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인 투어링 부츠는 알파인 부츠와 좀 다릅니다. 알파인 부츠는 오로지 다운힐에만 초점을 맞춰 만들어진 부츠인데 반해, AT 부츠는 다운힐 뿐 아니라 업힐에도 주된 관점을 갖고 디자인된 부츠입니다. 알파인 부츠와 다른 주된 기능은 walk mode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기능은 업힐을 할 때 발목을 움직이기 편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입니다.
AT 부츠는 대부분 평평한 바닥이 아니고, 앞부분(toe)이 약간 올라간(rockered) 돌출고무 재질로 되어 있습니다. 걸어다닐 때 편하게 그리고 미끌어지지 않도록...등등의 이유 때문입니다. 따라서 AT 부츠들은 알파인 바인딩에 잘 맞지 않습니다. 맞는다 하더라도 돌출고무 바닥 재질로 인해 release가 되지 않는 경우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해선 안 됩니다. 굳이 AT 부츠에 알파인 바인딩을 써야겠다면 알파인용 Sole을 따로 파는 브랜드와 모델들이 있습니다. 그런 sole을 갈아 끼우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AT 부츠에는 AT 바인딩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AT 부츠가 모든 AT 바인딩과 호환되지는 않습니다. 거의 대개 호환이 되는 것들입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부츠에 맞는 바인딩을 구입해야 합니다. 아니면 반대로 바인딩에 맞는 부츠를 선택해야겠죠. 알파인 부츠와 바인딩만을 사용하던 스키어들에게 처음에는 복잡한 선택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알고 보면 간단합니다. 기존의 알파인 부츠도 사용하고 싶고, AT 부츠도 써야겠다면..AT 바인딩 중에서 프레임 바인딩을 마운트 하면 됩니다. AT 바인딩 중에서도 테크 바인딩을 사용하려면 AT 부츠라도 TLT 호환용으로 구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테크 바인딩에는 알파인 부츠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래 사진이 tech 바인딩과 호환되는 AT 부츠입니다.
바인딩이 맞냐 안맞냐 하는 문제 이전에 알파인 부츠를 신고 업힐을 하는 건 괴로운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조금이라도 걷게 될 것 같은 스키어들은 알파인 부츠라도 walk mode가 있는 모델을 선택합니다. expert skier들은 아예 AT 부츠를 everyday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추세이고 여러 셋업을 그에 맞게 조정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하지만 알파인 부츠와는 약간의 차이가 아직도 존재합니다.
AT 부츠의 주요 관심사는 무게입니다. 무거우면 걷기가 힘드니까요. 따라서 얼마나 가볍게 만드느냐..뭐 그런 거죠. 근데 가벼운 셋업은 다운힐 기능에 의구심을 가져야만 하는 것들입니다. 대부분의 스키어들에게 이슈가 되는 건 무게와 플렉스 간의 풀릴듯 풀리지 않는 상충관계에 있습니다만, 요즘은 가볍고 튼튼한 재질들, 카본이나 Pebax 혹은 Grilamid 등등의 소재들이 채용되어서 다운힐 기능의 희생 없이 무게가 대폭 줄어든 부츠들이 나오고 있습니다만...아직은 글쎄요..입니다.
AT 부츠의 또 다른 선택의 기준은 발볼의 너비입니다. 대부분 발 길이는 알아도 발볼의 너비는 잘 모르는데, 샵에 가면 측정해줍니다.그걸 토대로 발볼이 맞는 부츠를 선택하고, 필요하다면 자신의 발에 맞게 성형을 하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입니다. 보통 AT 부츠들은 알파인 부츠에 비해 발볼이 넓게 나오는 편인데(걸어야 하니까), 100~102mm가 가장 일반적인 경우이고, 103~104mm의 모델도 나옵니다. **발볼을 영어로도 ball of foot(BoF)이라고 하는데..우리 말로도 볼이 넓다..뭐 이런 말을 쓰잖아요. 우리가 영어를 차용한 걸까요..아님 영어가 우리말을..?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우연인 건지.. 신기하죠? 근데 영어로 발볼의 너비에 대해서 언급을 할 때는 Last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구두를 만드는 틀(구두골)을 두고 하는 말인데..여하튼 대부분의 동양인들은 발길이에 비해 발볼이 넓습니다. 그래서 부츠로 인해 고통을 참아가며 스킹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으신 것 같은데..보통 알파인 부츠 중에 플렉스 쎈놈들..그러니까 괜찮은 부츠들은 죄다 narrow foot으로 만들어지는 게 보편적입니다. 대개 97mm를 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저도 잘 모르겠으나), 백인들(대부분의 제조사가 유럽이나 미국이고, 소비자들도 백인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의 발이 그렇게 생겼고, 알파인 부츠는 꽉 쪼여야 제맛이라는 생각들을 갖고 있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기술적인 문제겠지요. 하지만 고통을 참아가며 스킹을 해야 하는 동양인들에겐 별로 입니다. 발이 아픈데 무슨 기능 타령이냐..이런 분들에게 AT 부츠는 더할 나위 없이 편할 발을 제공할 것입니다. 적어도 알파인 부츠에 비해선 말이죠.
예전에는 알파인 투어링의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드물었고, 시장도 작았습니다. 당연히 선택의 폭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는데, 근래 들어 백컨츄리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서 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모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게다가 알파인과 AT를 넘나드는 모델들(cross over 계열)도 쏟아져 나오고 있는 추세여서 스키어들에겐 유리한 조건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첫댓글 발 볼.. 재미있네요. ㅎㅎ 우리가 먼저다~!! 근데 정말 디테일한 부분까지 알고 계시네요. 우린 그냥 막탔었는데.. 파우더님의 정성스러운 글로 많이 배웁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디테일한 부분까지라뇨..저도 항상 배우고 있습니다.
대장만 하겠습니까.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어서 오세요.
제 부츠는 프레임 바인딩과 테크 바인딩이 호환되는 SCARPA F1 인데요. 경기용이라 가벼워서 오름엔 좋지만 다운힐 때 좀 불안전한 단점이...
그래서 돌아오는 시즌은 좀 무겁지만 Black Diamond Factor 130 으로 보강했습니다.
오~ 완전 좋은 부츠죠. 근데 그런 부츠는 어디서 사시나요?
Black Diamond 홈페이지나 backcountry.com 사이트 등에서 구입합니다.
에구 제가 바보같이 한국으로도 shipping이 된다는 걸 생각 못 했습니다.
@파우더