술과 간장으로 만든 소스에 담가 두었다가 소스를 바르
면서 윤기(데리, 照り)가 나도록 굽는 것, 혹은 구운 것을 말한다. 요즘에는 닭고기, 쇠고기 등도 이
런 조리법으로 조리한다.
덴동
덴동(天丼)은 덴뿌라 돈부리(てんぷらどんぶり)의 약자다. 덴뿌라는 튀김을 뜻하는 말이고, 돈부리
는 밥그릇보다 더 큰 그릇을 뜻하는 말이다. 덴동은 돈부리에 밥을 깔고 그 위에 튀김을 얹은 후
달짝지근한 간장 소스를 뿌려 먹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일본어 위키페디아(Wikipedia)에 의하면, 이 덴동은 1837년 도쿄 아사쿠사에서 문을 연 삼정(三定)이라는 한 음식점에서 첫선을 보였다고 한다.
덴푸라
덴푸라는 일본어 텐뿌라(天麩羅)에서 온 말이고, 일본어 텐뿌라는 다시 포루투갈어 템페로
(tempero)에서 온 말이다. 템페로는 ‘하늘 위의 날’이라는 뜻으로 예수가 승천한 금요일을 가리킨
다. 이날에는 육식을 삼가고 생선을 기름에 튀겨 먹은 데서 생겨난 말이다. 16세기 후반 일본에 온
포르투갈 사람들은 튀김 요리를 즐겨 먹었고, 이것을 본 일본인들도 생선 튀김을 만들어 먹게 되었
다. 일본어 위키페디아(Wikipedia)에 따르면, 덴뿌라라는 이름을 소개한 가장 오래된 문헌은 1669년 출판된 『식도기(食道記)』다. 하지만 기름에 튀기는 조리법은 이미 중국으로부터 일본에 들어와 있었던 터라 이 단어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난무하고 있다.
도넛 doughnut
도넛은 ‘밀가루’를 뜻하는 도우(dough)와 ‘호두’를 뜻하는 넛(nut)을 붙여 만든 말이다. 이것은 아마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다 넣고 튀기면 호두처럼 딱딱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 이 단어를 1809년 처음 기록한 어빙(Washington Irving)은 “단맛을 낸 밀가루 반죽을 돼지기름 속에 넣고 튀긴 공 모양처럼 생긴 것”이라고 묘사하였다. 19세기 초 미국에서는 도넛을 올리코엑스(olykoeks)라고 부르기도 하였는데, 이 단어는 오일 케이크(oil cake)를 뜻하는 덴마크어다. 당시 도넛은 동그란 모양의 작은 푸딩이었다. 가운데 구멍을 만든 도넛은 훨씬 뒤에 나온다. 이런 두 가지 모양은 영국과 미국을 구별시켜 주는 것이기도 하다. 영국인들은 속에는 잼을 넣고 겉에는 설탕을 바른 동그란 모양의 도넛을 선호하며, 미국인들은 속을 도려내 구멍을 만든 반지 모양의 도넛을 선호한다.
돈가스
돈가스(どんカツ)에서 ‘돈’은 ‘돼지’를 뜻하는 한자어 돈(豚)이고, ‘가스’는 ‘굽거나 튀기기 위해 얇게
저민 고기’를 뜻하는 영어 커틀릿(cutlet)을 의미한다. 메이지시대에 일본에 들어온 커틀릿은 쇠고기나 닭고기에 빵가루를 묻힌 다음 버터기름을 발라 굽는 형태였다. 그러다가 1895년에 개업한 도쿄 긴자의 양식집 연와정(煉瓦亭)에서 쇠고기나 닭고기를 돼지고기로 바꾸고 버터 대신 기름으로 튀기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돈가스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1909년 일본에서 나온 요리책을 보면 그 제조법은 다음과 같다. “두께 2부(6밀리) 정도의 돼지 로스 고기의 안팎에다 후춧가루와 소금을 뿌리고, 밀가루를 묻혀서 달걀 푼 것을 묻힌 다음, 빵가루를 묻히고, 페트(쇠기름) 또는 라드 기름에 여우 털 빛깔이 되도록 튀긴다.”
돈부리
돈부리(どんぶり)는 음식을 담는 데 쓰이는 두껍고 움푹한 도자기 일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부사로
는 토(と) 자와 함께 쓰여, 물건이 물속에 힘차게 떨어지는 소리나 그 모양을 나타낸다. 한자로는
우물 정(井) 자 안에 점을 찍어 돈(丼)이라고 표기한다. 물론 이 글자는 일본에서 만든 한자이다. 돈
부리는 크고 움푹한 사기그릇에 밥을 담고 그 위에다 쇠고기 볶음이나 돼지고기 튀김 등을 얹어 먹
는 음식이다.
드레싱 dressing
흔히 음식 위에 얹는 소스 따위의 양념을 드레싱이라고 부른다. 영어를 아는 사람이면 충분히 짐작
할 수 있듯이 이 단어는 동사 드레스(dress)의 현재분사형이다. 어원을 살펴보면 ‘곧은’, ‘직선의’라는 뜻의 라틴어 디렉투스(directus)에서 속어 라틴어 디렉티아레(directiare)가 나왔고 여기서 고대 불어 드레쎄(dresser)가 나왔다. 불어 드레쎄는 ‘곧게 만들다’라는 뜻이다. 영어 드레스(dress)는 1330년경 이 동사로부터 나왔다. 약 50년이 지난 1380년경에는 ‘장식하다’, ‘꾸미다’라는 의미로도 쓰였다. 그리고 1395년경에는 ‘옷을 입다’라는 의미로도 쓰였고, 14세기에는 요리를 하기 위해 고기나 다른 음식을 장식한다는 의미로도 쓰였다.
드링크 drink
영어 사전에서 드링크를 찾아보면 ‘마시다, 쭉 마셔 비우다’, ‘술을 마시다’, 그리고 ‘마실 것, 알코
올 음료’로 나온다. 이처럼 영어에서는 동사와 명사로 사용하지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드링크’
를 거의 대부분 명사, 즉 ‘마실 것, 음료’라는 의미로만 쓰고 있다. 어원을 살펴보면 게르만어 드렝칸
(drengkan)으로부터 고대 영어 드링칸(drinkan)이 나왔고, 이 고대 영어로부터 오늘날 동사 드링크(drink)가 나왔다.
디너 dinner
디너는 기록으로 남아 있지는 않은 속어 라틴어 동사 디스유나레(disjunare)로부터 파생한 동사다.
디스유나레는 부정 접두사 디스(dis)와 ‘단식’이나 ‘배고픔’을 뜻하는 예유누스(jejunus)를 합성해 만든 말로, ‘단식을 중지하다’라는 뜻으로 쓰였다. 고대 불어는 이 단어를 두 가지 형태로 차용했는
데, 하나는 데시유네르(desiuner)고 다른 하나는 디스네(disner)다. 전자는 현대 불어 데즈네(déjeuner)가 되었는데 본래 이 데즈네는 ‘아침’을 뜻하다가 ‘점심’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디스네는 13세기 말 디너(dinner)가 되었다. 영어에서 디너는 늘 당일의 주된 식사를 지칭하였다. 비록 그 시간은 시기, 지역, 신분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말이다.
디쉬 dish
‘쟁반’이나 ‘큰 접시’를 뜻하는 그리스어 디스코스(diskos)는 라틴어로 들어가 디스쿠스(discus)가 되었고, 700년경에 고대 영어로 들어가 디스크(disc)가 되었다. 15세기 중반 이 단어는 ‘제공된 다양한 음식’을 지칭하였다. 한편, 디쉬-워셔(dish-washer)는 1529년경에는 접시를 닦는 사람을 지칭하였고, 1867년에는 그렇게 하는 기계를 지칭하였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음반’을 뜻하는 디스크(disk)나 ‘컴퓨터 디스크’ 역시 그리스어 디스코스에서 왔다는 것이고, 따라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디쉬와 이 모든 단어가 모두 한 단어에서 파생했다는 것이다.
디저트 dessert
디저트의 어원은 고대 불어 데쎄르비르(desservir)다. 여기서 ‘데’(des)는 부정을 나타내고, 세르비르(servir)는 ‘서비스를 하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데쎄르비르는 ‘서비스를 중단하다’, 즉 서비스가 끝났으므로 지금까지 내어 온 것을 치우겠다는 의미다. 이 동사로부터 16세기 중세 불어 데쎄르(dessert)가 나왔고, 이것이 17세기 초반에 영어로 들어갔다. 요즈음 디저트는 주로 단맛을 내는 것들인데 이것은 역사적으로 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설탕은 적어도 18세기까지는 유럽에서 상당히 귀한 식재료였기 때문이다.
딜리셔스 delicious
외국인과 같이 식사를 하다 보면 음식 맛이 좋다는 의미로 이 단어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어원상으로 보면 이 단어는 ‘멀리 유혹해 내다’라는 의미다. 딜리셔스의 어원은 라틴어 동사 델리케
레(delicere)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동사는 ‘멀리’라는 의미의 데(de)와 ‘유혹하다’, ‘속이다’라는 의미의 라케레(lacere)를 합쳐 만든 말이다. 이 델리케레의 명사형은 델리키아(delicia)이고 그 형용사형은 델리키오수스(deliciosus)다. 이 단어가 불어를 거쳐 영어로 들어간 것은 1300년경이다. 한편, 1903년부터 딜리셔스는 사과 품종 중 하나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였는데,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이 사과는 진홍색의 큰 사과로 과육은 노란빛을 띠고 향과 맛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딤섬
디옌신은 말 그대로 ‘마음(心)에 점(点)을 찍는다’는 말이다. 밀가루나 쌀가루, 채소, 육류 등으로 만
든 음식을 새참으로 조금만 먹는 음식이다. 이 음식은 1980년대 한국에서 한때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딤섬’은 ‘디옌신’의 광동식 발음이다. 딤섬은 짠맛이 나는 것과 단맛이 나는 것 두 종류가 있다. 짠맛 나는 것은 요리 중간에 먹는데 그 이유는 그 짠맛으로 인해서 더 많은 요리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맛은 주로 후식으로 먹는다.
뚜레주르 tous les jours
프랑스는 예술로도 유명하지만 빵으로도 유명한 나라다. 하루 평균 빵 소비량은 1920년에는 630g, 1960년에는 290g, 1992년에는 170g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빵은 그들의 주식임에 틀림없다. 한국에는 몇 년 전부터 ‘파리 바게트’와 ‘뚜레주르’와 같이 불어 이름을 가진 빵 가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뚜레쥬르’와 관련해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 발음이다. 정확한 프랑스 발음은 ‘뚤레주르’다. ‘뚜레주르’는 형용사 뚜(tous), 정관사 레(les), 명사 주르(jour)라는 세 단어의 개별 발음을 그냥 연결해 놓은 것이다. 불어는 둘 이상의 단어를 이어서 발음할 때 개별 발음과는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뚤레주르도 그런 예들 중 하나다.
라거 lager
맥주의 기원은 기원전 4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살았던 수메르인들은 보리로 만든 빵을 먹었고, 이 빵의 가루가 우연히 물에 들어가 발효된 것이 맥주의 기원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이렇게 발견된 맥주는 이집트, 그리스, 로마를 거쳐 중세에 이르렀고, 중세 유럽 대도시들은 동업조합까지 만들어 가며 맥주 생산에 열을 올렸다. 맥주의 역사에서 라거(lager) 맥주의 탄생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라거 맥주는 15세기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Bayern) 지방에서 개발되었는데, 그때까지 주류를 이루고 있던 상면 발효 방식과는 반대로 바이에른 사람들은 효모를 맥주 통 밑에 가라앉혀 발효시키는 발효 방식을 개발하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맥주를 라거-비어(Lager-bier)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라거는 ‘저장소’라는 의미고, 비어는 글자 그대로 ‘맥주’라는 의미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시고 있는 맥주는 바로 이 라거 맥주고, 독일을 맥주의 본고장으로 부르게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독일에는 6,000종이나 되는 맥주가 있다.
라면
한국 사람들이 라면이라고 부르는 것을 일본 사람들은 라멘, 중국 사람들은 라몐(拉麵)이라고
부른다. 한자로는 납면(拉麵)이라고 쓰는데, 그 이유는 라면이 ‘끌어당겨(拉) 만드는 면(麵)’이기 때
문이다. 실제로 라면의 면은 소바나 우동처럼 잘게 잘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길게 늘어뜨려
만든다. 일본어 위키페디아에 의하면, 라멘은 메이지시대 고베나 요코하마 등의 차이나타운에서 팔
던 난킹소바(南京そば)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1921년 지금의 홋카이도 대학 정문 앞 다케야 식당(竹屋食堂)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이 두 라면은 모두 지금의 라멘과는 그 제조법과 맛이 전혀 달랐다. 그러나 다케야 식당은 연구와 연구를 거듭하여 1926년에 간장 맛, 챠슈, 중국 죽순, 파를 넣은 현재의 라멘을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1914년 도쿄 가야바쵸에 있는 한 중국
음식점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어서 라멘의 진짜 원조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확실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라비올리 ravioli
라비올리의 어원은 이탈리아어 라바(rava)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라바는 이탈리아어로 ‘순무’를 가
리키는데, 이는 라비올리의 모양이 순무와 비슷했기 때문인 것 같다. 라바의 작은 말은 라비올로
(raviolo)이고 이것의 복수형이 라비올리(ravioli)다. 알다시피 라비올리는 저며서 양념한 고기, 야채, 치즈 등을 밀가루 반죽으로 싼 만두를 말한다. 비록 그 맛과 재료는 순무와 완전히 다르지만 그 형태가 순무와 비슷해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것을 그렇게 불렀다. 이들과는 달리 라비올리 속에 넣는 야채가 순무였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고, 이탈리아의 염소 치즈인 로비올라(robiola) 때문에 그렇게 불렀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라비올리는 그 재료만큼이나 다양한 어원 해석을 그 속에 담고 있다.
라이스 rice
라이스(rice)라는 단어의 가장 오래된 어원은 산스크리트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산스크리트어
로 ‘쌀’은 브리히스(vrihis)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인도-이란어를 거쳐서 그리스어로 들어가 오리자
(oryza)가 되었고, 다시 라틴어로 들어가 오리자(oriza)가 되었으며, 고대 불어에서는 리스(ris)라고 불렸고, 1234년 영어로 들어가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라이스(rice)가 되었다. 그리스어 오리자(oryza)는 모든 유럽어의 조어라고 할 수 있다. 게르만어 라이스(reis), 폴란드어 리즈(ryz) 등은 모두 이 그리스어에서 파생했다.
라자냐 lasagna
라자냐는 파스타, 치즈, 고기, 토마토소스 등으로 만드는 이탈리아 요리인데, 이 단어의 어원은 이
것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리스어 라사논(lasanon)은 다리나 삼발이가 달린 항아리나 단지 같
은 것이었다. 라사논은 라틴어로 들어가 라사눔(lasanum)이 되었고, 라사눔은 이탈리아어로 들어가 라자냐가 되었다. 이것이 프랑스에 들어간 것은 1470년경이다. 1760년 영어로 들어갔을 때는 길고 넓게 자른 파스타와 이것으로 만든 요리를 가리켰다.
라조기
라조기를 한자로 적으면 날초계(辣椒鷄)이다. 여기서 ‘날’은 ‘맵다’는 뜻이고, ‘초’는 ‘산초나무’를 가
리키는데, 이 둘을 합하면 한국어로 고추가 된다. 라조기는 튀긴 닭고기에 고추를 넣어 매콤하게 볶
은 요리다. 여기서 ‘라조’는 고추를 뜻하는 중국어 라쟈오(辣椒)가 변한 발음이다. 그리고 ‘기’는 계
(鷄)의 중국어 발음인 ‘지’가 변한 발음이다. 그러니까 라조기는 주재료인 고추와 닭고기를 합쳐 만
든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고추 대신 죽순, 당근, 양파, 버섯 등을 함께 넣어 볶기도 한다. 라조육(肉)
은 닭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넣어 만든 것을 말한다.
런치 lunch
지금은 일상어로 쓰이지만 런치(lunch)라는 단어는 상당히 오래된 단어다. 16세기 런치(lunch)는 ‘굵은 덩이’를 의미했고, 영어 사투리인 런쉰(lunshin)은 ‘음식 덩이’를 의미했다. 이 단어들 외에도 논췐취(nonschench)라는 사투리가 있었는데, 여기에서 논(non)은 ‘정오’를, 췐취(schench)는 ‘음료’를 지칭한다. 권위 있는 학자들에 따르면, 런쉰과 논췐취가 합쳐져서 ‘정오에 마시는 음료와 함께 먹는 음식 덩이’라는 뜻의 런천이 되었다고 한다. 이 단어가 16세기 말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음식의 자른 부분 또는 덩어리’라는 의미로 쓰였다. 비슷한 시기에 존재했던 런천(luncheon)은 17세기 초에는 ‘스낵’과 같은 것을 지칭하다가 점차 ‘가벼운 식사’를 지칭하게 되었다. 19세기 초에 이 런천의 줄임말로 런치가 생겨 오늘날처럼 쓰이게 되었다.
럼 rum
럼은 사탕수수로 만든 증류주다. 이 술은 설탕 제조과정 중에 생기는 부산물로 담근다. 생산은 서
인도 제도에서 시작되었으며 1650년경에 쓰인 바베이도스의 문헌에 최초로 등장했다. 1654년 영어 럼(rum)에서 나와 룸(rum), 롬(rome) 등 다양하게 불리었다. 영어 럼의 어원은 분명치 않다. 추정하건대, 이것은 1651년 기록에 나오는 룸불리언(rumbullion)이나 1652년에 나오는 룸부스쳔(rumbustion)의 줄임말인 것 같다. 룸불리언은 격투나 소동을 가리키는 말인데, 아마도 럼주를 마시면 그 술 기운 때문에 이성을 잃고 이 사람 저 사람과 싸우며 소동을 벌이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것 같다.
레귤러 regular
레귤러 커피는 보통 130~150cc의 물에 10g 정도의 커피를 내려 100cc를 추출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커피 전문점에서의 레귤러는 라쥐(large)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소량을 지칭한다. 어원은 ‘규칙’을 의미하는 라틴어 레굴라(regula)다. 후기 라틴어 레굴라리스(regularis)는 규칙을 따르는 것을 의미했다. 이 후기 라틴어로부터 고대 불어 레굴레(reguler)가 나왔고, 1387년 영어 레귤러가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이 단어가 초창기에는 종교적인 계율을 지칭했다는 사실이다. ‘종교적’이란 말의 상대어는 ‘세속적’인데, 이 의미는 오늘날 세큘러(secular)라는 단어로 남아 있다. 16세기에는 ‘정해져 있어 예견할 수 있는 형태’를 지칭했고, 1638년에는 ‘정상적인’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또 1821년에는 ‘진짜의’라는 의미로도 쓰였다.
레몬 lemon
이 단어의 어원은 ‘감귤류의 과일’을 뜻하는 아랍어 리마흐(limah)다. 이 단어는 그것이 지칭하는 과일과 함께 페르시아,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들어갔다. 13세기 말 고대 불어는 리몽(limon)이라고 했는데, 그와 똑같은 형태로 영국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이 과일이 유럽에 처음 들어왔을 땐 왕족이나 먹을 수 있는 값비싼 과일이었으나 14세기 말부터는 상당히 흔한 과일이 되었다. 특히 내과 의사들은 레몬으로 만든 음료가 몸에 좋다면서 물과 함께 마시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16세기 말에는 레몬이 괴혈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알았으나 영국 해군은 약 200년간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레모네이드(lemonade)는 1663년 불어 리모나드(limonade)로부터 생긴 단어다.
레스토랑 restaurant
라틴어 동사 레스타우라레(restaurare)로부터 12세기 중엽 불어 레스타우레(restaurer)가 나왔고, 레스토랑(restaurant)은 이 동사의 현재분사형이다. 레스타우라레가 ‘복원시키다’라는 뜻이었으므로 레스토랑은 ‘복원시키는’이라는 뜻이었다. 16세기에는 ‘몸을 회복시키는 음식’을 지칭하였고, 17세기 중반에는 특히 고기를 푹 끓여 만드는 보신용 국을 지칭하게 되었다. 1765년 빠리에 최초의 식당이 생기면서 마침내 이런 음식을 파는 장소를 지칭하게 되었다. 레스토랑은 도시에서 생겨 도시로 퍼져 나갔기 때문에 시골 여인숙인 오베르주(auberge)와는 차이가 있었다. 레스토랑은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와 같이 쓰이기도 했는데, 까페-레스토랑(café-restaurant), 기차-레스토랑(wagon-restaurant), 호텔-레스토랑(hôtel-restaurant) 등이 그 예들이다. 참고로, 레스토랑은 불어에서 온 단어이므로 불어식으로 발음하기를 원한다면 ‘헤쓰또랑’으로 발음하여야 한다.
레스피 recepi
레스피는 흔히 조리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본래는 의학과 관련 있던 용어다. 어원은 ‘잡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레키페레(recipere)로부터 시작한다. 레키페레의 명령형은 레키페(recipe)였는데, 내과 의사는 자신의 처방전 맨 앞부분에 ‘드세요’라는 의미로 이 단어를 썼다. ‘의사의 처방전’이라는 본래의 의미는 약사들의 쓰는 Rx라는 표현 속에 여전히 남아있다. 어쨌든 레키페(recipe)에서 중세 불어 레시페(récipé)가 나왔고, 16세기 말에는 ‘의사의 처방전’이라는 의미로 영어로 들어갔다. 이 단어는 18세기 중반 ‘음식을 준비하기 위한 지시사항’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 시작하였다.
로스트 roast
이 단어의 어원은 12세기 고대 불어 로스티르(rostir)다. 로스티르는 15세기 말 로티르(rôtir)가 되었는데 그 의미는 ‘꼬치에 끼워 굽다’였다. 영어 동사 로스트(roast)는 13세기 말 고대 불어에서 생긴 말이다. 기로(P. Guiraud)는 이 단어를 게르만어에서 차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는데, 그에 따르면 로망어 형태는 ‘가시나무 덩굴’을 의미하는 라틴어 루스툼(rustum)과 관련이 있고, 이는 ‘갈대나 덤불로 피운 불 위에서 굽다’라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가설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로스트 비프(roast beef )라는 표현은 1635년에 처음 기록되었다.
류산슬
류산슬을 한자로 적으면 류삼사(溜三絲)로 적는다. 여기서 ‘류’는 ‘김이 서리다’라는 뜻이고, ‘삼사’
는 실처럼 가늘게 썬 세 가지 식재료를 가리킨다. 따라서 ‘류’는 조리법과 관련 있는 말이고, ‘삼사’는
식재료와 관련 있는 말이다. 유산슬의 세 가지 식재료란 해산물, 돼지고기, 야채를 말하는데, 이것
을 마치 실처럼 가늘게 썰거나 쭉쭉 찢은 다음 녹말 소스를 끼얹고 살짝 익혀 만든 요리가 바로 유
산슬이다. 류산슬은 류삼사(溜三絲)의 중국음 류산썰이 약간 변해 생긴 발음9)이다.
리조또 risotto
리조또(risotto)는 쌀을 수프와 백포도주로 삶고 사프란, 토마토, 치즈 따위를 넣어 만든 이탈리아
요리다. 이 단어의 어원은 ‘쌀’을 지칭하는 이탈리아어 리조(riso)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리조또라는 단어는 1855년에는 불어로, 1884년에는 영어로 들어갔다. 불어 발음은 이탈리아어와 비슷하고, 영어 발음은 리소토로 약간 다르다.
리큐어 liquor
리큐어의 어원은 ‘유동적이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리퀘레(liquere)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동사로부터 ‘액체’를 가리키는 라틴어 리쿠오렘(liquorem)이 나왔고, 이것이 고대 불어로 들어가 리코우르(licour)가 되었고, 이것이 다시 영어로 들어가 리쿠르(likur)가 되었는데, 마지막 단어는 ‘액체 상태의 모든 것’을 지칭하였다. 오늘날처럼 주류를 지칭하게 된 것은 18세기부터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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